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마른 수건도 쥐어짜자

  • 등록 2003-03-04 오후 5:10:03

    수정 2003-03-04 오후 5:10:03

[edaily 김세형기자] 지난해 8월 700선이 무너진 뒤 증시가 침체에서 헤어날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과 이라크전쟁, 북한 핵문제 등 외부 변수가 불거지고 이에 따른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언제쯤 회복될 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증시불황이 깊어지면서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는 물론 증권사들도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벌이고 있는 각종 경비절감 행태를 김세형 기자가 전합니다. 지난해말 올해 증권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앞다퉈 나왔습니다. 저도 그 전망에 일조했습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 3개월째에 접어든 지금 증권사간 합병과 같은 겉으로 드러난 큰 변화는 뚜렷한 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 전망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증권사간 합병은 그다지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고 이전에 벌어놓은 돈으로 아직은 그럭저럭 버틸만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즈음 증권사들의 각종 경비절감 노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다가 더 이상 줄일 허리도 없어지고 벌어놓은 돈도 다 까먹게 되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테니까요. ◇체크 단말기 사라져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B증권사의 투자전략팀은 지난해초까지만 해도 3대의 체크단말기를 운용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대를 줄였고 앞으로 1대를 더 줄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유는 경비절감 차원입니다. 체크단말기는 증권업계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정보 단말기입니다. 당초 증권시장 정보 및 공시목적과 함께 증권사의 자체 전산오류 등 비상사태 발생시 비상주문 수단으로 활용돼 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증권업계내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 등 IT환경 발달로 정보제공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퇴색됐고 사이버거래 비율이 높아지면서 비상주문 목적도 의미를 잃었습니다. 이에 반해 월 사용료는 대당 40만원선으로 비교적 고가에 속해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현재 증권산업 구조조정과 관련, M&A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H와 D증권 등이 조만간 체크단말기의 사용대수를 대폭 줄이기로 했습니다. 대형 증권사인 또다른 D와 L 증권사 등도 일부 불필요한 체크 단말기를 줄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투자상담사 대폭 감축 증권사 영업점에서 일하는 투자상담사들은 정규직원과 업무면에서 별 차이가 없지만 계약직이라는 데서 정규직원과 차이가 납니다. 소득의 경우 대부분 약정에 따른 인센티브로 받고 증권사 입장에서는 소액의 기본급만 지급하면 됩니다. 증시침체로 벌이가 시원찮아지면서 자연스레 증권계를 떠나는 투자상담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증권사들도 수지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재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LG투자증권의 경우 투자상담사 수가 작년 6월 154명에서 지난달말에는 110명으로 28% 줄었습니다. 삼성증권도 같은 기간 68명에서 48명으로, 대우증권 역시 71명에서 58명으로 감소했습니다. 또 대신증권이 67명에서 53명으로, 동원증권과 메리츠증권은 각각 56명과 71명으로 9명과 15명이 줄어들었습니다. ◇본사 인력도 구조조정 투자상담사들은 상대적으로 손쉬운 구조조정 대상입니다. 하지만 증권사 직원들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우선 계약직인 애널리스트의 경우 인력감축과 함께 "몸값깎기"가 한창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애널리스트들의 연봉협상철인데 일부 "잘 나가는" 애널리스트는 연봉삭감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지만 태반은 목이 잘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회사측에서 제시하는 깎인 연봉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는 전언입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재계약에 들어가면서 대부분 연봉이 깎였다"며 "잘리지 않은 게 다행일 수 있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정규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도 실시되고 있습니다. 한화증권은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몇 명이나 신청했을까요? 업계에는 회사측에서 예상했던 인원보다 훨씬 밑도는 20∼30명 가량에 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마땅히 갈 데가 없는 마당에 그만두기가 쉽지 않은 것이죠. ◇"데일리"도 없앨 수 있다 증권사들은 매일 그날의 시황과 투자전략, 일일추천종목, 선물시황, 리포트 등을 담아 데일리를 펴냅니다. 그런데 일부 증권사는 데일리 자체를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 중소형 증권사 임원은 최근 "데일리를 펴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데일리를 아예 없애는 것을 검토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차별화도 안 되고 큰 돈은 아니지만 굳이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증권사 데일리의 경우 1000부를 찍을 경우 한달에 400만∼500만원이 소요됩니다. 직원 한명의 월급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한푼"이라도 아낄려는 증권사들의 몸부림과 함께 현재 처해 있는 절박한 사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상당수의 증권사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비절감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습니다. 경비절감이 어디까지 이뤄질 지 지켜볼 일입니다. 그리고 경비절감이 한계에 다다를 때 증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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