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델의 승부수‥생존 위해 ‘몸집 불리기’
델이 EMC를 인수하려는 목적은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규모의 경제도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때 미국 IT기업을 대표했던 델은 2000년대 들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력인 PC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밀리고 있다. 효자노릇을 했던 기업용 서버 매출도 감소세다. 델은 한때 PC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했지만 HP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데이터 저장업계 1위 EMC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EMC는 최근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거대한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회사와의 경쟁에서 위협을 느끼는 등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델은 EMC를 합병해 기업용 하드웨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두드러진다. 업계에서는 델이 EMC와의 합병을 통해 연간 800억달러(약 92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용 하드웨어 시장 강자 HP와 IBM을 위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EMC 자회사이면서 가상화 분야 선두인 VM웨어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하면 차세대 IT 시장에서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막대한 채무는 부담…“합병 시너지” 미약 지적도
델이 M&A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빌리는 막대한 채무는 이번 인수 건 자체뿐만 아니라 기업 운명을 가름하는 관건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델은 이번 M&A를 위해 500억달러의 채무부담을 져야 한다고 전했다. 기존 빚 110억달러는 별도다.
저금리에 조달비용이 낮다 하더라도 이자 부담만도 상당하다. 맥 위트만 HP CEO는 델이 매년 이자만 최소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합병 시너지를 내느냐 여부도 주요 관전포인트다. 두 회사 모두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을 걷고 있는데다 PC나 기업서버, 데이터저장사업 모두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델과 EMC 경쟁사가 HP, 오라클, IBM과 같은 전통의 하드웨어 기업이 아닌 아마존, MS, 구글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계로 보고 있다. 합병법인이 IT 공룡과 맞서 혁신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월스트리저널(WSJ)은 IT 업계의 역사적 합병이 긍정적 결과만을 도출한 것을 아니라며 지난 2002년 컴팩과 합쳤던 HP가 최근 분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
S.코한앤어소시에츠의 피터 코헨은 “델과 EMC의 제품은 15년 전에나 인기를 끌던 것”이라면서 “합병에 따른 제품혁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