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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RP매입' 통해 증권사에 '단기 유동성' 꽂아준다(종합)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레고랜드 PF-ABCP(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 증권) 채무불이행 사태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의 숨통을 트여주기 위해 예정에 없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내년 1월말까지 잔액 기준으로 6조원 규모의 RP를 매입해 증권사에 단기 자금을 공급해줄 방침이다. 이에 증권사의 주된 자금 조달 창구인 하루짜리 RP금리가 3% 수준으로 떨어지며 채권 시장 전반이 환호했다. 적격 담보 증권 및 대상증권 변동사항 (출처: 한국은행)◇ 한은 “증권사, 돈 모자르면 말해, 내년 1월말까지 자금 공급”한은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증권사, 한국증권금융 등 한은 RP매매 대상 기관에 대해 잔액 기준으로 총 6조원 수준의 RP를 매입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주로 14일물 등 단기물을 활용해 증권사가 자금 조달을 원할 경우 내년 1월말까지 자금을 공급키로 했다. 6조 매입 후 14일이 지나면 6조원이 다시 회수되지만 이를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필요한 경우 자금 공급 기한 연장 여부도 검토한다. 한은의 RP매입 방안은 지난 23일 개최됐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때는 담겨 있지 않았던 내용이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까지 불안 심리가 진정되지 않아 불안 완화책이 필요한 것 같아 RP매입을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RP를 매입해 증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더라도 통화안정증권(이하 통안채) 발행 등을 통해 풀린 유동성을 다시 흡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존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는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날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 적격담보증권,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및 공개시장운영 RP매매(담보) 대상 증권에 은행채 및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을 추가키로 했다. 내달부터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은행들은 담보로 은행채를 납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기존 담보로 제공했던 국채, 통안채 등을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준수, 장외외환파생거래 증거금 추가 납입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은행들은 LCR 준수, 증거금 납입을 위해 은행채를 발행한 후 조달된 자금으로 국채, 통안채를 매입해왔는데 이번 조치로 은행채 발행 수요를 줄일 수 있게 됐다. 한은은 은행들이 석 달 간 최대 29조원의 고유동성 자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금융기관간 차액결제시 결제 이행을 담보하는 ‘담보증권 제공비율’ 상향 조정 계획도 석 달간 유예키로 했다. 내년 2월부터 70%에서 80%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었으나 이 계획이 내년 5월로 미뤄진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이 한은에 맡겨야 할 담보 증권 금액이 석 달간 7조5000억원 감소한다고 평가했다. (출처: 한국예탁결제원)◇ 시장 안정책 지켜봐야…“한은 간, 쓸개 빼고 다 줬다” 채권시장에선 한은의 유동성 공급책에 환호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최대 자금조달 수단인 익일물 RP금리가 27일 3.07%로 전일(3.19%) 대비 무려 12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7일물 RP도 21일까지만 해도 3.22%였으나 이날 3.13%로 하락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부, 한은이 정책적 노력을 하는 과정이니까 한 번에 안정되긴 어려워도 심리적으로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존 1조6000억원의 채안펀드나 증권금융 등을 통해 CP(기업어음) 매입 등이 서서히 집행되면서 시장이 안정세를 찾는지 여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채권 운용 관계자는 “한은에서 간, 쓸개 빼고는 다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발권력을 동원해 유동성을 푸는 금융안정특별대출이나 회사채-CP 매입기구(SPV) 재가동, RP 무제한 매입 등 가장 마지막에 등장할 카드만 남겨놓고 다 내놨다는 얘기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한은의 조치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RP 무제한 매입, SPV, 금융안정특별대출 등도 재가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게 뻔한 상황에서 어떤 종류의 유동성 위험이 터질지 모르는데 초반부터 너무 초강력 대책을 내놨다는 평가도 나왔다. 채권 운용 관계자는 “한국 시리즈가 1차전, 2차전, 3차전으로 쭉 나갈 수 있는데 1차전에서 너무 강력한 총력전으로 총알을 쏴버렸다”며 “정부가 늦장 대응이라고 비판을 받아 마음이 조급한 것은 알겠는데 그 뒤에 뭔가 더 터지면 (한은 발권력 동원 외에) 할 수 있는 카드가 뭐가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거래소 "한국 ETF시장 개설 20주년…순자산 총액 76.6조원 달성"
-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한국 상장지수펀드(ETF)시장이 시장 개설 2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순자산총액 76조원을 상회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자료=한국거래소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0월14일에 개설된 한국 ETF시장은 4개 종목, 순자산총액 3552억원, 거래대금 343억원 규모로 시작했지만, 지난 27일 기준 종목수 622개로 약 155배 증가했으며 순자산총액(76.6조원)은 약 215배,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2조8000억원으로 약 83배 늘었다.거래소 측은 “한국 ETF시장은 상장종목수 6위, 순자산총액 12위, 일평균거래대금 3위로 성장했다”며 “시장 개설 초기 국내 시장대표형 위주에서 해외형, 업종섹터, 채권, 원자재 등으로 확장해 다양한 투자수요를 충족해왔다”고 설명했다.다양한 신상품 개발을 위해 법·규정을 개정해 기초자산 범위와 운용방법의 자율성을 점진적으로 확대했으며 특히, 올해 하반기인 지난 8월30일부터 시행된 존속기한이 있는 채권형 ETF 도입과 혼합자산 ETF 지수 요건 완화 등으로 인플레이션, 고금리 시대의 변화하는 투자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상품 출시를 지원했다.또한 ETF시장 개설 초기 유동성공급자(LP) 등 기관의 비중이 높았으나, 종목수 증가 등 시장성숙에 따라 개인, 외국인의 거래 비중이 증대되어 균형적 거래 환경을 조성했다. 분기별 ETF LP평가를 시행해 ETF시장내 유동성 상황 모니터링과 유동성공급 확대를 유도했다.최근 장외 공모펀드 운용사가 ETF시장에 적극 진입, 공모펀드에서 ETF가 차지하는 자산 비중이 지난 2012년 7.9%에서 올해 8월 25.5%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이후 타임폴리오와 △메리츠 △에셋플러스 △우리 △한투밸류 △대신 △현대 등 7개 운용사가 진입했고 총 22개 운용사가 ETF 시장 참여 중이다.한편 한국거래소는 한국 ETF시장 20주년을 기념해 내달 31일 ‘2022 Global ETP Conference Seoul’을 개최할 예정이다. 거래소 측은 “해외전문가들이 직접 참석해 고금리, 인플레이션 상황하에서의 글로벌 시장 최신 동향과 투자 전략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익률은 처참하지만…주식형 펀드, 쌀 때 담아볼까
-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글로벌 증시가 혼돈에 빠지고 있다. 코스피 역시 2300선을 밑돌며 올 들어 23.09% 하락했다. 하지만 증시가 침체하자 ‘위기를 기회’로 삼아 조금씩 적립식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안정성과 수익성 두 마리를 모두 중시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 기웃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위기는 기회?…주식형펀드에 돈 넣는 투자자들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19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4조2488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중 97%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 펀드였고 3%는 펀드매니저들이 직접 국내 주식 종목을 선정하는 액티브 펀드였다. 인덱스 펀드 중엔 대형주 위주로 구성된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인덱스주식코스피200’에 연초 이후 8922억원이 순유입됐고 화학이나 반도체, 바이오 등 특정 섹터를 담는 ‘인덱스주식섹터’에 3663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외 코스피나 코스닥의 하락세를 추종하는 인버스 등 ‘인덱스주식기타’로 1조5729억원이 순유입됐다. 그런데 올해 들어 액티브펀드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특히 액티브펀드 중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들을 주로 담는 ‘액티브주식배당’으로 1611억원이 순유입됐다. 실제 올해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펀드 2위는 베어링자산운용의 ‘베어링고배당플러스펀드’, 3위는 ‘베어링고배당펀드’다. 이들 펀드에는 각각 707억원, 408억원의 자금이 올해 들어서만 몰렸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꾸준히 배당을 늘리는 기업은 일반적으로 가격 결정력이 높아 원가, 비용 상승기에도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양호한 실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배당 증가율이 높은 배당 성장주의 주가수익률이 시장 대비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코스피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1.8%에 불과했으나 올해와 내년은 각각 2.6%와 2.7%를 전망한다”며 “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펀드매니저가 특정 섹터 내 종목들을 선정해 담는 ‘액티브주식섹터’에도 연초 이후 795억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미래에셋코어테크증권펀드(866억원)’에 자금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액티브주식섹터에서는 자금이 유출됐는데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 덕분에 액티브주식섹터 전체가 자금 유입 우위로 나타났다는 뜻이다. 미래에셋코어테크는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클라우드, 자율주행 등 신성장산업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나 기술 국산화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IT기업에 소재 부품 장비,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기업도 포함된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수익률은 처참하지만…‘쌀 때 담아라’물론 주식시장이 침체한 만큼, 수익률은 좋지 않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3.87%에 달한다. 이 중 펀드매니저가 담는 액티브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0.39%로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25.43%)보다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액티브 펀드는 금리인상 이슈가 부각하며 올해 하락세가 가팔랐던 성장주를 빼고 배터리, 자동차 업종이나 음식료 등 방어주를 담으며 수익률의 약세를 줄여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인덱스, 액티브 모두 포함)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는 1603개 중 3개(0.19%)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도 모두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주식펀드였고 펀드매니저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액티브펀드에서 연초 이후 가장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퀀트 모델을 활용해 코스닥 중소형주를 담는 ‘현대M멀티-헤지코스닥벤처펀드’(연초 이후 -1.34%)로 나타났다. 액티브펀드 중 올해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미래에셋코어테크증권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11.56%로 나타났고 ‘베어링고배당플러스펀드’와 ‘베어링고배당펀드’의 수익률도 각각 -11.60%, 11.54%로 집계됐다. 다만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 유입이 많아졌듯, 지금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주식형펀드들이 기준가 1000원을 하회하는 수준이라 할인된 가격으로 수익 증권을 담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수익률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가입시기인 만큼, 가격 매력이 부각된 펀드를 지금 매수해 장기 투자를 한다면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기준가 1000원으로 운용을 시작한 펀드 중 일부는 800원대로까지 떨어져 같은 돈이면 보다 많은 수익증권(좌수)을 살 수 있게 됐다. 좌수(수익증권 거래단위)를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기준가가 올라갈 경우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실제 ‘베어링고배당플러스펀드’의 기준가는 현재 838.27원 수준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펀드 시장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다고 우려한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로 펀드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지 몇 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금융당국이 가치투자 대가로 불리던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나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투자자 입장에서 시장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만한 일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또 그만큼 자정을 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시장이 어려울수록 전문성을 갖춘 펀드가 믿을만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낡은 가치투자? 옛말"…적극적 변모한 가치운용界
- (사진=이미지투데이)[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가치 함정(valuation trap)’이라고 하죠. 싼 것처럼 보였던 가치주가 알고보니 구덩이에 빠진 것이었단 의미입니다. 앞으로도 기업가치보다 저평가된 종목에 대한 가치투자 정의는 불변하겠지만,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가운데 기준으로 삼는 평가 지표는 달라지고 있습니다.”‘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운용사, 운용역들은 이데일리에 최근 투자 흐름에 대해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재무제표, 영속적인 현금 흐름, 장기적인 질적 경쟁 우위를 강조했다. 경영진에 대한 정성적 평가도 중요해지면서 적극적인 가치투자도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2세대 가치투자가’로 꼽히는 정용현 KB자산운용 밸류운용실장 이사는 “과거엔 국가·산업간 경계가 명확해 경쟁구도에 따라 이익 수준과 주가 반등폭을 예측, 밸류에이션이 싼 종목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었다”며 “이젠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이익 가시성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성장 기준점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는 “정량적 지표뿐 아니라 오너의 경영 방식이 주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에 영향을 미치는 정성적 평가도 가치주 투자에서 중요해질 것”이라며 “행동주의를 통해 주주와 기업 모두 이길 수 있는 적극적인 가치투자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는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뿐 아니라 실제 성장하는지 재무제표 기반 장기적 경쟁 우위, 브랜드 가치가 있는 가치성장주를 주목한다”며 “2020~2021년 큰 상승장에서 엄청난 수익을 내진 않았지만, 올해 급락장에서 타격이 크지 않았던 배경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증시가 급등할 때 흥분하지 않고, 급락할 때 공포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2세대 가치투자가로는 이들과 함께 최근 에이펙스자산운용을 설립한 최웅필 대표가 꼽힌다. KB자산운용에서 가치투자 스타 매니저로 떠올랐고, 지난 7월 자산운용업 인가를 승인받았다. 같은 달 공모운용사 인가를 획득한 VIP자산운용의 박성재 밸류팀장과 조창현 그로스팀장도 있다. 정용우·이호걸 레인메이커자산운용 각자대표 등도 거론된다. 우리나라에 가치투자 철학을 널리 알린 1세대로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과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가 현직에 남아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최근 맹활약을 하고 있는 2세대 가치투자가들은 대부분은 이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키즈’로 불린다. 한편 이 의장, 허 대표와 함께 1세대 가치투자가로 꼽히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전 회장은 지난 7월 말 자진해서 퇴진을 밝히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5월 대표 자리에서 사임했다.
- 공매도 타깃된 증권株…자이언트스텝에 또 발목
-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전망이 확산하며 증권주가 공매도 타깃이 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시 채권평가손실이 확대되고,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위축으로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 풀이된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공매도 거래 상위 10개 종목 중 메리츠증권(008560)의 최대주주인 메리츠금융지주(138040)가 1위에 올랐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31.17%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40거래일 공매도 비중 평균(20.42%) 대비 10%포인트 넘게 상승한 수준이다. 지난 8일에는 공매도 거래 상위 순위에 증권 관련 종목 3개가 올랐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 27.35%로 5위에 자리했다. 키움증권(039490)과 메리츠증권(008560)은 각각 7위와 9위에 올랐다. 키움증권의 공매도 비중은 23.56%이며, 메리츠증권은 21.41%를 기록했다. 키움증권과 메리츠증권 모두 직전 40거래일 공매도 비중 평균 대비 두 배 넘게 상승했다.지난 5일에는 현대차증권(001500)이 공매도 거래 상위 종목 1위로 집계됐다. 공매도 비중은 35.56%로 유일하게 코스피 종목 중 30%대를 넘어섰다. 40거래일 공매도 비중 평균이 3.04%였던 점을 고려하면 10배가량 급증했다.이처럼 최근 증권주를 중심으로 공매도 비중이 급격히 상승한 건 고용 지표 호조로 3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수는 52만8000명 증가해 예상치(25만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시장에선 경기 침체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고용 지표가 개선되면서 긴축 정책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일각에선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하며 인플레 완화 기대감을 내놓지만, 아직 물가 정점을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7월 고용지표 발표 이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1bp=0.01%포인트), 심지어 100bp 인상까지 내놓고 있다”며 “양호한 고용 여건이 임금 상승을 유발하고 있고, 때문에 연준은 더욱 강한 긴축을 실시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여력이 여전히 큰 만큼 증권주 하락에 베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먼저 팔아 놓고 주가가 하락하면 되사서 차익을 보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 활용된다. 증권사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 시 채권 금리가 상승할수록 채권가격은 반대로 하락해 채권평가손실이 늘어나 실적이 악화된다. 아울러 금리 인상 시 투자 위축으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고, 운용 손익도 축소된다. 이밖에 인플레이션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장기적으로 딜(Deal) 축소도 불가피하다.지난 6월, 7월 FOMC 자이언트스텝 시행 여파로 2분기 증권사의 실적이 대부분 역행한 것도 학습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중 현대차증권을 제외하고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006800), NH투자증권(005940),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등 대다수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전문가들도 증권사의 3분기 실적은 7월 들어 국내 증시가 반등하며 2분기 대비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 정책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부진이 지속되고, 일평균 거래대금이 감소한다고 하여도 증권사의 3분기 이익은 2분기 대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 존리도, 강방천도…가치투자 전도사의 얼룩진 퇴장
-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한국 자산운용업계를 이끌어 온 스타 펀드매니저 강방천 에셋플러스 자산운용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런데 퇴진을 알린 지난 29일 강 회장이 차명투자를 통해 자기매매를 해 왔다는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가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또 다른 가치투자 대가인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차명투자 의혹으로 대표직에서 사임한 지 한 달 만이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갑작스러운 퇴진 선언, 그리고 차명투자 의혹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강 회장은 8월 열리는 임시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현재 맡고 있는 등기이사와 회장직을 모두 내려놓는고 선언했다. 1999년 에셋플러스운용의 전신인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창업한 지 23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이다. 강 회장은 특별서신을 통해 “지난 23년간 에셋플러스에서 맡았던 제 소임을 다하고 떠나고자 한다”며 “그동안 꿈꿔왔던 끼 있는 투자자의 발굴과 교육, 유능한 펀드매니저의 양성 등 사회와 자본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곳에 저의 남은 열정을 쏟고자 한다”고 말했다.갑작스러운 결정에 금융투자업계는 당황했다. 강 회장은 업계를 이끌어 온 ‘네임드’ 스타매니저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 1억원으로 156억원을 번 주식의 대가로 알려져 있고,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배우 유아인이 연기한 펀드매니저 윤정학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최근 주식시장 자체가 침체하며 강 회장이 이끈 에셋플러스운용의 펀드 수익률도 부진하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을 내비친 펀드매니저도 있었다. 하지만 퇴진을 발표한 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강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차명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월 에셋플러스운용을 대상으로 한 정기검사 과정에서 강 회장이 차명을 통한 자기매매를 해 온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공유오피스 업체 원더플러스에 강 회장이 개인 자금을 대여해준 것이 자기매매라고 보고 있다. 원더플러스는 강 회장이 대주주, 강 회장의 딸이 2대 주주로 올라와 있다.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는 끝났고,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하반기 중 금융위원회에 제재안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오피스업체에 자금을 대여해준 것만으로 자기매매라 판단한 것이 아니며, 단순 자금대여가 아니라는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리 사임 이어…금융투자업계 파장 커져강 회장은 자금을 빌려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자기매매로 볼 수도 없고 제재 대상도 아니라고 항변했다. 원더플러스에 연 4.6%의 이자를 받으며 자금을 빌려준 데다 이자 수익도 국세청에 모두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법인과 나는 차입자와 자금대여자의 관계일 뿐”이라며 “100% 대주주라고 해도 그 회사의 자산을 모두 가질 수 없다. 대주주란 이유로 합법적인 자금 대여를 자기매매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라고 해명했다. 강 회장은 금감원의 공식 통보를 받으면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며, 퇴진 결정은 이와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강 회장의 차명 투자 의혹이 금융투자업계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 회장과 함께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해 장기보유하는 ‘가치투자’ 문화를 한국 투자업계에 전도했던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역시 금융당국으로부터 불법 투자의혹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존 리 대표 아내가 주주로 있는 회사에 메리츠운용이 펀드 자금을 투자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검사에 나선 바 있다. 존 리 전 대표는 불법성은 없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결국 지난달 28일 대표 자리에서 사임했다.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일가를 이뤘다고 할 만큼 업계 영향력이 클뿐더러 대중적인 인기도 갖추고 있는 분들인데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 안타깝다”면서 “투자자들이 펀드업계에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강 회장의 항변이 사실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