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색깔없는 韓 부총리

  • 등록 2005-03-16 오후 5:03:53

    수정 2005-03-16 오후 5:03:53

[edaily 이정훈기자]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던 이헌재 부총리가 떠난 자리를 한덕수 전 국무조정실장이 대신하게 됐습니다. 그의 이름 석 자 앞에 `통상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녀서인지 그의 첫 공식 행보인 증권선물거래소 방문이 색다른 의미로 와 닿습니다. 재경부를 출입하는 이정훈 기자가 생각을 전합니다. 한덕수 신임 경제부총리가 어제(16일) 오후 이 곳 정부과천청사로 첫 출근했습니다. 취임식을 마친 직후 그는 기자실을 찾아 무려 100명이 넘는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약식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기자실로 따라 들어온 재경부 관료들은 "한 부총리가 경제기획원에서 과장까지 있었고, 당시 같이 일했던 사람 중 재경부 간부들도 많아 사실상 `고향`에 돌아온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분위기를 띄우느라 애썼습니다. 한 부총리는 다 아시다시피 금융이나 세제부문 경험이 없는데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날 그는 부총리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뭣 때문에 걱정을 하겠나"라는 짤막하면서도 강한 한마디로 질문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첫 상견례에서 기자는 `스마트`한 그가 경제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고, 주변국들과의 통상현안이 빈발하는 상황에서 통상전문 경제부총리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가졌던게 사실입니다. 한 부총리는 "일관성만 강조하다보니 색깔없는 부총리라는 이야기도 있다"는 지적에 "저는 색깔이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대답으로 핵심을 비껴갔습니다. 어떤 색깔을 기대했는데, 색깔없는 부총리가 되겠다는 한 거죠. 지난 2년동안 정부가 필요한 법과 제도 등을 상당부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이를 잘 실행하는 것만해도 중요한 일이라는 부총리의 설명은 일리가 있습니다. 부임하자마자 `새로 뭔 일을 하겠다`거나 이전 정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것도 적절치 않거니와, 오히려 그런 발언이 시장에 혼란을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장은 그 말에 크게 수긍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경제불씨가 점점 불길로 타오를 것이냐, 사그라지고 말 것이냐 하는 갈림길에서, 경제부총리란 자리가 갖는 무게나 책임의 크기 탓에 시장의 관심은 그의 말 한마디, 몸짓 한 가닥에 쏠려있습니다. 겨우겨우 내수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환율은 바닥으로 꺼져가고 있어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아직도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외부 변수들이 매우 심각한 징후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시점에 경제정책을 이끌어갈 경제수장의 `無색깔` 발언은 자칫 경제철학이나 소신, 원칙의 부재로 평가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특히 한 부총리가 통상정책에 대해서는 과거 여론의 반발 등을 무릅쓰고 강한 색깔을 내왔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이런 `無색깔론`은 자칫 자신감 결여로 비쳐질지도 모릅니다. 색깔없는 부총리, 한 부총리의 의도대로라면 괜찮습니다. 다만 색깔없이 가겠다는 그의 발언이 시장이나 주위 평가에 눈치보는 식이라면 다소 걱정스럽습니다. 색깔이 없을 지언정 당당한 부총리가 됐으면 합니다. 한 부총리가 내일(17일) 첫 대외 행사로 증권선물거래소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2월 이헌재 前부총리가 선임될 당시 주식시장은 1.1%의 상승을 보이며 화답했지만, 이번 한 부총리 선임 때에는 0.3% 하락했습니다. 이 前부총리 선임 이후 이틀간에도 주가가 연속 상승한 반면 이번에는 사흘째 내리막입니다. 일단 한 부총리에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한 부총리는 거래소를 방문해서는 `내 색깔을 내겠다`, `경기가 곧 회복되니까 걱정말아라` 이렇게 시장 참가자들에게 자신감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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