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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가지만 '레서판다' 왔다…서울대공원, 내일 영상 선공개
  • '푸바오'가지만 '레서판다' 왔다…서울대공원, 내일 영상 선공개
  •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캐나다와 일본 등에서 지난해 11월 서울대공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겨 온 ‘레서판다 삼총사’가 이달 말 관람객 공개를 앞두고 유튜브를 통해 근황을 먼저 공개한다.서울대공원은 9일부터 유튜브를 통해 △리안 △세이 △라비 등 레서판다 세 마리의 영상을 선공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영상을 통해서는 까탈스러운 입맛으로 대나무 수종을 가려 먹는 모습부터 일본 팬이 보내온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까지 레서판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레서판다 ‘리안’. (사진=서울대공원)서울대공원은 이달 말부터 작은 방사장과 내부 방사장 관람을 먼저 개방해 레서판다를 공개, 향후 입사 훈련에 따라 단계적으로 큰 방사장까지 공개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레서판다는 당분간 개체 상태에 따라 하루 약 1~2시간 정도 공개할 계획이다.현재 국내 동물원에는 총 6마리의 레서판다가 있으며, 그중 3마리가 서울동물원(서울대공원)에서 지내고 있는 리안·세이·라비 등 세 마리다. 레서판다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CITES 1급’으로,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밀렵으로 전 세계에 1만 마리도 채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레서판다는 애니메이션 ‘쿵푸팬더’에 등장한 쿵푸팬더의 스승 ‘시푸’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동물로, 중앙아시아·히말라야 지역(네팔·부탄·인도 북부·중국 남서부)에 서식한다.세 마리 중 유일한 암컷 ‘리안’은 2020년 7월생으로 일본 타마동물원에서 왔다. 또 맏형 ‘세이(수컷)’는 2019년 7월생으로 일본 사이타마 어린이 동물원, 막둥이 ‘라비(수컷)’는 2022년 6월생으로 캐나다 캘거리동물원 등에서 각각 서울대공원으로 왔다.셋 중 몸에 검은 털이 가장 많은 라비는 턱에 까만 줄무늬가 인상적이다. 장난꾸러기 같은 외모와는 다르게 대변을 가리는 깔끔한 성격의 반전 매력으로 사육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라비는 반입 초기, 고형 사료(펠릿 사료) 외에 인간에게 밥과 같은 대나무를 잘 먹지 않아 사육사들의 걱정이 컸다.서울대공원은 라비의 고향인 캐나다 캘거리동물원에 대나무 수종을 문의했으나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종이었고, 수소문 끝에 경남 하동에서 공수한 ‘맹종죽’을 주자 적극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현재는 세 마리 중 라비가 대나무를 가장 잘 먹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리안은 100일이 지나도록 사육사를 다소 경계하는 등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귀에 노란색 털이 있다. 세 마리 중 얼굴이 가장 작은 것이 특징이다. 귀엽게 자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어 매번 웃음을 유발하는 ‘귀염둥이’다.앞발을 가장 잘 사용하는 리안은 대나무를 먹을 때도 앞발을 사용하여 먹는 모습이 앙증맞다. 반입 초기 일본에서 팬이 직접 제작해 보내준 행동 풍부화 장난감 3종을 잘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인다.온순한 세이는 뺨부터 눈썹까지 흰 털이 이어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가장 적어 친화 훈련, 체중계 훈련에 잘 따라와 주어 사육사들에게 ‘우등생’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이는 내실에 있는 철망을 가장 잘 타는 등 높은 곳을 매우 좋아하고 사육사를 가장 반기며, 과일 주는 시간을 가장 기다린다.레서판다 ‘세이’. (사진=서울대공원)서울대공원은 지난 3개월간 전문가를 초대해 레서판다 세 마리가 새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사육 환경을 재정비했다. 특히 실내 군데군데 대나무를 꽂을 수 있는 맞춤형 시설을 제작, 레서판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연스럽게 대나무를 먹으며 행동이 풍부해질 수 있도록 고안해 냈다.서울대공원은 지난해 12월 ‘레서판다 이름 짓기’ 시민 공모를 진행, 18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새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원래 이름(리안·세이·라비)을 유지하자”는 가장 많은 의견을 모아 기존 이름을 유지하기로 했다. 시민이 제안한 새 이름 중 인기가 많았던 ‘해님·달님·별님’은 애칭으로 정했다. 친화력이 좋고 밝은 라비는 ‘해님’, 먹는 것을 좋아하는 세이는 풍요의 상징 ‘달님’, 수줍은 성격의 리안은 ‘별님’으로 정했다.최홍연 서울대공원 원장은 “국제교류를 통해 들어온 귀한 레서판다 세 마리가 잘 정착하고 시민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돌볼 것”이라며 “이번 첫 영상 공개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레서판다의 매력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레서판다 ‘라비’. (사진=서울대공원)
2024.03.08 I 양희동 기자
이재명 "韓 민생·전쟁·저출생·민주주의 4대 위기 처해"
  • 이재명 "韓 민생·전쟁·저출생·민주주의 4대 위기 처해" [전문]
  • [이데일리 김유성 이수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무너진 국가 비전, 다시 세워야 합니다’라는 주제로 31일 신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이 대표는 “우리 대한민국이 ‘민생, 전쟁, 저출생, 민주주의’라는 4대 위기에 처했다”며 “윤석열 정권의 독단과 무능으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견문 서두에 태안의 한 가족이 삶을 포기했던 사건을 전하며 “지금 이순간에도 한숨짓고 눈물 흘리며 생사를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들의 손을 누가 잡아주겠는가”라며 “각자도생으로 내몰아 ‘죽이는 정치’가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상황이 정치적·경제적으로 위기 상황에 봉착하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아시아 제일로 평가받던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있다”며 “세계의 주목을 받던 대한민국 경제도 추락 중”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다음은 이재명 대표의 회견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 여러분!제가 병실에 누워있던 때, 태안의 한 가족은 삶을 포기했습니다. 아홉 살 딸 투병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저는 불의의 사고에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살아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한숨짓고 눈물 흘리며 생사를 고민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분들의 손은 누가 잡아주겠습니까?이런 분들을 ‘살리는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각자도생으로 내몰아 ‘죽이는 정치‘가 아닌,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2024년 오늘, 겹겹의 위기가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주목을 받던 대한민국 경제가 추락중이고, 때 아닌 전쟁위기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로 국가 존속을 걱정해야 하고, 아시아 제일로 평가받던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민생, 전쟁, 저출생, 민주주의’ 라는 4대 위기에 처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독단과 무능으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민생경제 위기우리경제는 지난해 외부 충격도 없이 1%대 성장이라는 ‘역대급 위기’를 겪었습니다. 지금도 침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30년’, 장기침체인 일본에마저 성장률을 역전당했습니다. 고물가·고금리에 한파까지 겹친 요즘, 돈을 아끼느라 ‘카공족’들은 공공도서관으로, 어르신들은 구청 로비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배달음식에 껴온 음료까지 내다 파는 중고거래가 성행합니다. 마른수건 짜듯 생활비를 아껴도, 이자에 월세 감당이 벅찬 게 현실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초부자감세를 추진했습니다. 초부자감세로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며, 있지도 않은 이른바 ‘낙수효과’를 내세웠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성장은커녕, 막대한 세수결손만 초래하고, 재정 부족에 따른 서민지원 예산 삭감, R&D 예산 대규모 삭감을 불러왔습니다. 부동산 PF 문제, 폭발 직전에 이른 금융위험도 대책을 찾지 못한 채, 레고랜드 사태처럼 뒷북을 치거나 미루기만 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 역할인데, 해법은 없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소리만 들립니다. 물가가 오르자 기업의 팔을 비틀고, 이자가 부담되자 은행의 팔을 비틉니다. 금감원장도, 대출 금리부터 취약차주 지원방안까지, 건건이 금융사 사장단을 불러 압박합니다.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데 제대로 되는 일이 있겠습니까. 민생은 고사 직전이고, 경제는 심각한 침체입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등한시한 윤석열정권 2년의 적나라한 현실입니다.◇전쟁 위기“이러다 정말 전쟁나는 것 아닌가” 하는 국민의 불안 공포가 광범하게 퍼지고 있습니다.갈루치 전 북핵특사의 ‘동북아 핵전쟁 발생 가능성’ 발언에 이어, ‘북한이 몇 달 안에 한국에 치명적 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美 정부 관계자의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한반도 상황이 ‘한국전쟁 이래 최대 위기’라는 진단의 체감도가 점점 높아집니다. 남북관계가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국민이 전쟁을 걱정하는 이 상황은 분명 정상이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시 밝힌 ‘담대한 구상’은 결국 온 국민의 머리 위에 놓인 ‘거대한 시한폭탄’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민족 동질성마저 부정하며, 대한민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했습니다. 무력도발을 이어가며, 전쟁 가능성을 과시하기 바쁩니다.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남북한 간 서로 물러서지 않는 강대강 치킨게임 속에서, 완충 구역은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군사적 긴장과 위험은 남과 북 모두에게 조금도 도움 되지 않습니다.연평도·철원·파주 주민들은 9.19 남북군사합의를 복원하고 남북대화를 시작해달라고 기자회견까지 하며 호소합니다. 연평도에는 13년 만에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민들은 생존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휴전선 부근 주민들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무인정찰기 가동이 무력충돌의 불씨가 될까 전전긍긍합니다. 한밤 서울 동작대교에 12대의 장갑차와 무장병력이 등장해, 놀란 시민들이 신고하고, 많은 분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합니다. 수백만이 죽고 전 국토가 초토화된 6.25 전쟁도,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38선에서 크고 작은 군사충돌이 누적된 결과였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평화를 구축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전쟁위험은 천만분의 일이라도 높여서는 안됩니다. 만에 하나, 북풍사건 총풍사건처럼 정략적 이익을 위해 국민생명을 담보로 전쟁게임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저출생(인구) 위기“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을 본 인구 전문가인 한 미국 교수는 이렇게 소리쳤다고 합니다. 외면하고 싶던, 가장 본질적인 우리 안의 위기가, 전 세계에 고스란히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인구감소로 지구에서 사라지는 첫 국가가 될 것이다.”우리 사회의 인구위기에 관한 암울한 예측입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2006년 이후 약 380조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대증요법만 남발되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렇게 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도 나아진 게 없다’는 비판만 넘쳐납니다. 지금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윤석열 정권은 노동시간 연장을 시도하고, 노동자의 비극적 죽음을 부르는 위험한 노동환경에 눈 감고 있습니다. 자산ㆍ소득의 양극화와 경제 악화로 희망은 절망으로 변하고 있습니다.희망이 사라지고 무한경쟁만 남은 정글사회에서, 출생에 따른 부담이 오롯이 개인에게 지워져 부모의 삶을 짓누르는 사회에서, 아이 낳을 엄두가 나겠습니까? 아이를 낳으면 일자리가 위협받는데, 부모의 조건에 따라 아이 미래가 다른데, 아이 가질 생각을 쉽게 할 수 있겠습니까? 저출생은 우리 모두의 생존문제이고 대한민국의 존속이 달린 문제입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민주주의의 위기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인데,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거부합니다. 국회가 국민 의지를 반영해 통과시킨 법들은 압도적 국민의 의사와 달리 대통령의 거부권에 저지되었습니다. 엄동설한에 오체투지하며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이태원 유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은 끝내 외면당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도 못한 국가가, 국민 주권마저 부정한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의 권력남용으로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언론자유와 시민참여 같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기본 시스템이 무너졌습니다.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법을 무력화하는 위헌적 시행령통치로 국회 입법권과 행정감시권은 무력화되었습니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금 판결도 무시되었습니다. 행정부 권한은 불균형적으로 강화되고 삼권분립은 위협받고 있습니다.학교폭력 하나 걸러내지 못한 법무부 인사정보 관리단은 인사 참사를 반복했습니다. ‘상명하복’에 익숙한 검찰정권의 당연한 귀결입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번거로운 절차로 치부되었고, 정권의 국회무시, 야당무시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끌어내는 폭력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대통령과 특수 관계인 검찰 출신이 정부와 민간의 요직을 독점하며 권력을 사유화했습니다. 국민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겼지만, 불통만 강화되었습니다. 대신 고소·고발, 압수수색이 난무하면서, 언론의 검열은 강화되고 있습니다. 방송장악을 위한 방통위, 방심위의 파행적 운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국민을 편 가르고 시대착오적인 ‘이념전쟁’을 벌인 결과, 우리 사회는 더 극심하게 양극단으로 분열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은 ‘이권 카르텔’로 매도되고,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혔습니다. 홍범도장군 흉상을 철거하며 독립 운동가들을 폄훼한 정부가, 장병들 교재에 독도를 ‘분쟁지역’이라 기술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급기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정치인 암살테러가 가장 안전하다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졌습니다. 정치와 민주주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 공존과 존중은 실종되었습니다. 상생의 정치는 사라지고 상대를 제거하고 죽이려는 적대와 전쟁만 남았습니다.◇모든 문제에는 해법이 존재 국가적 위기 때마다 슬기롭게 위기를 해결해 온, 위기해결사 민주당이 이 위기를 해결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4대 위기보다 더 심각한 것은, ‘위기를 수습해야 할 정부가 위기를 만들어왔다’는 것입니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무시한 채, 정적 죽이기에만 올인 했습니다. 정치는 실종되고, 일방통행식 통치와 지배가 횡행했습니다. 민주국가, 민주정당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권력투쟁에만 몰두하는 정부여당은 민생경제 위기를, 평화위기를, 인구위기를, 민주주의를 악화시켰습니다.지금의 국정기조가 유지된다면 복지·교육·지역·R&D 예산은 계속 줄어들 것입니다. 기후위기 대책·에너지 정책도 퇴행할 것입니다. 노동시간은 늘어나고 워라벨은 더 요원해질 것입니다. 지역 균형발전은 미뤄지고, 어려운 사람들은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시민은 목소리를 잃고, 언론은 앵무새를 강요받으며, 법과 제도는 소수 특권층을 위한 지배도구가 될 것입니다. 과거사, 오염수 유출에 완전한 면죄부를 받은 일본은 보통국가ㆍ군사대국이 되어, ‘일본 땅 독도를 내놓으라’라며 우리를 겁박할지도 모릅니다. 국민여러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경제를 ‘죽이고’, 평화를 ‘죽이고’, 민주주의와 사람을 죽이는 ‘죽임의 정치’를 끝내고, 사람과 경제, 평화와 민주주의, 희망과 미래를 살리는 ‘살림의 정치’를 복원해야 합니다.살림의 정치로 국민의 힘을 모아 국가위기를 극복하고 도약의 새 길을 열어내야 합니다. 민주당에는 위기극복 DNA가 있습니다.IMF 금융위기와 박근혜 탄핵 공백을 극복하고, 코로나 위기를 모범적으로 이겨낸 더불어민주당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윤석열 정부가 불러온 국정위기를 극복해 내겠습니다.◇ ‘기후위기 대처, AI 투자’가 생존의 필수조건모든 문제의 핵심은 경제, 바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경제위기 해법 없이는 백약이 무효입니다.추세적 저성장을 막고 지속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현재도 진행 중인 끝 모를 경제 추락을 막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비전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생존을 보호받는 복지국가를 넘어 누구에게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기본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희망이 있는 미래를 위한 전략의 핵심은 바로 에너지와 과학기술입니다.작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은 전년보다 50% 늘어났습니다. 세계 주요국들은 재생에너지 목표를 계속 상향하며 국가 주도로 재생에너지 생산기반 확대에 사활을 거는데, 우리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마저 축소하고 있습니다.지난해 RE100에 동참한 글로벌 기업이 400곳을 넘고, 국내 주요 기업들의 매출 대부분은 이 글로벌 기업들과의 거래로 발생했습니다.기업들은 정부의 위세에 눌려 말은 못하지만 향후 현실화될 국내 재생에너지 부족사태를 걱정하며 생산기반을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국가로 옮길 궁리에 빠져 있습니다.곧 다가올 재생에너지 중심의 미래 경제환경을 피할 수 없다면, 신속하게 정책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올려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변신해야 합니다. “RE100 코리아”, “재생에너지 코리아”로 가야 합니다. 풍부한 바람과 햇빛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기반 구축으로 국내 RE100기업의 수출지원에 더해 글로벌 RE100기업들이 한국을 찾게 해야 합니다.첨단 미래산업과 기초과학에 집중 투자하여 “AI·혁신산업 중심의 선도국가”로 거듭나야 합니다. 중소·중견기업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진출 등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지원도 필수적입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R&D 투자를 늘려야 할 때입니다. 정부여당의 R&D 예산 삭감은 일보 후퇴 정도가 아니라, 기술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존폐를 위협하고 기술경쟁력의 싹을 짓밟는 일입니다. 지금이라도 즉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최근 스타트업들의 상황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 전망과 투자가 중요합니다. 22년 기준, 벤처·스타트업의 전체 일자리 수는 81만개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전체 고용자 75만 명 보다 많습니다. 벤처·스타트업이 이미 우리 경제를 이끄는 주요 원동력이 된 만큼, 벤처투자 모태펀드를 확대하고, 금융기관의 벤처 투자 방식을 다양화해야 합니다. 스타트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튼튼한 방패막이가 되어줘야 합니다. ◇‘남북핫라인 복원’으로 전쟁위기 극복동해로, 서해로 연일 무력도발을 하는 북한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민족의 통일 소망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있습니다. 냉전시대보다 못한 퇴행으로 북한 주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에게 유해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핵 위협과 무력도발을 통해 얻을 것은 없습니다. 국제적 고립과 주민 궁핍이라는 비참한 결과만 초래할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핵전쟁으로 남한을 위협하는 것은 평화통일을 바라는 온 겨레의 염원을 저버리는 일이자, 민족공멸의 길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북한은 하루빨리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합니다.한반도 운명의 당사자는 우리 자신입니다. 현재의 강 대 강 무력 대치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무력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우리 정부는 우발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전쟁방지-평화의 핫라인부터 즉각 복원하십시오. 핫라인은 적대국 간에도, 심지어 전쟁 중에도 존재합니다. 무고한 국민과 청년들이 피할 수 있는 불필요한 무력충돌로, 희생양이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서방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도 여당의 노태우정권이 열고 민주당 정권이 확장해온 북방외교를 포기해선 안 됩니다.동북아 교류 협력 확대와 한반도 주변의 평화 구축은 물론, 경제 성장의 주요 발판 중 하나였던 북방외교 복원에 노력해야 합니다. ◇ ‘출생기본소득’, 저출생위기를 새로운 기회로옛말에 ‘누구나 자기 밥그릇은 갖고 태어난다’고 했습니다. 이 세상에 오는 모든 존재는 안정적으로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구성원이 될 생명을 우리 모두 함께 환영하고, 누구나 새 생명으로 인한 희망과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야합니다.출생과 함께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 갖춰져 삶과 미래가 불안하지 않아야 합니다. 국가존속과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출생아의 기본적 양육?교육 부담은 공동체가 책임져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역량이 이 정도에는 이르렀습니다. 부모의 재산과 소득이 출생아의 것은 아닙니다. 부모에 따라 지원이 달라질 이유가 없습니다. 저출생으로 인한 국가소멸과 공동체 파멸을 막기 위해 이제 더 이상 출생 양육의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떠맡기지 말고, 출생아의 기본적 삶은 함께 책임집시다. 지금까지는 부모를 대상과 기준으로 삼아 정책을 만들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저출생 대책은 부모가 아닌 ‘출생아’를 대상ㆍ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이미 여야,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출생아에 대한 보편 지원정책이 전국에서 다양하게 시도 중입니다. 저와 민주당은 모든 정책적 경험과 역량을 걸고, 저출생 문제에 도전하겠습니다.민주당은 지난 18일,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저출산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결혼, 출산, 양육을 망라하는 정책 패키지를 통해, 모든 출생아의 기초 자산 형성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고, 주거 지원 등 출산과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보편적 출생지원 원칙에 기초하여 ‘분할목돈지원 방식’을 포함하는 <출생기본소득>을 제안합니다. 이미 시행중인 아동수당이 그 맹아로 먼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대학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비 일체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보편지원책까지도 만들어야 합니다. 초저출생 문제의 해결은 우리 사회의 출생에 대한 인식과 관점의 대전환과 더불어, 국민 모두가 이 문제의 주체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초저출생 해결과 정책대전환을 위해서는 범국민적 토론과 사회적 합의가 필수입니다. ‘여야정’과 ‘산학연’을 아우르는 ’범국민 저출생 대화기구’를 제안합니다.세계 최악의 초저출생에 따른 인구감소국 전환으로 국가소멸이 우려되는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초저출생 해결을 위한 보편적 출생지원, 출생기본소득을 실험하고 도입할 정책적 지혜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아이가 고생과 부담인 사회‘, ’아이 낳기가 두려운 사회‘가 아닌, ’아이를 함께 키우는 사회’, ‘출생이 기쁨이자 행복인 사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근본적인 저출생 대책’을 종합적으로 제시해나가겠습니다.◇함께 사는 세상, 행동하는 국민국민여러분! 역사 속의 민주당, 국민이 기대고 응원했던 민주당으로 일신하겠습니다. 국민이 기대하는 유능하고, 민주적이고, 강한 민주당이 되겠습니다. 그것이 위기 속의 국민과 대한민국을 구하는 길이자, 민주당 스스로를 구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폭넓은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공포와 절망을 이겨내고 민생, 경제, 민주주의, 평화를 복원하겠습니다.언제나 기회보다 위기가 더 많았던 고된 삶 속에서 뼈에 새겨진 배움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회 속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모든 위기에는 기회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지금 우리가 겪는 이 위기조차도 평화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깨닫고, 근본적 체질 전환을 통해 함께 사는 새로운 희망세상을 만드는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소득, 주거, 금융, 교육, 의료 등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나라, 평화와 공존의 문화 위에 민주주의가 만개하고, 국민 모두가 희망을 안고 ‘함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이 잃어버린 비전을 되찾는 날’입니다.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입니다. 4월 총선은 우리 국민이 이뤄온 민생과 민주주의, 평화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다시 만드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깨어있는 시민들이 있기에 희망이 있습니다. 행동하는 국민들이 있기에 용기가 생깁니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만들어지지도 저절로 지켜지지도 않습니다. 민주주의는 “깨어있는 시민”의 “행동”으로 더 단단하고 더 크게 성장합니다. 국민을 위한 정치도,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요구해야 실현됩니다.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비전과 희망, 미래를 반드시 되찾겠습니다.감사합니다.
2024.01.31 I 김유성 기자
햇볕에 고추 말리던 고창 고인돌, 세계문화유산이 되다
  • 햇볕에 고추 말리던 고창 고인돌, 세계문화유산이 되다 [여행]
  • 고창 고인돌 유적지 인근에 활짝 핀 코스모스[전북 고창=글·사진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 6관왕에 오른 전북 고창. 2000년 고인돌 유적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래 2003년 고창 판소리가 인류무형유산으로, 2013년에는 고창군 지역 전체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고창 농악이 인류무형유산 등재에 이어 2021년에는 고창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고창·부안 국가지질공원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6개 부문, 7개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는 대업을 달성했다. 인구 5만명이 조금 넘는 이 작은 도시가 이처럼 엄청난 타이틀을 지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뿐이랴. 고창에는 수억 년 태고의 신비와 대대손손 이어온 천혜의 자연과 변치 않을 역사의 숨결까지 가득하다. 마침 올해가 ‘고창 방문의 해’다. 손님 맞을 채비를 마치고 붉은 옷으로 치장한 고창에서 가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피비린내 나는 전투 대신 평화로움이 깃든 고창읍성 고창읍성 성곽길에서 본 공북문과 옹성단종 1년(1453)에 세워졌다고 알려진 고창읍성.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호남내륙의 방어하는 기지로 지었지만, 완성 후 이곳에선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고창읍성은 평화롭고 느긋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국내의 다른 읍성들은 대부분 평평한 곳에 자리 잡았지만 고창읍성은 낮은 야산에 축조된 산성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성벽은 3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데 물 샐 틈 없는 방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 흔적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성에는 공북문·등양문·진서문 등 성문이 3곳 있는데 각 성문 앞에는 입구가 좁은 항아리 모양의 ‘옹성’이 있다. 한꺼번에 적이 쳐들어와도 진입 인원에 한계가 있어 방어에 유리하도록 만든 시설물이다. 옹성이 있어서 접근하기 전에는 성문이 바로 보이지 않는다. 성문 앞에 서자 높다란 성벽이 주위를 감싼다. 이곳에 적이 서 있었다면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우왕좌왕하다가 격멸되었으리라. 고창읍성 성곽길과 등양문공북루 안으로 들어서면 왼쪽에 성벽 길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과 계단길이 있다. 성벽 순환로는 산을 따라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유려하게 뻗어 있다. 등양루(동문)까지 걷는 도중 ‘치’를 만났다. 성벽이 옆으로 삐죽 튀어나온 듯한 방어용 구조물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없애주는 역할을 하는데 고창읍성에는 6개가 있다. 왜구의 침략에 얼마나 철저히 대비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성곽길을 걷는 동안 왼쪽으로 고창읍내가 펼쳐진다. 오래된 읍성은 현대적인 풍경과도 잘 어울린다. 성곽 주변에는 철쭉이 촘촘하게 식재돼 있다. 매년 4월에는 길이 약 1680m에 달하는 성곽길 주변에 연분홍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다. 무뚝뚝한 성을 감싼 진한 꽃물결은 가히 봄 풍경의 절정을 이룬다. 이곳을 안내하는 고창 출신 문화관광해설사는 “이 시기에 위에서 고창읍성을 보면 크고 붉은 꽃목걸이를 걸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고창읍성의 맹종죽림과 소나무등양루에서 성 안쪽으로 방향을 틀고 내부 탐방에 나섰다. 전체 면적이 16만5000㎡(약 5만평)에 이르는 읍성에서도 운치를 더하는 곳이 ‘맹종죽림’이다. 중국이 원산지인 맹종죽은 일반 대나무보다 몸통이 굵고 키가 큰 것이 특징이다. 울창한 대숲은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될 만큼 차분한 정경을 연출한다. 독특한 것은 맹종죽림 사이에 자라는 소나무다. 사진가들이 사랑하는 이 소나무의 모습은 대나무를 감싸 돌며 하늘로 솟구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창읍성 앞에 놓인 답석놀이를 하는 여인상지역민들은 고창읍성을 모양성이라고 부른다. 백제 때 고창지역을 모량부리로 불렀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제50회 고창 모양성제는 옛날 지명에서 이름을 딴 축제다. 예로부터 고창읍성은 성밟기를 하며 도는 답성놀이로 유명하다.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왕생한다는 전설이 있다. 여기에는 조상의 슬기가 담겨 있다. 고창은 눈이 많이 와서 ‘설창’이라고도 부르는데 봄이면 추위에 얼었던 성벽이 녹아 푸석푸석해지기 때문에 자칫 무너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성벽을 밟아 다지는 노동을 답성놀이에 담아 즐거운 축제로 승화시킨 것이다. 다양한 행사가 이어지는 올해 모양성제에서도 역사성을 담은 답성놀이는 축제의 백미로 꼽히고 있다. ◇인간의 무관심이 자연의 회복으로동식물 860여 종이 서식하는 생물자원의 보고인 운곡람사르습지30년이면 충분했다. 자연은 인간이 떠난 운곡습지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다. 2011년 4월에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되기에 이른다. 인간이 떠난 자리가 고창의 보물이 되는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과거 운곡습지 일대는 계단식 논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1981년 전남 영광에 한빛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기로 결정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발전용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해 운곡댐이 건설됐고, 운곡저수지가 생기면서 마을은 수몰됐다. 인간이 사라진 자리에 자연은 경이로운 회복 마법을 보여줬다. 곤충, 식물, 파충류, 조류 등 다양한 동식물 860여 종이 서식하는 생물자원의 보고로 거듭난 습지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람사르습지로 인증됐고 이제는 고창의 대표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올해 2월에는 한국관광공사의 성장 잠재력 높은 관광지를 발굴·육성하는 사업인 ‘강소형 잠재관광지 발굴·육성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자연에 의해 환경이 스스로 복원된 국내 최초의 사례인 운곡람사르습지를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는 것이다. 다양한 생태탐방 코스가 마련돼 있는데 약 3.6㎞ 길이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1코스가 인기다. 수달 모양의 탐방열차가 운행되는 운곡습지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친환경주차장 옆 탐방열차 승하차장에서 오전 10시부터 1시간마다(오후 12시 제외) 출발하는 수달 모양의 탐방열차를 타면 된다. 귀여운 모양의 열차는 약 1.5㎞ 거리를 15분 정도 이동해 운곡습지 생태공원에 사람들을 내려준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는데 조류관찰대, 생태둠벙, 운곡습지 생태연못을 지나 고인돌 유적지까지 이어진다. 자연보호를 위해 나무 데크길이 설치된 운곡습지 탐방로생태둠벙에는 정자 모양의 작은 쉼터가 마련돼 있다. 이곳이 저수지를 벗어나 운곡람사르습지의 핵심구역으로 들어가는 시작점이다. 좀 더 들어가면 고창운곡습지 보호지역을 알리는 안내판이 나오고 좁은 나무 데크길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만한 폭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좁게 설치했다고 한다. 환경 보호 외에 멧돼지와 같은 동물의 습격에도 대비할 수 있는 만큼 정해진 길로 다녀야 한다.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벽돌을 쌓아 만든 벽이 나타나기도 한다. 과거 이곳에 살던 주민의 가옥으로, 수몰되기 전까지 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흔적이기도 하다. 동식물 860여 종이 서식하는 생물자원의 보고인 운곡람사르습지습지는 일정 기간 이상 물에 잠겨 있는 지역을 말한다. 운곡습지라고 해서 물이 고인 곳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일반 산길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동행한 해설사는 “실제로 습지 안에 들어가면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는데 혼자서는 빠져나오기 힘든 늪지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이 떠났던 운곡람사르습지는 멸종위기동물인 수달을 비롯해 삵, 말똥가리와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붉은배새매 등의 희귀종은 물론 노랑여리연꽃, 애기부들, 큰고랭이 등을 만날 수 있는 생태관광의 명소로 자리를 굳혔다. 자연의 신비가 가득한 지역을 한참 걷자니 저절로 새로운 기운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동식물 860여 종이 서식하는 생물자원의 보고인 운곡람사르습지추천 방문 시기는 겨울부터 4월 초까지다. 가을은 짧은 편이라 시기를 놓치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짙으니 감안해야 한다. 고창에는 눈이 20㎝까지 쌓일 때도 있는데 나무 데크길에 쌓인 눈과 어우러진 설경 때문에 사진작가들이 이 시기에 많이 찾기도 한다. 생태를 잘 모르는 일반인이라면 해설사와 동행하는 것이 좋다. 1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고인돌 유적지에는 운곡습지탐방안내소가 있는데 전북지방환경청 소속의 자연환경해설사들이 무료로 안내를 해준다. 현지 해설사는 “단 1명이 오더라도 원하는 코스를 동행하며 설명하고, 무료로 운영되는 만큼 많이 방문해달라”고 말했다. ◇고창 지역 전체가 ‘고인돌 박물관’ 고창 고인돌 유적지고창 고인돌 유적지을 둘러보면 고창 여행이 더욱 풍성해진다. 고인돌박물관 앞에서 운행되는 모로모로 열차를 타면 편하게 고인돌공원과 죽림선사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여기저기에 검은색 큰 돌이 널려 있는데 그냥 보면 단순한 돌덩이에 불과하지만 진짜 고인돌로 인증된 곳에는 번호를 매긴 안내판이 놓여 있다. 고창군에 분포해 있는 고인돌은 447기로 지난 9월에 새로운 고인돌 5기가 또 발견되기도 했다. 고창군 죽림리와 상갑리, 도산리 일대에 고인돌 군집이 있는데 고창에선 탁자식, 바둑판식, 개석식 등 다양한 고인돌을 만날 수 있어 그야말로 고인돌의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창 고인돌 유적에는 축조 과정을 알 수 있는 채석장이 아직 남아 있는 등 학술적 가치가 높아 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도산리지석묘일반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두 개의 굄돌 위에 거대한 덮개돌을 놓은 탁자식 고인돌 역시 볼 수 있다. 고창고인돌공원에서 1.2㎞ 떨어진 곳에 도산리지석묘가 있는데 방문해 보니 주변이 잘 내려다보이는 훌륭한 전망을 갖춘 지형 때문에 명당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 고인돌은 장사가 번쩍 들어서 옮겼다는 이야기가 전하며 ‘괴인바위’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고인돌이 일반인의 민가 안에 있을 때, 당시 거주하던 주민은 평평한 고인돌 위에 올라가 고추를 말리는 용도로 썼다고 한다. 소문에 의하면 훗날 고창군이 고인돌의 가치를 깨닫고 해당 주민의 집을 매입하려고 했는데 서울 아파트 가격에 해당하는 호가도 나왔다고 한다. ◇마애불 전설 깃든 가을 명소 선운사선운사 정문고창 선운사는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꽃무릇이 절정을 이루고, 가을이면 타오르는 듯한 단풍의 절경을 만날 수 있는 명소다. 사찰 앞에 흐르는 도솔천에 단풍이 수면에 비치는 시기가 되면 환상적인 풍경을 보려는 인파로 북적인다.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 이어지는 약 3㎞ 길이의 산책로는 그 자체가 가을 축제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차분한 정취를 즐기며 느긋하게 걷다 보면 힐링이란 단어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마애여래좌상발길을 옮기다 보면 보물 1200호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에 닿는다. 높이 15.7m 크기로 국내 마애불 중에서 가장 큰 것이다. 절벽에 새긴 마애불이 유명해진 것은 가슴 아래의 사각형 흔적 때문이다. 여기에는 신기한 비결이 숨겨져 있었는데 꺼내는 날에는 조선이 망하고 꺼낸 자는 벼락에 맞을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누구도 열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다 1820년대 전라도 관찰사였던 이서구가 마애불의 배꼽에서 서기가 뻗치는 것을 보고 비결을 열기로 했다. 안에는 책이 들어 있었는데 갑자기 벼락이 치는 바람에 ‘이서구가 열어 본다’는 구절만 언뜻 보고 다시 넣었다고 한다. 이후 1892년 동학접주 손화중이 민심을 모으기 위해 이 비기를 꺼내갔고 소문을 들은 수만 명의 새로운 교도가 몰려왔다고 전해진다. 전설이 동학농민운동과 연결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다. 도솔암내원궁으로 가는 입구마애여래좌상 옆의 계단으로 오르면 도솔암내원궁이 있다. 기도 효험이 좋다고 소문이 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 이어지는 길은 자연과 사찰이 잘 어우러져 마음의 정화를 돕는다. 가을의 분위기에 젖어 호젓하게 걷고 싶은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 되어줄 것이다.
2023.10.20 I 김명상 기자
계곡살인 피해자 마지막까지 죽음 고려했다
  • 계곡살인 피해자 마지막까지 죽음 고려했다
  •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계곡 살인사건 피해자인 윤모씨(당시 39세)가 사망 전 피의자 이은해씨(31)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과정에서 죽음 직전까지 터널시야(Tunnel Vision)증상을 겪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사진=연합뉴스)터널시야 증상이란 극단적 선택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게 되는 것으로 다른 사고는 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25일 검찰은 재판 쟁점인 윤씨의 사망 전 심리상태를 검증하기 위해 이지연 인천대 교수(상담심리전공)와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로부터 의견서를 받아 재판부에 제출했다.중앙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이씨 등을 구속하기 전 두 교수에게 사건기록 일부를 보내 윤씨의 사망 전 심리상태를 분석해달라고 의뢰했다.이지연 교수는 “윤씨의 자기개념이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을 때와 달리 이씨를 만나면서 극도로 쓸모없고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변화된 것 같다”며 이씨와 윤씨가 도구·수단적 관계를 맺게 됐다고 분석했다.이 교수는 특히 윤씨가 터널시야 증상을 겪었다고 내다봤다. 터널시야 증상이란 극단적 선택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게 되는 것으로 다른 사고는 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그러면서 이 교수는 피해자가 거듭된 이씨의 금전적 요구에 윤씨가 장기밀매를 시도하는 글을 올리거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겼던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이수정 교수는 지난 4월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씨의 금전 갈취로 신용불량자가 됐음에도 윤씨는 이씨에게 끊임없이 사과하고 구애행위를 했다”며 “자신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분석했다.이 교수는 “이런 (심리적) 상황이라면 이씨가 (계곡에) 뛰어내리라는 말에 맹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검찰은 오는 26일 열릴 11차 공판을 앞두고 두 교수를 증인으로 불러 이씨의 가스라이팅에 대한 법원의 증거인정 판단을 구할 계획이다.반면 이씨측 변호인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상대로 직접 심리검사를 하지도 않고 내놓은 분석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은 이유”라고 반박했다.
2022.08.25 I 김화빈 기자
“신의 뜻대로 사형” 탈레반이 미군 협력 가족에 보낸 통지문
  • “신의 뜻대로 사형” 탈레반이 미군 협력 가족에 보낸 통지문
  •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무장단체 탈레반이 미군에 협력했던 통역의 가족에게 사형 판결을 전하는 통지문을 보냈다고 CNN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이 입수한 세 통의 통지문에 따르면 탈레반은 손글씨로 작성한 첫 통지문에서 “당신은 미국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통역으로 일한 형제에게 안전을 제공했다는 혐의도 받는다”며 재판에 출석할 것을 명령했다.두번째 통지문 역시 손글씨로 작성됐는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확인하는 내용이다.세번째 통지문은 타이핑된 문서로 발송됐다. 탈레반은 침략자들에 대한 맹종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거부하고 재판 출석요구를 무시했다며 사형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의 결정은 최종적이고 당신에겐 거부할 권리가 없을 것”이라며 “당신은 이 길을 스스로 선택했고 당신의 죽음은 임박했다. 신의 뜻대로다”라고 적었다.이같은 통지문들은 탈레반이 미군을 도운 아프간 주민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한 사례라고 CNN은 전했다.앞서 탈레반은 아프간을 장악한 직후인 지난 17일 미군 조력자들에 대한 사면령을 발표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포용적인 아프간 정부를 꾸릴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이러한 약속과는 달리 곳곳에서 탈레반의 보복적 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아프간에 있는 자국 시민은 물론 자국에 통역 등으로 협력했던 현지 주민 및 가족을 대피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탈레반의 검문 등으로 인해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이 미군 통역 가족에게 사형을 선고한 통지문을 CNN이 입수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CNN)
2021.08.24 I 피용익 기자
 빗소리·바람소리·새소리 들으며 짙은 댓잎향에 ‘숲’며들다
  • [여행] 빗소리·바람소리·새소리 들으며 짙은 댓잎향에 ‘숲’며들다
  •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이 있다.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 이 마을에는 한 일가가 무려 400여 년간 길러온 숲이 있다. 이 숲이 자리한 곳은 철마면 연구리와 이곡리, 일광면 용천리와 경계를 이루는 아홉산. 이 자락 아래에는 남평 문씨 일가가 무려 9대에 걸쳐 지켜온, 그리고 지키고 있는 ‘숲’이 있다. 금강송이며, 참나무며, 편백이며, 맹종죽이 뒤덮고 있는 숲이다. 분수도, 인공적인 꽃길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숲. 규모도 자그마치 52만㎡(15만 7000여평). 나무를 스치는 바람, 점점 짙어지는 나무향과 풀향, 새들의 소리와 댓잎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만 가득한 곳이다. 긴 세월 지키고 가꿔 온 문씨 일가의 고된 노동의 흔적도 있다. 이 모든 시간이 정성으로 쌓인 숲으로 비를 맞으며 들어간다.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특히 비오는 초여름 대숲을 거닐때는 되도록 느린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임진왜란 피해 들어와 일제강점기에도 지켜온 숲아니나 다를까. 주말이 가까워 오자, 어김없이 비가 또 내린다. 비 내리는 날의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두가지. 비를 피해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실내로 들어가거나, 또는 비 내리는 풍경으로 직접 들어가는 방법이다. 부산 기장의 아홉산을 찾은 이유는 후자다. 비 오는 날의 숲은 짙어진다. 숲의 색도, 향기도, 그리고 빗속을 걸어가는 연인의 마음도…. 그래서 비 오는 대숲에서는 되도록 느린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 댓잎으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와 조심스레 소리를 내어서다. 때로는 교향악단의 웅장한 행진곡처럼, 아니면 경쾌한 왈츠마냥, 어느 재즈바의 몽환적인 선율처럼… 그렇게 습기 머금은 대숲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조금씩 풍경의 일부가 되어 간다.여행길은 혼자여도 좋지만, 때로는 동행자가 있는 것도 좋은 법. 오랜 지인이자, 부산관광공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부산 지리와 역사에 밝은 최부림 씨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그는 퇴직 후 ‘재미난투어’라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그에게 이 숲이 가진 이야기를 청했다. 이 숲의 시작은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에서 살던 남평 문씨 일가는 난리를 피해 철마면 웅천 미동마을로 옮겨와 숲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곳에 대숲을 일구고 금강송·편백·참나무 등을 심었다. 그렇게 40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큰 위기도 여러차례 있었다. 가장 큰 위기는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들이 아홉산 숲의 나무를 베기 위해 들이닥쳤다. 일제가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나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남평 문씨의 일가 어른들은 일부러 놋그릇을 숨기다 들켰다. 일제는 놋그릇을 뺏었고, 남평 문씨 어른들은 조상들 제사를 어떻게 모시냐며 땅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다. 이에 일본 순사들은 놋그릇만 가지고 슬며시 도망치듯 집을 나갔다고 했다.최근에도 큰 위기가 있었다. 숲을 관통하는 임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기장군이 아홉산을 홍보하면서 여행객들이 몰려서다. 이후 반세기의 고요를 간직했던 아홉산 숲은 고기 굽는 냄새와 행락객들의 음주·가무로 몸살을 앓았다. 심지어 트럭을 몰고 와 대나무를 베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야생난은 자취를 감췄고, 희귀식물은 뿌리째 뽑혀 갔다. 결국, 문씨 일가는 아홉산 숲에 철조망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2년여에 걸쳐 숲 둘레에 2.5km 길이의 철조망을 세웠다. 이후 숲은 조금씩 살아났다. 문씨 일가는 2003년 3월 숲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학술적 목적으로만 민간의 입장을 허락했다. 같은 해 9월 아홉산 숲의 올바른 활용을 위한 ‘아홉산 숲사랑 시민모임 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10여 년이 지난 2015년 3월부터 일반에 공개했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최근 이 숲에서는 맹종죽 숲을 배경으로 드라마 ‘더 킹 영원한 군주’를 촬영하기도 했다.◇맹종죽·금강송·편백…숲의 향연에 빠져들다이제 아홉산 숲을 본격적으로 걸어볼 차례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숲의 향연이 시작된다. 조금 걷자 가장 먼저 금강소나무가 반긴다. 하늘을 뚫을 기세로 선 금강소나무는 두 팔 벌려 안아도 부족하다. 남평 문씨 가족 묘역을 지나면 금강소나무가 또 한 번 장관을 이루며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영남 일원에 수령 400년에 이르는 금강소나무가 드물 뿐더러, 일제강점기에 송진을 채취한 흔적 하나 없이 잘 가꿔 116그루나 보호수로 지정됐다.금강소나무 군락지 앞으로는 맹종죽 숲이다. 굿터와 평지대밭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최근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를 촬영했다. 드라마에서 평행 세계로 넘나들던 차원의 문(당간지주)이 맹종죽 숲을 배경으로 한 넓은 터에 있다. 포토존으로 자리매김한 이곳에서는 이전에도 여러차례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했다. ‘군도: 민란의 시대’, ‘대호’, ‘협녀, 칼의 기억’ 등이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평지대밭은 별도의 이름을 붙인 맹종죽 숲으로, 어둑어둑한 대나무 밀림에 두 사람이 걸을 만한 오솔길이 나 있어서 잠시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 하다.굿터를 지나면 개잎갈나무와 맹종죽이 마주 보는 ‘바람의길’을 지난다. 아홉산숲에서 가장 시원한 길이다. 이 길을 지나면 ‘대호’를 촬영한 서낭당. 이곳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편백과 삼나무 숲을 거쳐 평지대밭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길은 참나무 숲을 지나자마자 평지대밭이다.‘평지대밭’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붙인 이 맹종죽 숲은 1960~70년대 부산 동래지역 식당에서 잔반을 얻고 분뇨차를 불러 거름을 내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어둑어둑한 대나무 밀림에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만한 오솔길만 나 있어서 잠시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더 킹’에서 주인공 이곤(이민호 분)이 말을 타고 달리던 곳이 바로 ‘평지대밭’이다. 좁은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큰 맹종죽이 3만 3000㎡(약 1만 평)가 넘는 공간에 빼곡하다. 맹종죽 단일 종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숲이라고 한다. 이 길을 걸으면 평행 세계로 들어가는 듯 신비롭다. 대숲을 가득 채우는 빗소리도 너무 좋고, 비좁은 대숲을 딱 붙어 걸어가는 연인의 뒷모습도 애틋하다. 대숲에 일렁이는 바람 소리와 댓잎에 부딪히는 빗소리는 결혼 행진곡마냥 경건하다. 평지대밭을 지나면 굿터 맹종죽 숲 입구에서 지름길을 따라 내려갈 수 있다. ‘고사리조차 귀하게 여긴다’는 마음으로 아홉산숲을 조성한 남평 문씨 일가의 종택(관미헌), 거북 등딱지처럼 생긴 희귀 대나무(구갑죽), 여름이면 분홍빛 꽃을 피우는 100년 된 배롱나무 등도 만나볼 수 있다.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평지대밭은 별도의 이름을 붙인 맹종죽 숲으로, 어둑어둑한 대나무 밀림에 두 사람이 걸을 만한 오솔길이 나 있어서 잠시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 하다.◇여행메모△부산의 특급호텔들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해운대나 서면, 기장 쪽에 대부분 몰려 있다. 하지만 부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호텔은 금정구에 자리한 농심호텔이다. 역사만 무려 50년이 넘었을 정도. 한강 이남 최초의 호텔이라고도 부른다. 농심호텔로 이름을 바꿔 단 것은 지난 2002년 8월. 이전까지는 1970~80년대 신혼여행지로 유명했던 ‘동래관광호텔’이었다. 지금은 디럭스, 럭셔리, 스위트 룸 등 240실을 보유한 특급호텔로 변신했다. 이 호텔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세 곳. 하나는 동래온천을 즐길 수 있는 ‘허심청’과 독일 전통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허심청브로이’, 제철 식재료로 한식 정찬을 맛볼 수 있는 ‘내당’ 등이다. 특히 호텔 투숙객(2인)에게는 허심청 온천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2021.06.11 I 강경록 기자
 누구나 작가가 되는 마법 같은 공간
  • [강경록의 주말여행] 누구나 작가가 되는 마법 같은 공간
  • 책과 출판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 책마을해리(사진= 책마을헤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문 닫은 학교는 나날이 쇠락해갔다. 아이들이 떠난 운동장엔 잡초가 무성하고, 도축장이 들어설 거라는 흉흉한 소문도 있었다. 그런데 폐교되고 5년이나 버려진 곳에 2006년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서울에서 출판 기획 일을 하던 설립자의 후손이 폐교를 사들여 새 생명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 2012년에는 가족이 모두 내려와 정착하고, 운동장과 교실 구석구석을 손보고 단장했다. 외관은 그대로 둔 채 교실을 터서 도서관을 만들고, 공방을 꾸미고, 숙박 공간과 카페 시설도 갖췄다. 전북 고창군 해리면 바닷가 근처에 자리한 해리초등학교 나성분교 이야기다.책마을해리의 책방 겸 카페인 책방해리◇책과 출판에 관해 모든 것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책마을해리는 책과 출판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이라는 모토처럼 이곳에 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책 읽기에서 더 나아가 읽고 경험한 것을 글로 쓰고 책으로 펴내는 과정을 체험하는 것이 핵심이다.시인학교, 만화학교, 출판캠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껏 선보인 책이 100여 권에 달한다. 동네 아짐과 할매부터 각급 학교 학생과 교사까지 작가층도 다양하다. 지난해 봄에는 지역 출판의 미래를 모색하는 ‘2019 고창한국지역도서전’이 전북 지역을 대표해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작가와의 대화,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축제처럼 치러냈다.책마을해리는 동학평화도서관, 책숲시간의숲, 바람언덕, 버들눈도서관, 책감옥 등 여러 공간으로 구성된다. 기증받은 책 20만 권을 곳곳에 비치해 어디서나 책을 접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것은 입구 오른쪽 느티나무 위에 지은 ‘동학평화도서관’이다. 금방이라도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뛰어 내려올 것 같은 집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나무 위 아담한 집에서 책을 읽노라면 어릴 적 로망이 실현되는 느낌이다.책마을해리의 출판 브랜드를 통해 출간된 책이 100여 권입구 왼쪽에 북카페 ‘책방해리’가 눈에 띈다. 책마을해리에서 출간한 책을 구경하고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입장료가 없는 대신 이곳에서 책 한 권 구입하는 센스, 잊지 말자.교실 두 칸을 합쳐 만든 ‘책숲시간의숲’에서는 캠프, 강연, 심포지엄, 포럼 같은 행사가 열린다. 천장을 뜯어내면서 드러난 트러스를 그대로 두어 공간감을 살리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3만 권이 넘는 책을 꽂았다. 올 초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팀이 다녀간 흔적을 찾아봐도 재미있다. 옆 교실은 고창 한지 체험 공간인 ‘한지활자출판공방’, 지난해 열린 ‘고창한국지역도서전기념관’으로 활용 중이다.교사(校舍) 뒤쪽에는 ‘바람언덕’이 있다. 이곳에서 소규모 공연과 영화제가 열린다.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 사이에 만든 객석이 아담하다. 무대 뒤 벽면에는 알록달록 예쁜 그림도 그렸다.버들눈도서관은 복층 구조라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다락방 같은 아기자기한 공간이 나타난다그림책과 어린이·청소년 책 전문 ‘버들눈도서관’은 책마을해리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여러 시설 중 가장 먼저 문을 열었으니 이곳 역사가 시작된 장소나 다름없다. 교실과 복도를 터서 구분을 없앤 공간, 네 벽면에 빈틈없이 꽂힌 책, 앉거나 기대기 좋게 군데군데 놓아둔 의자와 쿠션까지 편하게 뒹굴며 책에 빠져들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가장 흥미로운 곳은 ‘책감옥’이다. 일단 들어가면 책 한 권을 다 읽어야 나올 수 있지만, 누구나 기꺼이 갇히고 싶어 한다. 집기는 앉은뱅이책상 하나, 침대 하나, 책장 두어 개가 전부다. 문은 바깥에서 걸어 잠그게 돼 있고, 식사를 넣어주는 배식 구멍도 있다. 지금 책마을해리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책 중심의 대안학교도 운영할 계획이다.선운사 경내◇상하농원·선운사·고창읍성 등 볼거리 많아책마을해리와 함께 상하농원, 선운사, 고창읍성도 둘러보자. 고창군과 매일유업이 조성한 상하농원은 유럽 농가를 연상시키는 목가적이고 이국적인 풍경이 일품이다. 드넓은 목장에 젖소와 양, 염소가 뛰놀고, 햇살과 바람 아래 로즈메리, 라벤더, 페퍼민트 등 각종 허브가 싱그럽다. 빵공방과 햄공방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고, 파머스마켓에 진열된 치즈와 요거트, 달걀, 소시지를 구경하다 보면 자연스레 지갑이 열린다. 쿠키 만들기, 소시지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헛간을 모티프로 한 숙박 시설 파머스빌리지에서는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 파머스빌리지 1층 파머스테이블은 농원에서 생산한 재료로 근사한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숙박하지 않아도 예약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식대에 농원 입장료가 포함돼 일석이조다.상하농원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고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천년 고찰 선운사도 빼놓을 수 없다.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 선운산 북쪽 기슭 울창한 숲 가운데 자리한다. 오랜 역사와 수려한 자연경관, 귀중한 불교 문화재 덕분에 참배객과 관광객의 발길이 잦다. 한겨울 붉은 꽃송이를 피우는 선운사 동백은 수많은 시인 묵객이 예찬했다. 여름에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꽃무릇이 가득하니 언제 찾아도 좋다. 템플스테이도 활발하다.고창읍성(사적 145호)은 1453년(단종 1)에 왜적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전해진다. 자연석 성곽으로 모양성이라고도 한다. 30~40분이면 성벽을 끼고 성곽 바깥 길을 걷거나 성곽 위로 한 바퀴 돌 수 있다. 성곽을 따라 거닐며 내려다보는 들판과 읍내 풍경이 시원하다. 성안에 복원된 동헌과 객사가 있고, 대나무의 일종인 맹종죽 숲도 장관이다. 매년 음력 9월 9일 전후로 고창을 대표하는 고창모양성제가 열린다. 한옥 일곱 채로 된 숙박 공간 고창읍성한옥마을도 가까이 있다.고창읍성 성곽 위에서◇여행메모△여행코스= 책마을해리→상하농원→구시포해수욕장→숙박→선운사→고창 죽림리 지석묘군→고창읍성△먹을곳= 상하면 구시포해변길의 서해바다는 백합칼국수·조개구이, 아산면 워평길의 인천가든은 새우탕·메기탕, 아산면 선운대로의 연기식당은 장어구이, 삼원면 심원로의 우정회관은 간장게장이 유명하다.
2020.06.28 I 강경록 기자
 자연의 무한 회복 탄력성 '고창 운곡습지'
  • [람사르습지①] 자연의 무한 회복 탄력성 '고창 운곡습지'
  • 원시습지 형태로 복원된 운곡습지의 모습타박타박 생태탐방로를 걸으며 운곡습지의 자연과 만난다타박타박 생태탐방로를 걸으며 운곡습지의 자연과 만난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자연은 스스로 피어난다. 고창 운곡습지에 필요한 건 무관심이었다. 사람 발길이 끊기고 30여 년이 지난 2011년 4월, 버려진 경작지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꽉 막힌 대지에 물이 스며들고 생태가 살아났다. 서해안고속도로 고창 IC에서 자동차로 약 8분이면 생태계의 보고(寶庫), 운곡습지를 만난다. 길게 뻗은 4차선 고속도로에서 상상할 수 없던 호젓한 숲길과 원시 비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멸종 위기에 처한 수달과 삵이 갈대숲을 헤쳐 물고기를 잡거나, 배설물로 이곳이 터전임을 알린다. 총 860여 종에 이르는 생물이 서식하며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된 고창 운곡습지는 자연의 무한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는 우수 사례다.타박타박 생태탐방로를 걸으며 운곡습지의 자연과 만난다◇다시 손 내민 운곡습지재생을 넘어선 상생의 손길로 다시 사람들을 초대하는 운곡습지. 그 운명은 1980년대에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면 1981년 전남 영광에 한빛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다. 발전용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운곡댐 건설이 그 시작이다. 고창군 아산면을 관통해 지나가는 주진천을 댐으로 막아 운곡저수지가 생기면서, 그곳에 자리한 운곡리와 용계리가 수몰됐다. 물에 잠기거나 경작이 금지되어 삶터를 잃은 9개 마을, 158세대 360명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습지를 개간한 계단식 논도 사라졌다. 30여 년이 흘러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폐경지는 놀라운 변화를 맞이한다. 사람은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잃었지만, 인적이 끊기니 경작으로 훼손된 습지는 원시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운곡습지의 복원은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른다. 습지 인근에 분포한 고창 고인돌 442기가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면서, 무분별한 개발을 막을 두 번째 계기가 마련됐다.물을 머금은 운곡 땅은 2009년 고창군 한웅재 부군수가 발견해 세상에 드러났다. 30년간 환경 담당 공무원으로 일한 덕분에 운곡습지의 변화를 한눈에 알아차렸다. 갓 태어난 아이의 잇몸 아래 손끝으로 만져지는 치근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생태교란외래종 식물이 들어가지 않기 위한 신발털이개◇사람의 손길 최소화한 탐방로이제 운곡습지 탐방에 나서보자. 탐방안내소를 기점으로 출발하는데, 고인돌유적지 탐방안내소에서 1·3코스가, 친환경주차장에서 2·4코스가 시작된다. 1코스(3.6km, 왕복 1시간 40분 소요)는 탐방안내소에서 운곡습지생태연못, 생태둠벙을 거쳐 운곡람사르습지생태공원까지 이어진다. 거리가 가장 짧아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코스다. 초입에 있는 고창고인돌군은 모르면 지나치기 쉽다. 고창 지역의 고인돌은 185개 군집에 1600여 기가 확인되는데, 운곡습지 1코스 초입의 오베이골(오방골의 전라도 사투리) 주변은 고인돌 최대 집중 분포지다. 너른 들판에 바둑판식 53기, 탁자식과 바둑판식 중간 형태인 지상석곽식 20기 등 고인돌 128기가 흩어져 있다.본격적인 습지 탐방은 습지 보호용 신발 털이개에 신발을 털면서 시작된다. 혹여 신발에 묻은 생태 교란 외래종 식물이 습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습지 탐방로는 한 사람이 지나갈 너비의 나무 데크로 조성되었다. 팔을 양쪽으로 조금만 뻗어도 난간이 잡힐 만한 거리다. 발판 또한 일정한 간격으로 벌어져 데크 아래 식물이 햇볕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인위적 간섭을 막기 위함인데, 다시 찾아온 자연과 상생하기 위한 노력이 만만치 않다.물을 머금은 땅이 나타나니 비로소 운곡습지에 온것을 실감한다타박타박 걷다 보면 지천으로 깔린 고마리가 눈에 띈다. 자연환경해설사 강중구 씨는 “물이 가득한 습지를 상상했는데 메마른 땅만 보인다는 탐방객이 많아요. 실제로 들어가면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는 습지입니다”라고 전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어리연꽃, 낙지다리, 병꽃나무, 익모초, 노루오줌 등 푸른 숲으로 통칭할 수 없는 ‘생명의 세계’가 바로 운곡습지다.길잡이 역할을 하는 안내 표지판도 재밌다. 삵, 담비, 수달, 붉은배새매, 팔색조 등 운곡습지에 서식하는 동물의 모습을 나무 표지판에 새겼다. 생태둠벙으로 가는 길목에서 마을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외양간으로 보이는 벽돌 위로 무성한 수풀이 세월을 말해준다. 호젓한 걸음에 뻐꾸기와 꾀꼬리, 직박구리 소리가 박자를 맞춘다.2코스는 운곡저수지를 따라 한 바퀴 둘러보는 구간으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저수지 동쪽과 서쪽 조류관찰대에서 철새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3코스는 회암봉과 옥녀봉, 호암봉을 거쳐 운곡서원으로 이어진다. 운곡서원에서 탐방안내소까지 도보로 빠져나와야 하기 때문에 5시간 정도 걸린다.현재 네 코스가 모두 만나는 지점에 운곡람사르습지생태공원이 조성 중이다. 생태공원에서 오른쪽으로 5분 정도 걸으면 동양 최대 고인돌을 만난다. 덮개돌 둘레 16m, 높이 5m, 무게 300t으로 추청되는 고인돌 앞에 서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는 동안 보지 못한 꽃을 보았다. 바람은 흙이 머금은 물길을 따라 땅속으로도 다니는 듯했다. 어쩌면 운곡습지는 사람이 빼앗긴 땅이 아니라, 자연이 내민 화해의 손길인지도 모른다.운곡저수지 조류관찰대의 풍경은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는듯하다◇고인돌-고창읍성 등 고창의 볼거리인근 고창고인돌박물관은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과 고인돌을 이해하는 장이다. 청동기시대 각종 유물과 생활상을 알기 쉽게 전시해 고인돌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실제 유적이 지척에 있어 좋다. 박물관 앞에서 모로모로열차를 타면 드넓은 고인돌 유적과 마주한다.고창고인돌박물관에서 5.7km 떨어진 고창읍성도 함께 둘러보자. 1453년 축조된 고창읍성(사적 145호)은 둘레 약 1.7km다. 봄날 철쭉 길과 답성 놀이 등으로 알려졌지만, 소나무와 어우러진 맹종죽을 놓칠 수 없다. 구불구불하게 자란 소나무 가지가 맹종죽을 껴안은 듯한 형상이 신비롭다. 운곡습지에서 시작된 고창 여행은 ‘상생’이란 단어가 떠오르게 한다.‘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이라는 모토로 폐교가 살아 있는 책마을로 변신한 책마을해리에 가면 사람들의 따뜻한 정서가 느껴진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책의 저자가 되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활자 꾸미기, 편집하기, 전통 방식 제본 등 기획부터 제작까지 책에 관한 캠프가 열린다. ‘누구나’에 방점이 찍힌 이곳은 아이부터 80세 노인까지 그림을 그리고, 자기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더욱이 고창을 여행하며 새롭게 만난 생태와 역사, 문화, 예술 등이 책의 소재가 되어 의미 깊다.인근 상하농원에서는 건강한 재료로 먹거리를 직접 만들고 체험하고 맛보는 공간이다. 깨끗한 환경에서 방목한 젖소를 만나고, 동물과 교감하는 동물농장에서 온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햄·과일·빵·발효 공방에서 각각의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창읍성 내 맹종죽과 소나무◇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고창고인돌박물관→운곡습지→책마을해리→상하농원△1박 2일 여행 코스= 고창읍성→고창판소리박물관→고창군립미술관→고창고인돌박물관→운곡습지→숙박→학원농장→책마을해리→상하농원→동호해수욕장△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고창 IC에서 아산·선운산 방면 오른쪽→동서대로→고인돌공원길→고창고인돌박물관 주차장, 도보 10분△이색 체험 정보= 시티투어버스 ‘팜팜시골버스’ 시범 운행 : 2018년 6월 23일·7월 28일, 모니터링 투어(8월 본격 운영). 참가비 1만 원(체험·식사·교통비 포함). 고창읍성, 선운사, 운곡습지, 학원농장, 고인돌들꽃학습원 등 당일 여행.△주변 볼거리= 고창판소리박물관, 선운산도립공원, 동호해수욕장, 학원농장운곡습지 초입에 있는 고인돌 최대 집중분포지
2018.05.27 I 강경록 기자
 시간이 정성으로 쌓인 대숲을 거닐다
  • [여행] 시간이 정성으로 쌓인 대숲을 거닐다
  • 아홉산 숲의 탐방로 가운데 맹족죽 숲이 그야말로 수를 놓은 제일의 명소 ‘굿터’(제1 맹종죽 숲). 약 100년 전 중국에서 들여온 맹족죽을 처음 심은 곳으로 전해진다. 오랜 세월 마을의 굿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바로 이곳에서 영화 ‘군도’, ‘협녀, 칼의 기억’, ‘대호’가 탄생했다.[부산 기장=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어두컴컴하다. 대나무 숲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바람이 분다. 저마다 이야기를 주고받듯 댓잎이 바스락거린다. 울창한 대숲을 할퀴며 부는 바람도 깨끗하다. 하늘을 찌를 듯 늘어선 대숲을 자분자분 걷기만 해도 가슴 저 밑바닥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시름이 삽시간에 씻겨 내리는 듯하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 자리한 아홉산 숲. 문씨 일가가 400여 년에 걸쳐 길러낸 숲이다. 여기에는 분수도, 인공적인 꽃길도 없다. 다만 나무를 스쳐 가는 바람, 풀과 나무의 향기, 새들의 소리만 있을 뿐이다. 여기에 긴 세월 문씨 일가의 고된 노동의 흔적이 있다. 시간이 정성으로 쌓여 숲이 되었다. 대숲에는 봄바람이 가득하다. 바람 불어올 때마다 조심조심 소리 낸다. 되도록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푹신한 흙을 밟고, 촉촉하게 습기 머금은 대숲을 거닐어본다.아홉산 숲 평지대밭◇수백 년의 세월이 기른 ‘아홉산 숲’부산의 청정지역 기장군 철마면. 그곳에는 4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명품숲이 있다. 철마면에서 정관읍으로 향하는 옛 도로변(웅천리 480번지)에 야트막하게 위치한 아홉산 자락 아래 남평 문씨 일가가 무려 9대에 걸쳐 지켜온, 그리고 지키고 있는 ‘아홉산 숲’이다. 금강송, 참나무, 편백, 대나무가 뒤덮고 있는 이 숲의 규모는 자그마치 52만㎡(15만7000여 평). 숲에는 아름드리 거목들이 울창하다.아홉산 숲 평지대밭잠시 숲이 가진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이 숲의 시작은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에서 살던 남평문씨 일가는 난리를 피해 철마면 웅천 미동마을로 옮겨와 숲을 가꾸기 시작했다. 일가는 이곳에 대숲과 금강송·편백숲·편백·참나무 등을 심었다. 지금껏 3~4차례 큰 위기도 있었다. 가장 큰 위기는 일제강점기였다. 일제가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집안의 쇠젓가락까지 공출해 가고, 그도 떨어지자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일본 순사들은 아홉산 숲 뒷산의 나무를 베기 위해 들이닥쳤다. 이때 일가 어른이 일종의 ‘쇼’를 했다. 일부러 놋그릇을 숨기다 들킨 것이었다. 놋그릇을 뺏긴 어른은 조상들 제사를 어떻게 모시느냐며 땅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고, 순사들은 놋그릇만 갖고 슬며시 도망치듯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문씨 일가는 아홉산 숲을 목숨처럼 가꾸고, 관리했다. 최근에도 큰 위기가 있었다. 숲을 관통하는 임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기장군은 ‘테마가 있는 임도’를 내걸고 홍보를 시작했고, 행락객들이 몰려들었다. 반세기의 고요를 간직한 아홉산 숲은 고기 굽는 냄새와 행락객들의 음주·가무로 몸살을 앓았다. 심지어 트럭을 몰고 와 대나무를 베어가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야생난은 자취를 감췄고, 희귀식물은 뿌리째 뽑혀 갔다. 결국, 문씨 일가는 아홉산 숲에 철조망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2년여에 걸쳐 숲 주위에 둘레 2.5km의 철조망을 세웠다. 비용만 1억 5천만 원이 들었다. 숲은 조금씩 살아났다. 문씨 일가는 2003년 3월 숲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학술적 목적만 민간의 입장을 허락했다. 같은 해 9월 지난해 9월 아홉산 숲의 올바른 활용을 위한 ‘아홉산 숲사랑 시민모임 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10여 년이 지난 2015년 3월부터 일반에 공개했다. 생태치유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한 것도 이때였다. 일반에 공개한 지 3년. 다시 아홉산 숲은 고민에 빠졌다. 관람객이 늘면서 숲이 훼손되고 있어서다. 문씨 일가는 다시 관람객을 제한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그보다 관람객 스스로가 숲을 사랑하고, 아끼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아홉산 숲 매표안내소 앞 구갑죽 마당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희귀한 구갑죽과 100년이 넘은 배롱나무를 볼 수 있다.◇빽빽하게 늘어선 대숲을 걷다탐방로의 시작은 아홉산 숲 매표소부터다. 매표소 앞 계단을 오르면 구갑죽(龜甲竹)마당와 관미헌(觀薇軒)이다. 구갑죽은 나무껍질 문양이 거북 등처럼 생긴 대나무를 일컫는다. 1950년대 중국에서 일본을 거쳐 들여온 뿌리를 이식한 것이 작은 정원을 이룰 만큼 번졌다. 1990년대 중국과 본격적으로 교류하기 전만 해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홉산 숲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대나무였다. 구갑죽은 맹종죽과는 아주 다르다. 맹종죽이 길고 날씬하다면, 구갑죽은 짧고 굵다. 맹종죽은 고개를 꺾어 올려다봐야 한다면, 구갑죽은 무릎을 굽혀 낮은 자세로 봐야 한다. 스스로 겸손해지는 법을 깨우치게 하는 나무다. 구갑죽 정원 뒤편이 문씨 일가 종택 관미헌이다. ‘고사리조차 귀하게 여긴다’라는 뜻으로, 문씨 일가의 자연철학을 담았다. 60여 년 전 못을 전혀 쓰지 않고 순전히 아홉산의 나무로만 지은 한옥이다. 지금도 산주 일가와 직원들의 생활공간으로 쓰인다.부산 기장 아홉산 숲 바람의 길에는 개잎갈나무와 앵종죽이 양쪽에 마주보고 있다. 아홉산 숲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어서 바람의 길로 불린다.관미헌을 나와 본격 숲 탐방에 나선다. 관미헌 왼편 오솔길을 따라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엄청난 규모의 대숲이 펼쳐진다. 대나무 중에서도 가장 굵은 맹종죽 숲, ‘굿터’다. 100여 년 전 중국에서 들여온 맹종죽을 처음 심은 곳이다. 오랜 세월 마을 굿터의 역할을 했다고 해 지금도 굿터로 불리고 있다. 이곳에서 영화 ‘군도’, ‘협녀, 칼의 기억’, ‘대호’의 명장면이 여기서 탄생했다.굿터를 나오면 아홉산 숲의 또 다른 자랑인 ‘금강소나무 숲’이다. 수령 약 400년의 금강송 군락이다. 아홉산 숲에는 무려 116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금강소나무 숲에서 조금 더 오르면 바람의 길이다. 깻잎 나무와 맹종죽이 양쪽으로 마주 보고 있다. 아홉산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다. 두 손으로 움켜쥐기 벅찰 정도로 굵은 대나무가 끝없이 이어진다. 연둣빛부터 시퍼런 초록빛까지 제각각의 색을 띤 대나무가 마치 하늘을 막으려는 듯 빼곡히 늘어서 있다.부산 기장 아홉산 숲 진달래 군락이 있는 꽃밭등을 거닐고 있는 방문객바람의 길 끝에 영화 대화 촬영 때 지은 서낭당이 있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편백숲으로, 오른쪽 길은 평지대밭으로 이어진다. 평지대밭으로 향한다. 짙은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면 길을 지나면 다시 울창한 맹종죽 숲인 평지대밭이다. 약 1만 평 규모다. 아홉산 숲에서 가장 큰 맹종죽 숲이다. 1960~70년대 부산 동래지역 식당에서 남은 밥을 걷고 분뇨차를 불러 거름을 대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2016년 방영한 ‘달의 연인 보보경심’을 촬영한 곳이다. 바닥에서 솟구친 초록이 하늘까지 뒤덮어 볕이 들지 않는다. 빼곡히 들어선 대나무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코와 잎, 그리고 허파까지 모든 게 자동문처럼 열린다. 형언할 수 없는 신선한 공기와 대나무향이 온몸에 배도록 날갯짓을 할 정도다. 평지대숲을 한 바퀴 돌면 길은 다시 출발한 지점으로 되돌아온다.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숲속 산책이 짧게만 느껴진다.부산 기장 아홉산 숲 참나무 군락◇여행메모△가는 길= 부산 시내에서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타고 가다 기장 철마나들목에서 나와 곰내길을 따라가면 아홉산 숲이다. 대중교통으로는 부산지하철 1호선 노포역에서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2~3번 기장군 마을버스를 타고 미동마을에서 하차하면 된다.△잠잘 곳= 부산에서 숙소 선택권이 가장 넓은 곳은 해운대다. 해운대에서 가장 입지 조건이 좋은 곳이라면 단연 파라다이스 부산이다. 해운대해수욕장 최적의 자리에 호텔이 들어서 있어 객실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먹을 곳= 기장 철마를 대표하는 음식은 ‘철마한우’다. 한우가 부담스럽다면 부산 동구 초량동 ‘원조불백’도 좋은 선택이다. 1986년 고(故) 권소선 씨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불고기백반을 볶아 만들어 오던 곳으로, 지금은 권 할머니의 손녀딸인 오재영 씨가 전통방식 그대로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운대구 좌동 재래시장 인근에 자리한 ‘달해’는 최근 부산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이곳에서 꼭 맛보아야 할 것이 있다면, 10년산 자연산 바위굴이다. 담백함은 물론, 입안 가득 풍미가 넘친다.부산 해운대구에서 최근 입소문이 자자한 달해의 ‘바위굴’
2018.04.06 I 강경록 기자
 산과 바다, 강과 온천을 모두 품었다
  • [겨울엔 온천③] 산과 바다, 강과 온천을 모두 품었다
  • 할매탕의 가족탕에서 온천을 즐기는 가족[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해운대는 산과 바다, 강과 온천을 품은 사포지향(四抱之鄕)이다. 사포는 장산, 춘천, 해운대, 구남온천이다. 해운팔경에도 포함되는 구남온천이 지금의 해운대온천이다. 해운대온천에는 통일신라 진성여왕이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을 때, 이곳에 머무르며 목욕을 하고 나았다는 전설이 있다.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할매탕의 전경◇일제에 의해 개발한 ‘해운대온천’1876년 부산항 개항 후 일본인이 몰려들면서 해운대온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되었다. 1887년 일본인 의사 와다노 시게미즈(和田野茂光)가 온천을 발견해 욕장을 개발한 것이 시초로, 1934년 동해남부선이 개통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1935년 해운대온천합자회사가 투자해 온천 여관을 건립했는데, 대온천장과 오락장, 동물원 등이 들어선 온천 테마파크였다. 현재 해운대구청 앞 연못에 당시 온천장의 흔적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황족과 조선 총독 등 고위층 휴양지이자 관광지였고, 1960~1970년대에는 경주와 해운대로 이어지는 신혼여행지가 인기를 끌었다.해운대온천을 대표하는 곳은 해운대온천센터와 할매탕이다. 1935년 문을 연 ‘할매탕’은 해운대 최초의 대중목욕탕으로 2층 건물이었다. 2006년 철거 당시 발견된 상량판에는 ‘상량식 소화 10년 4월 1일 가주 해운대온천조합’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철거된 자리에 ‘해운대온천센터’가 들어섰다.할매탕은 유독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 할매탕이라 불렸다고 한다. 팔다리 통증과 관절염,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분이 많았는데, 관절염에 효과가 뛰어나 아픈 부위만 물에 담그는 진기한 풍경이 눈에 띄었다. 할매탕은 철거됐지만, 그 여운이 깊었나 보다. 해운대온천센터 옆에 새로 건물을 지어 할매탕 간판을 다시 걸었다.할매탕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담겼다. 할매탕 온천수는 피부병에 좋아 환자들이 많이 찾았다. 당시는 피부병 환자가 원탕에서 한데 어울렸지만, 지금은 입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가족탕을 만들어 눈치 보지 않고 온천욕을 즐기며 치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0년 《대한피부과학회지》 48권 12호에 실린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해운대지구 식염천 입욕 효과에 관한 연구’에 임상 실험을 통해 아토피피부염에도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게재되었다.해운대구청 앞의 옛 대온천장 흔적인 연못◇지하 900m에서 끌어올린 온천수할매탕은 수질 관리와 욕탕 관리에 철저해 욕탕에 물때 하나 없을 정도다. “물과 탕 관리가 최고의 광고”라는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 개 온천공을 통해 지하 900m 온천수를 직접 공급하고, 양탕장을 거치지 않아 수온이 60℃에 이른다. 할매탕과 해운대온천센터의 최고 매력으로 꼽힌다. 탕 안의 밸브를 열면 하얀 수증기를 머금은 온천수가 콸콸 쏟아진다. 물은 부드럽고 물맛은 짜다. 지하의 화강암 틈으로 해수가 유입되어 섞이면서 약알칼리 고열 온천이 되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 온천욕을 하고 나오면 혈액순환이 잘돼 몸에 열기가 오래 느껴진다. 온천욕을 한 뒤에는 수건으로 닦지 말고 자연 건조하는 것이 좋다. 할매탕은 가족탕과 남녀 사우나로 구성된다. 가족탕은 6개 온천 객실이 있고, 객실은 방과 욕실로 나뉜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요금은 사우나 6000원, 가족탕 2인 2시간 기준 3만 원이다(1인 추가 5000원, 1시간 추가 1만 원). 예약은 받지 않고, 온천 객실에서 숙박은 불가능하다. 해운대온천센터 1층에 위치한 ‘블랙업커피’에서는 ‘해,수염’이라는 소금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블랙업커피의 시그니처 메뉴로 만든 것이 입소문 나면서 유명해졌다. 직접 로스팅한 아이스 더치 커피에 프랑스산 생크림을 얹고 게랑드 소금을 뿌려준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더치 커피와 묵직하고 부드러운 생크림, 게랑드 소금 맛이 차례로 느껴진다.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 버터, 치즈, 천일염을 사용한 식빵도 함께 맛보길 권한다.청사포 다릿돌전망대에서 본 구덕포와 송정해변◇해운대 풍경 한눈에 펼쳐지는 ‘달맞이길’ 해운대해수욕장 동쪽으로 달맞이길이 있다. 미포오거리에서 와우산을 넘어 청사포와 송정으로 이어지며, 달맞이고개를 넘는 길이라고 붙은 이름이다. 달맞이길에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 만나는 해마루전망대는 꼭 가보자. 발아래 청사포와 달맞이길의 해운대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달맞이길이 드라이브 코스라면, 문탠로드와 동해남부선 옛길은 걷기 좋은 길이다. 문탠로드는 울창한 해송 숲을 따라 달맞이어울마당까지 갔다가 해월정을 거쳐 돌아오는 2.5km 코스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동해남부선 옛길은 미포 건널목에서 송정역까지 4.8km에 이르며,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바다의 절경과 해운대 삼포(미포, 구덕포, 청사포)를 모두 만나는 길이다. 청사포를 지나면 최근 문을 연 청사포다릿돌전망대가 나온다. 청사포 해안에서 등대까지 늘어선 다섯 개 암초가 징검다리 같다고 붙은 이름이다. 전망대로 걸어 들어가면 바닥의 강화유리를 통해 파도가 일렁이는 풍경이 아찔하다. 동쪽으로 구덕포와 송정해수욕장이, 서쪽으로 청사포와 그 너머로 오륙도와 태종대가 있는 영도가 아스라하다. 도로 반사경을 얼굴로 활용한 우주인, 선글라스를 쓴 강아지 벽화가 재미난 청사포로58번길의 청사포 벽화거리도 만나보자.송정해변의 일출◇일출 명소로 이름 높은 ‘송정해수욕장’송정해수욕장은 겨울이면 일출 명소로 이름이 높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해변과 죽도공원의 소나무 숲과 정자 뒤로 해가 뜨는 풍경이 장관이다. 죽도공원은 한 바퀴 산책하기 좋다. 죽도정에 오르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송정해수욕장과 청사포다릿돌전망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기장군의 아홉산숲은 남평 문씨 가문이 400여 년 동안 가꿔온 숲이다. 2017년 KBS-1TV 추석 특집 〈힐링 다큐 나무야 나무야〉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많은 여행자가 찾는다.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협녀, 칼의 기억〉 등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아홉산숲은 52만 ㎡ 면적에 아름드리 금강소나무, 맹종죽 대숲, 편백과 삼나무 숲 등 천연림과 인공림이 어우러진 모둠 숲이다. 천천히 거닐며 사색하거나 도란도란 이야기하기 좋다. 방문 예약이 원칙이지만, 12월까지 예약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아홉산숲에서 약 5km 떨어진 장년산 서북쪽 자락에는 올 11월 부산치유의숲이 개원했다. 숲 산책은 물론 숲 치유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예약 http://reserve.busan.go.kr). 아홉산숲 가는 길에 동래구를 지난다. 동래구에는 임진왜란 때 동래부사 송상현과 수많은 군사와 백성이 목숨을 잃은 동래읍성이 있다. 부산지하철 4호선 수안역에는 지하철 공사 당시 발견된 해자와 출토 유물을 전시하는 동래읍성임진왜란역사관이 마련되어 역사 유적 답사 코스로 제격이다.청사포 다릿돌전망대의 전경◇여행메모△여행코스= 문탠로드→동해남부선 옛길→청사포다릿돌전망대→국립부산과학관→(숙박)→송정해수욕장 일출→할매탕→동래읍성임진왜란역사관→동래읍성(동래읍성역사관, 장영실과학동산)→아홉산숲→부산치유의숲△가는길= 경부고속도로 구서 IC→해운대·벡스코 방면 번영로 2.5km 직진→회동고가도로에서 석대고가도로 진입, 수영강변대로 5km 직진→동래·벡스코 방면 좌회전, 300m 직진, 해운대경찰서앞교차로 우회전, 해운대로 4.2km 직진→부산기계공고삼거리 우측, 610m 직진, 해운대해수욕장삼거리 좌회전→500m 직진, 해운대온천사거리 구청 방면 좌회전→해운대온천사거리 우회전→할매탕△먹거리= 홍합톳밥정식은 ‘명향’, 백반정식은 ‘백번집’, 스지김치끼개국수는 ‘송정집’, 조개구이는 ‘수민이네’, 가자미미역국은 ‘오복미역 송정점’, 한우설렁탕은 ‘서울깍두기 달맞이점’, 순대국밥은 ‘웅천장터돼지국밥’이 유명하다.△주변 볼거리= 해운대해수욕장, SEALIFE부산아쿠아리움, 동백공원, 누리마루APEC하우스, 동래온천, 금정산성, 국립부산과학관, 해동용궁사블랙업커피의 소금커피‘해수염’
2017.12.02 I 강경록 기자
 와이어 만들었던 버려진 폐공장, '문화공장' 되다
  • [여행] 와이어 만들었던 버려진 폐공장, '문화공장' 되다
  • 지난 2014년 부산다운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고려제강 기념관 ‘키스와이어 센터’의 하이라이트인 ‘나선형 다리’ 가운데 설치한 전시품을 관람객이 감상하고 있다.[부산=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발전소를 개조해 만든 영국 런던의 모던 미술관부터 낡은 공장 지대 철도를 자연 친화적인 산책로로 변화시킨 미국 뉴욕의 하이 라인 공원까지. 옛 산업 현장의 약점을 장점으로 되살려 독보적인 문화를 생산해내며 전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난 곳들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수명이 다한 서울역 고가도로를 국내 최초 고가 보행도로로 복원한 ‘서울로7017’, 폐광 이후 방치됐던 광산동굴을 개조해 만든 국내 최고의 동굴테마파크 ‘광명동굴’도 최근 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곳들이다. 이번에 소개할 ‘F1963’도 마찬가지다. 버려진 폐공장을 국내 최고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지난 2014년 부산다운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고려제강 기념관 ‘키스와이어 센터’의 하이라이트인 ‘나선형 다리’ 가운데 설치한 전시품을 관광객이 감상하고 있다.◇ 버려진 폐공장이 복합문화공간이 되다언덕길을 따라 부산 수영강 인근의 망미동 후미진 주택단지. 그곳에 들어서면 ‘F1963’이 있다. 원래 이곳은 고려제강의 옛 공장이었다. 고려제강은 교량용 철제 케이블을 비롯해 다양한 와이어를 만드는 기업으로 1963년부터 2008년까지 여기에서 45년 동안 와이어로프를 생산했다. 하지만 2008년 6월 생산시설을 양산으로 이전하면서 사실상 버려졌다. 폐공장의 변화는 2016년부터였다. 부산시와 고려제강은 그해 8월, 이 폐공장에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자며 함께 손을 잡았다. 그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해 연 부산비엔날레(2016년 9월~11월)에 무려 20만명의 관람객들이 찾는 등 예상 밖의 선전에 모두가 놀랐다. 이에 희망을 얻은 부산시는 총 부지 9590㎡ 중 2000㎡에 대해 향후 20년간 무상사용계약을 고려제강과 맺었다. 이후 총 32억원의 국비를 들여 전시·공연 복합문화공간 ‘F1963’을 조성했다. 고려제강도 35억원의 거금을 들였다. 이후 폐공장은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부산 도심의 폐공장이던 F1963에서 올해 말까지 열리는 사운드아트 전시회 ‘투명한 소리를 듣다’에 전시 중인 ‘스마트랜드’(크리스토퍼 레브레통 등)을 감상중인 관람객. 먼저 고려제강 기념관 ‘키스와이어 센터’부터 찾았다. F1963 옆에 고려제강 본사와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은 사전 예약을 해야 방문객을 맞는다. 공휴일, 일요일은 휴관이다. 원하는 관람 날짜를 선택해 예약해야 한다. 이곳은 하루 세 번 방문객을 맞는데 입소문이 나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관련 전공자와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이 기념관은 2014년 부산다운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설계는 조병수 건축가가 했다. 와이어 박물관, 기업 홍보관, 기업 연수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둥이나 보 없이 28개의 와이어만으로 지붕을 지탱하도록 설계한 게 특징이다. 건물에 들어서기 전 야외 공연장이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시선을 건물 안으로 돌리면, 돌 물 나무가 만들어내는 쉼터를 만난다. 복도를 따라가면 왼편에 지붕을 떠받치는 와이어도 볼 수 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키스와이어센터의 하이라이트, 나선형 다리를 만난다. 왜 이 건물이 대상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곳이다. 고려제강 본사 건물◇ 투명한 소리를 보다기념관에는 ‘투명한 소리를 보다’를 주제로 시각예술을 융합한 ‘사운드 아트’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올해 말인 12월 31일까지 열린다. 사운드아트란 소리를 본다는 개념으로 시각예술에 소리나 음향을 도입한 종합예술을 말한다. 프랑스에서 초청한 외국 작가와 부산의 사운드 아트 작가 4명의 작품들이 기념관과 F1963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소리(음악)를 중심에 놓고 시각예술, 설치미술, 영상, 과학기술 등을 접목해 예술의 상상을 펼친다. ‘듣는 소리’의 한계를 넘어 ‘듣고 보는 소리’에 중점을 두고 아트 작품 23점을 설치해 소리를 들으며 이미지를 그리는 입체 예술을 구현했다지난 2014년 부산다운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동국제강 기념관 ‘키스와이어 센터’의 하이라이트인 ‘나선형 다리’ 가운데에 설치한작품을 감상중인 관람객.작품 감상은 기념관과 F1963 곳곳을 천천히 돌아다니며 살펴보는 식이다. 기념관에는 사람이 다가가면 휴대전화가 순간의 소리와 영상을 촬영하는 ‘스마트랜드 희유곡’(크리스토퍼 레브레통 등), 로봇 기계가 줄을 튕겨 연주하는 ‘스트링 텐션’(김태희), 동작과 소리로 새로운 예술을 구현하는 ‘절대침묵’(티에리 드 메이) 등을 만날 수 있다. F1963 내 전시장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둘러볼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김서량 작가의 ‘도시의 소리’를 만난다. 안락한 소파에 앉아 헤드폰을 쓰면 세계 곳곳에서 채집한 소리가 나와 도시의 이미지가 절로 떠오른다.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흑백 사진과 소리로 장소를 기억하는 작품인 ‘여기, 시간의 흔적’(파스칼 프래망) 도 있다. 바깥 공간인 원예점과 폐수처리장을 품은 정원에는 수도꼭지를 틀면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물소리로 자라다’와 바다에서 가져온 몽돌을 여러 개 달아 서로 다른 물의 소리를 듣는 ‘시간과 소리의 형태’ 등 정만영 작가의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F1963 관계자는 “작품을 찾아다니다 보면 시각과 청각이 열리고 투명성의 확장이 만들어내는 이미지 공간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소개했다. 동국제강 기념관 ‘키스와이어 센터’를 나와 F1963 입구 쪽으로 향하면 맹종죽 숲길인 ‘소리길’ 벤치에 누워 대숲과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관람객. 죽림은 대나무와 와이어의 곧고 유연한 물성을 닮음을 상징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동국제강에서 생산하는 와이어와 가장 비슷한 성질을 가진 나무라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부산 도심의 폐공장을 개조해 만든 부산 최고의 복합문화시설 ‘F1963’ 입구 전경.◇ 공간이 다가와 말을 건네다기념관을 나와 발길을 F1963 입구 쪽으로 향하면 대숲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맹종죽 숲길인 ‘소리길’이다. 죽림은 대나무와 와이어의 곧고 유연한 물성의 닮음을 상징한다. 이 길의 디딤돌은 공장 바닥의 콘크리트를 활용해 만들어졌고, 공장 지붕을 받치던 나무 역시 방문객을 위한 벤치로 변신했다.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에 댓잎의 칼칼한 잎사귀들이 흔들리며 마치 영혼의 노래를 부르는 듯하다. 이 노래에 취해 잠깐 명상에 잠겨도 좋다. ‘침묵의 소리 없는 소리’를 느낄지도 모른다. 도심 한가운데서 느껴보는 ‘맑은 침묵’말이다.소리길을 지나면 F1963 입구다.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알듯 모를듯 작품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공장 조성 당시 사용했던 기초석들이다. 재건축 과정에서 철거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 일부를 가져다 실내 공간에 전시하며 아름다운 빈티지 정원을 보여주고 있다. 이 돌더미를 돌아들어가면 중정(中庭·건물 가운데 뜰)이 있다. 전시나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천장이 뚫려 있다. 부산 도심의 폐공장을 개조해 만든 ‘F1963’ 내부에 들어서 있는 카페 ‘테라로사’ 전경. 공장에서 사용하던 오래된 철판을 이용한 커피바와 테이블 등으로 공장의 흔적과 커피농장의 색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F1963의 공간을 충분히 둘러보았다면 잠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괜찮다. F1963에는 테라로사 커피부터 복순도가의 손막걸리, 그리고 ‘Praha993’의 수제 맥주 등을 맛볼 수 있다. 중앙정원을 가운데를 두고 양 옆으로 나눠져 있다. 카페 테라로사는 설명이 새삼스러울 정도의 명성을 지닌 커피 전문점. 공장에서 사용하던 오래된 철판을 이용한 커피바와 테이블 등으로 공장의 흔적과 커피농장의 색감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커피 전문점의 기본 미덕인 맛 좋은 커피, 매일 굽는 천연발효빵 등을 즐길 수 있다.F1963 건물 가운데 뜰 ‘중정’이 있는데 이 공간은 전시나 공연을 할수 있도록 설계했고, 천장이 뚫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여행메모△가는길= 부산도시고속도로를 타고 수영방면으로 우회전해 좌수영로를 따라 이동하다 다시 우회전해 좌수영로 179번길을 따라 이동해서 가면 ‘F196’이 보인다. △먹을곳= 해운대 중구의 금수복국은 부산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음식 중 하나다.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이 일품인 복국 전문점으로 46년 전통을 자랑한다. 전국 체인 중 부산 지역에만 3개 직영 매장이 있으며 해운대에 본점이 있다. 1만원~3만 5000원까지 복 종류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잠잘곳= 해운대 인근에는 파라다이스 등의 특급호텔을 비롯해 부산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아르피나까지 많은 숙소가 몰려 있다.F1963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부산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음식점 중 하나인 복국 전문점 ‘금수복국’의 맑은(지리)탕. 1970년부터 44여 년 원조 뚝배기 복국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의 시인 소동파가 ‘죽음과 맞바꿀 가치가 있는 맛’이라고 극찬한 복어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급 요리로 취급하고 있다.
2017.11.17 I 강경록 기자
원희룡 “‘헌법무시 대통령’ 맹종한 與에 엄중한 경고”
  • [탄핵가결]원희룡 “‘헌법무시 대통령’ 맹종한 與에 엄중한 경고”
  •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관련, “헌법을 무시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원 지사는 이날 오후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거 피흘려 세운 민주주의를 피한방울 없이 이루어낸 국민의 위대함”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원 지사는 특히 “헌법을 무시한 대통령을 맹종하고 방관해왔던 새누리당에 대해 국민은 엄중한 경고를 내렸다”며 “새누리당이 새롭게 거듭나지 않고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없다고 국민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더 이상 친박과 비박은 무의미하다”며 “기득권과 권력에 편승하는 수구주의에 기대 헌법을 등한시했던 과거의 잘못된 길을 벗어나 국민의 뜻과 헌법을 하늘처럼 모셔야 한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기 위해, 국민들과 함께 고통스러운 과정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 지사는 아울러 “대한민국이 ‘발전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생산적 경쟁을 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새누리당은 오늘 죽음으로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 [포토]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찬성 234 반대 56 기권 2 무효 7☞ [탄핵가결] 朴대통령 탄핵안 가결, 찬성 234명 vs 반대 56명…기권 2명 무효 7명(속보)☞ [탄핵가결]정의당 “위대한 시민혁명 깃발 꽂았다”☞ [탄핵가결]손학규 “위대한 승리…탄핵 전후 대한민국 달라져야”☞ [탄핵가결]찬성 234명…野 이탈표 없다면 새누리당 62명 찬성
2016.12.09 I 김성곤 기자
첫 추석맞은 '판다'...풍성한 구절판 선물에 '활짝'
  • 첫 추석맞은 '판다'...풍성한 구절판 선물에 '활짝'
  • 에버랜드 동물원 추석맞이(사진=에버랜드)[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삼성물산 리조트부문(社長 김봉영)이 운영하는 에버랜드는 추석을 일주일 앞둔 8일 사육사와 동물들이 풍성한 한가위 분위기를 함께 만끽하는 이색적인 자리를 가졌다.이 날 에버랜드 사육사들은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정성스레 준비한 햇과일과 건강식을 동물들에게 전달하며 동물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다. 먼저 올해 3월 한국에 들어와 첫 명절을 맞는 판다에게는 맹종죽, 설죽 등 판다가 즐겨 먹는 대나무는 물론, 판다의 영양식 ‘워토우’, 당근, 사과, 밤 등이 담긴 구절판을 특별 제작해 선물했다.수컷 판다 러바오는 구절판을 보고 잠시 정탐을 하더니 평소 가장 좋아하는 워터우를 선택해 먹다 금새 잠이 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방문객들의 미소를 자아냈다.또한 레서판다에게 복주머니에 담긴 햇사과를, 알락꼬리 여우원숭이에게는 바구니에 담긴 6가지 과일 세트를, 나무늘보 모자에게는 담당사육사가 직접 빚은 고구마 송편을 특식으로 제공하며 서로 긴밀히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에버랜드는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민속놀이 체험, 전통 도깨비 그리기, 전래동화 주인공들과 포토타임 등 우리의 전통을 체험해볼 수 있는 ‘한가위 민속 한마당’ 행사를 개최한다. 에버랜드 동물원 추석맞이(사진=에버랜드)▶ 관련기사 ◀☞ [여행] 가을 충주호, 농익은 '물색'에 빠지다☞ [여행팁] 추석연휴, 2명 중 1명 "여행 갈거야"☞ [여행] 하늘이 허락해야 닿는 섬…가을바다 드라이브☞ "'사람' 대신 '인형'이 여행한다"☞ [e여행] 파도를 가르는 짜리함 '필리핀 서핑 명소 3'
2016.09.10 I 강경록 기자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 풍성한 추석 맞이
  •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 풍성한 추석 맞이
  •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경기 용인 에버랜드가 추석을 일주일 앞둔 8일 사육사와 동물들이 풍성한 한가위 분위기를 함께 만끽하는 이색적인 자리를 가졌다. 이날 에버랜드 사육사들은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햇과일과 건강식을 동물들에게 전달하며 동물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다.올해 3월 한국에 들어와 첫 명절을 맞는 판다에게는 맹종죽·설죽 등 판다가 즐겨 먹는 대나무와 영양식 ‘워토우’, 당근, 사과, 밤 등이 담긴 구절판을 특별 제작해 선물했다. 수컷 판다 러바오는 구절판을 보고 잠시 정탐을 하더니 평소 가장 좋아하는 워터우를 선택해 먹다 금세 잠이 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방문객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또 레서판다에게 복주머니에 담긴 햇사과, 알락꼬리 여우원숭이에겐 바구니에 담긴 6가지 과일 세트, 나무늘보 모자에게는 담당사육사가 직접 빚은 고구마 송편이 특식으로 제공됐다.에버랜드는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 △민속놀이 체험 △전통 도깨비 그리기 △전래동화 주인공과 포토타임 등 우리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한가위 민속 한마당’ 행사를 개최한다.△판다의 에버랜드 동물원 추석맞이.△나무늘보의 에버랜드 동물원 추석맞이.△알락꼬리원숭이의 에버랜드 동물원 추석맞이.△레서판다의 에버랜드 동물원 추석맞이.
2016.09.08 I 양희동 기자
안나바이오코리아, 대나무 추출 ‘모소 여성청결제’ 출시
  • 안나바이오코리아, 대나무 추출 ‘모소 여성청결제’ 출시
  •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안나바이오코리아는 대나무의 일종인 맹종죽 추출 천연발효액을 추출해 만든 ‘모소(MOSO) 여성청결제 시크릿 클렌저’를 출시했다고 18일 밝혔다.이 제품은 민감하고 예민한 피부에도 큰 자극 없이 꼼꼼한 세정이 가능하도록 제조됐다. 주요성분인 대나무 추출 천연발효액 GQS는 100% 맹종죽에서 추출한 신물질로 황색포도상구균, 슈퍼박테리아, 진균 등 28가지 나쁜 유해세균을 억제, 멸균한다.또 여성 질에서 나타나는 불쾌한 냄새, 가려움, 분비물 완화에 도움이 된다. 하루에 두 번 사용하면 좋고 생리 중에는 더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다.이밖에도 천연계면활성제, 나무딸기의 일종인 보이젠베리, 효모 감즙발효 추출물, 쑥 추출물, 녹차 추출물, 올리브·스쿠알렌·자몽오일 같은 천연성분이 함유돼 다양한 효과를 준다.정종천 안나바이오코리아 회장은 ”안나바이오의 ‘모소’ 브랜드는 다른 일반 화장품브랜드에 많이 사용되는 화학성분인 합성계면활성제나 방부제인 파라벤 등 해로운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미세거품으로 꼼꼼한 세정을 제공하고 화학적 방부처리 없이 부패가 방지되는 것이 이 제품의 특성”이라고 말했다.150ml와 1.5ml 20개(휴대용팩 1개)로 출시되며 제품가격은 각각 4만3000원, 9000원이다.
2014.03.18 I 김영환 기자
  • (VOD)리더스 클럽 ''스즈키 도시후미 1만 번의 도전''外
  • [이데일리TV 신욱 기자]앵커: 한 주동안 새로 나온 서적 알아보는 리더스 클럽시간입니다. 영풍문고의 박승환 팀장 자리했습니다. &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nbsp;[질문] 오늘 첫 번째 책부터 알아보죠. 세븐 일레븐으로 유명한 일본의 경영자가 직원들을 교육했던 내용을 책으로 내놨군요. 어떤 내용입니까? 1. '스즈키 도시후미 1만 번의 도전' 저자 : 오가타 도모유키 / 출판사 : 지식공간 [답변] 이 책은 평사원으로 시작해 아시아 1위 유통업체인 '세인 & 아이홀딩스'의 회장 겸 CEO에 오른 스즈키 도시후미 회장이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30년간 매주 진행한 강의를 묶은 책입니다. 지금까지 1,300회 이상 진행된 이 강의는 현장 상담자인 OFC(operation field counselor)들이 모이는 전체 회의에서 이뤄졌습니다. 스즈키 회장이 전체 회의를 소집한 목적은 급증하는 세븐일레븐 매장을 혼자 힘으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그는 OFC들을 자신처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곧 1주일에 한 차례씩 전국의 OFC를 도쿄 본사로 불러 모았습니다. 스즈키 회장이 직접 이끄는 전체 회의는 30년간 한 번도 그친 적이 없으며 지금까지 1,300회 이상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일본 전역 12,000개의 매장은 2,000명의 또 다른 스즈키 도시후미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 그럼 스즈키 회장이 30년 동안 직원들에게 강조&#54720;던 경영철학의 내용은 어떻게 됩니까? [답변] 스즈키 도시후미가 OFC들에게 입이 닳도록 강조했던 말은 매너리즘 타파, 즉 어제와 똑같은 방식으로 오늘 업무에 임하지 말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그의 유명한 업무 툴인 ‘가설-검증 보고서’를 세븐일레븐 전 직원에게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스즈키 도시후미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 보고서 작성을 통해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며 시대의 변화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이 가설-검증 보고서를 통한 부단한 도전이 그를 일개 평사원에서 지금의 CEO에 이르게 만든 원동력이자, 모두가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던 편의점을 세계 최고의 소매업체로 만든 비결이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숱한 비즈니스 예시들은 스즈키 도시후미 자신이 시도했던 업무 혁신 사례들로 대부분 최초라는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예컨대 당시 유통업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었던 ‘개점(個店)주의’를 비롯하여 ‘기회 손실, 1일 세 차례 배송 시스템, 단품관리, POS 시스템’ 등이 모두 업계에 최초로 도입된 것이었습니다. [질문] 획기적인 비즈니스 기업을 생각해 내는데는 자신만의 생활 패턴이 있었을 거 같은데요. [답변] 이런 획기적인 발상의 이면에는 칼날처럼 곤두서 있는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스즈키 회장은 적의 동태를 살피는 초병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눈을 떼지 않고 사소한 변화도 무심결에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새벽에 눈을 떠서 5시 15분 일기예보를 보고 다시 5시 57분 NHK의 일기예보를 시청했으며 출근하는 차량 안에서도 늘 라디오를 켜놓고 수시로 변하는 일기 상황을 주시했습니다. 소비자 심리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하잘것 없어 보이는 정보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는데요. 스즈키 도시후미 회장이 제시하는 업무 혁신의 첫 걸음은 과거의 전면적 부정입니다. 자신을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오르게 만들었던 과거의 방식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 혁신을 위한 출발점임을 역설합니다. 유통업의 역사는 이 분야에 문외한인 신인(新人)들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지적했는데요.‘성공 기억 상실증’에 걸릴 것을 요구합니다. 예컨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에는 잎사귀마저 모두 버리는 나무와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열매도 나뭇잎도 버리지 않으면 나무는 겨울을 날 수 없을뿐더러 새싹을 틔울 수 없습니다. 변화 없이 그 모습 그대로인 것은 고사목, 즉 죽은 나무와 박제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질문] 경매와 관련된 책이 나왔군요? 2. '지지옥션 강은 팀장의 경매 100일 프로젝트' 저자 : 강은 / 출판사 : 이콘 [답변] 이 책은 경매 초보자들이 경매를 하는 데 있어서 준비하고 확인해야 할 것들을 D-day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놨습니다. 그간 경매서는 경매 성공기와 전문서, 이렇게 두 종류였습니다. 하지만 성공기만으로는 실질적으로 따라하기에 활용도가 낮고, 전문서는 어려워서 초보자들이 이해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많았습니다. 강은 팀장은 경매 정보에 관한 언론 인터뷰 1순위 전문가답게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겠다고 나섰습니다. 읽고 나서 ‘나도 경매 한 번 해볼까?’라는 마음먹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나도 한 번 해보자!’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랐다고 하는데요. 이는 지지옥션을 통해 그간 수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경매 초보자들의 필요를 읽어낸 결과였습니다. [질문] 막상 경매에 참가하려면 어렵다는 느낌부터 드는데요. 그 이유는 뭘까요? [답변] 그 동안 다양한 매체에 경매 칼럼을 연재하고,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경매 상담을 해왔지만 매번 사람들은 '경매는 정말 어렵다'는 말을 해왔다고 말합니다. 강은 팀장은 그 이유를 두 가지로 결론지었는데요. 첫 번째는 경매 진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각 과정마다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정확한 매뉴얼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에 충실하게 책을 내게됐다는 건데요. 저자는 경매를 통해 100일만에 내집마련이 가능하다고 장담합니다. 법원이 진행하는 경매는 그 어떤 부동산 거래보다 절차와 과정이 투명하기 때문에 경매 진행개시일이나 자료, 배당일 등이 모두 예측가능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사람들이 경매를 기피하는 이유는 ‘경매 나온 집은 재수가 없다'거나 '경매에는 조폭과 브로커가 판친다', 혹은 '경매는 쓸 만한 부동산이 없다' 등의 선입견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이 책은 영리한 투자 방식으로 '부동산 경매'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질문] 마지막 책 알아보죠. 올해 지구촌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았는데요.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최근 김장철 채소값 급등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요. 이런 기상 이변과 관련한 책이 나왔군요? 3. '테라 : 광포한 지구, 인간의 도전' 저자 : 리처드 험블린 / 출판사 : 미래의 창 [답변] 최근 한 해에 한두 번씩 커다란 재난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뭔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올해만 해도 아이티 대지진이나 아이슬란드 화산재 폭발로 전 세계가 안타까움과 항공 대란이 발생했는데요. 사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에도 이상 고온이나 한파가 몰아칠 정도로 기상이변이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에 들려오는 백두산 대폭발 예측 뉴스도, 우리 가까이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자연의 폭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닙니다. 이 책에는 근대에 들어서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인류를 경악시킨 4가지 재난이 기록돼 있습니다. 멀리는 18세기부터, 최근으로는 20세기까지입니다. 매 번의 재난 때마다 사람들은 생존에 위협을 느끼며 묵시록적인 공포에 떨었습니다. [질문] 근대의 4대 재앙은 어떤 것들입니까? [답변] 지난 1755년 리스본의 대지진에서 유럽인들은 지옥도와 같은 신의 심판을 봤고, 1783년 유럽 기상 이변에서 역시 이례적으로 사람들이 대기에 공포를 느끼며 익숙지 않은 당혹감에 신을 찾았습니다. 1883년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 때에도, 1946년 하와이 힐로 쓰나미 때에도, 책에 인용된 생존자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자신들에게 닥친 비현실적인 재앙에 공포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때마다 인류는 종말을 맞게 되었으며 인간은 무력한 공포감에 사로잡혀 신의 구원만을 바란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알다시피 오히려 인간은 그 재난에서 해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결국 이 재난들에 인간이 이성적으로 도전하면서 이룩한 과학적인 발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또한 반복되는 재난과 반복되는 피해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오만함과 지나친 과학기술 맹종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nbsp;&nbsp;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nbsp;2004년 쓰나미나 2008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재난이 보여 주듯이, 사람들은 충분히 재난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함과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재앙을 더 키웠습니다. 지구는 지금도 분명 다음 재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재앙이 오는 것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재앙을 예측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쓴 저자의 메시지입니다.
2010.10.12 I 신욱 기자
이보다 흐뭇한 고부는 없다 고창의 멋, 부안의 맛
  • 이보다 흐뭇한 고부는 없다 고창의 멋, 부안의 맛
  • [조선일보 제공] 해수욕장 가서 텀벙대긴 민망하고 도시락 싸서 단풍놀이 떠나긴 너무 이른, 늦여름입니다. 휴가 다녀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거창한 배낭을 꾸릴 기분도 안 나는, 여행의 '틈새' 기간이지요. 더위에 시달린 몸을 최적 상태로 되돌릴 편하고 맛있고 느린 떠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번 주 주말매거진은 넉넉한 바다를 천천히 즐기고 해수찜으로 피로를 날릴 수 있어 1년 365일 언제라도 좋은 여행지 전북 부안·고창으로 떠났습니다. 젓갈, 장어, 갑오징어… 흐뭇한 '식탁'은 기본입니다. 아무리 예쁜 풍경이라도 지나치게 사람 손 탄 티가 나면 물리기 마련이다. 한데 전북 고창 학원농장은 좀 다르다. 잘 정리된 구획이나 곳곳의 전망대를 보면 사람이 정성스레 가꾼 게 분명한데도 어색하기보단 편안하다. 오직 보여주기 위한 '인공'과 삶을 위해 건강하게 가꾸는 '생활'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늦여름 학원농장의 주인은 파도처럼 넘실대는 해바라기다. 봄날의 청보리가 지나가고 가을의 메밀꽃에 자리를 내주기 전 틈새를 메우는 노란 꽃밭이 반갑다. ▲ 청보리와 메밀꽃으로 이름난 전북 고창 학원농장에 예쁜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농장주 진영호씨가 올해 봄 만든 작은 연못에 빼곡하지 않아 평화로워 보이는 흰 연꽃이 별처럼 솟아 있다. 농장주 진영호(61)씨는 "메밀꽃 필 때 해바라기도 피면 화려할 것 같아 약 1만평(약 3만3060㎡) 정도 밭에 심기 시작했는데 해바라기가 늘 생각보다 빨리 핀다"고 했다. 진씨는 1963년 이 농장을 만든 고(故)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장남이다. 농장으로 들어가는 흙길에서 내려다본 해바라기는 시골집 앞에서 한두 개씩 보던 키다리 해바라기에 비해 자잘해 보였다. 적당히 친절하고 적당히 자연스럽게 만들어둔 산책로를 따라 '노란 불꽃' 속으로 발을 디뎠다. 사람 기척에 놀란 산비둘기 몇 마리가 후두두 날아오른다. 안에서 둘러본 해바라기는 밖에서 짐작한 것보다는 훨씬 크고 굵고 강해 꽃을 보려면 고개를 들어야 했다. 꽃밭 속에 우주를 이루고 사는 온갖 풀벌레와 새소리는 녹음해 아침 알람 소리로 쓰고 싶을 정도로 상쾌했다. 해바라기는 해만 따라 고개를 돌린다는데, 학원농장의 꽃들은 배시시 웃으며 얼굴을 원두막 쪽으로 일제히 돌린 모양새다. 해바라기밭에서 10분 남짓 걸으면 여름과 가을을 즐거이 잇는 또 하나의 꽃밭이 나온다. 작은 연못을 수채화처럼 투명하게 칠하는 흰 연꽃밭이다. 수면에 머리만 내밀고 동동 떠있는 백련(白蓮)은 깊은 물을 하늘 삼아 별처럼 반짝인다. 연꽃 위에서 일광욕하듯 조는 잠자리의 여유가 샘난다. 진씨는 "올해 봄 연못을 만들고 처음 핀 연꽃"이라며 "연못이 꽉 차지 않아 소박해 보여서 기쁘다"고 했다. ▲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꽃의 제왕은 해바라기다. 전북 고창 학원농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해바라기가 꿈처럼 펼쳐진다. 지금은 무릎 높이까지밖에 자라지 않은 메밀은 9월 초 까마득한 흰 꽃밭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약 2㎞ 길이의 산책로를 설치해 말 그대로 꽃 잔치를 즐길 수 있는 메밀꽃 축제는 9월 5~27일. 입장료는 무료다. 진씨는 "울타리 만들고 표 받는 돈이 더 들 것 같아서 입장료 안 받는다"며 "하하" 웃었다.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산119-2·063-564-9897· www.borinara.co.kr 눈의 호사를 만끽한 후 뻣뻣한 온몸을 노곤하게 풀어주려면 바닷가 바로 옆 '구시포해수찜'이 제격이다. 좁은 시골길 끝에 있는 해수찜의 효력을 제대로 체험하려면 입구에서 꽤 길게 이어지는 설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해수찜은 바다에서 돌아온 고단한 어부들이 몸을 풀던 목욕법이다. "가운데 물은 해수에 약쑥 같은 각종 약초를 넣은 건데 엄청나게 뜨거우니까 절대로 손발 담그시면 안 돼요. 타월을 물에 샤부샤부 하는 것처럼 담갔다 꺼낸 다음 조금 식혀서 평소에 아픈 데다가 올려놓으세요. 살이 빨개질 때까지 계속 계속 해야 효과를 봐요." 탈의실에서 '찜복'으로 갈아입고 '알몸 출입 금지'라는 재미있는 문구가 적힌 커튼을 지나 일식집 6인실 정도 되는 '4~5인실'에 들어갔다. 배운 대로 타월을 적셔 오른쪽 무릎에 얹었더니 처음엔 너무 뜨겁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끈하고 시원한 느낌이 전해졌다. 30분 정도 잠깐 체험만 했는데도 다음 날까지 오른쪽 무릎만 파스 붙인 듯 시원했다. 결코 청결하다고는 할 수 없는 내부가 좀 아쉽다. (063)561-3324. 해수찜 이용 오전 7시30분~오후 9시. 4~5인 1인당 1만원, 3인 3만6000원, 1·2인 2만7000원. 강추 성곽 둘레 1684m, 높이 4~6m인 고창읍성(고창군 고창읍 읍내리 산9번지·063-560-2710)은 의젓하게 하늘을 덮는 노송(老松)과 빽빽한 맹종죽으로 유명하다. 겨울엔 동백꽃, 가을엔 단풍이 아름다운 선운사(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392-5·063-560-2712)에 들렀다가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 선운산에 올라도 좋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창읍 도산리 고인돌 유적지는 동서 각각 약 2.5㎞에 달하는 넓은 들판에 447기의 고인돌이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어 세계 최대의 고인돌 군락으로 평가받는다. 여행 문의 고창군청 문화관광과 (063)560-2457· www.gochang.go.kr ▶ 관련기사 ◀☞시간이 쌓고 바람이 깎은 반도의 절경… 적벽강☞경원선 자전거 전용열차 인기 힘입어 30일 재운행☞휴가포기족을 위한 당일치기 서울여행 코스
340년 역사 품은 집에 대나무 소리 사각거리네
  • 340년 역사 품은 집에 대나무 소리 사각거리네
  • [조선일보 제공] 달 나오는 산, 달나산 혹은 달내산으로 불리었던 월출산(月出山)은 전남 영암 남쪽 자락에 거대한 화강암 몸체를 길게 이어간다. 이 초승달 모양으로 뻗어나간 산줄기 등허리쯤에 자리잡은 구림, 그 옛날 백제 때 일본으로 건너간 왕인 박사의 고향으로 유명한 동네 안쪽 죽정마을에 340년의 역사를 품은 집이 있다. ▲ 조선영상미디어※10월 23일부터 4주 동안, 주말매거진 '1년 52주 당일치기 여행'이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놀토(학교 안 가는 토요일)에 가기 좋은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이 집은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되라'는 의미로 '안용당'(安用堂)이란 이름을 품고 있다. 지금 살고있는 최복씨의 증조부 최관묵 선생 호를 따 낭서고가(朗西古家)로도 불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집 뒤편 작은 봉우리까지 이어지는 대나무 숲. 길이 10m가 넘는 맹종죽들이 가득하다. "저희 5대조 할아버지께선 처음 대나무를 심으셨죠. 제 아버지께서 30여년 전쯤에 맹종죽을 대량으로 심으셨어요. 어느새 커다란 숲이 됐네요." 최복씨는 집안의 자랑거리인 대나무 숲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남서쪽 작은 산책로는 왕인 유적지까지 약 1㎞ 호젓하게 이어지는데 대숲과 가을 월출산 자락의 단풍, 구림마을의 들녘이 풍성하다. 운치 가득한 안용당은 조선 숙종 2년 최득수가 건축한 집이다. 'ㄷ'자형 집이었다가 사랑채를 헐어 'ㄱ'자형 본채만 남아있었는데 지난해 가을 사랑채 복원작업을 시작해 올해 2월 옛 모습을 찾았다. 안채와 사랑채는 모두 민박집으로 사용된다. '매''란''국''죽' 사군자의 이름을 딴 방들은 내부를 개조해 도시인들이 편하게 묵어갈 수 있도록 했다. 죽실(竹室)은 땔감으로 불을 때 아침까지도 뜨끈뜨끈한 구들방을 체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집은 항상 문이 열려 있고 그 흔한 담장도 없이 모두 개방되어 정겹다. 지나가는 손님이 홀연히 집 안마당에 들어와 집 뒤편 대숲까지 구경해도 뭐라 하지 않는다. 넓은 마당만큼 넉넉한 주인장의 마음이 훈훈하다. ::: 여기도 들르세요 ●도갑사: 안용당이 있는 죽정마을에서 월출산 속살을 더듬어 도갑저수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도갑사가 나온다. 도갑사 진입로는 11월 아름다운 단풍의 정취로 가득 찬다. ●월출산 산행: 도갑사에서 1시간30분~2시간 정도 등산로를 따라 걸어 오르면 월출산 미왕재에 닿는다. 가을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영암읍내의 동락식당(061-473-2892)에선 낙지와 갈비를 같이 끓인 갈낙탕(1만5000원), 낙지볶음(1만원), 개운한 국물 맛이 좋은 낙지 연포탕(1만3000원)을 깔끔한 반찬과 함께 낸다. 갯벌에 사는 작은 물고기 짱뚱어를 갈아서 끓여낸 쌍둥이가든(061-462-5637)의 짱뚱어탕(8000원)도 시원하다. ●자가용: 호남고속도로 광산 나들목에서 나와 13번 국도를 타고 송정, 나주를 거쳐 영암읍에 닿는다. 영암에서 목포 방향 819번 지방도를 따라 8㎞ 진행, 구림에서 동네 안쪽 길 따라 500m 들어가면 오른쪽. 대중교통으로: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02-6282-0600, www.cent ralcityseoul.co.kr)에서 영암까지 하루 3회(오전 8시50분·오후 3시40분·오후 4시50분) 버스 출발. 4시간50분 소요. 혹은 광주종합터미널에서 영암행 시외버스(오전 4시50분~오후 10시5분까지 10~15분 간격 운행) 이용, 영암 하차. 영암읍에서 목포행 시외버스(오전 5시50분~오후 8시까지 약 20분 간격 운행)를 이용하거나 구림행 혹은 도갑사행 군내버스를 이용(오전 6시30분~오후 8시30분 하루 5회)해 구림에서 하차, 도갑사 방향으로 500m 걸으면 오른쪽에 있다. ●안용당 (061)472-0070, 010-3114-1313, http ://anyongdang.byus.net 월출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61)473-5210, 도갑사 (061)473-5122 ::: 한옥과 단풍, 여기서도 즐기세요 ●전주 한옥마을(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풍남동): 20세기 초부터 자연적으로 형성된 곳이어서 전통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있다. 인근 한벽루와 남고산 일대의 단풍이 좋다. (063)282-1330·http://hanok. jeonju.go.kr ●청송 송소고택(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 176): 만석꾼 집안으로 유명한 청송의 고택. 집 뒤편 산의 늦가을 단풍이 좋다. (054)873-0234·www.songso.co.kr ●논산 윤증 고택(충남 논산시 노성면 교촌리 306): 30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보냈다. 항아리 그대로 전해져 오고 있는 전독간장이 유명하다. (041)735-1215·www.yun jeung.com ●안동 수애당(경북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 470-44): 안동 임하호 옆에 자리하고 있는 수애당은 수애 류진걸 선생이 지은 고택이다. 틀어짐이 없다는 춘양목으로 지어 3동 29칸의 모습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고 있다. 호반과 어울린 주변 단풍도 좋다. (054)822-6661·www.su aedang.co.kr ●강릉 선교장(강원도 강릉시 운정동 431): 조선시대 관동지방 최고 부잣집으로 유명하다. 드라마 '황진이' '일지매' '궁'을 비롯해 영화 '식객'도 이곳을 거쳐 갔다. (033)646-3270·www.knsgj.net ▶ 관련기사 ◀☞한강 뚝섬… 캔맥주만 마셔도 멋진 곳☞석양 등지고 선 ''포스'' 넘치는 300살 나무☞야경은 고창·일출은 망상해수욕장…찍으러 떠난다
 고혈압 아저씨·비만 아가씨가 사랑해야 할 음식
  • [맛 다이어리] 고혈압 아저씨·비만 아가씨가 사랑해야 할 음식
  • [조선일보 제공] 이른 새벽 대숲에 나갔다. 어제 저녁 아무 것도 없던 땅 여기저기 죽순이 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 시간에 2~3㎝, 하루 한 뼘 넘게 쑥쑥 자란다. 기운 왕성한 녀석들이다. 죽순이 자라며 소리를 낸다면, 아마도 대숲은 와글와글 시끄러울 지도 모른다. 요즘 전남 담양은 죽순이 한창이다. 죽순의 한 종류인 맹종죽이 대숲 여기저기 나고 있고, 5월 말부터는 분죽이 나온다. 죽순은 대나무의 땅속 줄기 마디에서 돋는 어린 싹이다. 대나무가 될 준비를 모두 마치고 땅속에서 대기하다가, 생장조건이 맞으면 순식간 솟구친다. 죽순은 몸에 좋은 음식이다. 식이섬유 함량이 23.3%나 된다. 변비와 숙변 제거,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 단백질과 비타민B, 무기질이 풍부하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을 배출시켜 고혈압 예방 효과가 있다. 대나무수액이 고로쇠수액보다 10배 좋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죽순이 나는 철이면 죽순과 대나무수액을 약처럼 먹는 고혈압, 중풍 환자도 있다. ▲ 담양 ""죽림원"" 식당맛도 훌륭하다. 아작아작 특유의 씹는 맛이 기분 좋다. 희미하지만 청량한 감칠맛이 배어 있다. 티로신, 아스파라긴산, 발린, 글루타민산 등 아미노산이 당류, 유기산 등과 만나 빚어내는 감칠맛이다. 무미(無味)한 듯 담백하다. 요리의 주인공인 주 재료가 화려하게 빛나도록 받쳐주는 조연(助演)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한국에 자생하는 대나무는 70여 종. 이중 맹종죽과 분죽, 왕죽이 식용 가능하다. 맹종죽은 겉껍질에 보랏빛 갈색이 돈다. 아작아작 씹는 맛이 좋다. '솜대'라고도 하는 분죽은 맹종죽보다 작지만 맛이 순하고 쫀득해서 죽순 중 최고로 친다. 6월 중순에야 나오는 왕죽은 가장 맛이 떨어진다. 죽순은 '아침에 캐면 저녁에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선도가 중요하다. 쓴맛을 내는 호모젠티신산 성분은 죽순을 파내는 순간부터 증가한다. 갓 캔 죽순은 날로도 먹지만, 대부분 데쳐 먹는 건 이 쓴맛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쌀뜨물이나 고추를 넣은 물에 삶으면 떫은 맛이 한결 덜하다. 삶은 물과 함께 밀폐용기에 냉장 보관하면 일주일까지는 보존 가능하다. 싱싱한 죽순은 끝이 황색이고 겉에 광택이 있으며 절단면이 깨끗하다. 음식연구가 배은주씨는 "죽순은 맛이 강하지 않는 재료이니 양념이 강하지 않으면서 특유의 씹는 맛을 살리도록 하는 것이 요리 포인트"라면서 "들깨가루에 나물 무치듯 해 먹으면 좋다"고 말했다. 자기 주장이 강한 재료가 아니어서인지, 죽순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찾기 어렵다. 그나마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 가야 죽순회, 죽계탕, 죽순된장찌개, 죽순전, 대통밥, 댓잎술 따위를 맛볼 수 있다. 그래도 죽순전문식당은 없다 봐도 틀리지 않다. 죽순회를 사이드 메뉴처럼 내는 대통밥식당은 꽤 있다. 하지만 그렇잖아도 달콤새콤 맛이 강렬한 초고추장에 양파처럼 강한 재료까지 넣어 버무려 죽순 고유의 맛을 가려버린다. 아쉽다. ■죽순 맛보려면 ▲ 담양 ""송죽정"" 죽순회죽림원은 대숲이 아름다운 식당이다. 초고추장에 우렁, 미나리, 양파 등을 넣고 버무린 '죽순회' 1만5000원. 갖은 잡곡과 찹쌀, 검은콩, 수수, 밤, 대추, 버섯 등을 넣고 찐 대통밥 8000원, 영계를 대통에 넣어 찐 '대통찜토종닭' 3만8000원. 갖은 반찬도 기본 이상은 하는데, 대통에 담겨 나와 운치있다. '송죽정'은 담양에서 역사가 오랜 식당이다. 대통밥 8000원, 죽순회 1만5000·2만·2만5000원. 대통밥을 시키면 된장찌개가 딸려 나온다. 청국장처럼 콩이 씹히는 된장에 마른새우, 우렁, 콩나물, 두부, 애호박 따위를 넣어 구수하고 시원하다. 죽림원 (061)383-1292, 송죽정 (061)381-3291 ■죽순 사려면 담양에는 죽순 채취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몇 있다. 이중 이상진(010-3095-8080)씨는 분죽만 한다. 1㎏ 1만원, 5㎏ 이상 주문 가능하다. 삶고 물에 담가 아린맛을 뺀 죽순을 얼음과 함께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 부쳐준다. 택배비는 별도. ■그밖에 담양 즐길거리 대숲 사이로 초록빛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간다. '대나무골 테마공원'과 '죽녹원'이다.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언론사 사진기자 출신 신복진씨가, 죽녹원은 담양군에서 조성한 대나무숲이다. 대나무골 테마공원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아동 1000원. (061)383-9291, www.bamboopark.co.kr. 죽녹원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아동 500원, (061)380-3244 ▲ 담양 ""송죽정"" 대통밥'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을 뽑을 때 항상 1위 후보에 오른다. 담양과 순천을 잇는 24번 국도로, 우회로가 생긴 뒤로 차들이 다니지 않아 더 한적하고 안전해졌다. 휴게소 옆 자전거 대여점도 있다. 담양 하면 떡갈비가 대나무만큼 유명하다. '신식당(061-382-9901)'과 '덕인갈비(061-381-2194)'가 오래됐다. 떡갈비 1인분에 신식당에선 1만8000원, 덕인갈비에선 1만9000원 받는다. '승일식당(061-382-9011)'은 담양에서 "모르면 간첩" 소리 듣는 돼지숯불갈빗집이다. 입구 곁 숯이 가득 담긴 긴 석쇠 앞에 아주머니 셋이 나란히 앉아 구워대는 엄청난 양의 돼지갈비가 손님을 압도한다. 달착지근한 양념이 너무 짙지도 옅지 않게 절묘하고, 훈제향이 기막히다. 3인분을 시키면 2인분 먼저 가져오고, 1인분은 나중에 따로 낸다. 식지 않은 따뜻한 고기를 먹으란 배려. 1인분 8000원, 2인분 이상 주문 가능. →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하는 경우)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천안~논산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를 거쳐 전남 장성IC까지 간다. 장성에서 담양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담양IC에서 빠진다. 길이 막히지 않으면 4시간쯤 걸린다. → 문의 담양군 문화관광과 (061)380-3150 www.damyang.go.kr/tourism &nbsp;
지금부터 5월까지… 우리 집 식탁 위로 죽순이 솟아오른다
  • 지금부터 5월까지… 우리 집 식탁 위로 죽순이 솟아오른다
  • [조선일보 제공] 바람이 불었다. 댓잎들이 기분 좋은 듯 서로 몸을 부비며 “사라락 사라락” 상쾌한 소리를 낸다. 대나무 사이를 걷는데, 무언가 발에 걸린다. 뾰족하게 솟아오른 죽순(竹筍)이다. 밤새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대밭 바닥이 온통 땅을 헤집고 올라온 죽순으로 가득하다. 경남 거제시 하청농협 여경모 과장대리는 “지금은 죽순이 막 솟기 시작해 이 정도지, 한창 때는 걷기 어려울 만큼 죽순이 많다”고 말했다. 하청면은 한국에서 죽순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다. 국내 전체 죽순의 90%가 하청에서 생산된다. 매년 4월 초부터 5월 초순 한 달 동안 300여 농가가 1000 가량의 죽순을 최근까지 생산해왔다. 올해는 4월 중순부터 죽순이 나오기 시작했다. ▲ 땅을 헤집고 올라온 죽순죽순은 대나무의 땅속 줄기 마디에서 돋아나는 어린 싹이다. 왕대, 솜대, 죽순대 등 여러 대나무의 새순을 죽순으로 먹는다. 이 중 가장 크고 굵은 맹종죽(죽순대)을 최고로 친다. 하청에서 생산되는 죽순은 모두 맹종죽에서 나온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처럼, 죽순은 성장이 엄청나게 빠르다. 아침에 겨우 머리만 땅 위로 내밀고 있다가도 저녁이면 사람 키만큼 자라기도 한다.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 건 죽순이 작지만 대나무의 형질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꽉 누른 용수철처럼 대나무 전체가 죽순으로 압축돼 있다가, 생장에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는 순간 튕겨 오르는 셈이다. ▶▶죽순은 중국음식과 일본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고급 음식재료이다. 죽순은 무미(無味)할수록, 즉 아무런 맛이 없을수록 고급으로 친다. 아무런 맛이 없기 때문에 어떤 재료나 양념과도 잘 어울린다. 동시에 살캉살캉 씹는 맛이 좋다. ▶▶죽순은 좋은 음식재료일 뿐 아니라 몸에도 좋다. 단백질이 많고 무기질과 비타민B가 풍부하다. 식이섬유 함량이 23.3%이나 된다. 그래서 변비 해소나 숙변 제거, 대장암 예방 효과도 있다. 섬유질이 너무 많아 소화가 어렵기 때문에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오히려 먹지 않는 편이 나을 정도다. 스트레스와 불면증을 해소하고 이뇨 작용을 돕기도 한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비만이나 고혈압에도 권할만한 음식이다. 매년 봄이면 죽순을 채취하는 옥무근씨는 “대나무수액은 고로쇠수액보다 10배 더 좋다는 말도 있다”면서 “해마다 이맘 때면 죽순과 대나무수액을 약처럼 드시는 고혈압, 중풍 환자들에게 택배로 보내준다”고 말했다. ▲ 반으로 쪼개 껍질을 벗긴 죽순▶▶죽순은 오랫동안 하청사람들에게 논농사보다 나은 소득을 보장하는 효자 작물이었다. 하지만 중국산이 밀려들면서 하청 죽순도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매년 1000씩 생산하던 죽순은 지난 2005년 300여으로 급감했다. 작년에는 12년 동안 운영하던 죽순 통조림 공장까지 매각했다. 쉬 상하는 죽순은 대부분 통조림으로 유통된다. 하청농협은 죽순 수매를 계속하기는 하지만, 과거처럼 통조림으로 만들지 않고 생 죽순을 부산 등 공판장에 출하할 계획이다. 하청농협 주영포 상무는 “중국산은 가격이 국산의 4분의 1에 불과한데다 품질도 떨어지지 않아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년전 죽순 수매가가 400원이었습니다. 논 농사보다 수익이 5배 이상 높았어요. 그런데 죽순 수매가는 지금도 400원입니다. 저장하기 어려워 유통도 어렵죠. 죽순은 물이 많아 그냥 두면 하루만 지나도 쉰내가 납니다. 거제에 다른 일거리가 없다면 죽순에 악착같이 매달리겠죠. 하지만 조선소에 가면 월급 많이 주는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누가 죽순만 잡고 있겠습니까.” 그래도 옥무근씨 같은 몇몇 하청 주민들은 죽순 채취를 계속할 계획이다. 고급 한정식집·일식당·중식당과 중풍·고혈압 환자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죽순으로 만드는 대표적 음식으로는 죽순회와 죽순장아찌가 있다. 죽순회는 얇게 썬 죽순을 오이, 풋고추, 미나리 등과 함께 초고추장에 버무린다. 죽순장아찌는 죽순을 항아리에 담아 돌로 눌러둔 다음, 진간장을 끓여 식혀 붓기를 2~3회 반복해 만든다. 간장게장을 담그는 과정과 비슷하다. 1개월 정도 삭여 먹는다. 죽순은 딱딱하고 아린 맛이 있어서 날로 먹기 힘들다. 1시간을 삶아야 한다. 그런 다음 물에 4~5시간 담가둬야 아린 맛이 없어진다. ▲ 죽순 채취 현장 / 김성윤 기자 가는 길|(서울에서 출발할 경우)경부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를 거치면 거제의 관문 충무IC까지 단번에 이어진다. 신거제대교를 넘어 14번 국도를 따라 15분쯤 달리면 하청이다. 교통체증이 없는 평일 기준 4시간 30분쯤 걸린다. 왕복 휘발유값은 11만원쯤 들었다. 죽순 맛보기·구입하기|하청에 죽순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없다. 죽순철이면 하청 식당마다 죽순회·장아찌·나물·두루치기 등을 밑반찬으로 내기는 한다. 죽순을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생 죽순은 물이 많아서 하루만 지나도 쉰내 나기 십상이다. 옥무근씨(055-635-5525, 016-694-5255)처럼 죽순을 채취하는 하청 주민에게 전화 주문하면 택배로 부쳐준다. 삶고 물에 담가 아린맛을 뺀 죽순을 얼음과 함께 스티로폴 상자에 담아 택배로 부쳐준다. 1㎏당 3000원씩 받는데, 5·10㎏ 단위로 판다. 택배비는 따로 부담해야 한다. 하청농협(055-636-5805)에 연락하면 죽순 채취 농민을 연결해준다. 그밖에 볼거리|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달리는 해안 드라이브가 즐겁다. 14번 국도를 따라 달리면 장승포가 나온다. 장승포를 지나 남쪽으로, 지세포를 지나 와현, 구조라에 다가갈 무렵이면 다도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동그랗게 뭍으로 둘러싸인 와현 앞바다가 멋지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로 덮인 윤돌도와 마주한 구조라 해수욕장에서 봄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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