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후 적발에서 사전 예방으로 방식 바뀌어야”
한국회계학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원칙중심 회계기준과 회계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원칙중심 회계기준의 특성과 규제환경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 회계 논란으로 회계기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반영하듯 세미나에는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조성표 한국회계학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 후 올해 대형 사건이 터지면서 한국 회계는 위기의 상태에 놓였다”며 “(회계처리 논란은) 기업과 회계법인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제도와 인프라가 아직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칙중심 회계기준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주제 발표도 원칙중심 회계기준 환경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이뤄졌다.
전규안 숭실대 교수는 회계감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그는 “원칙중심 회계기준에서는 불확실성이 높고 감리제도도 원칙 중심이 아니라 규정 중심이고 사전 예방이 아니라 사후 적발, 징계 위주”라며 △예방적 회계감독체제로의 개편 △회계처리와 회계감사 시 불확실성 감소 △원칙중심 회계기준 존중 △현재 틀을 벗어나는 개선 방안 마련이라는 4가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개선 방안으로 당사자들의 인식 변화도 주문했다.
|
토론회서도 원칙중심 회계기준과 관리감독에 대한 전문가들의 문제 지적이 이어졌다.
IFRS 교육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김종일 가톨릭대 교수는 “학교에서 IFRS 특성을 반영한 주석에 대한 학습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업종간 주석 차이가 큰 만큼 이를 반영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 사태 중심에 있던 금융당국도 원칙중심 회계기준이라는 환경이 불확실성에 놓여있음을 공감하며 회계감독 지침 등 구체적인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최근 삼성바이오 감리 결과에 많은 논란이 있고 중심에 원칙중심의 회계기준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있었다”며 “기업과 감사인에게 IFRS라는 새 옷을 입히는데 치중해 원칙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고 제재에 치우쳤다는 지적에 대해 상당히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다만 김 상임위원은 원칙중심 회계기준의 구현을 위한 기업과 감사인의 책임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회계처리가 듀프로세스를 통해 이뤄졌는지와 회계기준 준수에 대한 성실성이 중요한 기준”이라며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기업과 외부 감사인의 도덕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상원 금융감독원 회계심사국장도 “IFRS의 기준서가 방대하고 번역도 단어별 수준으로 이뤄져 재무제표 작성자들이 이해하고 실무에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선의의 작성자들이 명확한 개념해설과 쉬운 표현 통해 재무제표를 공시토록 하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기업과 감사인의 이해를 돕기 위한 추가 감독지침 발표 가능성도 높아졌다. 손영채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회사나 감사인 모두 현재 회계기준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앞으로 꼭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 2~3개 정도의 감독지침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