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해외입국자로 `북적`…서초·강남 선별진료소의 전쟁 같은 밤

해외입국자 선별진료소 방문 하루 평균 서초 118명·강남 102명
공항서 인원 파악부터 귀가까지 행정력 동원
  • 등록 2020-04-07 오후 7:08:04

    수정 2020-04-08 오전 7:28:4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해외입국자시죠? 이쪽으로 오세요.”

지난 6일 오후 7시35분 서울 서초구청 보건소 선별진료소. 미국 유학생 2명이 선별진료소에 도착하자 서초구청 직원이 서둘러 해외입국자 전용공간으로 안내했다. 입구를 잘못 찾아 기존 선별진료소로 오자 이동을 시킨 것이다.

지난 6일 오후 7시35분쯤 서울 서초구청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해외입국자들이 전용공간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양지윤 기자)


이날 미국 뉴욕에서 입국한 두 학생은 부모님의 차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서 곧장 구청으로 달려왔다. A학생은 마스크 너머로 “미국은 이렇게 검사받기도 어려워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외출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초구 해외선별진료소에 해외입국자가 몰리는 피크 타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지만, 유학생들의 건너편과 뒤편에는 검사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6일 오후 7시대에 검사를 받은 주민은 11명, 이날 하루 총 검사자는 171명에 달한다. 감염예방을 위해 2m 간격으로 자리를 배치한 탓인지 평소보다 줄이 더 길어 보였다. 대기자들은 이제 막 공항에서 도착해서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검체채취를 마친 주민이 나오자 차량 담당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인천국제공항발 리무진버스를 타고 온 주민의 귀가를 돕기 위해서다. 건너편에서는 이미 주민을 데려다주고 돌아온 앰뷸런스가 분주히 소독을 하고 있었다. 방역 소독작업에만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는 게 서초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차장 곳곳에서는 가족의 검사를 기다리는 차량들도 눈에 띠었다.

서초구 선별진료소 공항 리무진 막차 도착시간은 오후 11시20분 전후로 탑승 인원은 많지 않지만 귀가 지원과 방역 업무까지 마무리하면 항상 다음날 1시 이후에나 상황이 종료된다고 한다. 서초구 관계자는 “당일 도착, 검사가 원칙이다보니 동선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자차가 없는 주민들은 집으로 데려다주고 있다”면서 “앰뷸런스 뿐만 아니라 구청 운전직 직원도 낮에는 본인의 업무를 하고 밤에는 해외입국자를 실어나르고 있을 정도로 다들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청 선별진료소가 지난달 25일부터 13일간 검사한 해외입국자는 총 1539명으로 하루 평균 118명이 방문한 셈이다. 지난달 30일에는 하루에만 191명이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다녀갔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마친 해외입국자를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앰뷸런스를 대기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다.(사진=양지윤 기자)


서초구보다 자가격리자가 더 많은 강남구 역시 빡빡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해외입국자 선별진료소를 다녀간 인원은 1843명이고, 특히 6일 하루 만에 146명이 방문했다. 하루 평균 102명꼴로 다녀간 셈이다. 오후 9시14분쯤 구청 보건소 앞에 공항리무진이 도착하자 주민들이 일제히 캐리어를 끌고 해외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를 향했다. 직원들은 문진표 작성 후 진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한 뒤 책상으로 안내했다.

강남구의 경우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음압장비를 갖춘 4개의 공간에서 검체채취가 가능하다. 리무진 탑승자와 자차를 이용해 방문한 해외입국자는 문진표 작성을 마친 뒤 검사를 받았다. 방문자들의 검사가 끝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40여분이 걸렸다. 강남구 관계자는 “음압장비가 갖춰진 4곳에서 검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적체현상이 심하지는 않다”면서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남구 역시 그간 검사자 규모가 서초구 못지 않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해외입국자 선별진료소를 다녀간 인원은 1843명이고, 특히 6일 하루 만에 146명이 방문했다. 하루 평균 102명꼴로 다녀간 셈이다. 더구나 강남구의 경우 관내 확진자가 53명, 자가격리자가 1946명에 달한다. 정순균 구청장과 간부들을 제외한 1000여명이 2명꼴로 자가격리자를 맡아 매일 관리·감시한다. 검사에 자가격리자 관리자 수까지 절대적으로 많다보니 업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현장에서는 송파구민들의 불안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강남과 서초, 송파가 인접해 있는 만큼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해 감염병 대처에 나서는 게 낫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강남 지역의 경우 선별진료소 방문자의 절대 다수가 해외입국자이고 이에 모든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시 주도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서 각 자치구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해 운영하는 게 지역사회 감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됐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