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국 美마저…월가서 잇단 재정적자 폭증 경고등

건들락 "엄청난 재정적자, 금융위기 야기"
다이먼 "술 취한 선원들처럼 재정 퍼부어"
드러켄밀러 "부채 위기에 증시 매도 심화"
서머스 "지출 감축 통해 재정적자 줄여야"
  • 등록 2023-11-02 오후 4:18:35

    수정 2023-11-02 오후 4:18:35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월가에서 미국 재정적자 폭증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돈 풀기가 만성화하면서 이를 메우고자 국채 발행이 늘고 있고, 이에 따라 고금리 고물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보유한 미국은 그동안 국채를 많이 찍어도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었는데, 그런 미국마저도 재정적자가 너무 쌓이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제공)


“엄청난 재정적자, 금융위기 야기”

월가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은 1일(현지시간) CNBC에 나와 “엄청난 재정적자가 다음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며 “금융위기는 난해한 금융 상품들 때문이 아니라 국채와 단기재정증권(T-bill)처럼 단순한 것들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건들락 회장이 주목한 것은 미국의 역대급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이자 비용이다. 아무리 기축통화국인 미국이라고 해도 금리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 발행을 확 늘리면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로 끝난 2023회계연도에서 재정적자는 1조7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3조1300억달러), 2021년(2조7800억달러) 이후 가장 많다. 전례 없는 위기 국면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내년에는 2조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세계 최대 채무국인 미국의 연방부채는 34조달러에 육박한다. 재무부가 올해 누적 부채에 대해 지불한 이자 규모는 6590억달러다. 지난해 4750억달러와 비교해 큰 폭 늘었다. 미국의 재정 지출 자체가 늘어난데 더해 국채금리까지 급등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바이든 정부만 해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돈을 쏟아부어 재정적자를 키웠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의회에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을 지원하기 위한 1000억달러 규모의 안보 패키지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사진=AFP 제공)


건들락 회장의 언급은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 계획 발표 즈음 나와 주목된다. 재무부는 당초 예상보다 장기물 국채 발행을 점진적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하면서 시장을 달랬다. 이에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0bp(1bp=0.01%포인트) 안팎 내렸다. 그러나 전혀 안도할 상황이 아니라는 게 건들락 회장의 경고인 셈이다.

건들락은 “엄청난 재정적자가 결국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을 압도할 수 있다”며 “현재 금리 수준으로는 정부를 운영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장이 직면한 한 가지는 우리는 더 이상 현재 수준의 금리와 재정적자는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기축통화국인 미국이라도 해도 돈을 무한정 쓸 수는 없다는 뜻이다. 미국은 패권전쟁에 따른 국방비 지출, 기후 변화에 따른 녹색 투자,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등 돈을 써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그럼에도 ‘부채 다이어트’ 나서야 한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전설 스탠리 드러켄밀러. (사진=AFP 제공)


“지출 감축 통해 재정적자 줄여야”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이날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엄청난 재정적자를 거론하면서 “지난 수십년간의 저금리는 이제 심대한 변화(sea change)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재정·통화 부양책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끈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먼 회장은 최근 또 다른 행사에서는 “세계 각국 정부가 ‘술에 취한 선원들처럼’ 재정을 퍼붓고 있다”고 비판해 주목 받았다.

이들뿐만 아니다. 월가 억만장자 헤지펀드 전설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이날 CNBC와 만나 무분별한 재정 지출을 맹비난했다. 그는 “미국 연방정부가 지난 몇 년간 엄청나게 많은 지출을 했다”며 “궁극적으로는 사회보장(social security) 삭감과 같은 어려운 선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드러켄밀러는 미국 부채 위기까지 예견하면서 “여기에 지정학 리스크까지 더해져 증시 매도세가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역시 전날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에 참석해 “올해 1조7000억달러 규모의 재정적자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문제”라며 “경제 규모에 비해서도 매우 많다”고 우려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6.3%다. 1년 전 5.4%보다 더 상승했다. 그는 “(재무장관을 지냈을 당시) 정부는 세금 인상과 지출 감축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노력했다”며 “고통스러운 지출 감축을 하기 전에 먼저 세수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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