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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최고 ‘강진 백운동 원림’ 명승 지정
- 월출산 아래의 명승 제115호 강진 백운동 원림(사진=문화재청)[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강진 백운동 원림’이 명승으로 지정됐다.7일 문화재청은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에 있는 ‘강진 백운동 원림’의 역사적·경관적·학술적 가치를 확인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15호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강진 백운동 원림’은 월출산 옥판봉의 남쪽 경사지 아래쪽에 있다. 백운동 원림의 본가인 백연당(강진군 성전면)에서 북쪽으로 11㎞ 떨어진 곳이다. 고려 시대에 백운암이라는 사찰이 있었던 곳이며 계곡 옆에 ‘백운동’ 글자가 새겨진 바위가 남아있어 ‘백운동’이라 일컫는다.‘강진 백운동 원림’의 안뜰에는 시냇물을 끌어 마당을 돌아나가는 ‘유상곡수’의 유구가 남아 있다. 꽃계단에는 선비의 덕목을 담은 소나무, 대나무, 연, 매화, 국화, 난초가 자라는 등 조선 최고의 별서 원림 중 하나다.원림을 조영한 사람은 조선 시대 이담로(1627~1701)로 호는 백운동은이다. 손자 이언길에게 유언으로 ‘평천장’의 경계를 남겨 후손들에게 전함으로써 이 원림이 지금까지 보존되게 했다. 별장으로 사용하던 백운동 원림은 이후 증손자 이의권(1704~1759)이 가족과 함께 살며 주거형 별서로 변모하였고 이덕휘(1759~1828)와 이시헌(1803~1860) 등 여러 후손들의 손을 거치며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강진 백운동 원림’은 후손들과 명사들이 남긴 문학작품의 무대로도 자주 등장한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백운동에 묵으며 그 경치에 반해 제자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12곳의 아름다운 경승을 칭송하는 시를 남겼다. ‘백운첩’에 담긴 이 그림과 시는 지금의 모습과 비교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다산의 제자이기도 한 이시헌은 선대의 문집, 행록(언행을 기록한 글)과 필묵을 ‘백운세수첩’으로 묶었으며 조선후기 문인 김창흡, 김창집, 신명규, 임영 등이 남긴 다양한 백운동 시문들과 함께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또한 이곳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문화를 교류하며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다산 정약용, 초의선사, 이시헌 등이 차를 만들고 전해주며 즐겨온 기록이 있는 등 우리나라 차 문화의 산실이 되어온 가치까지 더하고 있다.
- 내달 3일 영암에서 항공레저스포츠 제전 개막
- [이데일리 박민 기자] 다음달 3일 전남 영암에서 드높은 하늘 위로 드론 레이싱, 패러글라이딩 등 다채로운 하늘축제가 펼쳐진다.국토교통부는 국내 최대 항공 레저 축제인 ‘제5회 항공레저스포츠제전’(가자, 즐기자, 날아보자)이 11월 3일부터 4일까지 이틀간 전남 영암군 농업기술센터 일원에서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행사기간 동안에는 드론레이싱, 패러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등 6개 종목 국토부장관배 대회가 열린다. 또 F16 비행시뮬레이션, 열기구 VR 영상체험, 드론 조립·조종 등 20여개의 체험프로그램과 항공사, 항공레저스포츠업체, 한국항공협회 등 15여개의 전시프로그램도 마련된다.특히 3일 개막식에서는 블랙이글스 에어쇼, 스카이다이빙 비행 등이 펼쳐지고, 제전 행사기간에는 영암군에서 개최하는 월출산 국화축제도 열려 제전에 참여하는 관람객은 항공레저와 함께 오색국화의 향연도 함께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이번 항공레저스포츠제전의 세부 일정, 프로그램 구성 등 자세한 내용은 제5회 항공레저스포츠제전 누리집(항공레저스포츠제전.kr), 블로그(blog.naver.com/flyingip)와 제전 사무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진현환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다양한 항공레저 스포츠와 월출산 국화축제 등 인근 관광자원으로 어느때 보다 풍성한 항공레저 축제가 될 것”이라며 “항공레저스포츠 활성화는 물론 드론 등 기초 항공산업 육성과 편리하고 안전한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국토부는 항공레저스포츠제전 기간 동안 지자체와 협력하여 안전요원 배치, 안전운영 설명서 마련 등 프로그램 및 시설물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 사회적기업진흥원, 국립공원서 사회적경제기업 홍보부스 운영
-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오는 27일부터 내달 4일까지 계룡산, 북한산 등 전국 7개 국립공원에서 가을주간 사회적경제기업 홍보부스를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이번 행사는 국립공원 방문객이 가장 많은 가을주간에 국민들이 (예비)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전국 우수한 사회적경제기업을 보다 가깝게 만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마련했다.홍보부스는 계룡산, 북한산, 내장산, 주왕산, 월악산, 월출산, 소백산 국립공원에서 주말동안 운영한다.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을 국민들이 일상에서 우수한 사회적경제기업을 만나볼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 [여행] 피톤치드 한숨, 장흥삼합 한입…잘 쉬었다 갑니다
- 억불산 정상에서는 장흥 시내와 덕량만 일대, 그 사이로 흐르는 탐진강까지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전남 장흥=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이다.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할 ‘힐링’ 여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짙푸른 숲과 시원한 바다가 있는 전라남도 장흥은 남녀 누구에게나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는 자연 휴양지다. 숲은 힐링의 공간이다. 세속에 찌든 때를 정화해주는 자연 청정기다. 일상에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데 숲만 한 곳도 없다. 그 숲이 편백숲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몸에 좋은 피톤치드가 시원한 소나기처럼 쏟아져서다. 여기에 청정한 들판과 풍요한 바다, 그리고 산의 정기까지 듬뿍 담긴 먹거리까지 가득하다. 염천(炎天)에 숲 그늘 더욱 그리운 이즈음, 초록 세상 장흥에서 제대로 피서(避暑)하자.억불산 정상까지는 나무데크로 길이 놓여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정상까지 걸어갈 수 있다.◇치유의 숲에서 찌든 세파를 씻다억불산 편백숲억불산(518m)은 장흡읍에서 동남쪽에 자리하고 있다. 산 이름은 산에 부처를 닮은 기암괴석들이 무수히 많은 데서 비롯했다는 설과 산 중턱의 며느리바위 전설에서 나온 ‘억부’(지아비를 기억한다는 뜻)산이 변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능선이 길고 부드럽다. 마치 고운 여인이 치맛자락을 늘어뜨리고 있는 것과 같다. 봉수대가 있던 정상부에 기암괴석이 알맞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탐진강과 함께 장흥을 상징하는 대명사였다.지금 억불산의 보배는 빽빽한 편백·삼나무 숲이다. 故 손석연(1918~1997) 씨가 1958년부터 심기 시작해, 무려 47만 그루의 편백·삼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그의 노력 덕분에 120㏊의 헐벗었던 산자락은 울창한 숲이 되었다. 이 숲이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다.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편백숲으로 유명해졌고, 수많은 사람이 피톤치드의 향에 취하고자 이 먼 곳까지 수고로운 발품을 마다하지 않는다.억불산 중턱의 며느리 바위숲은 서로 견주듯 하늘로 쭉쭉 뻗은 편백들이 울창하다. 그 사이로 오솔길이 그림처럼 뻗어있다. 편백 톱밥을 깔아놓은 숲길은 푹신푹신하다. 애써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숲길을 앉아 쉬거나 삼림욕을 그만이다. 산림욕장 위로는 억불산 정상까지 길이 이어져 있다. 말레길이다. 3736m의 나무데크길이다. 말레는 대청 또는 마루를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인 ‘말레’에서 비롯했다. 이 길을 걷는 가족들에게 이해와 소통의 장(場)이 되라는 뜻을 담았다. 그만큼 경사가 완만하고 계단이 없어 장애인도 휠체어를 타고 등반할 수 있다. 덕분에 남녀노소 부담 없이 피톤치드에 젖어 산책할 수 있다.억불산 중턱의 거대한 솟대바위 ‘며느리바위’를 지나면 산 중턱의 전망대다. 장흥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30분 정도 더 오르면 정상이다. 남쪽 멀리 천관산, 서북쪽에 월출산, 북쪽에 탐진강이 장흥읍을 관통해 흐른다. 북동쪽으로는 사자산과 제암산이 나란히 붙어 있다. 발아래 능선에는 정남진 천문과학관도 보인다.한승원 문학산책로◇ 문학의 고장 ‘장흥’장흥은 많은 문학가를 키운 고장이다.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쓴 한승원도 이곳에서 나고 성장했으며, ‘축제’와 ‘서편제’ 등 역시나 남도의 정서가 뚝뚝 흘러내리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故 이청준 선생의 고향이기도 한다. 장흥이 자랑하는 문학인의 면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동문학가 김녹촌과 소설가 송기숙·이승우·이대흠·김영남 등을 비롯한 많은 문학가가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등단한 작가만 무려 100명이 넘는다.장흥 문학 여정은 이들 문학가의 흔적과 그들의 작품이 남아 있는 곳들을 따라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회진면 일대다. 신상리는 한승원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로, 슬레이트 지붕을 소박하게 얹은 생가가 어촌 마을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39년 이곳에서 태어난 한승원에게 신상리 마을과 그 바다는 문학의 뿌리 그 자체였다.한승원길진목마을은 이청준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1960년대 중반 문단에 나와 40여 년 동안 우리 소설계를 이끈 선생은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났다. 중편소설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에 “큰 산꼭대기 구룡봉에서 바라본 세상은 끝없이 넓었다. 작은 동산 같은 그의 마을 뒷산 너머로 남해의 푸른 바다가 아득히 하늘로 이어져가고 북으로는 수많은 산이 뿌연 연무 속으로 겹겹이 멀어져가고 있었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진목마을은 이 묘사 그대로다. 마을 앞쪽 동산 같은 산 너머에는 회진 앞바다가 펼쳐지고, 마을 뒤쪽으로 천관산이 버티고 섰다.진목마을에서 빠져나와 서쪽 포구로 가서 이르는 선학동은 이청준의 연작 중 하나인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다. 또 이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의 실제 촬영 무대다. 포구 가까이 가면 촬영 당시 사용했던 주막 세트가 남아 있다. 벌써 세월이 꽤 흐르다 보니 낡고 쇠락했지만, 몽환적인 듯하면서도 투박한 질감이 살아나는 양철 지붕의 건물은 여전히 인상적이다.장흥의 대표적인 보양식 중 하나인 ‘장흥삼합’◇ 육지와 바다를 품은 ‘장흥의 여름 보양식’된장국물에 육질이 부드러운 횟감을 섞어 만든 된장물회장흥을 찾은 또다른 이유는 바로 ‘먹거리’ 때문이다. 드넓은 득량만에서 쏟아져 나오는 갯것과 청정한 들판, 그리고 산의 정기가 듬뿍 담긴 먹거리가 넘쳐난다.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장흥삼합’이다. 비옥한 갯벌에서 자란 키조개 관자와 참나무에서 자란 표고버섯, 그리고 한우가 어우러진 으뜸 보양식이다. 키조개 관자의 부드러움과 표고버섯의 쫄깃함, 한우의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따로 먹을 때 보다 더 깊은 맛을 낸다. 이 맛 제대로 맛보려면 정남진 토요시장으로 가야 한다. 대부분 소고기를 따로 구매해서, 음식점에서 삼합 세팅비를 지급하고 먹는다. 신선한 재료다 보니 너무 익히지 않게 구워서 쌈장이나 양념 채소에 곁들여 먹으면 강하지 않으면서도 넉넉한 풍미가 가득 느껴진다.된장물회은 장흥뿐 아니라 남도를 대표하는 여름철 보양식이다. 전통적으로 담근 된장국물에 육질이 부드러운 횟감을 섞어 만든다. 청양고추의 칼칼한 맛과 된장의 구수한 맛이 잘 어울리고,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보통 농어새끼, 돔, 뱅장어 등 싱싱한 생선을 가리지 않고 넣어 먹지만, 식당에서는 대부분 어린 농어를 재료로 쓴다.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바지락회무침’더위에 입맛도 달아났다면 바지락회무침이 제격이다.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바리락회무침은 씨알이 굵은 바지락에 미나리·표고버섯·양파·고추장·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린다. 매콤한 맛이 식욕을 돋우고,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건강요리로 인기다. 참기름과 김가루가 담긴 그릇에 밥과 회무침을 넣고 비비면 밥 한 공기는 그냥 ‘뚝딱’이다.바다의 보양식 중 으뜸은 바로 갯장어다. 장흥의 남쪽 안양면 여다지해변은 갯장어가 많이 잡히는 곳 중 하나다. 장흥에서는 이 갯장어를 주로 샤부샤부로 요리해 먹는다. 보통 ‘하모샤부샤부’라고 한다. 하모는 갯장어를 뜻하는 일본어 ‘하무’에서 유래했다. 대추와 당귀, 엄나무를 넣고 육수는 삼계탕 육수보다 진하다. 여기에 표고버섯, 부추 등 채소를 넣고 갯장어를 살짝 데쳐 간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에 오래 머문다.갯장어샤부샤부◇여행메모△가는길= 호남고속도로 타고 가다 장흥IC에서 나와 29번 국도로 가거나,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목포~광양 간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장흥IC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KTX나 SRT를 이용한다면 광주나 나주에서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장흥까지 가야 한다.△볼거리=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짜릿한 정남진장흥물축제가 27일부터 8월 2일까지 7일간 탐진강 수변공원과 편백숲 우드랜드 일원에서 열린다. 거리퍼레이드 ‘살수대첩’은 28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진행하고, 27일부터 매일 오전과 오후에는 한 시간씩 탐진강변에서 지상 최대의 물싸움이 펼쳐진다. 장흥의 고유 민속 문화인 고쌈줄다리기도 수중에서 열린다. 28일부터 8월 2일까지 매일 오후 3시에는 맨손물고기 잡기가 열린다. 최대 2000여 명이 동시 입장해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게임이다. 여기에 뗏목·수상자전거·카누/카약·바나나보트 등 탐진강을 둥실 떠다니며 여름을 즐길 갖가지 탈 거리도 즐비하다.억불산 중턱에는 전망대와 나무벤치가 있어 산행객들이 쉬어갈 수 있다.
- [여행] 백련사 붉은 융단, 다산도 춘심에 물들다
- 백련사 사적비에서 서쪽에 자리한 허물어진 행호토성 너머로 펼쳐진 동백 숲에는 지금쯤 붉은 동백꽃이 융단처럼 깔려 있다.[전남 강진=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숲 그늘이 붉다. 깊고 넓은 푸른 숲속에 선홍빛 꽃이 노을처럼 깔렸다. 멀리서 보면 초록빛 숲 그늘에 깔린 붉은 융단 같고, 가까이서 보면 화려한 왕관 같다. 동백 이야기다. 그 붉은 꽃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어 전남 강진으로 향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시간이 빚어낸 그윽한 정취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완성한 유배의 땅이자, 진각국사의 혼이 어린 월남사지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와 탄성을 자아내는 무위사를 차치하고라도 고려청자의 혼이 서린 청자도요지이다. 여기에 조선을 해외에 최초로 알린 하멜의 거주지이기도 하다. 이 뿐이랴. 멋과 운치를 완상할 수 있는 비밀의 정원 ‘백운동 별서정원’, 강진만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갈대숲’, 해풍을 벗 삼은 드넓은 ‘차밭’에 이르기까지 강진에서는 숨 쉴 겨를이 없을 정도다. 수백 수천년의 시간아 켜켜이 쌓인 곳이 바로 강진이다. 백련사 입구 동백숲 길 양쪽으로 동백꽃이 카펫처럼 깔려 있다◇비장하면서도 처연한 백련사의 ‘동백’첫 방문지는 백련사다. 도암면 만덕리 만덕산에 자리하고 있다. 강진읍에서 다산초당이 있는 귤동마을 약 1.2km 못 미쳐서 길 오른쪽 백련사 표지판과 함께 외딴길 사이로 난 시멘트길을 따라 올라가면 백련사 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부터 동백나무 숲이 이어지는 데 이 숲을 따라가면 백련사에 이른다.백련사는 통일신라시대 고찰이다. 과거 만덕사로 불렸다. 신라 문성왕 1년(839년)에 무염선사가 창건했다. 무염선사는 선종 구산선문 가운데 충남 보령의 성주산문을 새로 세운 스님이다. 이후 절이 없어지고 터만 남았는데, 고려 후기 무신정권 시절에 요세(1163~1245)가 창건했다. 백련사는 국사를 많이 배출한 사찰로도 유명하다. 오세를 시작으로 고려시대 120년간 총 8명의 국사를 배출했다. 조선시대에도 8명의 큰 스님을 배출하는 등 명성을 이어갔다. 지금도 당시의 위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사찰 맨 앞으로는 만경루가 있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대웅보전과 명부전, 칠성각, 응진당이 나란히 남향으로 앉았다.백련사 대웅보전백련사에서 빼놓지 말고 봐야 할 것 중 하나가 대웅보전이다. 전남 유형문화재 제136호인 대웅전은 조선 영조 때 화재를 입은 후 다시 세워진 건물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다포집으로, 기둥이 지붕 무게를 감당하기 겨운 듯 네 귀퉁이에 활주(活柱)를 받쳐 놓았다. 사실 이 대웅전은 건물보다 현판 글씨 구경이 앞선다. ‘대웅’‘보전’이라고 두 쪽으로 나뉘어 걸려 있는 현판이다. 동국진체를 완성한 원교 이광사의 글씨로 무게감이 남다르다.또 하나는 백련사 사적비다. 보물 제1396호다. 명부전을 지나 북서쪽 빈터에 자리하고 있다. 사적비에는 숙종 7년(1681)에 당시의 홍문관 수찬이었던 조종저가 지은 비문이 새겨져 있다. 사실 비석의 비문보다 아래위 돌거북과 머릿돌이 더 가치가 있다. 비석은 조선 숙종 때 것이지만, 아래 돌거북과 머릿돌은 고려시대 것이다. ‘만덕사지’에 따르면 원래 이곳에는 고려의 문필가 최자가 비문을 지은 원묘국사 부도비가 있었다. 그 비신이 언젠가 훼멸 되었고, 이후 돌거북과 머릿돌만 남았다가 다시 이렇게 사용한 것이다. 고려 돌거북은 점잖게 수염을 늘어뜨리고, 두 눈을 부릅뜨고 아래윗니를 맞물고 있다. 여의주를 물고 있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백련사 서쪽 너머의 동백숲에는 단정한 부도 4기가 자리하고 있다백련사는 동백숲으로도 유명하다. 절을 에워싸듯 15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모두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되어 있다. 절 앞의 숲도 대단하지만, 백련사 사적비에서 더 서쪽으로 가서 허물어진 행호토성 너머로 펼쳐지는 동백 숲이 진짜다. 이곳의 동백나무들은 해묵어서 둥치가 기둥만큼이나 굵다. 잎이 짙어 침침한 숲속 여기저기에는 단정한 부도 네기가 흩어져 있다. 3월 말을 전후로 꽃필 철이면 이 동백숲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동백꽃이 한꺼번에 피어오르고, 떨어져 황홀할 정도다. 울창한 숲속 평지에 붉은 융단처럼 깔린 동백은 아름답다 못해 처연하기까지 하다.백운동 별서정원 동백나무 아래 동백꽃들이 붉은 융단처럼 떨어져 있다◇월출산이 아래 숨겨진 비밀 정원 ‘백운동 별서정원’월출산이 숨겨둔 비밀의 정원이다. 담양 소쇄원과 보길도의 부용동과 함께 호남 3대 원림으로 불리는 백운동 별서정원이 그 주인공이다. 성전면 월하리 안운마을 백운계곡에 자리잡고 있백운동 별서정원 앞 정자로 오르는 계단에도 동백꽃이 붉은 카펫처럼 깔려 있다다. 강진읍에서 무위사 방향으로 20분 정도 가면 닿는다. 한적한 안운 마을을 지나 백운동 계곡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작은 동산이 눈앞에 있다. 입구에서 동백과 돌담을 지나는 작은 소로를 지나다 보면 밀림 같은 숲이다. 계곡은 월출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계류를 이루고 지나며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단풍나무, 비자나무, 팽나무 등이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어 낮에도 어둑하다. 밀림 같은 계곡 입구를 막 지나다 보면 ‘백운동’이라 쓰여 있는 바위가 나타난다. 비밀의 정원의 입구다. 정원 주위에는 이미 봄 기운이 가득하다. 정원 주위에는 붉은 꽃을 떨구고 있는 아름드리 동백숲이 어둑하고, 담 밖으로는 물길을 끌어들여 만든 계곡의 물소리가 청아하다. 이 계곡을 따라 동백나무와 대나무, 비자나무 등 상록수림의 원시림처럼 숲이 빼곡하다. 이 깊은 숲에 백운동 별서정원이 숨어 있다.좁은 동백나무 숲길을 따라 걷는다. 붉은 꽃길을 따라 걷다보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얽혀 세월을 가늠키 어려운 나무와 계곡, 처서가 나온다. 집 안에는 계곡의 물이 흘러들었다가 빠져나가는 유상구곡이 있다. 백운동 별서정원 좁은 계곡사이로 흐르는 동백이 정원의 주인은 조선 중기의 처사 이담로(1672~?)다. 그가 말년에 둘째 손자 이언길(1684~1767)을 데리고 들어와 은거하며 짓고 가꿨다. 월출산의 암봉인 옥판봉 아래 세 칸짜리 초가를 짓고, 마당에는 계곡물을 끌어들여 아홉 굽이 물길을 만들었다. 기기묘묘한 바위는 그대로 두고, 주위에는 100그루의 홍매화를 심었다. 이 정원은 다산 정약용에 의해 더욱 빛을 발한다. 다산은 이담로가 정원을 만든 지 100년쯤 지난 뒤에 유배 중에 다녀갔다. 다산은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 등반을 바치고 백운동 정원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산의 막내 제자가 정원의 주인 이담로의 6대손이란 인연 덕이었다. 당시 다산은 백운동 정원의 아름다움에 단번에 매료됐다. 이에 다산은 정원 주변의 빼어난 풍경 12곳을 정해 ‘백운동 12경(景)’을 정하고, 초의선사를 불러 백운동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자신의 친필 시를 한데 묶어 ‘백운첩’으로 남겼다.이후 이 정원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멀어지며 방치되었다. 허물어진 담과 쓰러져가는 농가는 그곳이 정원이었다는 사실조차 믿을 수 없게 했다. 그러던 것이 정원 발굴과 복원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다산이 남기고 간 백운첩을 근거로 재현했다. 아쉽게도 과거의 모습을 완벽하게 다시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당시 12경의 한 자락을 느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지금 백운동 별서정원에는 다산이 보지 못한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다. 바로 동백이다. 여기 백운동 정원의 동백은 다른 곳의 동백과는 좀 다르다. 꽃잎이 두껍고, 꽃이 크다. 색감도 훨씬 짙다. 계곡 사이로 동백이 흐른다. 마치 꽃배를 띄운듯하다. 좁은 계곡사이로 흐르는 동백꽃은 그 자체만으로도 순수하고 아름답지만, 때로는 물에 젖은 모습이 더 청초하면서도 매혹적이다.강진다원에서 백운동 별서정원으로 내려가는 길◇여행메모△가는길=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천안분기점에서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논산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까지 간다. 동림IC를 조금 못 가서 나주로 나가는 길로 빠진다. 이후 나주-영암-강진 표지판을 보고 따라가면 된다. 고속철도(KTX)를 탄다면 나주역에서 내려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먹을곳= 강진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강진한정식과 회춘탕, 그리고 탐진강을 오르내리며 살을 찌운 짱뚱어 등 지역민들보다 외지인들에게 더 이름값을 자랑한다. 강진한정식은 강진군도서관 인근에 전문점 있다. 대표적인 곳이 ‘다강’과 00이다. 중앙로의 ‘하나로식당’은 회춘탕 원조식당이다. 소금을 한 톨도 넣지 않고 12가지 한약재를 1시간 이상 푹 고아서 담백하게 우려낸 국물에 문어와 전복, 닭을 넣고 끓여 낸다. 강진만의 갯벌을 누비는 짱뚱어로 만든 짱뚱어탕은 ‘동해회관’과 ‘000’이 유명하다.△잠잘곳= 강진의 푸소(FU-SO) 체험 운영농가에서 숙박할 것을 추천한다. 푸소(FU-SO)는 ‘필링-업(Feeling-Up)‘과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이다. 푸소는 ‘덜어내시오‘라는 뜻의 전라도 방언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버리라는 뜻이다.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훈훈한 농촌의 정과 감성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120곳의 푸소 체험 운영농가가 참가하고 있다. 1인당 5만원(1박 2일 기준)이다.한상 가득 차려지는 강진한정식회춘탕
- [여행팁] '꽃길만 걷자' 산·들·하늘·바다가 물들다
- 대저생태공원(사진=부산관광공사)달맞이길(사진=부산관광공사)부산시민공원오륙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봄꽃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동백은 수줍게 웃다가 뚝뚝 떨어지고, 개나리는 노란 손을 귀엽게 내민다. 진달래는 온천지를 마치 활활 불태우는 듯하다. 여기에 벚꽃은 상춘객의 애간장을 녹인다. 촌철살인으로 마음을 앗아갔다가 한순간에 사라져서다. 부산의 4월은 본격적인 봄꽃시즌이다. 산과 들을 하얗고, 노랗게,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짜 봄이 온 것이다. 부산관광공사는 ‘부산 봄꽃 명소’를 4월의 테마로 달맞이길 문탠로드, 오륙도 해맞이공원, 대저생태공원, 부산시민공원을 추천 관광지로 선정했다.달맞이길(사진=부산관광공사)◇달빛 머금은 벚꽃이 푸른 바다 위에 비추다 ‘달맞이길 문탠로드’부산의 벚꽃놀이는 골라서 가는 맛이 있다. 끝 간데없이 펼쳐진 연분홍 꽃길을 보려거든 온천천으로 가 보는 게 좋다. 화려한 부산 야경을 한 몸에 품고 터져버린 벚꽃 언덕길을 걸으려거든 황령산으로 가야 하고, 유장하게 흐르는 강변을 따라 ‘휘이익’ 날리는 꽃바람을 맞고 싶거든 삼락공원을 찾아야 한다.달빛 은근히 머금은 벚꽃을 푸른 바다에 비추려거든 달맞이고개로 가야 한다. 예부터 이곳은 푸른 바다, 백사장, 동백숲, 소나무숲이 어우러진 절경으로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이자, 부산팔경의 하나였다. 특히 해운대 달맞이 고개와 청사포에서 바라보는 ‘달맞이길 월출’은 대한팔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고갯길을 가로지르는 길이 바로 달맞이길다. 부산의 몽마르트라고도 불린다. 굽잇길이 15번 나온다 해 15곡도(曲道)라고도 한다. 벚나무와 송림이 울창하게 늘어선 8km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다. 해운대구 미포오거리에서 송정터널에 이르는 길로, 밤 달빛 아래 벚꽃의 향연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해마다 4월이면 이 길을 따라 일렬로 서 있는 벚나무에서 꽃비가 내린다. 특히 저녁 달빛과 벚꽃이 조화를 이뤄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달맞이길 내 조성한 순환산책로가 ‘문탠로드’다. 길이는 2.5km. 넉넉잡아 한 시간 코스의 산책길이다. ‘문탠’의 뜻은 달빛을 즐기라는 의미다. 마포 육거리의 남부선 철길을 지나 달맞이길 입구에 이르면 문탠로드 주차장이 있다. 도보꾼들을 위해 만든 주차장이다. 이곳이 들머리다. 여기서 바다전망대~달맞이 어울마당~해월정~달빛 나들목으로 이어진다. 문탠로드는 총 4코스로 이뤄져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달빛 맞으러 가는 길인 ‘달빛 꽃잠길’(0.4km), 은은한 달빛 속에 마음을 정리하는 길인 ‘달빛 가온길’(0.4km), 달빛에 몸을 맡겨 새로운 나를 만나는 길인 ‘달빛 바투 길’(0.7km), 나와 달빛이 하나 되는 길인 ‘달빛 함께 길’, 아쉬움에 다시 오길 약속하는 길인 ‘달빛 만남 길’(0.5km) 등이다.달맞이동산에는 해월정(海月亭)이 있다. 지난 1997년 2월 중에 새로 건립한 달맞이 정자 해월정은 옛날 정자식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운치를 더한다. 2000년 1월에 설치한 새천년기념시계탑도 유명하다. 새로운 세기로 진입하는 문의 이미지를 담아, 과거의 시간을 지나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입구를 표현하고 있다. 그 밖에 청사포·달맞이길 어울마당이 해안가에 있으며, 맞은편으로는 카페촌·화랑가·레스토랑들도 있다.대저생태공원(사진=부산관광공사)◇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유채꽃 명소 ‘오륙도 해맞이공원, 대저생태공원’노란 꽃들이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유채꽃은 여행자들의 지친 심신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봄의 전령이다. 4월 부산은 유채꽃이 절정을 맞는다. 부산을 대표하는 유채꽃 명소는 남구 용호동 오륙도 해맞이 공원과 강서구의 대저생태공원이다. 오륙도가 내려다보이는 오륙도 해맞이공원은 2009년 남구가 희망근로사업으로 3만7190㎡ 규모의 꽃단지를 조성했다. 오륙도라는 이름은 안개가 끼는 날이나 밀물일 때는 6개로 보였다가 썰물일 때나 맑은 날은 5개로 보인다 해 오륙도라 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이 바위섬은 가까운 데서부터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으로 나뉘는데 제일 큰 굴섬에는 굴이 있어 천장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은 한 사람 몫의 음료수가 능히 된다. 특히 오륙도 스카이워크 일대가 압권이다.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2013년에 조성했다. 해안절벽 위에 철제빔을 세우고, 그 위에 유리판 24개를 말밥굽형으로 이어 놓은 유리 다리다. 길이는 15m 정도다.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세워진 해안가 절벽의 옛 지명은 ‘승두말’이다. 말안장처럼 생겼다는 뜻이다. 파도가 절벽에 부딪히는 모습을 투명한 유리 다리를 통해 굽어보는 맛이 짜릿하다. 유채꽃의 절정은 해맞이 공원 일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오륙도 스카이워크 뒤편의 산자락에 조성한 작은 공원이다. 공원을 둘러싼 해안 절벽에 노란 유채꽃이 가득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일렁이는 유채꽃이 쪽빛 바다와 기막히게 어우러진다.오륙도최근 몇 년 사이 봄마다 부산지역 사진 애호가들을 불러모으는 출사지가 있다. 바로 2012년 부산 낙동강 유역에 조성한 대저생태공원이다. 이곳 생태공원에는 평일 낮에 가더라도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4월의 대저생태공원은 온통 샛노란 물결이 요동치고 있다. 구포대교 상단과 하단 부지 76만㎡(약 23만 평)에 들어선 전국 최대 규모의 유채꽃 단지다. 강서구 대저 수문에서부터 김해공항 램프 인근까지 길이 7.62km의 큰 규모다. 대략 축구장 100개 크기다. 이 공간을 가득 메운 유채꽃이 마치 끝없이 펼쳐진 노란 바다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진한 꽃향기까지 코끝을 스치면 봄기운이 듬뿍 가슴으로 들어온다.2013년 경남 창녕 유채밭에 1등을 빼앗기기 전까지는 전국 최대규모의 유채꽃 물결을 자랑했다. 특히 다른 곳과 달리 대저생태공원 위를 지나는 구포다리 위에 올라서면 마치 드론으로 유채꽃을 찍는 듯한 사진을 연출할 수 있어 사진가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기도 했다. 꽃길 사이로 다니는 마차와 곳곳에 만들어진 조형물은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소위 ‘작품’을 만들어 줬다.특히 4월의 대저생태공원은 어디를 봐도 눈부신 찬란한 노란빛이다. 말 그대로 4월에는 유채꽃이 만발한다. 바람이 한번 지날 때마다 일렁이는 황금 물결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노란 꽃망울은 마치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소녀의 얼굴을 닮기도 했다. 50대 주부라도 꽃밭 사이 오솔길을 걷다 보면 수십 년 세월을 거슬러 여고생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부산시민공원◇100년 만에 부산시민 품으로 돌아온 ‘부산시민공원’부산시민공원은 최근 부산시민들이 즐겨 찾는 봄꽃 명소다. 2015년 5월 재단장해 재개장했다. 사실 이 공원은 아픈 역사를 가진 곳이다. 1910년 일제에 의해 국권이 빼앗겼을 당시, 부산 부산진구 범전동 일대는 일본군에 의해 승마장과 일본 군대 훈련장과 야영지로 사용했다. 1945년 광복 이후에도 이곳은 여전히 우리 땅이 아니었다. 1948년 정부 수립 후에는 유엔 산하 기구가 사용했고, 1950년 한국전쟁 당시부터 2006년까지는 주한미군 부산기지사령부 산하 하야리아 부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이 부산 시민 품으로 돌아온 시기는 무려 100년이 지난 2010년이다.부산시는 근현대가사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을 역사와 문화를 간진학 도시공원으로 탈바꿈할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인 공원화 작업에 착수했다. 4년이라는 시간 뒤 2014년 5월 ‘비옥하고 풍족한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쌓이는 충적지’라는 기본구상 아래 ‘기억, 문화, 참여, 자연, 즐거움’이라는 5가지 주제를 담은 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공원은 워낙 넓어서 대충 훑어만 봐도 최소한 2시간 이상 걸린다. 방문자센터에서 공원안내지도를 받아서 돌아보는 게 효과적이다. 방문자센터는 남 1문과 남2문 사이 거울 연못에 위치하고 있다.총면적은 47만 3279㎡. 98종 85만여 그루의 나무가 심겨 있다. 주요 시설로는 기억의 숲길, 문화의 숲길, 즐거움의 숲길, 자연의 숲길, 참여의 숲길 등 4개의 숲길이 들어섰다. 여기에 부전천 수변 산책로, 전포천 친수 공간, 랜드마크 폭포, 잔디광장, 참여의 벽을 비롯해 공원역사관, 보존건축물, 기존 건축물 흔적의 피크닉장, 보존 헬기장, 역사의 길, 기억의 벽, 굴뚝 정원, 기억의 기둥, 진입부 등 광장 5개소, 분수 94개소, 어린이 놀이시설 9개소, 도심 백사장, 소나무 군락과 초화사면, 생태 통로 등 각 테마에 맞는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부산시민공원의 4월은 부산시민들의 봄나들이 명소 중 하나다. 부산시민공원에는 다양한 봄꽃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홍매화를 시작으로 목련, 유채꽃, 왕벚나무꽃, 영산홍 등이 줄지어 피어오른다.
- [여행] 월출산 자락에 밴 다산의 묵향과 차향에 취하다
- 전남 강진의 백운동 별서정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월출산 밑으로 넓게 펼쳐진 강진다원의 차 밭 정경이 장관을 이룬다.백운동 별서정원으로 가는 길은 드넓게 펼쳐진 강진다원의 차 밭 정경이 장관을 이룬다. .[전남 강진=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국의 차 문화는 언제쯤 시작되었을까. 기록상으로는 신라시대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문무왕이 가야의 시조 김수로 왕의 제사에 차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고려시대에 널리 민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불교와 함께 급격히 쇠퇴했다. 조선 후기 들어 비로소 대중적인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그 중심에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이 있다. 다산은 초의(草衣) 의순(1786~1866), 그리고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와 함께 조선 후기 차 중흥기를 이끈 인물로 꼽힌다. 이들 중 으뜸은 다산이다. 초의는 다산에게서 차를 배웠고, 추사는 차 보다 서예로 더 이름을 날렸다. 다산의 남다른 차 사랑은 전남 강진 땅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동시에 수많은 ‘뒷이야기’를 남겼다. 다산의 흔적이 차향처럼 그윽하게 베여있는 강진으로 향한다. 만덕산 기슭에 자리잡은 다산초당. 이곳은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기간 중 10여년 동안 생활하면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500여권의 책을 저술한 곳이다.◇ 만덕산 기슭에 자리한 다산의 유배지 ‘다산초당’만덕산 기슭에 자리잡은 다산초당 가는길 중간에 있는 뿌리길.강진읍에서 남서쪽을 향해, 구강포 서쪽 길모퉁이를 끼고 비스듬히 내려오면 도암면 만덕리 귤동마을이다. 이 마을을 병풍처럼 휘감고 있는 만덕산 기슭에 바로 다산의 유배지이자, 다산학의 산실인 ‘다산초당’이 있다. 다산(茶山)은 차나무가 많았던 만덕산의 별명. 정약용의 호 ‘다산’도 여기서 따왔다. 다산은 장장 18년에 걸친 강진 귀양살이 가운데 다산초당에서만 10년을 지내며, 언제 끝날지 모를 귀향살이를 한겨울 동백꽃처럼 학문과 사상을 붉게 피웠다.마을을 지나면 다산초당을 향해 가는 숲길이 이어진다. 돌계단을 오르면 대숲이다. 대숲의 서걱거리는 소리를 동무삼아 걷다보면 원시적인 야성미를 느끼게 하는 길을 만난다. 수백살 먹은 소나무 뿌리들이 땅위에 온통 얽혀 있다. 200여년 전 다산도 이 뿌리들을 밟고 묵묵히 올랐을 길이다. 그는 생치기투성이 손을 내밀어 땅을 움켜진 뿌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가파른 길을 오르면 다산초당이 묵직하게 서 있다. 초당은 여전히 와당(瓦堂)이다. 원래 작은 초가였는데, 허물어진 것을 1957년 다시 지으면서 기와를 덮은 것이다. 초당 양 옆으로 역시 기와로 이은 동암과 서암, 그리고 좀 떨어진 산머루에 천일각이 있다.만덕사 기슭에 자리한 다산초당의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여기저기서 집자해 만들었다.다산이 거주하기 전에는 해남 윤씨 가문에서 산정(山亭)으로 쓰던 곳이다. 윤선도를 배출한 해남 윤씨와 다산은 먼 친척뻘이다. 다산의 모친이 바로 그 집안 출신이다. 유배 중이라 하더라도 핏줄을 외면하기 힘들었을 터. 주막에서 유배를 시작한 다산이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서야 비로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초당에 걸린 ‘다산초당’ 현판과 동암에 걸린 ‘보정산방(寶丁山房, 정약용을 보배롭게 모시는 산방)’ 현판은 모두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새긴 것이다. ‘다산초당’ 현판은 추사의 글씨를 여기저기서 집자해 만든 것이지만, ‘보정산방’은 추사가 직접 쓴글이다. 동암에는 다산의 글씨를 집자한 ‘다산동암’이라는 현판도 함께 걸려 있다.다산초당 마당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넓은 돌 ‘다조’는 다산이 찻물을 끓여먹었던 차 부뚜막이다.◇ 유배지에서 차를 배우고, 친구를 얻다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다산유배길’ 끝자락에는 수백년 나이를 먹은 동백숲이 우거져 있다.다산의 흔적들도 여기저기 남아있다. 초당 마당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넓은 돌은 다산이 찻물을 끓였다는 ‘다조(茶俎·차 부뚜막)’다. 뒤뜰에는 가뭄에도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는 샘 ‘약천’이 있다. 다산은 이 물로 차를 끓였다. 왼편 산비탈로 올라가면 다산이 바위에 손수 쓰고 새겼다는 ‘정석(丁石)’이라는 글자를 볼 수 있다. 한 획 한 획에서 옛 사람의 고독을 읽는다. 오른쪽에는 연못 ‘연지석가산(蓮池石假山)’이 있다. 연못 한가운데 돌로 산을 쌓고 대롱으로 폭포도 만들어 놓았다. 이 네 가지가 이른바 ‘다산사경(茶山四景)’이다.다산은 강진 땅에 유배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차를 마셨다. 유배 중 얻은 병 때문에 차를 찾았는데 때마침 강진 만덕산 백련사에서 야생차를 발견하는 행운을 얻는다. 다산초당과 백련산의 거리는 지척(800m)이다. 당시 다산은 아암(兒菴) 혜장이 대흥사에서 백련사로 건너와 머물며 다산을 만나려고 애를 쓴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신분을 감춘 채 백련사로 놀러가 한나절 대화를 나눈다. 둘은 급격하게 친해졌다. 이후 다산은 혜장에게 주역을 가르쳐 주면서 사제관계를 맺는다. 또 차를 만드는 법도 혜장과 백련사 승려들에게 알려준다. 다산이 혜장선사를 만나러 간 백련사. 신라 말에 창건해 1211년 원묘국사 유세가 중창했다.다산이 혜장을 만나러 가던 길이 바로 다산유배길이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넘어가는 800여 미터의 길이다. 걸어서 30분 남짓이지만 동백나무와 차나무가 서로 어울려 짙은 향기를 뿜어댄다. 동암을 거쳐 천일각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간다. 천일각은 다산이 초당에 거주할 때에는 없었던 정자다. 정자에 올라서면 강진만이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다산 또한 이 언덕에서 바다를 자주 바라보았을 것이다. 백련사 인근에는 야생차나무와 수백 살은 족히 넘었을 동백나무 1000여 그루가 있다. 겨울 중턱임에도 볕 좋은 몇 그루에는 동백꽃이 고개를 내밀고 봄이 어디쯤 왔는지 가늠하고 있다. 동백나무 숲을 지나면 백련사다. 신라 말에 창건해 1211년 원묘국사 요세가 중창했다. 원래 산 이름을 따 ‘만덕사’라 했지만, 현재는 ‘백련사’로 부르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8대 국사를 배출해 전국에서 으뜸가는 명찰로 알려졌다. 호남 3대 정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백운동 별서정원의 정경. 백운동이란 ‘월출산에서 흘러 내린 물이 다시 안개가 되어 구름으로 올라가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조선중기 처사인 이담로가 조영한 정원이다.◇호남 3대 정원 ‘백운동 별서정원’백운동 별서정원으로 들어서면 동백터널이 짙은 숲그늘을 만든다.다산의 흔적은 백운동 별서정원으로 이어진다. ‘호남의 3대 정원’이라 일컫기도 한다.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부용동과 견줄 만하다는 것이다. 이곳은 400여 년 전 선비 이담로(1672~?)가 말년에 둘째 손자 이언길(1684~1767)을 데리고 들어와 가 은거하며 짓고 가꾼 별장이자 정원이다. 월출산의 암봉인 옥판봉 아래 세 칸짜리 초가를 짓고, 마당에는 계곡 물을 끌어들여 아홉 굽이 물길을 만들었다. 기기묘묘한 바위는 그대로 두고, 주위에는 100그루의 홍매화를 심었다. 이담로는 세상을 뜨며 ‘평천(平泉)의 경계’를 남긴다. 이는 당나라 때 재상 이덕유가 그의 별서인 평천장을 두고 자손에게 “절대로 남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당부해 나온 말이다. 백운동 별서정원은 세기가 4번 바뀌는 동안 아들에서 손자로 12대째 이어졌다. 이곳은 이담로 당대부터 명원(名園)으로 손꼽혔다. 5대 동주(主) 이시헌은 강진에 유배와 있던 다산 정약용의 막내 제자가 됐다. 정약용은 이곳을 방문한 뒤 ‘백운동 12경’을 명명하고 1경 옥판상기(玉版爽氣·옥판봉의 상쾌한 기운)부터 12경 운당천운(穿雲·운당원에 우뚝 솟은 왕대나무)까지 그 아름다움을 시로 읊었다. 다산은 자신을 스승처럼 섬긴 초의선사에게 백운동 뿐 아니라 다산초당까지 그리게 한 뒤 합쳐 백운첩(白雲帖)을 남겼다. 백운동과 다산초당 중 어느 곳이 더 아름다운지 겨뤄보려 한 것이다. 초의선사가 그린 백운동도별서 마당에는 유상곡수(流觴曲水·술잔을 띄울 수 있도록 만든 구부러진 물길)가 굽이친다. 월출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정원 마당으로 끌어와 한 바퀴 돌아가도록 설계했다. 민간 정원에 유상곡수가 남아 있는 곳은 이곳뿐이라고 한다. 이 정원은 호남 지역 차 문화의 산실로 꼽힌다. 다산의 차 관련 편지와 한국 최초의 차 전문 저작인 ‘동다기’ 등이 여기서 발견했다. 현재의 백운동 별서정원의 건물은 백운동 12경의 그림을 근거로 재현한 것으로, 과거 자연과 인공을 적절히 배합한 배치와 짜임새 있는 구성까지 완벽하게 다시 만들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먹을수록 젊어진다는 ‘회춘탕’◇여행메모△가는길=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천안분기점에서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논산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까지 간다. 동림IC를 조금 못 가서 나주로 나가는 길로 빠진다. 이후 나주-영암-강진 표지판을 보고 따라가면 된다. 고속철도(KTX)를 탄다면 나주역에서 내려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먹을곳= 강진군도서관 인근의 강진한정식전문점 ‘다강’은 살이 꽉찬 싱싱한 꽃게를 구입해 배, 사고, 다시마 등으로 고아낸 육수와 간장이 더해진 단맛나는 간장게장이 일품이다. 강진읍 중앙로의 ‘하나로식당’은 회춘탕 원조격인 곳이다. 소금을 한 톨도 넣지 않고 12가지 한약재를 1시간 이상 푹 고아서 담백하게 우려 낸 국물에 문어와 전복, 닭을 넣고 끓여 영양은 물론 식감이 아주 좋다. 읍내의 동해회관은 강진만의 갯벌을 누비는 짱뚱어로 만든 탕이 유명하다.△잠잘곳= 강진의 푸소(FU-SO) 체험 운영농가에서 숙박할 것을 추천한다. 푸소(FU-SO)는 ‘필링-업(Feeling-Up)’과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이다. 푸소는 ‘덜어내시오’라는 뜻의 전라도 방언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버리라는 뜻이다.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훈훈한 농촌의 정과 감성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120곳의 푸소 체험 운영농가가 참가하고 있다. 1인당 5만원(1박 2일 기준)이다.강진 한정식전문점 ‘다강’의 한정식 한상차림 중 대표메뉴 ‘간장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