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전쟁 치르는 서울시…“오세훈 예산 삭감” vs “잘못된 관행 바로세우기”

내년 44조 예산 중 세부사업 두고 서울시-시의회 격돌
신규사업인 서울런·안심소득·헬스케어 등 좌초 위기
서울시, 민간위탁·보조금 및 TBS지원 예산 삭감나서
연말까지 협상 길어질 듯…최악의 경우 소송 가능성도
  • 등록 2021-12-08 오후 4:53:11

    수정 2021-12-08 오후 9:24:39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원으로 편성한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둘러싸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연일 날선 신경전을 이어가며 치열한 ‘예산 전쟁’을 치루고 있다. 오 시장의 핵심 사업으로 불리는 서울런, 서울형헬스케어, 안심소득 등은 시의회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 조치했으며 서울시가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예산을 대폭 줄인 TBS 출연금은 되레 시의회가 증액 조치를 하는 등 양측간 공방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예산안 본회의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10년 전 무상급식 예산안 거부사태 등이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03회 서울특별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제공)
◇오 시장 주요사업 줄줄이 삭감…연말까지 진통 가능성도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44조748억원의 예산안은 이달 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특위)를 거쳐 오는 16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일까지 진행된 시의회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단계에서 세부사업인 서울형헬스케어 시스템 구축(60억8000만원), 지천 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비(32억원), 안심소득 시범사업(74억원), 서울런(168억원), 뷰티도시사업(43억원), 메타버스 서울 추진 사업(30억원) 등은 모두 전액 삭감됐다. 해당 사업들은 오 시장의 주요 공약사업이자 내년 재선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할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현재 해당 사업들은 예결특위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양측 간 입장 차가 워낙 극명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무료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서울런 사업과 시민 자가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서울형 헬스케어 사업은 이미 시범사업을 시작한 상황이라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서울시가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고 내년부터 시작하기로 한 하후상박형 복지제도인 안심소득도 첫발도 못 뗄 가능성이 커졌다.

김호평 서울시의회 예결특위 위원장은 “시의회는 오세훈 예산을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예산을 심사하는 것이다. 공약 사업과 신규 사업 중 검증되지 않거나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지만 민생 직결 사업은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며 “오는 15일까지는 최대한 협상을 진행,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본회의 상정 때까지 예산 삭감 사업과 관련해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말까지라도 최대한 협의를 이뤄낼 것”이라며 “반드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올바른 협상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경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TBS출연금 ‘태풍의 눈’…시의회 독단 의결 가능성도

서울시와 시의회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안건은 바로 수도권 지역 공영방송인 TBS 출연금 삭감 여부다. 서울시는 경영합리화 등을 내세워 내년 출연금을 대폭 삼각했지만, 시의회는 오히려 지난해 보다 증액을 해야 한다며 맞불을 놨다. 사실상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편향성 논란이 있는 TBS 간판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퇴출 여부가 가장 큰 쟁점이 되는 만큼 향후 정치권은 물론 여론전에서도 그 파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 서울시 산하 사업소인 교통방송본부로 출발한 TBS가 지난해 2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했지만 여전히 시 출연금이 70%(올해 TBS 전체예산 513억원 중 375억원)에 이를 정도로 많아 ‘반쪽짜리 독립’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시는 경영합리화를 내세워 올해 TBS출연금을 전년 보다 123억 삭감한 252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상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지난해 출연금 규모를 모두 복원하고 작년보다 13억원 증액된 389억원을 가결하며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

(사진=TBS ‘김어준 뉴스공장’ 홈페이지 캡쳐)
서울시는 시의회가 증액한 TBS 출연금과 관련해 부동의 의견을 낸 상황이다. 양측 간 의견이 팽팽해 합의점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가 증액된 예산안을 독단적으로 통과시킬 경우 행정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2010년 오 시장 재임 시절에도 민주당 시의회와 서울시는 무상급식 예산을 두고 충돌했다. 시의회가 결국 시가 부동의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법정분쟁으로 이어질 뻔 했지만, 결국 오 시장이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업계 관계자는 “TBS 출연금 협의 과정에서 서울시가 예산을 일부 복원시킨뒤 다른 전액 삭감된 예산을 일부 살리는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지만, 시의회나 서울시 입장이 워낙 평행선이라 쉽지 않다”이라며 “겉으로는 예산 의결권을 가진 시의회가 카드를 쥔 것처럼 보이지만 예산을 신설 또는 증액할 경우는 반드시 단체장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실제 예산집행도 서울시장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서울시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서울시 바로세우기’를 명목으로 내세워 민간위탁·보조금 사업 등 시민단체 관련 예산을 832억원 삭감한 것과 관련해서도 시의회 및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0년간(2012~2021년) 민간보조금 및 민간위탁금 명목으로 시민사회에 지원했던 금액이 1조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삭감된 15개 민간위탁사업과 48개 민간경상보조사업 등을 전면 재검토해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하겠다고 반박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측은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단체 1조원이라는 발언은 제대로 된 근거도 제시 되지 못하고 실제 액수도 이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시민의 참여를 가로막는 예산삭감 행태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정 민간위탁금, 보조금 등을 삭감한 예산은 전체 서울시 예산의 0.19%에 불과한데도 과도한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며 “비정상적이고 관행적인 혈세낭비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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