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높은 역세권 청년주택…오피스텔 보다 보증금·월세 더 높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과 주거 빈곤율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가 도입한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가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는 인근 지역 시세의 85~90% 수준으로 임대료가 책정된 만큼 ‘비싼 월세’는 전혀 무관하다고 정면 반박에 나섰다. 오는 17일 서대문구 충정로역과 광진구 강변역에서 첫 입주자 모집을 하는 역세권 청년주택 청약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17일과 19일 이틀 간 충정로역(499실)과 강변역(84실) 인근에서 역세권 청년주택 607실에 대한 입주자 모집을 진행한다. 이들 주택 실제 입주는 오는 2020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지하철역 근처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19∼39세의 대학생·사회초년생 등 청년 1인 가구나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는 준(準)공공임대주택 사업이다. 전체 물량의 10~25%는 공공임대 물량으로 확보해 기부채납(공공기여)하지만, 나머지 물량은 민간 물량으로 채워진다. 이 때문에 민간 물량에 대한 고액 월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청약 접수는 받는 서대문구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 청년주택은 공공지원 민간 임대주택(450실)의 임대보증금 3640만~1억1280만원(임대보증금 비율 30~40%)에 월세는 29만~78만원으로 책정됐다. 세부적으로는 전용면적 17㎡(임대보증금 비율 40%)은 임대보증금 5310만원에 월세 32만원이다. 전용면적 35㎡(A~C 타입)의 경우 임대보증금 7550만~1억200만원에 월세 60만~71만원 수준이다.

이를 올 들어 서울에서 거래된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료와 비교하면 전용 30㎡이하 구간에서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보증금이 높고, 월세는 낮은 수준이다. 반면 전용 30~40㎡ 구간에서는 청년주택 보증금과 월세 모두가 서울 평균 오피스텔 임대료를 웃돈다. 올해 서울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료는 △전용 20㎡이하 보증금 2723만원, 월세 44만3600원 △전용 20~30㎡이하 보증금 2947만원, 월세 51만6500원 △전용 30~40㎡이하 보증금 3707만원, 월세 61만6500원으로 조사됐다.

흔히 원룸이라고 불리는 단독·다가구의 평균 임대료는 역세권 청년주택에 비해서도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특히 면적이 커질수록 임대료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전용 30~40㎡ 구간의 역세권 청년주택은 단독·다가구(보증금 2914만원·월세 37만원)에 비해 보증금은 최대 3배 이상, 월세는 20만원 이상 높았다.

월세를 전세보증금으로 환산한 환산전세금으로 비교해도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는 높은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업체인 직방에 따르면 역세권 청년주택은 전용 20㎡이하의 환산보증금(1억2479만원)은 오피스텔에 비해 1300만원 가량 낮았지만 전용 20~30㎡는 1000만원, 전용 30~40㎡는 6000만원 가량 높았다. 이번 조사는 오는 17일 청약접수를 받는 충정로 인근인 서대문구, 마포구, 종로구, 중구 지역으로 한정해 비교·분석했다.

역세권 청년주택과 서울 오피스텔, 단독다가구 간 환산전세금 가격 비교.(직방 제공)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공임대분을 제외한 민간임대 주택은 오피스텔 월세가격과 비교할 때 청년주택이 임대료가 비슷하거나 높게 나타나 청년들의 주거 질을 높이고 주거비용을 낮춰주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보인다”며 “주거 빈곤층을 위한 주택이 아니라 오피스텔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청년계층이 수평 이동할 수 있는 하나의 주거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속한 지역 시세를 감정원에 의뢰해 80~90% 수준으로 임대료를 정한 것으로 비교 대상 지역이 다른 통계의 오류로 보여진다”며 “오는 2022년까지 청년주택 8만 가구를 차질없이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