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석달 잠행 마친 윤석열 "지켜봐달라"…대선 행보 `시동`

9일 서울 남산예장공원 우당 기념관 개관식 참석
지난 3월 검찰총장직 사퇴 후 사실상 첫 공개석상
그간 두문불출 하며 각계 전문가 `대권 수업` 받아와
제3자 통한 `간접정치` 피로감 지적에 직접 나서나
  • 등록 2021-06-09 오후 5:14:47

    수정 2021-06-10 오전 9:07:01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랜 잠행을 깨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약 세 달만의 첫 공개행보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대권 행보를 본격화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는 향후 정치 계획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9일 서울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형제들과 전 재산을 팔고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해 독립군을 양성한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이다. 윤 전 총장은 이회영 선생의 증손이자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행사에 오게 됐다.

행사장은 그의 공개 일정을 듣고 몰려온 취재진 등으로 가득찼다. 윤 전 총장은 행사 시작에 앞서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 묻는 기자들을 향해 “그에 대해서는 아직, 오늘 처음으로 제가 (공개 장소에) 나타났는데…”라며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시면 차차 아시게 되지 않겠나 싶다”고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그는 행사 참석 이유에 대해 “한 나라가 어떤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떤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고 했다”며 “우당 선생의 기념관 개관이 아주 뜻깊고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의 기대 내지는 염려, 이런 걸 제가 다 경청하고 다 알고 있다”며 “좀 지켜봐 주기를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를 시작한 건지, 침묵이 길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장모와 관련된 의혹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가 핵심 사안에 대한 확답은 주지 않았지만,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정치 행보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앞서 그는 총장직에서 사퇴한 이후 대권 수업이라는 명목으로 대중에 드러내지 않고 두문불출 했었다.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노동문제 전문가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당시 사전투표소에서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잠깐 모습을 드러냈으나 이렇다 할 발언을 하진 않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중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다 최근부터 권성동·정진석·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연달아 회동을 하고 장제원·유상범 의원과도 통화를 하는 등 국민의힘과 접촉을 시작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가 국민의힘으로의 입당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9일)은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시점으로, 윤 전 총장이 말을 아낀 배경에는 행여나 전당대회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물론 일각에서는 그가 이철우 교수를 비롯한 측근들의 입을 빌려 말하는 `간접정치`만 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었다. 이에 대선을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대민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었다. 이런 민심을 의식한 듯, 그는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국립 현충원을 참배한 데 이어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인 이찬호씨와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준영씨를 만나기도 했다.

이날 우당 기념관 개관식 또한 보훈·안보 일정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행사장에는 보수 유튜버를 비롯해 열혈 지지자들도 찾아와 ‘윤석열 화이팅’ ‘윤석열 대통령’ 등 열화와 같은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이 이제는 모습을 드러내고 정권교체, 대선 행보 등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지나면 그가 입당을 하게 될 것임을 확신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보여주고 싶은 장면만 사후에 편집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여론의 관심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시간 끌기를 해왔으나, 예쁜 그림만 보여주는 것도 한 두 번이다. 국민은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며 “이제는 정책 드라이브든 정권교체에 대한 방법론이든 본인의 메시지를 `리얼 타임`(실시간)으로 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독자노선을 확보한 후 제1야당(국민의힘)과 합치는 형태로 갈 거라고 봤었는데, 은둔의 정치가 너무 길어서 `투스텝`으로 가기엔 시간이 없고, 비용과 자원을 최대한 줄일 방법은 국민의힘과 바로 결합하는 것이다. 7~8월에는 결판이 날 듯 하다”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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