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된 `트럼프 쇼크`가 하루만에 잠잠해졌다. 우려와 달리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처럼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건 의외의 선거결과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가라앉은 덕이다. 특히 당선 수락연설에서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지도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다가서겠다”며 한층 유연한 태도를 보인 트럼프 당선자의 모습에 안도한 시장참가자들은 그의 정책공약중 긍정적 요인에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재정확대·인플레유발 정책에 기대
트럼프는 이번 연설에서 미국내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 확대와 감세(減稅) 등 대규모 재정확대정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선거공약으로 임기내 1조달러 규모의 공공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미 여러 차례 인프라 투자 확대를 공언한 바 있으며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최대 15%까지 낮추고 소득세 최고세율도 39.6%에서 25%로 낮추겠다고 했다. 이는 경제 성장과 재정투자 확대, 인플레 유발이라는 큰 그림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은 “트럼프의 총수요 확장 정책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언급한 고압경제(일정 수준의 경기 과열 용인)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며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는 한 인플레 상승의 긍정적 측면이 더 부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재원마련 의문…랠리 지속 `미지수`
트럼프가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그가 자국 통화이자 글로벌 기축통화의 달러의 힘을 믿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성장이 수입 수요 증가로 이어져 신흥국 경상수지 개선을 불러오고 신흥국은 자국통화의 절상압력을 낮추기 위해 달러자금을 이용, 미국 국채를 사들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금융위기 이전 글로벌 불균형 과정에서 목격된 달러화 리사이클링(Recycling of Dollar) 개념이다. 이에 더해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의료보험 개혁안인 `오바마케어` 전면 폐지와 파리 기후변화협정 이탈 등으로 생기는 자금을 재정투자 재원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의 재원 마련 계획이 그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오바마케어의 경우 적잖은 수의 폐지론자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실제 폐지시 저소득층이나 실업자 등을 의료 무방비상태로 내몬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지 언론도 오바마케어를 폐지할 경우 적어도 2100만명이 혜택을 잃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후변화 불이행 역시 국제사회 신의를 저버린다는 지적과 더불어 국제무역에서 차별적 대우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섣불리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일종의 안도랠리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