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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한국은행이 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사 등에 회사채를 담보로 10조원 규모의 직접 대출을 시행키로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 의지는 높게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선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담보자산인 AA급 이상 회사채가 많지 않고, 이미 증권금융에서 AA급이상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16일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내 16개 은행 및 23개 외은지점, 16개 증권사, 6개 보험사에 민간기업이 발행한 ‘AA-’이상 회사채를 담보로 최장 6개월간 대출을 시행한다고 결정했다. 대출금리는 통안증권 182일물금리+0.85%포인트로 14일 현재 1.54% 수준이다. 한은은 3개월간 한시적으로 10조원 한도 내에서 운용하되 금융시장이나 한도소진 상황 등에 따라 연장 및 증액을 결정키로 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단기자금 유동성 이슈가 불거졌고, 증권사에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정책에 어느정도 한계점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비은행권을 포함해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통화당국의 의지 확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형사보다는 대형증권사에 수혜가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담보로 제공할 AA급 회사채가 충분치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현재 증권금융(증금)은 증권사에 AA급 이상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을 시행 중이다. 증금 자체적으로 각 증권사별 내부 등급을 정하고, 그에 맞춰 담보인정비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대형증권사 채권 담당자는 “한은이 회사채 담보 대출을 제공하는 것은 이미 증권금융이 시행하고 있는 방식”이라며 “대체 한은이 왜 하는지,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증권사가 보유한 AA급 이상 회사채는 이미 증권금융에 담보로 제공돼 추가 유동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추정이다.
특히 금융투자업계는 증권사 기업어음(CP)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이 아닌 이상 증권사 유동성 공급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단기자금시장은 양극화되고 있지만, ELS발 마진콜 우려가 잦아들며 증권사 유동성 우려는 한 풀 꺾인 모습이다.
김은기 연구원은 “단기 자금시장이 현재 일반기업 A1 등급 CP와 PF ABCP간 가격 차이가 벌어지며 양분되는 상황”이라며 “단기 자금시장이 3월말보다는 나아지고 있지만,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10조원 규모의 적정성과 증권사 유동성 리스크에 대해 “맡길 자산이 얼마나 많으냐, 활용을 얼마나 할 것이냐에 달려있다”며 “이번달 만기도래하는 PF ABCP규모는 10조원이지만, CP나 전단채 발행 등 다양하게 자금조달에 나서는 만큼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는 당장 크게 불거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