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65) 선생은 최근 논란이 된 베이징 개막식 한복 등장에 대해 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선생은 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전통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면 오히려 행동으로써 ‘한복은 우리 것’이라고 말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복 차림의 댕기 머리 여성이 등장해 ‘문화공정’ 논란을 낳았다. 중국 측은 문화를 빼앗으려는 게 아니라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문화를 소개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박 선생은 “예전에 아기를 봐주던 분이 조선족이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 행사가 있을 때 한복을 입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라며 “한복은 우리 옷인 만큼 우리가 더 많이 입어줘야 한복 문화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선생은 최근 경영난을 겪는 한복 업체가 많아지면서 중국에 옷감을 보내 한복을 만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값싼 노동력으로 무장했다지만, 전통 의상만큼은 한국의 장인들이 제대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박 선생은 “소품들이야 중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한복까지 중국의 도움을 받나”라고 한탄했다.
“최근 몇년 사이 광장시장에서 오랫동안 운영해 온 한복매장들이 많이 사라졌다. 코로나 이후로는 기술자도 많이 없어졌다고 하더라. 광장시장에 오후 8시쯤 되면 큰 차가 와서 바느질거리를 실어간다. 일반 옷뿐 아니라 한복도 그 차에 많이 실린다고 한다. 단가가 안 맞아서 운영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한복도 중국에서 제작해 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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