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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대통령은 파격소통 vs 靑홈페이지는 개점휴업
- 청와대 홈페이지 첫 화면.[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청와대 홈페이지가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국민소통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 홈페이지 기능이 사실상 먹통인 셈이다. 조기 대선의 여파로 두 달 가량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고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겠다”고 강조했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소통을 강조한 것. 문 대통령의 소통행보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절대적이다. 취임 한 달 이후 국정수행 지지율은 무려 80∼90% 사이를 오르내릴 정도다. 14일 이데일리가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청와대 홈페이지 운영은 아쉬운 구석이 적지 않다. 메인화면에는 문 대통령의 취임 한 달을 되돌아볼 수 있는 1분 분량의 홍보물이 있다. 메뉴 구성은 단순하다. 대통령, 뉴스, 미디어, 일자리상황판, 세입·세출예산 운용상황, 청와대 관람 등으로 분류돼있다. 이는 국무총리실이나 기획재정부 등 정부 대부분의 부처 홈페이지에서 민원이나 정책제안을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청와대 홈페이지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는 생생한 여론창구 역할을 해야 할 자유게시판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내각인선, 일자리추경, 정부조직개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논란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찬반 여론을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수렴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역대 정부에서 여론수렴의 최전선이었다. 지난 2008년 5월 이명박정부 취임초 청와대 홈페이지 이른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 따른 광우병 우려로 난리법석이 났다. 청와대 측은 ‘광우병 괴담 10문 10답’을 올리며 대국민홍보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성난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후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2014년 4월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글이 자유게시판에 올라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한 내용에 청와대 홈페이지가 마비되면서 격렬한 논쟁이 일었다. 가깝게는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틀 동안 청와대에 칩거하면서 “불법점거”라는 비난의견이 쇄도한 사례도 있다. 현 청와대 홈페이지는 세부적으로 봐도 허술한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대통령 일정 코너는 취임 한 달이 지난 6월 12일부터 정상 가동되고 있다. 5월 10일부터 6월 11일까지의 일정은 텅텅 비어있다. 주별보기와 월별보기 코너 역시 6월초까지는 아무런 일정이 기재돼 있지 않다. 대통령 일정의 사전공개는 경호상 문제가 있지만 사후공개 여부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이는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5일 국회에서 열린 ‘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좌담회’ 기조연설에서 “대통령의 24시간도 공개하겠다. 대통령의 일과가 국민들께 투명하게 보고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 일정을 시간 단위로 상세 공개하는 미국 등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반면 뉴스·미디어 코너 운영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청와대 보도자료, 대변인 브리핑, 대통령 연설, 대통령 동정 사진 등이 취임 첫날인 지난달 10일부터 빠짐없이 채워져 있다. 다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일정과 의제가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14일 새벽 2시) 이전인 13일 오후 6시경에 버젓이 게재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울러 일자리 상황판의 운영 역시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고용률, 실업률, 취업자수, 비정규직 임금격차, 연도별 경제성장률 등 경제지표 그래픽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문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너무 무성의하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측은 이와 관련, “청와대 홈페이지를 담당해온 업체의 교체 여부를 포함해 새로운 청와대의 비전에 맞춰 ‘국민 소통 플랫폼’으로 전반적인 개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9일 새 정부 출범 30일에 맞춰 청와대 공식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를 공개했다. 청와대는 ‘대한민국이 다시 시작합니다’는 슬로건 아래 ‘TheBlueHouseKR’(대한민국 청와대)이라는 아이디로 SNS를 통해 국민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 김정숙 여사 "文 대통령, 송인서적 부도 마음 아파해"
- 김정숙 여사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책은 우리 사회 지식의 원천이자 문화의 기반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책 읽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출판계 정상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3회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김 여사는 이날 축사에서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송인서적 부도 소식을 접하고 마음을 많이 아파했던 기억이 난다. 좋은 책이 많이 만들어지고 널리 읽힐 때 우리 사회가 성숙한 공동체가 될 것"이라며 "오늘 이 축제가 책을 더욱 가까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축하 메세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애서가로 유명하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과 나는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편"이라고 소개하면서 "책 선물도 많이 받는데 항상 전부 읽는다. 그것이 책을 선물해준 사람과 그 책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책은 저자의 생각과 독자의 상상력을 이어준다. 어제의 지혜와 내일의 희망을 엮어낸다"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이 넓어진다"고 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아울러 "문화체육관광부와 마음으로 참석한 대통령도 (출판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실 것"이라며 "출판인들의 발전이 함께하는 자리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함께 참석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최근 청와대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국문학을 응원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게) 책을 2권 선물했는데 그 후 기적이 일어났다. 선물한 책 두 권이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그 중 한 권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다"며 "두 분이 직접 나서면 출판 르네상스가 다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국제도서전에서 한국 작가의 좋은 작품을 세계에 알리고 세계 각국, 특히 터키와 캐나다의 좋은 작품을 만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이번 도서전의 추최 측인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책 문화 없이 문화강국은 존재할 수 없다"며 "책을 만들고 읽고 파는 사람이 모여 만드는 축제의 장이자 사색과 성찰을 자극하는 경연장으로 변신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출판계는 지원은 받을 수 있지만 통제를 받아서는 안된다. 출판계가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서전을 발전시키고자 한다"고도 다짐했다.한편 김 여사는 이날 축사를 한 뒤 주빈국인 터키와 출판사 은행나무 부스, '서점의 시대' 특별기획전,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부스, '책의 발견전' 특별전 등을 관람했다.변화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도서전은 1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 B1홀에서 이어진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후원한다. 국제관에서는 태국, 캐나다, 이탈리아, 대만 등 총 18개국, 80개사가 참가하며, 국내관에는 출판사 161개사, 서점 23개사, 전자출판 32개사, 기관·단체 15개, 책 예술관 45개사가 참여한다.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최근 청와대 방문 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게 선물한 2권의 책과 글(사진=노회찬 원내대표 트위터).
- 문준용 "대통령 아들? 하루살이 걱정하는 예술가일 뿐"
- 문준용 작가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작업실 입구에 섰다. 아티스트로서 장단점을 묻자 ‘완벽주의’로 퉁친다. 한 작품에 꼬박 한 달이 걸리는 것도 그 때문일 거라고 자체진단을 했다. “난 모험이 좋다. 개척정신도 있다. 소신 같은 게 있어 내 마음대로 하려는 성향도 있다. 그래서 잘 맞는다, 이 분야가”(사진=노진환 기자).[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젊은 예술가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재상가. 한때는 ‘대한민국 철강재 판매 1번지’였던 곳이다. 1960년대 경인로를 따라 철재상이 하나씩 들어서면서 철공소가 800여곳이 밀집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불어온 개발바람은 더 무거운 철근을 들이댔고 이내 동네는 부식한 쇳가루처럼 흩어져 갔다. 철재상을 대신해 이 스산한 공간에 하나둘 모여든 건 가난한 예술가였다. 작업공간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던 이들이 하나씩 정착한 것이다. 누가 봐도 군더더기 같은 묘사가 이처럼 구구절절한 건 뭔가 기대치와 어긋났다는 뜻이다. 그랬다. 이곳에서 좀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 큰 도로 양편으론 길쭉한 건물들이 우뚝 섰지만 한 블록만 들어가면 여전히 쇳내와 소음이 진동하는 공장건물. 그와의 대면은 간판도 없는 2층짜리 낡은 공장을 기웃거리며 입구를 찾는 일부터 시작됐다. “알려주신 주소로 찾아왔는데 들어가는 곳을 못 찾아서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미디어아티스트 문준용(35). 첫 만남부터 평범치 않았다. 미술가의 작업실을 모조리 찾아다닌 건 아니지만 이제껏 중 대단히 인상 깊은, 아니 솔직히 눈에 띄게 허름하고 또 허술한 장소였으니까. 그의 작업실은 건물 위층의 가장 끝방이었다. 66㎡(20평) 남짓 될까. 그는 이 공간을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소개한 2명의 아티스트와 2013년부터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니터 두 대가 올라 있는 책상 앞에서 그는 작업 중이었다. ▲공식 직함대로 ‘미디어아트 전시·모바일게임 출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하루아침에 신분이 바뀌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보던 일 아닌가. 그런데도 그는 아버지가 그런 것처럼 바뀐 신분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숨죽였던 듯 본업에 더 열심이다. 이름 앞에 붙는 공식 타이틀은 두 가지. 미디어아티스트와 게임회사 티노게임즈의 이사다. 최근 이 직함에 걸맞은 두 가지 일을 해치웠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서 연 기획전에 8명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한 것이 그 하나. 다른 하나는 2년 전 공동설립한 게임회사에서 첫 모바일게임 ‘마제스티아’를 출시한 것이다.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라 더했겠지만 그를 향한 관심과 반응은 뜨거웠다. “바뀐 신분이 실감나느냐”라고 대놓고 물었다. 문 작가는 “잘 모르겠다”며 고개부터 가로젓는다. “미술관 전시는 방문객 수로 이어져야 하는데 어쨌든 찾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다. 작품이 궁금한 건지 다른 게 궁금한 건지 명확하진 않지만. 게임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운로드 수나 평가나. 출시 얼마간은 상승곡선을 타게 돼 있어 사실 이후가 중요하다.” 어찌 보면 문준용 작가에게는 ‘기술하는 아티스트’란 수식이 더 잘 어울릴지 모른다. 굳이 예술가라기보다는. 미디어아트의 디자인하고 분석하고 보완하는 작업과정은 게임개발과 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인터랙션이 들어가는 순간 이 과정은 필수가 된다고(사진=노진환 기자).미술관 전시작은 ‘비행’(Flying·2017)이다. 작품과 관람객이 교감하는 인터랙티브 설치작품이다. 두 개의 스크린을 벽면에 열고 키넥틱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한 뒤 율동 이미지로 변환해 투사하는 방식. 그는 동작인식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했다. “2009년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과제로 구상했던 것을 이번 전시용으로 구현했다. 관람객이 마치 활공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관건인 작품이다.” 핵심은 두 사람이 동시에 참여해 만드는 움직임. “원래는 1인용이었다. 3D 가상공간에서 두 사람이 함께 비행하는 콘셉트로 바꾸며 서로의 상호작용을 강조했다.” ▲“기존 예술이 하지 못한 것 추구하려”문 작가의 작품에서 ‘기술’은 중요한 요소다. 기존 예술이 하지 못한 방식을 기술로 추구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그는 눈빛을 반짝였다. “일종의 실험이고 개척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다는 의미다. 기술자가 다루는 기술과 예술가가 다루는 기술이 다를 테니까. 프로그래밍은 전문가 수준이라 꽤 어렵다.” 다만 나아진 환경 덕은 톡톡히 보고 있단다. “나 같은 비전공자도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됐다. 난이도도 떨어졌고 비용도 싸졌다. ‘비행’의 경우 사람의 관절을 감지하는 키넥틱센서를 붙였는데 예전에 몇백 몇천만원이 들었을 것을 이젠 몇십만원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사정이 나아졌다고 해도 대한민국에서 예술을 한다면 짐처럼 얹고 가야 하는 게 있다. 먹고사는 일. 문 작가 역시 그 부분에선 자유롭지 않았을 터. 작품을 팔기도 했느냐는 질문에 “두 점 정도 팔았다”는 대답이 왔다. 경기 가평의 인터랙티브아트뮤지엄이 상설전시하고 있는 ‘확장된 그림자’(2010)가 그중 하나다. 그런데 팔았다고 끝난 일이 아닌가 보다. “한겨울에 야외설치를 했더니 고장이 자주 났다. 그때마다 AS를 하러 달려갔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미디어아티스트로서 겪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그나마 지금은 별탈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단다. “작품값은?” 좀 짓궂다 싶었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잠시 망설이더니 “꽤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들어간 비용이 있으니까. 컴퓨터 프로젝터에 특수부품, 적외선카메라 등 장비만 몇백만원”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젊은 작가의 미디어아트가 잘 팔릴 리가 있나. AS 문제도 있고 기술은 계속 발전하니까 소장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다”며 웃는다. “작품만 열심히 하련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저 실력 있는 작가라는 걸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싶다.” 그간 세상이 폄훼한 ‘작가 문준용’에 대해 제대로 알리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사진=노진환 기자).▲대선 후 부모님 처음 봬…“고생했다 기특하다” 며칠 전 청와대에 다녀왔다고 했다. 지난 대선 이후 처음 뵌 부모님이었다. 당신들 힘들었던 건 아랑곳없이 “고생했다, 기특하다”는 말씀만 하셨다고 했다. 그렇게 많은 일을 어찌 한꺼번에 다 했느냐고. 어릴 적부터 만화·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단다. 그 꿈을 누르고 얌전히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결국 고3 때 터졌다. 미대에 가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당시 부모님의 반응은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았나 보다. 어머니는 ‘결사반대’, 아버지는 ‘묵묵부답’. 지금껏 자식 일에 별로 간섭이 없었다는 부모님의 성정을 볼 때 당시의 그림이 그려지긴 한다. ‘전공은 다른 걸 하고 예술은 취미로 하면’이라고도 하셨고 ‘그나마 순수예술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도 하셨단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전시장을 찾은 부모님에게 “재미있네. 잘해 봐라”는 칭찬도 받았다니. ‘성공한 반항’이었던 셈이다. ▲“유혹에 기웃거리지 않겠다” 팔리는 작품을 만드는 건 그에게도 과제다. 미디어아트가 팔릴 수 있다는 건 관람객을 충실히 배려했다는 거니까. 그래도 지금까지는 괜찮았단다. 먹고살 만 했다고. 비교적 잘 풀린 편이라고. 작품활동만으로 수입이 생겼으니까. 프리랜서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앞으로는? “하루살이라…. 결국 이번에 출시한 게임의 성공여부에 따라 계획이 바뀔 것 같다. 어쨌든 2년여 게임개발에 몰두하느라 놓고 있던 작품활동에는 매진할 생각이다.” 그 외에 한 가지. 지난 대선 때 불거진 ‘채용 특혜’ 논란과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은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고통받은 주위 사람을 위해서란다. “적극 대응해야 할 거란 생각이 든다. 아내와 가족, 친구들이 피해를 보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달라진 건 없다’는 게 소회라면 소회고 ‘다른 유혹에 기웃거리지 않겠다’는 게 각오라면 각오다. “작품만 열심히 하련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저 실력 있는 작가라는 걸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싶다.” 그간 세상이 폄훼한 ‘작가 문준용’에 대해 제대로 알리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그러곤 이어지는 희망사항.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인 게임이 성공해 10명 남짓 회사식구를 굶기지 않길, 2년여 투자한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길, 거기서 힘을 얻어 작품활동에도 매진할 수 있게 되길. 대통령 아들의 소박한 바람이다. 서른다섯 살, 이 땅의 한 젊은이가 바라는 게 이보다 더 요란하다면 그게 이상한 것 아닌가. 문준용 작가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작업실 입구에 섰다. 아티스트로서 장단점을 묻자 ‘완벽주의’로 퉁친다. 한 작품에 꼬박 한 달이 걸리는 것도 그 때문일 거라고 자체진단을 했다. “난 모험이 좋다. 개척정신도 있다. 소신 같은 게 있어 내 마음대로 하려는 성향도 있다. 그래서 잘 맞는다, 이 분야가”(사진=노진환 기자).
- 김정숙 여사, 눈물펑펑…軍 의문사 다룬 연극 '남몰래' 관람
-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6일 군 의문사를 다룬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남몰래 관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18일 대통령 생가인 경남 거제시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을 방문해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가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지난 26일 관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선 후 첫 외부활동으로 김 여사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남몰래 극장을 찾아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군 입대 후 사망 장병들의 유족에 대한 치유연극인 ‘이등병의 엄마’를 관람했다고 연극 주최측이 27일 밝혔다. 주최 측은 이번 김 여사의 관람에 대해 “군 유족이 받은 최초의 국가적 위로”라고 평가했다. 작품을 쓰고 총괄 제작한 인권운동가 고상만 작가는 27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리고 “김 여사님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찾아와 위로해 주셨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에서 4명분의 티켓비용을 내고 누군가 관람하러 오셨다고만 했는데 세 번째 앉은 분이 유독 많이 눈물을 흘리시더라”며 “나중에서야 그분이 영부인(김 여사)인 것을 알았는데 이는 군 유족이 받은 최초의 국가적 위로다. 진심으로 김 여사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주최 측은 김정숙 여사가 공식 일정이 아닌 형식으로 관람한 것에 대해 “연극을 보러온 다른 관객들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며 “연극 관람에 지나치게 정치적 의미를 두고 해석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을 것”이라고도 했다.앞서 고 작가는 지난 18일 이 연극의 프레스콜에서 김정숙 영부인의 관람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김 여사의 연극 관람은 고 씨의 이 같은 요청에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고 작가는 시사회에서 김 여사를 직접 언급하며 “이 연극을 꼭 보셨으면 하는 분이 두 분이 계시다”며 “고통받고 힘겹게 살아가는 (유가족) 엄마들의 손을 잡아주시기를 원하는 심정으로 김정숙 여사를 초청하고 싶고, 이 나라의 국방정책을 책임지는 국방부 위원들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작가에 따르면 매해 병역 의무를 위해 군에 입대하는 약 27만 명 중 한 해 평균 150명이 군 복무 중 숨진다. 이 중 100명 가량은 자살로 처리된다. 고 씨는 군 의문사 조사관으로 활동하던 당시 실제 사건을 글감으로 삼아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직접 썼다. ‘이등병의 엄마’는 한 일병이 상습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다고 지휘관에 보고하지만 무시당하고, 결국 선임병들이 가혹행위로 사망한다. 하지만 이를 자살로 은폐된다는 내용이다. 작품의 절정은 군 의문사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출연하는 후반부다. 어머니가 국방부 앞으로 설정된 무대에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면 무대 벽면에서 아들의 영상이 흐른다. 영상에는 갓 태어난 어린 시절부터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그리고 입대 과정까지 실제 의문사한 이들의 실제 모습이 담겨 있다.지난 19일 개막한 연극 ‘이등병의 엄마’은 박장렬 전 서울연극협회장이 연출을 맡았다. 군의문사 유가족을 비롯해 김담희, 맹봉학, 박찬국, 주선하, 김천, 최지환, 김동수, 정종훈, 권남희, 김지은, 권기대, 이재영, 김대현 등이 출연한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28일까지 공연한다.연극 ‘이등병의 엄마’의 한 장면연극 ‘이등병의 엄마’의 한 장면
- 文대통령, 靑직원들과 오찬…파격소통 행보 가속화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을 갖은 후 청와대 소공원에서 산책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권혁기 춘추관장,문재인 대통령, 이정도 총무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 윤영찬 홍보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파격소통 행보를 가속화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위민2관 직원식당에서 청와대 직원들과 오찬을 갖는다. 문 대통령과 오찬을 갖는 청와대 직원들은 수송부, 시설부, 조리부, 관람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다. 제19대 대통령 취임 첫날인 10일 황교안 국무총리와 오찬을 가진 것을 제외하고는 연이틀 청와대 참모진 및 직원들과 오찬일정을 잡은 것. 문 대통령은 전날에도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윤영찬 홍보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과 오찬을 갖고 경내 산책에 이은 차담회를 가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공식적인 업무나 큰 행사를 제외하고 일상적인 업무는 청와대 참모진이 상주하는 위민관에서 보기로 결정하는 등 국민과 소통하고 열린 청와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 [목멱칼럼]'더불어 사는 엘리트'가 필요해
- [이재원 문화평론가·한양대 겸임교수] “내일 6시에 깨워줘. ” “3866!” 아내에게 다음날 깨워달라고 말하고 잠든 박정우(지성 분)는 차가운 감옥에서 눈을 뜨는 순간 이름 대신 수감번호로 불린다. 최근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의 한 장면이다. 정의감 넘치는 열혈 검사였던 박정우는 하루아침에 아내와 딸을 살해한 피고인이 되어 버렸다. 박정우는 차명그룹 차민호(엄기준 분)가 쌍둥이 형 선호를 죽이고 선호 행세를 한다는 심증을 갖고 대차게 수사를 하던 중이었다. 서울 중앙지검 강력부 에이스에, 무패행진을 이어가던 박정우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에 불타는 검사였다.드라마 속의 검사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다. 현실에서 우리는 또 다른 검사들을 목도하고 있다. 승승가도를 달리던 이들이 피고인이 되거나 된 이들이다. 위세를 떨치던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 우병우,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 등은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특별검사팀의 심판대에 올라 있다. 두 사람 모두 검사 출신으로 정치 행보를 이어갔던 인물이다.검사는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하며 재판을 집행하는 일을 한다. 어떠한 법이 있고 무엇이 범죄인지 잘 알아야 하는 직업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도리어 법을 이용하여 온갖 논란에도 법망을 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기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김 전 실장에게 ‘법꾸라지’라는 별명마저 붙었겠는가.우병우도, 김기춘도, 범죄를 저지르고자 검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병우는 고등학교 시절 ‘정의로운 사회와 부정부패가 없는 국가를 만들겠다’며 법대에 진학하고 싶은 이유를 밝혔다니 당시 포부만은 순수하고 올곧은 마음을 품기도 했을 터. 두 사람 모두 소년등과했다. 대학교 3학년의 나이에 사법고시 제도를 너끈히 통과할 두뇌를 지닌 이들이 사리분별을 못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엘리트로 불린 이들은 교과서의 내용을 숙지하는데는 능숙했을지 몰라도, 교과서 밖의 세상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인격으로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관심, 사회구조에 대한 뼈 아픈 고민 없이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결국 교육의 문제를 다시 성찰해봐야한다. 높은 점수를 빨리 받는 교육이 아니라, 감수성과 회복탄력성을 갖고 사건과 사람을 대할 수 있는 사회성을 가질 수 있는 교육 말이다. 성균관대 유학 동양학과 이기동 교수는 ‘열 살 전에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라’라는 책에서 예전부터 우리가 갖고 있던 함께 사는 방식으로 사회성을 함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남의 고통과 마음을 헤아리는 자세로 더불어사는 것이 사회를 살아가는 중요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공부는 잘 하지만 인성이 부족할 때, 엘리트는 엘리트가 아니라 괴물이 되어 버린다. 검사의 자리든, 고위 공직자의 자리에서 국민에게 영향을 줄 결정을 한다면, 엄청난 무기를 손에 쥔 괴물이 되는 셈이다. 하늘이 준 환경과 능력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엘리트는 괴물일 뿐이다. 다행히 괴물 엘리트만 있는 게 아니어서 희망은 있다. 현실 속 또 다른 검사를 다룬 작품이 있다. 조인성 정우성 주연의 영화 ‘더 킹’에는 조직폭력배와 연결된 소위 ‘정치검사’의 비리를 파헤치는 검사가 활약한다. 이 검사의 모델은 광주 인화학교 아동 성폭행 사건(일명 도가니 사건)의 공판을 맡은 임은정 검사다. 영화 관람 후 임 검사는 감찰을 맡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임 검사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대부분 검사는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비단 엘리트뿐이랴. 가정에서든, 회사에서든, 작더라도 누구나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된다. 리더의 역할을 맡는 엘리트라면, 자신 혹은 최순실보다 국민을 위한다는 책임감과 소명감을 가져야 민초의 삶이 그나마 희망적이지 않겠는가.△이재원 문화평론가·한양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