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돌아온 신라젠, 바이오주 바로미터 될까

한때 시총 2위…바이오 돌풍 주역에서 미운오리로
임상 실패, 전 경영진 배임 논란에 나락
기업 영속성·기업활동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
"옛 대장주의 귀환…'꽃길'은 어려울 듯"
  • 등록 2022-10-12 오후 6:40:05

    수정 2022-10-12 오후 9:17:38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상장폐지의 벼랑 끝에 몰렸던 신라젠이 기사회생하며 16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라젠(215600)은 1세대 바이오기업이자 코스닥 개인 주주 비율 1위 기업으로 업계와 시장에서 모두 상징성이 크다.

신라젠의 거래 재개로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다. 다만 대외 불확실성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어 투자심리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13일 거래가 재개되는 신라젠은 수익 기반 창출, 시장 신뢰 회복 숙제를 안고 경영 개선 행보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 본사.(사진=신라젠)
시총 2위서 30위로 추락…바이오 돌풍 ‘주역’에서 ‘미운오리’로

12일 한국거래소에서 거래 재개를 결정한 신라젠은 한 때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2위로 바이오 열풍을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신약 임상 실패,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회사가 코너에 몰리면서 주가가 급락해 시총이 30위(거래 정지 직전 주가 기준)로 추락했다.

신라젠은 2006년 설립된 차세대 항암제 개발 기업으로 지난 2016년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간암 치료제를 표방한 후보물질 ‘펙사벡’이 신약 출시 전 마지막 관문인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2017년 11월27일 주가가 장중 15만2300억원을 찍으며 시가총액이 10조원대를 찍었다.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건 2019년이다. 미국에서 진행하던 펙사벡 임상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임상 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주가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나흘 만에 주가는 4만4550원에서 1만5300원으로 66%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의 배임·횡령이라는 복병도 만났다. 지난 2020년 5월 문은상 전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미국 임상 시험 실패 사실을 숨기고 주식을 팔아치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같은 해 11월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진행해 개선 기간 1년을 부여했다. 이 개선 기간 1년이 지난 후 신라젠은 올해 1월 기업심사위원회에서 다시 평가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상장을 유지하기에 미흡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다시 ‘상장 폐지’ 기로에 놓인 신라젠은 개선 기간 6개월이라는 추가 조건을 부여받았고, 지난달 8일 개선계획 이행내역을 거래소에 제출해 거래재개 결정을 받았다.

침체된 바이오株 분위기 전환할까

신라젠은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된 것도 문제지만 자본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기업 이미지 제고에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거래 재개 후 신라젠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기업 영속성과 기업활동 전반에 대한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이 꼽힌다. 신라젠은 지난해 5월 600억원을 들여 지분 18.23%를 확보한 엠투엔을 최대주주로 맞으며 기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처남인 서홍민 회장은 엠투엔과 리드코프를 이끌고 있다. 신라젠은 엠투엔을 주축으로 관계사와 외부 투자자로부터 지원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서 회장은 리드코프와 함께 엠투엔 보통주 각 487만9408주와 167만6814주에 대해 보호 예수 기간을 3년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신라젠의 약점으로 꼽혀왔던 경영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만회하기 위해 책임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는 것도 급선무다. 신라젠은 2016년 12월 상장해 올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6년차를 맞는다. 특례상장 기업이 상장을 유지하려면 별도기준 연매출 30억원을 달성해야 한다. 이 기준에 못 미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2년 연속이면 상장폐지된다. 신라젠이 지난 달 스위스 제약기업 바실리아로부터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 도입 계약을 체결한 것도 기존 벡사벡 단일 파이프라인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라젠의 거래가 재개될 경우 시장의 싸늘한 투자심리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신라젠 최대주주인 엠투엔(033310)은 전 거래일보다 920원(10.71%) 오른 95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라젠 거래 재개로 최대 수혜가 예상된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장주 신라젠의 귀환이 바이오주 전반의 상승을 이끌어낼지에 대해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업계의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 기업들의 임상실패 소식이 잇따르고 있는 데다가 글로벌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성장주의 가치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서다.

2년5개월 간 묶인 신라젠 소액 주주들의 투자자금이 코스닥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라젠 거래 정지 시점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만큼 팬데믹(대유행) 수혜 거품이 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월 말 기준 신라젠 소액주주는 16만5483명으로 보유 주식의 지분율은 66.1%에 달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 정지 직전 주가는 1만2100원, 시가총액은 1조2446억원이다. 이날 기준 시총 순위는 30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 침체가 한동안 이어지면서 ‘바이오주를 사면 무조건 오른다’는 식의 접근 대신 선별적 투자 분위기가 대세”라며 “시장이 냉정해진 만큼 신라젠의 귀환이 바이오주 투자 분위기 전체를 바꿀 만큼의 위력은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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