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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리포트)뛰는 유가, 바빠진 미국 정가
- [뉴욕=이데일리 안근모특파원] 허리케인 리타 위협을 받으면서 미국의 기름값이 다시 뛰고 있다. 리타가 오기 전에도, 카트리나 이전에도 기름값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비싸져 있었다. 휘발유를 넣기가 `고통 스럽다(gas pain)`는 말까지 나온다. . 원성이 비등하자 정치인들이 바빠졌다. 이런 때 침묵하고 있으면 정치인도 아니다. 제대로 한 번 뜰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가격 상한제 하와이주 의회가 이달부터 `도매가격 상한제`라는 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성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하는 가격 가이드라인이라는게 대개 그랬듯이 값을 한껏 올리는 면죄부를 준 꼴이 됐다. AAA에 따르면 21일 현재 하와이주의 무연 보통 휘발유 소매가격은 평균 3.469달러로 미국 평균치보다 25.9% 높다. 일년전, 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26.0% 더 비쌌었다. 한 달 전에는 8% 더 비쌌을 뿐이었다. 석유회사 담합 조사 이제는 비난의 화살이 석유회사로 모아졌다. 민주당 소속의 주지사 8명은 "정유사들이 카트리나로 인한 국가적인 비극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조사를 청원했다. `부당` 여부는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어쨌든 석유회사들이 큰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 최대의 상장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도 순이익이 38% 증가했다. 어떤 언론은 `Gas Pains, Big Oil Gains(국민들이 기름값으로 고통받는 동안 석유 대기업들은 돈을 벌고 있다)`라며 춘향전의 한 대목(歌聲高處 怨聲高)처럼 운율을 만들었다. 미국의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즉각 담합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빌 락카이어는 벌써부터 담합 혐의를 조사해 온 인물이다. 2003년의 경우 캘리포니아 휘발유값에서 차지하는 정제마진의 비중이 14.4%에 달해 다른 주의 평균치인 6%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담합을 입증할 만한 물증(smoking-gun evidence)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석유회사 폭리 환수 폭리는 폭리인데, 불법행위는 아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세금을 더 매겨 환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갤런당 40마일`이라는 친환경 자동차 운동단체가 천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9%가 "유가급등으로 생긴 정유회사들의 `가외수입(windfall profits)`을 세금으로 거둬들여 대체에너지 연구에 쓰자"는 항목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상반된 결과의 조사도 있었다. 금융시장 전문 뉴스채널인 CNBC의 온라인 설문에서는 56%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자도 반대를 찍었다. 돈을 많이 번다고 세금을 더 매긴다면, 적자를 낼 때는 당연히 정부가 돈을 대줘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유회사들로서는 공장을 더 지을 필요를 느끼지 못할 테다. 이런 공세들은 주로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은 카트리나 늑장대응으로 한 방 먹은 부시 행정부를 계속 몰아부칠 호기로 삼고 있다고 한다. 세금 인하 공화당 쪽에서는 전매특허인 `세금 인하`를 들고 나왔다. 정유회사 뿐 아니라 정부도 유가 급등으로 횡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름값이 오르는 만큼 정률로 받는 세금의 수입도 크게 증가하게 되는데, 뉴욕주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세금이 일정액 이상으로는 오르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주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받아들일 생각을 않고 있다. 세금인하로 기름값 부담을 낮춰주면 석유수요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있고, 세금이 줄어든 만큼 정유업체들이 기름값을 더 인상해 뱃속을 채월 수도 있다는, 나름대로 일리 있는 반대논리를 펼치고 있다. 언 발에 오줌 누듯이 이런 저런 응급처방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렇듯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약발을 낼 것 같아 뵈는게 없다. 차라리 3년, 5년, 10년이 걸리더라도 기름값에 휘둘리지 않고 살 수 있게 할 무엇인가를 서두르는게 어떨까. 3년전, 5년전, 10년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죄값은 지금부터 치르기로 하고.
- (오정석의 환율定石)印尼발 외환위기 `기우`일까
- [이데일리 오정석 칼럼니스트] 지난달말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움직임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달러/루피아 환율은 올들어 서서히 상승폭을 늘리며 4월 9700루피아를 기록한 뒤 6월까지 9500루피아선으로 물러났으나 7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재개했다. 중순무렵 9800루피아를 넘어섰고 지난달 22일 1만루피아를 돌파했다. 달러/루피아 환율이 1만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5월 9000루피라로 올라선지 1년 3개월여만이고 2002년 3월 이후 3년 5개월만에 처음이다.지난달말 10775루피아를 정점으로 달러/루피아 환율은 최근까지 10000루피아 부근에서 다소 안정세를 회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제외환시장에서는 루피아화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계속 보내고 있다. ◇ 8월 아시아를 긴장시킨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8월말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 움직임이 일순간 아시아 지역을 긴장시켰다. 바로 97년 이 지역을 휩쓴 전대미문의 외환위기를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루피아화는 97년 당시에도 우연의 일치인지 7월 중순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 이후 8월 말을 기점으로 급락세를 나타내면서 인도네시아에 외환위기를 불러왔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급락세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유가보조금의 지급 급증에서 출발하였다. 물론 유가보조금 지급이 늘어난 것은 국제유가의 끝모르는 상승 행진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현 수준에서 안정된다고 해도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유가보조금으로 140조루피아(약 143억달러)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재정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IMF는 97년 외환위기 직후 인도네시아 정부에 이러한 보조금 지급을 줄일 것을 권고했으나 문제가 불거진 최근까지도 유가보조금 지급은 계속 이어졌고 결국 이것이 다시 화를 부른 셈이다. 루피아화 급락세에 대처하여 인도네시아 정부는 단기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인상했고 외환시장 직접 개입을 선언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전개하여 다행스럽게도 루피아화는 8월말 이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유가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루피아화 폭락이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 사실 유가보조금 지급은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에서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이들 국가에서의 유가 안정과 소비증대에 어느 정도 기여해 왔다. 최근 문제가 불거지면서 아시아 諸 국가들은 유가보조금 지급을 축소 또는 재검토하는 단계에 있지만 이것이 정치 경제적 문제이다 보니 섣불리 결정을 못하고 있다.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가 자국내 정치적 기반을 약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고 소비위축을 불러와 결과적으로 국내 경제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시점에서 보조금을 축소한다는 것은 집권세력에게 있어서 거의 정치적 자살행위가 될 수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 97년같은 위기 확대 가능성 희박 그다지 주목 받는 경제권이 아닌 인도네시아에서의 일련의 사태를 되돌아보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97년 외환위기라는 안 좋은 추억 때문이다. 97년 7월 태국에서 시작하여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거쳐 한국을 급습한 외환위기는 한 국가에서 발생한 위기에 인접한 주변 국가들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전염효과(contagion effect)의 전형을 보여주었고, 최근의 루피아화 폭락은 97년과 동일한 경로를 통해 외환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에 시장에는 아연 긴장감이 감돈 것이다. 일단 97년과 같은 사태가 재발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외환위기라 칭할 정도의 폭락세를 보인 것은 아직 아니고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주변 국가들의 방어능력이 그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향상되었다는 것이 그 근거로 언급된다. 97년 경험에 따른 학습효과도 이제는 가만히 당하고 있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원천으로 작용하는 듯 싶고, 아시아 국가들의 펀더멘탈이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국제투기세력들에게 아직 공격의 빌미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낮춰 준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2067억달러(8월말 현재)에 달하고 있고 그동안 뼈를 깎는 노력으로 금융시장 개혁 및 경제 체질 개선을 어느 정도 완료하였기 때문에 아시아 그 어느 나라 보다도 위기에 대한 내성이 강해졌다고 감히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미리 대비해서 나쁠 건 없다 여러가지 주변 여건을 살펴봤을 때 한국, 나아가서 아시아 지역에 외환위기의 광풍이 다시 휘몰아 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97년과 같은 외환유동성 문제도 전혀 없으며 기업들의 재무적 안정성 제고로 대기업들의 부도 가능성도 제로(0%)에 가깝고 자본유입세가 갑자기 역전될 이유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외환위기라는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쑥스럽기까지 하다. 괜히 불안 심리를 조장하는 것 같아서 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망설여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일말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데, 그것은 바로 외환위기의 역사와 속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97년이 처음이자 (현재까지는) 마지막이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1880년대부터 외환위기를 포함한 금융위기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주기적으로 뒤흔들었고, 70년 1월부터 2002년 2월까지 20개 국가(선진국 포함)에서 발생한 외환위기 횟수가 무려 96회에 달한다는 연구보고서도 있을 정도로 경제학계에 있어서 외환위기는 결코 낯선 용어가 아니다. 또한 외환위기는 펀더멘탈이 악화되었을 때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펀더멘탈과 상관없이 찾아오기도 하며 경제구조가 유사한 인접국가의 위기가 전이되기도 하는 등 그 발생 원인이 다양하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는 등 정형화된 모습을 보이질 않아 예측이 어렵고 그 피해는 우리가 경험했듯이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적으로 라틴 아메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가에서만 발생하는 줄 알았던 외환위기가 92년 EMS 외환위기를 통해 선진국들 역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고 고도성장을 거듭하면서 위기와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었던 아시아 국가들도 97년에 위기에 직접 노출됨에 따라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외환위기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도 확인된 바 이러한 사실들을 상기한다면 과연 우리가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무시할 수 있을 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8년 이라는 시간 동안 위기가 재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외환위기가 2~3년의 기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라틴아메리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위기 관리능력이 우월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배럴당 70달러선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도 60달러대 초반으로 안정세를 되찾았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체력도 양호하므로 외환위기는 당면 현안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앞서 지적하였듯이 외환위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으며 때로는 별다른 징후 없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외환위기가 발발한 지 8년이 지난 지금 이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다시 한 번 살펴 보고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은 결코 시간낭비가 되지 않을 것이다. 위기를 야기할 만한 임박한 위협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8월말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움직임은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고 그것이 다시 위기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서서히 막을 내려가는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over-lending cycle의 종언과 자본유입이 갑자기 중단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선적인 관심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외환위기를 포함한 금융위기는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연구되어 왔고 많은 진전이 있었다. 학계에서는, 60~70년대 라틴 아메리카 외환위기를 설명하기 위한 `1세대 모형`과 90년대 초 EMS 외환위기를 계기로 제시된 `2세대 모형`, 그리고 94년 멕시코 환율불안이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로 전염된 데킬라 위기(Tequila crisis)와 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설명해 주는 `3세대 모형` 등이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예측능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기는 하지만 계량분석을 이용한 외환위기 예측모델도 상당수 나와 있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이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KB선물 투자전략팀장)
- (르포)"개성이 열렸다"..버스 타고 개성 가다
- [개성=이데일리 좌동욱기자] 26일 오전 8시 도라산역 CIQ(출입국사무소). 15대의 버스가 줄지어 DMZ(비무장지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개성. 경의선 도로는 왕복 4차선으로 새로 포장돼 있었다. 북측 방향으로 송악산이 보였다. 전날 폭우가 쏟아진 탓에 시야가 선명했다. 송악산은 병풍처럼 개성을 두르고 있었다 동승한 북측 안내원 김철호씨는 "송악산은 임신한 여인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누워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8시25분. 출입국 절차를 위해 북측 CIQ에서 하차했다. 방북단 중 최고령자인 송한덕(97, 남)씨는 55년만에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다. 개성이 고향인 송 씨는 1950년 12월 1.4 후퇴 때 가족 8명과 함께 남으로 피난 왔다. 큰 형과 조카들은 고향에 남았다. 송씨는 "꿈만 같다"며 "개성 시내가 벌써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최문식(82, 남)씨는 부인인 이필호(78, 여)씨와 아들인 최광남(47, 남)씨와 동행했다. 최 씨의 고향은 황해도 해주다. 최씨 가족은 1.4 후퇴 때 형과 아버지만 남으로 내려왔다. 어머니와 누이동생, 형수, 조카들은 포탄이 떨어지는 통에 함께 내려오다 황해도 해주로 돌아갔다. 최 씨는 "개성에서 차로 1시간이면 해주로 갈 수 있다"며 "죽기 전에 고향 땅에 한발이라도 더 가깝게 가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제일 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눈에 눈물기가 서렸다. 8시 45분. 출입국 절차가 끝났다. 15분쯤 차로 달리니 개성 시내가 나왔다. 70km의 거리를 차로 오는데 2시간 45분이 걸렸다. 개성 시내는 한가했다. 자동차는 거의 볼 수 없었다. 대신 자전거가 많았다. 곳곳에 `위대한 김일성 동지`로 시작하는 표어와 비석이 보였다. 백화점도 보였지만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심야영화를 선전하는 영화관도 눈에 띄었다. 건물은 대부분 3층~5층짜리였다. 이따금씩 10층 이상 고층 아파트도 보였다. 9시 16분. 첫 목적지인 고려 박물관에 도착했다. 북은 고려 시대 최고 교육기관인 성균관을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개성시 인민위원회가 세운 비석에는 "고려 성균관은 972년 창설됐으나 임진왜란 시기 소실돼 1602년부터 8년간 복구됐다"고 설명돼 있었다. 박물관 내 해설원들이 역사와 유물의 이해를 도왔다. 리옥란(40, 여 ★사진 왼쪽) 해설원은 "남측은 물론 중국, 일본, 독일, 오스트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우리 역사를 설명해 왔다"며 "남한 관광객들은 특히 언어가 통해 강의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그녀는 24살에 송도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한 후 15년째 이 일을 해 왔다. 고려 박물관에는 고려시기 역사 유물 1000여점이 전시돼 있었다. 고려시기 역사와 문화도 소개됐다. 박물관에는 익숙한 것과 낯설은 것들이 섞여 있었다. 박물관에 전시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와 고려청자는 친숙했다. 단원 김홍도의 `씨름도`와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의 그림도 눈에 금방 들어왔다. 반면 `노비를 사고 파는 값`이라는 표는 낯설었다. 고려시대 노비들이 소값보다도 싸게 팔렸다고 설명돼 있었다. 리옥란 해설원은 "젊은 여자들은 노비를 재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비쌌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을 관람한 후 선죽교로 향했다. 선죽교는 이방원이 고려 충신 정몽주를 살해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다리는 길이 8.35m, 폭 3.3m로 자그만했다. 다리 밑은 도랑 수준의 개천이 흘렀다. 이 다리는 원래 선지교로 불렸으나 정몽주 사후 참대가 돋았다고 해 선죽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다리 한 켠에 S자로 핏빛 자국이 희미하게 보였다. 북측 안내원은 "정몽주를 기리기 위해 철이 함유된 화강암을 넣어 이런 자국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철이 산화돼 불그스레한 색으로 변했다는 것. 시간이 흐르자 방문객들은 하나둘씩 사연들을 털어놨다. 윤정덕(81, 남 ★사진 중앙)씨는 선죽교에서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 들었다. 55년전인 50년 3월 1일에 찍은 사진이다. 윤 씨는 "선죽교에서 이 사진을 들고 와 사진을 꼭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근엽(83, 남)씨와 최금순(82, 여)씨는 60여년 전 개성 `로맨스`를 털어놔 화제가 됐다. 이씨와 최씨는 43년 개성에서 중매로 만나 44년 개성 북구교회에서 결혼했다. 최씨는 "만월대에 올라 갈대밭에서 어머니 눈치를 보며 이씨를 만나 데이트를 즐기곤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선죽교 인근의 숭양서원에도 올랐다. 이곳은 정몽주의 넋을 모신 곳이다. 97세의 송한덕씨는 100여개의 계단을 기어이 올라가 정몽주의 혼을 기렸다. 점심식사는 선죽교 인근의 자남산려관에서 했다. 북한에서 호텔급으로 평가되는 숙소라고 김철호씨는 귀띔했다. 식단은 우메기, 두부, 잡채, 편육볶음, 개성찰밥, 계란, 나물, 떡 등을 차린 전통 한식이 나왔다. 북한산 맥주인 봉학맥주와 소주인 령통술(25도)도 준비됐다. 접대원 마금향(18, 여)씨는 "우메기는 떡을 기름에 튀긴 뒤 엿물을 적시고 사탕가루를 뿌려 만든 떳으로 개성 전통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식사 후 박연폭포로 향했다. 황진이, 서경덕과 더불어 송도삼절로 불리는 곳이다. 신선들이 산다고 해서 선폭(仙瀑)이라고도 불린다. 북한 지리부문 천연기념물 388호로 지정돼 있다. 천마산의 계곡물이 37미터 높이의 떨어져 내렸다. 전일 비가 많이 온 탓으로 유량이 많았다. 폭포 곁은 유난히 시원했다. 홍성덕 광주시립극국단 단장은 감흥을 못이겨 즉석에서 창을 불렀다. "박연폭포 흘러가는 물은 법사정으로 감돌아 든다...박연폭포 제아무리 깊다해도 우리네 정보다 못하더라" 덩실덩실 춤을 추며 창을 하던 홍 단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손을 잡고 흥을 유도했다. 순간 머뭇거리던 현 회장도 어깨춤을 추며 동참했다.(★사진 오른쪽이 홍 단장)현 회장은 "개성은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7년만에 어렵게 성사된 관광이어서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북측 CIQ에서 출입국 절차를 마친 시각은 오후 5시. DMZ는 약속된 시간에만 넘을 수 있다. 30분을 기다린 후 방문객들은 DMZ로 진입, 남으로 건너왔다.
- (주식Cafe)나의 주식브로커는 하나님
- [이데일리 김대환 칼럼니스트] 여름 휴가철이 다 끝나기는 했지만, 혹 늦은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 해변가에 누워서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 두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 하바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였던 케네스 갈브레이드가 쓴 ‘테뉴어 받은 교수’라는 소설은주식시장의 비밀을 찾아낸 한 교수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에 나오는 ‘테뉴어’라는 말은 정기적으로 재임용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는 교수직을 일컫는 말이다. 대학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게 조교수나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되고 나면 더 이상의 재임용 심사 없이 평생 고용이 보장되곤 한다. 테뉴어를 받고 나서야 교수들은 연구실적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들이 정말로 원하는 연구에 모든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갈브레이드의 소설 속 주인공은 테뉴어를 받기 전까지는 냉장고 가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다가, 테뉴어를 받은 후 여유가 좀 생기고 나서는 냉장고 가격에 관한 이론을 주식시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연구 후 이 교수는 냉장고 가격에 관한 이론을 조금 수정하면 주가를 예측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이 교수가 주가 예측 이론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이 교수의 투자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가 주식 A를 사면 많은 투자자들도 주식 A를 사 들였고, 이 교수가 주식 B를 팔면 많은 투자자들이 좇아서 주식 B를 팔아 치웠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상황에서는 주가 예측 이론이 맞건 틀리건 상관없이 이 교수는 ‘투자의 귀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교수가 주식 A를 사자마자 주식 A에 대한 매도가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에 A의 주가는 치솟게 되고, 이 교수가 주식 B를 팔자마자 주식 B에 대한 매수가 갑자기 늘어나 B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게 된다. 즉 이 교수는 항상 낮게 사서 높게 파는 ‘천재성’을 지니게 된 거다. 교수가 엄청난 투자 수익을 올리자 미 정부의 증권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결국 교수에게 주가 조작 혐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가가 오를 것이란 걸 알고 남들보다 먼저 사고, 주가가 내릴 것이란 걸 알고 남들보다 먼저 팔았다는 혐의다. 증권가에서 쓰이는 용어로 이 교수는 ‘프런트 런닝’을 한 것에 해당된다.소설은 교수가 투자이익금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고 주식투자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정부와 합의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경제학자가 쓴 소설이라 그런지 결말이 좀 밋밋하기는 하다.뉴욕에서 활동하는 컬럼니스트인 크리스토퍼 버클리와 존 티어니가 쓴 ‘나의 주식브로커는 하나님’은 수도승이 된 주식브로커의 이야기다. 고객의 돈을 마음대로 투자하다가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고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 주인공은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승이 된다. 그런데 수도원은 기부금이 줄어들어 큰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었고, 전직 주식브로커인 주인공은 수도원의 재정상태를 개선시킬 것을 주문 받는다. 이 때 수도승의 규율을 따라 성경을 읽던 주인공은 성경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사실은 신이 내려 준 주식 힌트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가령 사과가 떨어진다는 구절이 나오면 애플 컴퓨터의 주가가 떨어지는 식이다. 성경에서 얻은 주식 힌트로 주인공은 큰 돈을 벌게 되고 수도원도 부유해진다. 하지만 자금이 넘치던 수도원은 와인 판매라는 무리한 투자를 하다가 다시 파산 상태에 이르게 되고, 하늘에서 내려준 주식 힌트는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된다. 신의 저주를 받은 것이다. 이 소설은 수도원이 와인 사업을 접고 수도원의 성격에 보다 부합하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끝난다. 수도원의 새로운 사업은 일종의 ‘최고경영자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재무관리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이 두 소설을 읽고 독후감을 써 오라고 했더니 반응이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학생들은 좀 `오버`해서 이 소설을 읽고 주식시장의 작동에 관한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종교적인 학생들은 신에 대한 불경이라며 읽지 않으려 하기도 한다. 그냥 재미있는 책 소개해 줘서 잘 읽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어쨌든 휴가지에서도 주식시장으로부터 마음을 뗄 수 없는 ‘중독성 투자자’들은 해변가에 누워 휴대폰으로 주가를 확인하는 대신에 소설이라도 읽으며 마음을 좀 식히는 것이 휴가의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그냥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는 꿈을 꾸며 잠깐 낮잠을 자는 것도 아주 나쁘지는 않을 듯 싶다.[김대환 불가리아 아메리칸대학 경제학 교수]
- [이경은기자의 쏙쏙 재테크]초고속 인터넷 재계약만 하면 ''누워서 할인''
- [조선일보 제공] 이경은기자 diva@chosun.com <!--E_ARTICLE_AUTHR--><!!--bodystart--><!--S_ARTICLE_CONTS-->초고속 인터넷 약정 할인, 체크해 보셨나요? 얼마 전 신문에서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이 치열한 고객 쟁탈전을 펼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A업체에서 B업체로 옮기면 이용 요금도 깎아주고, 사은품도 듬뿍 준다는 내용이었어요. 무심코 저도 통신비를 확인해 봤는데 월 2만8500원(모뎀료 제외)이었습니다. 케이블TV 등에서 파격가에 제공하는 인터넷 요금보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KT에 문의해 봤죠. 그랬더니 첫 가입시 약정기간을 1년으로 정했기 때문에 2001년부터 지금까지 4년 동안 5% 할인만 받았다는 겁니다. 통신업체는 따로 약정기간 만료를 고객에게 알려 주지 않으며, 고객이 스스로 알아서 약정기간 재계약을 할 경우에 한해 15%까지 깎아 준다는 겁니다. 가령 2004년 1월에 1년 약정으로 시작했으면 2005년 1월이 약정기간 만료입니다. KT메가패스 라이트의 경우, 월 요금은 5% 할인된 2만8500원이죠. 그런데 약정 만료 시점에서 1년 더 사용하겠다는 추가 약정을 맺으면, 10% 할인된 2만7000원으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약정 만료가 되어도 저처럼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음해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요금은 계속 2만8500원이 빠져 나갑니다. 저는 당장 약정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바꿨습니다. 요금은 2만5500원으로, 바로 3000원이 줄더군요. 하지만 갱신을 하지 않은 기간까지 소급 적용은 안 된다고 합니다. 3년 동안 10만원 정도 손해를 본 셈이네요. 하나로텔레콤도 약정 기간별(1~3년)로 할인율이 3%, 5%, 10%로 각각 다릅니다. 약정기간 도중에도 계약 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아울러 이들 회사 모두 약정기간을 채우지 않고 해약하게 되면, 기존에 받았던 할인액은 모두 토해내야 하니 유의하세요.
- `9만9천원` 제주도 여행상품 어떨까?
- [edaily 피용익기자] 9만9000원에 제주도를 2박3일 여행할 수 있는 여행상품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소개된 제주도 여행상품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캉스여행사는 2일 "지난달부터 9만9000원에 제주도를 여행할 수 있는 `제주 타이타닉 투어` 여행상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주5일 근무제 실시와 항공료 인상 등에 따라 뱃길을 이용한 저비용의 제주 관광 여행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캉스여행사가 내놓은 초저가 여행상품은 월·수·금 오후 7시에 인천항을 출발해 다음날 아침에 제주도에 도착, 하루 동안 관광한 후 다시 저녁에 배를 타고 다음날 오전 인천에 돌아오는 코스다. 선상에서 2박을 하게 되므로 실제로 제주도에서 머무는 기간은 한나절이다.
인천항에서 제주항까지는 6000톤급의 카페리선 `오하마나호`를 이용한다. 그러나 영화 `타이타닉`에 나오는 호화 유람선을 생각하면 안 된다. 일본에서 10년 사용한 배를 들여와 다시 4년 남짓 사용한 선박이라 다소 낡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여행상품으로 배를 탄 사람들은 3등실을 이용한다. 군대 내무실처럼 여러명이 일렬로 누워 잠을 자야 하는 구조의 단체실이다.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잠을 자기가 불편한 사람들은 예약시 3만원을 추가로 내면 침대가 있는 2등실을 준다.
인천에서 제주까지의 항로는 1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운항중 선상에서는 레크리에이션, 라이브 공연, 불꽃놀이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아침에는 제주도의 일출을 선상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선상에서는 출발 당일 저녁식사와 다음날 아침식사가 무료 제공된다. 밥과 국에 김치, 나물 등이 반찬으로 나온다. 돌아오는 배에서는 5000원을 내야 저녁을 먹을 수 있다. 또는 선상 편의점에서 라면 등으로 끼니를 대신할 수도 있다.
제주도에 도착하면 한라산을 등반하거나 제주 시내를 관광하게 된다. 제주 시내 관광은 소인국 테마파크, 상황버섯 농장, 외돌개, 섭지코지, 유채꽃 촬영지, 제주공예마을, 해수 사우나 등의 코스로 짜여 있다. 등반 및 관광이 끝나고 인천행 배에 승선하기 전에는 내국인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다.
`제주 타이타닉 투어` 여행상품은 선상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단체 관광객에 적당하다. 다만 화려한 호화유람선을 타고 우아한 선상파티를 즐기는 `영화같은` 상상을 하면 곤란하다. 9만9000원 초저가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여행이 즐겁다.
- (채권전망)⑤상당기간 금리인상 가능성 희박 -LG증권
- [edaily 최현석기자] LG증권 서철수 애널리스트는 "경기회복 기대감이 채권시장에 이미 선반영됐으나, 일부에서는 기대가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급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경기회복 기대에 따른 금리 상승에 대한 본격적인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 다만 당분간은 채권시장이 방어적 입장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 연구원은 "4.2% 근처에서는 매수 가능하나, 3%대 진입시에는 이익실현도 괜찮다"며 "중립적 관점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LG증권=레인지 장세...중립 관점
경기회복 기대감은 이미 반영되었다고 보며, 다소간 앞서나가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 이미 여러 차례 밝혀 왔듯이 우리의 기본 입장은, 현 시점에서 예상되는 하반기 경기회복 강도를 감안할 경우 상반기 중 선반영 차원의 금리 고점은 4.2%대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 다. 주지하는 것처럼 연초부터 시작된 금리급등은 수급상 꼬임과 정책상의 불확실성 확대로 비롯된 측면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결과적으로 금리가 과도할 정도로 많이 올랐었다는 점이, (수급 꼬임이 해소되고 정책 불확실성도 크게 완화되었으나) 또 다른 한편으로 최근 들어 확대되어온 경기회복 기대감에 의한 금리 상승 압력을 이미 충분히 흡수해 버린 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최근 주식시장과 언론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경기회복 기대감이, 현실보다 ‘다소 앞서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소 앞서간다’는 것이지, ‘거꾸로 간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우리도, 내수경기가 바닥을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지난 주 3월 금통위 직후 한은총재가 내린 꽤 긍정적인 경기 판단만큼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실, 내수경기 회복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실물 데이터는 아직 없다. 일부 데이터의 개선 조짐이 있고 선행지수의 상승 반전이 이제 처음 나타난 상황에 불과하다. 이러한 가운데, 심리지표들이 먼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3월 지표가 3.5%까지 오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면(base-effect측면에서도 그렇고 9가지 구성요소의 동향을 봐도 그러하다), 채권시장이 설정해 놓은 81bp는 실물경기의 회복 가능성 지표 측면에서는 다소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요컨대 소비자기대지수는 81bp보다 큰 폭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고, 선행지수는 81bp도 많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을 다소 도식적으로 정리해 보자면, 일반의 경우 기회복 기대감 > 채권시장 > 실물지표 의 순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앞서나가고 있는’ 일반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그것을 충분히 써포트 해 주지 못하는 실물지표들에 의해) 조정을 받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일단은 ‘앞서가는 기대감’의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상기한 바와 같이 채권시장은 이미 기대감을 선반영해 왔으나, 자꾸만 앞서간다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채권시장 입장에서 당분간 ‘회복 기대감’은, 이미 반영되었다는 측면에서 방어되는 양상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기반영’에 대한 믿음과 ‘기대감이 조정을 받게 될 날’에 대한 기대가 버팀목이 될 것이다.
우호적 수급 여건이 경기측면의 껄끄러움을 누그러 뜨리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양호한 수급 여건이 커다란 우군이다. 지난 주 언론에도 나왔지만, 주요 기물 중에서 실제로 유통되는 물량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연초 이후 계속되었던 손절매 끝에 지금은 곳간이 비어있는 곳들이 많다고들 한다. 최근에는, 금리 급등 결과 확보된 가격 메리트와, 적어도 상반기 중 고점은 확인한 것 같다는 안도감이 수요 우위의 장세에 일조하고 있다.
수급측면에서 보면 시장은 기로에 있는 듯 하다. 은행권이 매수행렬에 동참하느냐, 아니면 투신권이 이익실현에 나서느냐에 따라 (경기회복 기대감 측면에 의한 영향력을 중립으로 보았을 때) 지표금리가 3%대 안착하느냐 4.2%대까지 다시 밀리느냐가 결정될 것 같다.
그런데 단기적으로만 보자면 어느 쪽도 뚜렷한 움직임을 가시화하지는 않을 듯 하므로 당분간 3.90%∼4.20%의 레인지 장세를 예상한다. 신중한 매수 타진이라면 4.2%대에서, 캐리를 염두에 둔 매수세라면 4.1%대에서도 매수 가능하다는 3월 월간전략의 입장을 견지하며, 다만 단기적으로는 3%대 진입시 일부 이익실현도 괜찮다는 판단이다.
만일 조금 더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숏엔드 쪽에서의 급격한 스티프닝 결과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롤링 전략을 추천한다. 금리 인하는 몰라도, 적어도 인상 가능성은 상당기간 희박하다고 본다면, 만기 1년 혹은 1년 반 이하에 대한 롤링은 금리변동 리스크가 작으면서도 괜찮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