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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 불똥 아르헨 넘어 인도·브라질로…신흥국 불안 길어진다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과 멕시코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타결 덕에 반등하나 싶던 신흥국 통화가치가 또다시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터키 사태는 이미 아르헨티나까지 불똥이 튄 상태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도 흔들리고 있어 신흥국 불안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신흥국 통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94.434를 기록하며 근 4주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터키 리라와 아르헨티나 페소,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아, 브라질 헤알 등이 잇달아 추락하고 있다. 터키 불안과 아르헨티나의 조기 구제금융은 물론이고 계속되는 무역전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 불확실성 등이 신흥국 통화에 악재가 되고 있다,. ◇터키 리라화 3% 더 추락…아르헨 조기 구제금융에 인도·브라질도 뒤숭숭신흥국 위기의 진원지인 터키에서의 불안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터키 금융회사 20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하자 달러대비 리라화 가치는 하루만에 3% 가까이 급락했다. 현재 달러대비 리라화는 전일대비 2.85% 하락한 6만4513리라를 기록 중이다. 터키 사태의 불씨는 아르헨티나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최근 이틀째 5억달러에 달하는 달러 매도로 자국 통화를 방어하고 있지만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 올들어 중앙은행이 내다 판 외환보유고는 130억달러에 이르고 기준금리는 45%까지 가파르게 인상했지만 달러대비 페소화 가치는 올들어서만 벌써 50% 가까이 급락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이날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외환위기를 막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500억달러(원화 약 55조58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조기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6월 IMF와 합의한 대기성 차관 지원을 앞당겨 달라는 것. IMF가 이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시장은 오히려 아르헨티나의 채무상환 능력을 더욱 의심하는 모양새다. 이날 마크리 대통령 발표 직후 페소화 가치는 6% 넘게 더 떨어졌다. 인도 루피화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최근 상승하는 국제유가와 이머징마켓에 대한 불안 우려, 강한 월말 달러화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루피화를 끌어 내리고 있다. 이날 달러대비 루피화 가치는 1달러당 70.8100루피를 기록했다. 루피화는 올들어서만 지금까지 달러대비 10.97% 추락했다.브라질에서도 헤알화는 1달러당 4141헤알을 기록하며 지난 2015년 1월 이후 무려 31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노동자당 소속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심리가 더 악화되는 모습이다.◇무역전쟁·터키불안·美긴축에 불안 장기화…“韓·태국·말레이 안정적”이처럼 신흥국 불안이 커지고 있는 건 직접적으로 터키와 아르헨티나 위기 우려 탓이다. 터키에서는 계속되는 당국의 시장안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불안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 2~3개월 내에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만 보면 터키 위기는 아르헨티나까지만 확산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한동안 신흥국 통화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멕시코간 NAFTA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무역전쟁을 둘러싼 공포는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의 협상 타결 기대를 보였고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번 주말까지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안도하긴 이르다. 특히 중국과의 4차 차관급 협상에서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미국은 중국과의 합의를 NAFTA, 유럽연합(EU)에 이은 후순위로 두고 있는 만큼 11월 중간선거 이후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미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기조도 신흥국 통화에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준은 올해 두 차례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내년까지 매분기에 한 차례씩 금리 인상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강했던 지난 4월 중순부터 나타났던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이 연말 이후로도 재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모든 신흥국 통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기보다는 일부 취약 국가 중심으로 불안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실제 캐피탈 이코노믹스가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국내총생산(GDP)대비 경상수지와 통화 가치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경상수지 적자폭이 큰 신흥국일수록 달러대비 자국 통화 가치 하락폭이 컸고 GDP대비 4% 이상 흑자국일 경우 오히려 통화 가치는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올리버 존스 캐피탈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전쟁과 터키, 아르헨티나 불안, 연준의 긴축기조 등 어느 것 하나도 빠르게 해소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신흥국 통화 불안도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경상수지 흑자폭이 큰 한국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