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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경 사건 '핑퐁'에 해결 하세월…불명확한 책임소재
- [이데일리 박정수 성주원 기자]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면 검찰이 보완을 요구하고 다시 돌아온 사건을 경찰이 불송치하면 고소인은 이의를 신청하고 검찰은 다시 보완을 요구, 이렇게 두 번, 세 번 돌면 시간은 1년, 2년 지나는 거죠.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보는 겁니다.”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이 조정된 지 3년여가 지나면서 수사 지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수사권 조정 이후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책임소재 또한 불분명해져 권익구제의 사각지대가 발생, 오히려 피해자가 고소장을 들고 경찰서와 검찰청을 오가며 수사를 구걸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겨나고 있다.◇수사권 조정 후 3년…檢 직접 수사 반토막(그래픽=김일환 기자)1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직접 고소·고발한 직수사건 가운데 직접 처리한 사건은 지난해 총 2만1249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4만4048건과 비교하면 반토막났다.검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휘 형태로 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수사를 책임지는 방식이었다”며 “하지만 수사권이 조정된 이후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한이 대폭 축소된 것은 물론 수사지휘권도 박탈되면서 직접 처리 사건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은 문재인 정부 시절 이뤄졌다. 2020년 2월 검찰청법 개정으로 인한 검·경 수사권 조정(2021년 1월 시행)에 따라 검찰 수사권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제한됐다. 또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폐지했다. 당시 대검 발표만 봐도 2021년 1~3월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은 7695건으로 전년 동기(2만4447건) 대비 68.5% 줄었다. 2022년 5월에는 직무권한이 더욱 축소돼 검찰의 수사범위를 2대 범죄(경제·부패)로 축소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됐다. 수사개시권의 축소 이외에도 검사가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도 신설했다.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요인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그 배경이 됐던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수사의 국민적 불신 등이 맞물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매우 집중됐던 당시의 시대상황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국민의 지지가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았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검찰수사권의 축소가 아닌 완전 박탈에 대해서는 국민도, 법률전문가들도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2022년 8월 검찰의 수사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은 ‘검수원복 시행령(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개정안은 같은 해 9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에는 기존 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에 해당했던 범죄와 조직범죄, 마약유통범죄를 부패·경제범죄의 범위에 포함시켜 검찰이 그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결국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검수완박’ 법안과 검찰 수사권을 복원하는 ‘검수원복’ 시행령 개정안이 2022년 9월 10일부터 동시에 시행됐다. ◇검경 사건 ‘핑퐁’에 해결 하세월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으로 사실상 수사권을 독점하게 된 경찰에 고소사건이 몰리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됐고, 이는 사건 처리 지연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이어졌다.경찰청이 집계한 범죄사건 처리기간을 보면 2022년 6개월 초과 검거 인원은 18만9675명으로 전체 136만8648명 가운데 13.9%를 차지했다. 2020년의 경우 6개월 초과 검거 인원은 10만6316명으로 전체(169만6350명)의 6.3%에 불과했다. 사기범죄의 경우 6개월 초과 검거인원이 2020년 4만3665명으로 전체의 11.8% 수준이었으나 2022년 7만3986명으로 그 비중이 32.8%에 달한다.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진행한 ‘형사사법제도 개선 위한 설문조사(회원 1155명)’에 따르면 ‘고소 사건 진행 중 경찰 수사 단계에서 조사 지연 또는 연기 사례’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73.5%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고소 사건의 조사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 “‘사건 및 업무 과다로 인한 지연’이라고 경찰이 답했다”는 비율이 54%에 달했다. 또 ‘고소장 접수 후 경찰 수사 종결까지 기간’을 묻는 질문에는 44.1%가 “1년 내”라고 답했다.(그래픽=김일환 기자)이순옥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애초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하면 수사의 자율성을 강화해 책임감을 갖고 수사하며 수사의 전문성을 높여 질 높은 수사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경찰 수사부서의 업무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오히려 유능한 경찰들이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더구나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도 늘어 사건 처리 속도가 전반적으로 느려지게 됐다. 대검에 따르면 2021년 1월 경찰이 검찰로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한 비율은 8.2%, 2월 10.9%, 3월 11.3%로 증가했다. 2021년 6월로 보면 11.2%로 2020년 6월(4.0%)에 비해 크게 늘었다.검찰 출신 변호사는 “개정 형사소송법은 구조적으로 보면 증거를 수집해 송치 결정하는 것보다 불송치하는 경우 업무가 감경되는 측면이 있고, 검사 입장에서는 직접 보완수사를 진행하거나 새 증거를 수집하기보다 ‘보완수사 요구’ 자체만으로 ‘자신의 손에서 사건을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보완수사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법경찰관 입장에서 여러 노력 끝에 송치결정을 했는데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 3개월 내에 보완수사를 완료해야 하므로 시간과 노력이 2배가 된다는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며 “결국 수사기관 입장에서 ‘중요도가 떨어져 보이는’ 일반 형사사건 처리 시 불송치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하면 검찰 단계에서는 사건이 종결된 것으로 처리돼 사건번호가 없어진다”며 “보완수사 후 다시 검찰로 넘어오면 새 사건 번호가 부여되기 때문에 기존의 사건인지 새 사건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권한을 검찰과 경찰이 나누면서 수사 책임 또한 나눠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됐다”며 “결국 권한과 책임이 함께 주어져야 효율적인 개선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순옥 교수는 “수사권 조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사기관 간의 권한 분배가 아니라, 형사 절차가 적법하게 운영돼 피의자 등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국가가 범죄자의 죄에 상응한 형벌권을 행사하고, 범죄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수사권 조정에 있어서 이러한 궁극적인 목표와 그 수단이 혼동돼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 오세훈 "시립의료원 연봉 2배 올려도 의사 안와"…당정 '건전한 긴장관계' 필요
- [아부다비(UAE)=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정부 의료 개혁의 방향은 대체로 맞지만,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할 단계에 와 있다.”오세훈 서울시장이 5박 7일(5월 5~11일)간의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의료 개혁과 관련, 의대 정원 확대 등 방향성에 대해 공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2000명’ 증원에 대해선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단 입장을 밝혔다. 또 4·10 총선 패배와 관련해선 중도층 등 ‘외연 확장’과 당정 간 ‘건전한 긴장 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오세훈 시장이 지난 9일 오후 아부다비에서 중동 출장 동행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서울시 산하 의료원 ‘연봉 2배’ 올려도 의사 정원 못 채워…“많은 국민 필요성 절감”오세훈 시장은 지난 9일 오후 6시 40분(이하 현지시간)부터 UAE 콘레드 아부다비 호텔에서 가진 출장 동행 기자간담회에서 의료 개혁과 정치 현안, 시정 전반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오 시장은 “시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지난 3년 동안 서울시 산하 시립의료원 몇 군데의 공석인 의사분들을 자리를 다 채우지 못했다”며 “원래 주던 인건비의 2배 정도를 올렸는데도 지원하시는 분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의사 수급 문제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공급이 충분하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고 그런 관점에서 처음부터 (의대 정원 확대를)찬성했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오 시장은 “구체적으로 숫자나 이런 걸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며 “다만 많은 국민들이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4·10총선 ‘운동권 심판론’ 與 전략 실패…중도층 등 ‘외연확장’ 필요여당이 4·10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취임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 정체성 강화’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선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오 시장은 “당의 정체성보다는 외연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당을 운영하지 않으면, 요즘 유권자들은 선거 직전에 당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갖고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평소에 선거에서 표를 많이 얻고 싶다면 설득력있는 행보와 내실있는 정책으로 꾸준히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해야한다”고 말했다.여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중진으로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오 시장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당의 중진으로서 내가 오히려 당을 견인해야 될 입장에 있고, 지금 선거에서 상당히 많은 의석 차이로 총선을 패배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한 의견 표명이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열한 노선 투쟁이 있을 것이고, 당내에서 여러 해법이 나오겠지만 자연스럽게 외연 확장 쪽으로 정리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최근 오 시장이 ‘운동권 심판론’ 등 총선 전략 실패를 지적한 부분에 대해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오 시장은 “외연 확장을 위해 필요한 전략을 충분히 가동했는지, 오히려 거꾸로 간 것은 없는지, 부족하면 다음엔 어떻게 해야되는지 등을 논의해야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프레임 전쟁에서 졌고 야당은 당연히 정권 심판론을 제기한 게 예측 가능한 선거 전략인데 이를 회피해 심판론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의 프레임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갔다고 한 말이 무슨 한동훈을 비판했다고 기사가 나왔는데 당연히 할 말을 한 것”이라며 “(한동훈 위원장의 거취는)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 추경호 의원에 대해선 정부와의 ‘건전한 긴장 관계’를 주문했다.오 시장은 “이번 선거가 끝나고 주로 영남 지역에서 다수가 당선됐고 수도권은 많이 위축된 상태”라며 “추경호 원내대표가 영남의 대표성을 가지고 원내대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당정 관계에 대해선 “지금까지 우리 당이 당정의 일치 내지는 화합 쪽에 무게가 실리도록 당 운영을 했는데, 그 결과가 선거로 나타났다”며 “당정 간 논쟁이 치열하게 붙을 부분은 붙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건전한 긴장관계가 가장 바람직한 당정 관계이고 그런 역할을 충실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외부활동 늘리는 한동훈·유승민…전당대회 등판설 ‘솔솔’
- [이데일리 이도영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새 지도부 선출 준비에 착수한 가운데, 이들이 외부 활동을 늘리면서 고정 지지층을 중심으로 당권 도전론이 제기되는 모양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도서관에서 지지자들에 인사하고 있다.(사진=한동훈 팬카페)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은 전날 서울 강남 모처에서 2시간에 걸쳐 팬카페 ‘유심초’ 회원들과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이후 3년 만에 지지자들과의 만남이다.유 전 의원은 주요한 정치적 도전에 나설 때 팬카페를 통해 지지층에 알리곤 했다. 지난 2020년 5월 유심초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20대 대선이 저의 마지막 남은 정치의 도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르면 7월, 늦으면 8월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 전 의원이 팬카페 회원들과 토크콘서트를 열어 지지층 결집을 독려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유 전 의원에 대한 지지는 여론조사로도 확인된다.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유 전 의원이 2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 전 위원장은 26%로 유 전 의원과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서 접전을 벌였다. 이어 나경원 서울 동작을 국회의원 당선인(9%),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7%), 안철수 의원(7%), 윤상현 의원(3%), 권성동 의원(2%) 순이었다.4·10 총선에서 거센 정권 심판론을 확인한 만큼 대표적 비윤계(非윤석열)인 유 전 의원이 차기 집권여당 수장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한 국민의힘 수도권 인사는 “유 전 의원이 아직 중도층에게 소구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다만 전체 응답자 중 국민의힘 지지층이라고 밝힌 사람들 대상에선 한 전 위원장이 48%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원 전 장관(13%), 나 당선인(12%), 유 전 의원(9%), 안 의원(6%), 윤 의원(3%), 권 의원(3%)이 뒤를 이었다.한 전 위원장도 전날 서울 서초구 양재도서관에서 김보영의 SF소설 ‘종의 기원담’ 등을 읽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공식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출마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4·10 총선 패배 책임론이 점차 옅어지는 데다 여전히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한 전 위원장이) 이제 정치인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한 전 위원장은 22대 총선 낙선자들이 제기하는 책임론에도 이들에게 “잘 지내느냐”고 답하며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한다. 현행대로 당원투표 100%로 새 당 대표를 선출하면 당협위원장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에 지역 당원의 표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 전 위원장과 연락했다는 한 국민의힘 인사는 “‘판’만 깔린다면 한 전 위원장이 충분히 등판할 것”이라고 했다.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무작위 추출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