미국 경기에 대한 자신감은 눈에 띄게 약해지기 시작했다. 경기선행지표가 나빠졌고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지속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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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지난 22일(현지시간) 8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49.9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제조업 PMI가 50 밑으로 내려간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9월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이다.
PMI가 50 밑으로 떨어졌다는 건 매우 나쁜 신호다.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측하는 기업의 구매담당자들이 더 많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구매담당자는 경기변동에 매우 민감한 사람들이다. 경기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면 재고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져야 한다. PMI는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다.
10년만기 미국 국채 금리와 2년만기 국채의 금리도 또다시 역전됐다. 이날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1.577%까지 하락하면서 2년만기(1.58%)보다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2주간 벌써 네 번째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2년만기 국채 금리와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역전된 건 12년 만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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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포문은 중국이 먼저 열었다. 지난주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원유·대두 등 5078개 품목 75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에 10%와 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9월1일과 12월15일부터가 관세가 부과된다. 그간 면세 대상이었던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12월15일부터 25%와 5%씩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중국측은 밝혔다. 콩과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적인 지지층을 겨낭한 조치다.
그냥 참고 넘어갈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다. 즉각 반격에 나섰다.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 발표 이후 불과 수 시간 만에 그는 트위터를 통해 종전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해오던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10월1일부터 3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9월1일부터 부과키로 했던 나머지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도 10%에서 15%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에게 당장 중국의 대체처를 찾도록 지시했다”면서 “여기에는 회사를 미국으로 옮겨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마지노선이던 양 정상 간의 ‘브로맨스’(Bromance·남자들 간의 진한 우정)도 금이 갈 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나의 유일한 질문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또는 시 주석 중 누가 우리의 더 큰 적(enemy)인가’ 하는 점”이라고 사실상 시 주석을 ‘적’으로 규정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한 파월 의장을 비판하려고 한 말이지만, 시 주석에게 “적”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에는 불쾌감과 반감 등을 드러내면서도, 시 주석에게만큼은 꾸준히 ‘친구’라고 부르며 우정을 과시해왔다.
버티는 파월…‘미중 갈등, 트럼프가 풀라’ 직격탄
게다가 그는 “만약 무역전쟁이 기업들의 투자와 자신감을 방해하고 글로벌 성장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라면, 연준이 통화정책을 통해 이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중단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맹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평소와 같이 연준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매우 강한 달러와 매우 약한 연준을 갖고 있다”고 조롱했다.
파월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겠지만, 막상 경기가 나빠지면 연준이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바클레이즈의 마이클 개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 결국 연준은 금리를 얼마나 인하할지 논의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