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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자 책꽂이]사악한 책, 모비딕 외
- △사악한 책 모비딕(너세니얼 필브릭│160쪽│교유서가)오늘날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허먼 멜빈의 소설 ‘모비 딕’을 짧게 돌아본다. ‘모비 딕’ 책 내용뿐 아니라 멜빈의 드라마틱한 생애와 그가 책을 써나가는 과정도 함께 보여줘 흥미를 돋운다. 특히 15살 연상으로 멜빈이 인간적·문학적으로 의지했던 나타니엘 호손과의 관계와 영향, 일화 등에 대해 소개하고, 멜빈이 소설 속 인물을 창조하는 과정까지 담겨 있다.△도시 인문학(노은주·임형남│308쪽│인물과 사상사)도시는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발명품 중에서도 인간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 도시는 단순히 물리적 환경, 체계화된 시스템에 따라 돌아가는 공간이 아니다. 오랜 세월, 여러 세대를 거쳐 켜켜이 쌓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책은 전 세계 13개 국가의 21개 도시를 역사·예술·미래를 주제로 엮었다. 도시를 둘러싼 이야기, 인생 주기, 흥망성쇠 등을 엿볼 수 있다. △후배 하나 잘 키웠을 뿐인데(실비아 앤 휴렛│296쪽│부키)2004년 글로벌 싱크탱크 ‘인재혁신센터’(CTI)를 설립한 실비아 앤 휴렛 박사가 미국의 글로벌 기업 30곳의 인재 개발 과정을 분석해 빠른 승진법을 전한다. 휴렛 박사는 조직 내에서 후배를 키우고, 그들을 통해 부가가치를 얻는 스폰서십 관계를 맺을 때 승진 확률이 53%, 핵심업무가 주어질 확률이 167% 높아진다며 그 방법을 4가지로 설명한다.△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오스카르 아란다│317쪽│동녘)바다거북 보호 활동가로 널리 알려진 멕시코 생물학자가 책장 깊숙한 곳에 사는 좀벌레부터 잔혹한 ‘킬러’로 오해받는 범고래까지 야생의 동식물을 관찰하고 쓴 에세이다. 특히 저자는 바다거북 구호 프로젝트의 뒷 이야기를 전한다. 바다거북 알과 고기에 대한 인간의 집착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이들을 돕고, 각국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이끌기까지 과정이 있다.△실험실의 진화(홍성욱│260쪽│김영사)우리 일상은 실험실에서 태어난 것들로 점철돼 있다. 코로나19와 싸울 수 있는 진단 키트와 마스크 필터부터 스마트폰 등 주변 모든 것이 실험실에서 탄생했다. 그럼에도 실험실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실험실에 대한 역사적·철학적·사회학적 해석을 전한다. 연금술사의 부엌에서 최근 과학의 리빙랩까지 과학 지식의 무대와 배경을 설명한다.△가락국왕 김수로 0048(김행수│320쪽│도서출판 말벗)1985년 영화 ‘단’으로 감독 데뷔한 김행수가 가락국 왕 김수로를 주제로 쓴 소설이다. 그는 가야를 빼놓고는 한국과 일본의 고대사를 논할 수 없다며 가야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야 역사가 고구려, 신라, 백제, 조선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갖고 책을 집필했다. 김수로왕의 탄생과 6가야의 성립 과정을 설화를 바탕으로 각색했다.
- '패트리어트' 정조국, 18년 화려했던 프로선수 생활 마무리
- 18년 동안의 화려했던 프로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패트리어트’ 정조국. 사진=프로축구연맹[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패트리어트’ 정조국(36·제주유나이티드)이 18년 동안의 화려했던 프로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정조국은 30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개최된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 2020’ K리그2 부문 시상식에서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이날 공로상을 수상한 정조국은 “그동안 축구선수로 살아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그라운드에서 받은 사랑, 그라운드가 아닌 곳에서 계속 보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정조국은 그동안 팬들로부터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같이 구슬땀을 흘렸던 선후배들에게도 진심 어린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인사를 전했다.이어 “오늘 공로상을 받았는데 그동안 수상했던 개인상 중에서 가장 뜻깊은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제2의 인생을 펼쳐나갈 정조국으로 여러분의 사랑 잊지 않고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정조국은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에 한 자리를 차지하는 선수다. 대신고 시절 한 시즌 4개 대회 득점왕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정조국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성인대표팀에 연습생으로 합류하며 화제를 모았다.2003년 안양LG(현 FC서울)를 통해 프로에 첫발을 내딛은 정조국은 그 해 탁월한 골 감각으로 총 12골과 함께 신인왕을 거머쥐며 ‘패트리어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후 2020년까지 K리그에서만 총 17시즌을 활약하며 개인 통산 K리그 392경기에 출장해 121골 29도움을 기록,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정조국은 서울, 경찰청, 광주, 강원, 제주 등 총 5개 팀에 몸담았다. K리그1 우승 2회(2010, 2012 서울), K리그2 우승 1회(2020), FA컵 우승 1회(2015, 서울), 리그컵 우승 2회(2006, 2010) 등 총 6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각급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에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활약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프랑스 리그에 진출해 AJ오세르와 AS낭시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정조국은 K리그 신인상(2003년), FA컵 득점왕(2004년), 리그컵 MVP(2010년) 등의 개인상을 수상했다.특히 2016년은 그의 선수인생이 가장 빛났던 시즌이었다. 당시 광주FC 소속으로 총 31경기에 나와 20골을 기록했다. 최다득점상, 베스트11 공격수 부문, 최우수선수상을 휩쓸었다.리그 우승팀이나 준우승팀 소속이 아닌 선수가 해당 시즌의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사례는 지금까지 정조국이 유일하다. 또한 K리그에서 신인상, 최우수선수, 최다득점상을 모두 수상한 선수는 정조국과 이동국, 신태용 3명 뿐이다.정조국은 2016년 광주에서 ‘제2의 전성기’를 함께한 남기일 감독의 부름을 받아 올 시즌 제주유나이티드에 합류했다. 그동안 익숙했던 주인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당한 조연이자 후배들의 멘토로서 제 역할을 하면서 K리그2 우승과 1부리그 승격을 이끌었다.정조국은 6월 20일 충남 아산 원정(2-0)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트려 K리그 통산 150공격포인트(121골 29도움) 고지에 올랐다. K리그 역사에서 공격포인트 150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정조국을 포함해 10명에 불과하다.
- 김명환 덕신하우징 회장,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성인가요 신인상
- 김명환 덕신하우징 회장[이데일리 박민 기자]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김명환 덕신하우징 회장이 대한민국 연예예술상에 이어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성인가요부문 신인상에도 올랐다. 김 회장은 건축용 철강 구조물 데크플레이트 제조업체인 ㈜덕신하우징을 세계 1위 기업으로 일군 기업인이다. 덕신하우징은 김명환 회장이 지난 27일 강남 더리버사이드호텔에서 개최된 ‘제 28회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에서 성인가요부문 신인상을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은 매년 국내외 음악, TV, 영화, 뮤지컬, 연극 등 문화연예 부문에서 인정받는 아티스트를 선정해 수상하는 국내 최대 종합예술 시상식이다.이날 시상식에서 김 회장은 “어릴 시절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마음 한쪽에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왔는데 70세를 맞아 그 꿈을 이루게 되어 가슴이 벅차다”며 “노래를 통해 나눌 수 있어 행복하고, 노래를 하니 젊어지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김 회장은 올해 3월 첫 번째 싱글 ‘두번째 인생’, ‘밥은 먹고 다니냐’를 발표하면서 가요계에 데뷔했다. 지난 6월에는 제26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에서 신인상 겸 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크고 작은 행사를 다니며 무대 경험을 쌓고 있으며, ‘SBS 전국탑10가요쇼’ 등 여러 성인 가요 채널에 출연하면서 지속적인 방송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첫 번째 정규 앨범(타이틀 곡: 눈물의 대전역) 발매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가수 활동으로 얻은 수익금을 전국의 소외계층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쓰고 있다. 앞서 ‘덕신하우징배 전국주니어 챔피언십 골프대회’, ‘실종아동찾기 캠패인’, ‘8.15 광복절 상해 역사문화탐방 개최’ 등 청소년을 위한 굵직한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다.
- '허쉬' 황정민 표 '고인물 기자'가 기대되는 이유
-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허쉬’ 황정민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킬 준비를 마쳤다.‘허쉬’ 황정민(사진=JTBC)오는 12월 11일 첫 방송되는 JTBC 새 금토드라마 ‘허쉬’(연출 최규식, 극본 김정민, 제작 키이스트·JTBC 스튜디오)는 펜대보다 큐대 잡는 날이 많은 ‘고인물’ 기자 한준혁(황정민 분)과 밥은 펜보다 강하다는 ‘생존형’ 인턴 이지수(임윤아 분)의 쌍방 성장기이자, 월급쟁이 기자들의 밥벌이 라이프를 그린다. 황정민, 임윤아를 비롯한 손병호, 김원해, 박호산, 이승준, 유선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무엇보다 8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허쉬’를 선택한 황정민에게 뜨거운 기대가 쏟아졌다. 탁월한 안목과 변화무쌍한 연기로 쌓아온 그의 필모그래피는 그야말로 변신과 흥행의 역사다. ‘올타임 레전드’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대한민국 대표 배우 황정민, 그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기다림의 이유는 충분하다.올여름 최고의 흥행작으로 등극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감각적인 액션과 디테일한 감정선으로 처절한 암살자 인남을 뇌리에 각인시켰고, ‘곡성’에서는 신들린 연기로 무당 일광이라는 독보적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악역의 틀을 깨부쉈다고 평가받는 ‘신세계’도 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로 손꼽는 작품이다. 황정민을 쌍천만 배우 반열에 오르게 한 ‘베테랑’의 행동파 형사 서도철, ‘국제시장’에서 맡은 덕수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황정민은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인물, 잔혹한 악인부터 순박한 서민의 얼굴까지, 온갖 군상들을 자신만의 색으로 녹여내며 인생 캐릭터들을 완성해 왔다.과연 황정민이 선택한 ‘허쉬’의 한준혁은 어떤 인물일까. 그의 또 다른 변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준혁은 한때 열정 충만한 베테랑 기자였지만 이제는 관심보다 무관심으로, 똘기보다 취기로 버티는 ‘고인물’ 기자다. 황정민은 “한준혁은 겉으로 센 척하지만, 굉장히 나약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나약함을 이겨내고, 무언가 해답을 얻어내려는 강한 의지, 건강한 생각을 지녔다”라고 설명했다.‘허쉬’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직장인 기자들, 생존과 양심 그 딜레마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부딪히고 흔들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이내믹하게 풀어낸다. 그 중심에 한준혁이 있다. ‘제목 낚시의 달인’이라는 불명예 타이틀만 남은 그 역시,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황정민은 “자신 스스로를 ‘기레기’라고 칭하지만, 올바른 기자 정신을 가진 정직한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그가 풀어낼 이야기에 궁금증을 더했다. 한준혁의 기자 인생이 ‘역변’하게 된 사연은 무엇일지, 그가 다시 펜대를 잡고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한편, JTBC 새 금토드라마 ‘허쉬’는 오는 12월 11일 금요일 오후 11시 JTBC에서 첫 방송된다.
- [리뷰]단 한 번의 박수, 그 안에 담긴 공감과 위로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인생’(이하 ‘호프’)에서는 공연 도중 좀처럼 박수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공연 중간 몇 번의 박수가 나오는지가 뮤지컬의 재미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때도 있지만 ‘호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박수는 공연이 끝나는 순간 마침내 터져 나온다. 주인공인 78세의 노파 에바 호프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다며 뒤돌아 무대 위로 올라가는 순간, 2시간 가까이 그녀의 삶을 함께 지켜본 관객은 그 선택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공연장에서 단 한 번 나오는 박수에는 위로와 공감의 에너지가 가득 담겨 있다.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의 한 장면(사진=알앤디웍스).약 1년 반만에 돌아온 창작뮤지컬 ‘호프’는 초연과 같은 장소인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지난 19일부터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객석은 절반만 차고 있지만 공연장 분위기는 초연 못지 않게 뜨겁다. 마스크를 쓴 채 눈물을 닦는 관객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창작뮤지컬은 보통 재연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그 변화가 초연의 정서를 깰 때도 있다. 그러나 ‘호프’는 변화 대신 초연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연출을 그대로 이어가는데 집중한다. 초연에서 보여준 창작뮤지컬 레퍼토리로서의 가능성을 잘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작품은 현대문학 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유고 원고를 품에 안고 살아온 호프의 이야기를 그린다. 프란츠 카프카의 유작 반환 소송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실제 사건을 다루지는 않는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원고를 삶의 전부로 여기게 된 호프의 일생을 찬찬히 따라가는데 초점을 맞춘다.그야말로 기구한 인생이다. 2차 세계대전 한 가운데에서 독일군에 의해 엄마 마리와 함께 유대인 수용소에 갇히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원고에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평탄한 삶을 살지 못한다.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남자로부터 배신까지 당하며 한때 빛났던 모습을 점점 잃어간다.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의 한 장면(사진=알앤디웍스).특별하게만 느껴지는 호프의 삶이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힘은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 K에 있다. 호프의 옆을 늘 지키는 K를 통해 관객은 우리의 삶 또한 호프와 크게 다를 것 없음을 서서히 느끼게 된다. 우리도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놓친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호프가 그토록 원망했던 엄마의 모습과 닮아버린 자신을 바라보는 장면도 마음을 울린다.천막으로 가린 무대 가운데를 호프의 거처로 삼고, 이를 위압적으로 둘러싼 재판장 형태의 무대는 세상 한 가운데 외로이 서 있는 호프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배우들이 공연 내내 무대 위아래를 자유롭게 오가는 동안, 호프는 자신의 위치를 보여주듯 무대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호프가 무대 위를 천천히 올라가는 엔딩이 긴 여운을 남기는 이유다.초연을 통해 각종 뮤지컬 시상식 연기상을 휩쓸었던 김선영이 호프 역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일본 시키 극단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석배우에 오른 김지현이 호프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조형균, 고훈정, 김경수가 K 역으로 이들과 탄탄한 호흡을 맞춘다. 이들 외에도 최은실, 김려원, 최서연, 이예은, 이윤하, 지혜근, 김순택, 진태화, 이승헌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내년 2월 7일까지.
- "인생은 그저 도라지위스키 맛…불안한 청년도 고독한 중년도"
- 작가 서동욱이 서울 종로구 북촌로 원앤제이갤러리 개인전 ‘그림의 맛’에 건 자신의 작품 ‘담배를 피우는 DW’(2019) 옆에 섰다. 인물화를 그리는 작가의 몇 안 되는 자화상 중 한 점이다. 서 작가는 “대책 없는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그림 속 대상과 거리를 두려 한다고 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표정 없는 사람들. 하얀 벽 앞에 줄지어 앉고 섰다. 어깨는 힘없이 떨어져 있고 시선은 나를 피해 멀리 달아나 있다. 그나마 억지로 부딪쳐본 눈길에선 불안이 스친다. 그 부담감에 이젠 내가 피해야 할 판이다. 절망감? 아니,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저 깊은 생각들에 빠진 듯하다. 그러니 차라리 털어놔주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저들에게서 적극적인 제스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어차피 저 틀을 깨고 나올 마음들이 없어 보이니까. 마치 걸치고 입은 셔츠와 바지처럼 한몸이 된, 소파·탁자·벽·문·책·카페트·컵 등등이 공모해 만든 저 방안 배경에서 미동도 하지 않을 듯하니까. 이것이 우리가 입만 떼면 한마디씩 보태온 현대인의 고독감이고 상실감인가. 그 실체가 색감과 질감을 입고 이렇게 드러난 건가. 그림과 그림 사이를 옮겨가며 이렇게 심정이 복잡하기도 쉽지 않다. 작가의 의도를 가늠하려 했던 그간의 ‘작품감상’과는 확연히 다르다. 작가보단 사각프레임에 박힌 저 인물들의 의도를 가늠하고 있으니까. 만약 그것을 목적에 뒀다면 성공했다. 참 영리한 그리기를 한 셈이다. 짐작과 추측이 서로 꼬리를 물며 난리부르스를 추고 있던 그때, 다행히 그가 옆에 와 섰다. 작가 서동욱(46). 이제야 저 그림 속 인물들의 사연을 들을 수 있게 됐나 보다. 서동욱의 ‘JH’(2020). 표정 없는 여인의 허망한 눈빛에서 진한 페이소스가 묻어나온다. 작가는 인물들에 붓자국을 덧입혀 감정을 증폭시킨다(사진=원앤제이갤러리).△영상작업 거쳐 멀리 돌아 다시 쥔 ‘붓’ 서울 종로구 북촌로 원앤제이갤러리. 서 작가가 ‘그림의 맛’을 타이틀로 개인전을 열고 있는 곳이다. ‘치장 없이 내버려둔’ 밝고 환한 전형적인 화이트큐브 전시장에 회화 28점을 걸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린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일,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그것이 되레 유별나게 돼버린 요즘, 작가는 그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회화, 화가들조차 좀처럼 그리지 않는다는 인물화를 그리고 있으니 말이다. 전시장에선 먼저 기대 이상의 두 가지가 보인다. 작품 크기와 작품 수. 자화상인 ‘담배를 피우는 DW’(2019)를 비롯해 ‘가죽창고의 WW’(2020), ‘WJ’(2020), ‘SH’(2020), ‘CH’(2020) 등 이번 전시의 대표작은 모두 100호(162×130㎝) 규모. 이외에도 ‘밤-터널을 지나면-다리를 지나면’(2020), ‘밤-주차장-메시지’(2020), ‘전화를 받지 않는 JE’(2019) 등 어림잡아 신작 28점 중 절반은 50호 이상이다. 내면은 둘째치고 저들의 외현에 주눅부터 들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던 거다. 서동욱의 ‘밤-터널을 지나면-다리를 건너면’(2020·왼쪽)과 ‘밤-주차장-메시지’(2020). 인적이 드문 밤길에 세운 인물들은 태생부터 얘깃거리를 품고 있다. 모델부터 빛·조명·배경까지 작가의 연출력이 빚어낸 ‘작품’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모델을 어떻게 찾아내는가”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장면을 연출해 작업한다”고. 다시 말해 지인을 앉히거나 세우고 주위를 다듬어 사진을 찍은 뒤 그중 한 컷을 화면에 옮긴다는 얘긴데. 그 배경을 이해하려면 그이의 이력을 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그림 잘 그리는 재주 하나뿐이던 그가 정작 몸과 마음을 투자했던 건 ‘영상작업’이었단다. 내친김에 프랑스로 유학까지 떠날 만큼 빠져 있었나 보다. 그런데 그런 그를 되돌린 건 그림이었다. 그것도 인물화. 어쩌다가? “초창기에는 영상이 자유로웠다. 하지만 그 작업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 그때 새로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새로움을 새로움으로 누르며, 계속 자기 부정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관심이 없어졌다. 영원한 아마추어가 아닌 지속가능한 전문적인 것을 찾아야겠다 싶었다. 그게 그림이더라.” 결국 그림에는 희망이 없다며 떠났던 길을 멀리 돌고 돌아 온 셈이다. 서동욱의 ‘가죽창고의 WW’(2020). 작가는 저 자리에 저 인물을 앉혀 놓았을 뿐 이해든 추측이든 나머지는 전적으로 보는 이의 몫이다. 100호 규모(162.2×130.3㎝) 대작 인물화 중 한 점이다(사진=원앤제이갤러리).대신 그가 영상작업에서 시도했던 ‘효과’는 살려둔다고 했다. “화면을 연출했던 경험을 그림 속 배경으로 반영하는 편이다. 허구적인 상황을 만들고 모델에게 디렉션을 주고, 빛·조명까지 의도하는.” 한마디로 캔버스 안에서 미장센을 구현하는 거다. 그런데 왜 굳이 ‘허구적’이라 하는데? “그리려는 대상과 거리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한 인간으로서든 예술가로서든 대상을 향한 욕망의 시선을 감추려는 거다.” 지독하게 속을 쓰리게 했던 저 인물들은 결국 모두 그의 머리와 붓이 만든 작품이었던 거다. 그럼에도 작가는 가슴을 내민다. “인생이란 게 그저 도라지위스키 같은 맛이 아니겠나. 씁쓸한 현실과 허세가 버무려진.” 바로 자신의 붓을 움직인 건, 다소 낭만적이기까지 한 ‘정서’라는 설명이다. “현대미술이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라 요즘 작가들은 페이소스보다 아이러니만 선호하는 것 같다. 그 경향과 달리 난 정서적인 호소력을 선호하는 편이다.” 작가 서동욱이 자신의 작품 ‘담배를 피우는 DW’(2019)에 쓴 기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거친 붓자국을 품고 있는 인물화는 작가가 고안한 독특하고 중요한 화법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사진과 거의 구분할 수 없게 묘사하는 하이퍼리얼리즘과는 다르다. 닮았지만 똑같지는 않다는 소리다. 이를 두고 그는 “표현은 사실적이나 태도는 다른 문제”라고 했다. 묘사보단 공감이 우선이란 것으로 이해했다. △“사람에겐 얼굴이 있고 눈빛이 있다” 모두 ‘인물화’란 카테고리 안에 묶이겠지만, 그이의 인물들도 변화를 겪는 중이다. 초기작에서 파고든 건 청춘이었단다. 인물을 벽 쪽에 몰아붙이듯 세워놓고 젊은이들의 방황·불안을 그렸다. 2006년 즈음 발표했다는 ‘서 있는 사람들’ 연작이다. 카메라에 달린 플래시의 강렬한 불빛에 반응하는 인물들을 포착해 차갑고 날카롭게 뽑아냈다. “섬광이란 게 찰나의 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닌가. 청춘과 찰나는 잘 맞았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 원앤제이갤러리에 연 서동욱 개인전 ‘그림의 맛’ 전경. 오른쪽부터 ‘CH’(2020), ‘WJ’(2020), ‘전화를 받지 않는 JE’(2019)(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러다가 어스름한 자연광 아래 던져둔 연작 ‘실내의 인물’들이 2013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서사를 겹겹이 입힌 그들의 말 못할 사정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셈이고. 사실 작가가 정작 그리고 싶었던 건 ‘성공한 중년남자의 고독’이란다. 이룰 건 다 이뤘지만 단 한 가지가 부족한 그들. 그 밀도감이 본격적으로 어떻게 번져 나올지는 앞으로의 과제가 됐다. 기법에도 변화가 생기는 중이다. 붓자국을 남겨 거칠지만 세밀하게 끌어냈던 그들이 언제부턴가 부드러워지고 느슨해지기도 했다. 영화 속 장면에서 옮겨왔다는 ‘여름-바다-눈부신’(2020) 연작이나 ‘멜로디’(2020), ‘무제’(2020) 등, 예리하고 냉철한 기교를 빼버린 ‘편안한’ 그림이 나오고 있다. 무엇이 다른 붓을 쥐게 했을까. “현실은 힘들다. 그렇게 힘든 것조차 멋지고 우아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지는 않다.” 서동욱의 ‘여름-바다-눈부신’(2020) 연작. 근래 들어 변화를 주고 있는 작가의 ‘다른 인물화’다. 영화 속 장면에서 옮겨왔단다. 작가의 인물들도 변화를 겪는 중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서울 종로구 북촌로 원앤제이갤러리에 연 서동욱 개인전 ‘그림의 맛’ 전경. 예리하고 냉철한 기교를 뺀 ‘편안한’ 그림들을 한 데 모았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무제’(2020),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멜로디’(2020)(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이의 이름에 따라붙는 ‘리얼리즘 초상화’란 수식은 그렇게 붙었을 거다. 가장 현실적인 그래서 가장 위태로운, 내 눈과 내 붓이 타협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시대를 위무하는 예술의 역할은 해야 하는. 작가는 작가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아픔을 겪는 과정인가 보다. “예컨대 볼펜으로 슬픔을 표현할 수 있나. 사람에겐 얼굴이 있고 눈빛이 있다. 예술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가능케 하는 게 회화고 인물이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그림일 뿐인데. 감정의 찌꺼기 따위는 없어야 하거늘. 그런데 묘한 일이다. 자꾸 뒤통수를 잡아끄니 말이다. 결국 사람이 들어 있어선가. 차마 뿌리치고 돌아설 수 없는 그들이 참 오래 밟힌다. 전시는 12월 6일까지. 작가 서동욱이 개인전 ‘그림의 맛’을 열고 있는 원앤제이갤러리 전시장에 섰다. 오른쪽은 ‘SH’(2020). 불안한 눈빛과 손동작, 그려놓고 놨더니 에드바르트 뭉크의 ‘사춘기’를 닮아있더라고 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로또싱어' 권인하 스튜디오 홀린 허스키 보이스…"최고점 예상" 찬사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가수 권인하가 오늘(28일) 밤 ‘로또싱어’에서 허스키 보이스로 스튜디오를 홀린다. ‘로또싱어’ 권인하. (사진=MBN ‘로또싱어’)28일(오늘) 저녁 방송되는 MBN 예능 ‘인생역전 뮤직게임쇼 – 로또싱어’(이하 ‘로또싱어’/연출 유일용) 9회에서 가수 권인하의 2차 무대가 공개, 무대를 압도하는 에너지로 ‘노장의 힘’을 발휘한다. 권인하는 공연에 앞서 남다른 성량의 목 풀기로 예측단과 관객 심사위원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앞선 무대에서 김종국의 ‘한 남자’를 본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던 그는 이날 2차 무대에서 색다른 여성 보컬 노래에 도전한다. 권인하는 “노래에 있어선 나이 차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그라운드에서 뛰는 동안은 저도 똑같은 현역이다. 먼저 음악을 시작한 사람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등 남다른 포스로 무대를 압도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특유의 힘 있는 허스키 보이스로 몰입감을 높이며 후배 가수들과 관객 심사위원들의 중간 박수를 이끌어낸다. 특히 황보라와 유성은은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심취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 권인하가 그려낼 무대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무대가 끝나자 정성호는 “왜 이렇게 가슴이 울렁울렁하지?”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가 하면, 김태훈은 “최고점 예상합니다. 4400점 이상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라고 C조 최고점을 예측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이날 재도전 가수 6인의 무대가 끝난 후 C조 최종 6인이 생방송을 통해 발표, 조별 상위 6인을 맞힌 시청자들에게 돌아가는 4번의 상금 획득 기회 중 세 번째 상금 획득 기회인 이날 몇 명의 시청자가 ‘승자선택’에 성공해 상금을 얻게 될지 궁금증이 높아진다. 한편, 시청자들은 승자예측 페이지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상위 6인의 싱어를 예측해 ‘승자선택’을 할 수 있다. 또한 방송 중 상단에 노출되는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쉽게 ‘승자선택’ 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 힘 있는 목소리와 깊은 울림으로 다시 한번 클래스를 입증한 권인하의 무대는 28일(오늘) 밤 8시 40분 방송되는 MBN ‘인생역전 뮤직게임쇼 – 로또싱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45인 중 A조 15인(김소유, 김신의(몽니), 김용진, 나윤권, 미스터붐박스, 박구윤, 박선주, 박재정, 유성녀, 이봉근, 임태경, 임한별, 정미애, 지원이, 허민영), B조 15인(강형호(포레스텔라), 김보형(킴보), 민서, 바비킴, 서영은, 소찬휘, 신성, 안예은, 요요미, 이윤아, 이지훈, 이혁, 임정희, 조장혁, 하준석), C조 15인 (고유진(플라워), 권인하, 김경호, 김명훈(울랄라세션), 박혜나, 연정(우주소녀), 웅산, 유성은, 이응광, 이정, 전나영, 조엘라, 최재림, 하윤주, 후이(펜타곤)(가나다 순))이 경연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