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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세 최경주, 생일날 최고령 우승 신기록..연장전 '묘기샷'으로 박상현 제압
- 최경주가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4라운드 1번홀에서 파 퍼트를 넣은 뒤 주먹을 쥐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서귀포(제주)=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탱크’ 최경주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에서 자신의 54번째 생일날 역대 최고령 우승의 기록을 세웠다.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최경주는 3오버파 74타를 쳐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로 박상현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18번홀(파4)에서 이어진 1차 연장에서 큰 위기를 넘긴 게 우승의 발판이 됐다. 두 번째 샷이 빗맞아 그린 앞쪽 페널티 구역으로 날아갔지만 개울 가운데 러프 지역에서 공이 멈춰 벌타를 면했다. 공이 물에 빠졌더라면 벌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조경을 위해 만든 작은 섬 모양의 러프에 공이 멈추는 행운이 따랐다.3번째 샷은 묘기에 가까웠다. 위기에서 침착하게 어프로치샷을 시도한 최경주는 공을 홀 1m에 붙였고 파 퍼트를 넣어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박상현은 2온에 성공했으나 2퍼트로 파를 기록했다.같은 홀에서 이어진 2차 연장에선 최경주가 기회를 잡았다. 최경주는 2온에 성공한 반면, 박상현이 친 두 번째 샷은 그린에 올라가지 못했다. 박상현은 세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렸으나 약 3m 거리 파 퍼트가 빗나갔고, 최경주가 파 퍼트를 성공하며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74홀의 긴 승부 끝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최경주는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치자마자 물에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갤러리들 반응을 보니 살아 있는 것 같아 안도했다.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라며 “손으로 던져도 할 수 없는 라이(공이 지면에 놓여 있는 상태)였는데, 그 기회를 잘 살리면서 2차 연장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라고 우승의 발판이 된 18번홀 1차 연장 상황을 돌아봤다. 이어 “17번과 18번홀에서 허리 통증이 있었지만, 많은 팬들의 응원과 성원 덕분에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자신의 54번째 생일날 올린 대회 4번째 우승의 영광과 공을 팬들에게 돌렸다.1994년 KPGA 투어로 데뷔한 최경주는 이번 대회가 통산 100번째 출전이다. 이날 우승으로 최경주는 KPGA 투어 역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기록들을 대거 쏟아냈다.1970년 5월 19일생인 최경주는 이날 만 54세가 돼 2005년 최상호가 KT&G 매경오픈에서 기록한 최고령(50세 4개월 25일) 우승 기록을 뛰어넘었다. 또 KPGA 투어에선 2012년 CJ인비테이셔널 호스티드 바이 최경주 대회 이후 11년 7개월 15일 만에 우승을 추가해 통산 17승을 달성했다. SK텔레콤 오픈 4회 우승으로 최다 그리고 최고령 우승 기록도 추가했다.이날 우승으로 프로 데뷔 통산 30승의 대기록도 달성했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 포함 30여년 간 한국에서 거둔 17승 외에 미국 PGA 투어에서 8승, 챔피언스 투어에서 1승, 일본 2승, 유럽과 아시안투어에서 1승을 올렸다. 이번 대회 이전 가장 최근 우승은 2021년 9월 챔피언스 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오픈이 마지막이다.새로운 역사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날 마지막 4라운드를 5타 차 선두로 출발할 때만 해도 여유있는 우승이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경기 초반 7번홀까지 보기만 2개 적어내면서 예상과 전혀 다른 분위기가 이어졌다.특히 최경주에 7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일 경기에 나선 KPGA 투어 통산 상금 1위 박상현의 추격이 거셌다. 박상현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4개 골라내며 최경주에 1타 뒤진 2위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3개 홀을 남기고 1타 차 선두가 된 최경주는 남은 홀을 파로 막으면 연장 없이 우승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며 후배 박상현과 연장 맞대결에 돌입했다.연장 승부는 티샷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최경주가 불리해 보였지만 프로 데뷔 30년 차 관록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생일을 자축하는 극적인 우승을 일궈냈다. 최경주는 본인의 생일날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상금 2억6000만원을 받았다.연장에서 패한 박상현이 2위, 장종민과 이태훈, 김백준, 이승택이 나란히 1언더파 283타를 쳐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생일을 맞아 생일 케이크 초를 부는 최경주(사진=KPGA 제공)(사진=KPGA 제공)
- 투자 혹한기에도 돈 몰리는 AI반도체…생태계 전쟁 시작됐다
-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증가함에 따라 AI 반도체에 돈이 몰리고 있다. AI 반도체는 AI 연산이 가능한 반도체로, GPT-4나 클로드3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학습’과, 완성된 AI 모델을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필요한 ‘추론’ 영역 모두에서 필수적이다. 한국은 AI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韓 AI반도체에 관심인 일본 1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94%를 엔비디아가 장악한 가운데 전세계 빅테크 기업들은 이를 넘어서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AI반도체는 AI서비스로 급증하는 데이터 센터의 그래픽처리장치(GPU)운영 비용과 소모 전력을 줄여주기 때문에 갈수록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테슬라, 구글, MS 등이 자체 AI 칩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일본 소프트뱅크그룹도 AI 전용 반도체 개발에 관심을 두고 AI에 10조 엔(약 88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17일 한국의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A사와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일본에는 AI 반도체 회사인 프리퍼드네트웍스(PFN)가 있지만 서버용 AI 반도체를 개발하지 않는다.AI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AI 학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AI 반도체는 전 세계적으로 엔비디아의 GPU가 유일하다”면서도 “추론 쪽에서는 한국 기업이 경쟁할 만한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메뉴를 제공하는 분식집과 정면 승부는 무리이지만, 특정 메뉴(추론용)에서 경쟁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의미다. ◇혹한기에도 투자 받는 AI 반도체 스타트업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343억달러(약 46조4936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가운데 투자 유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130여명 규모 리벨리온은 올해 1월 시리즈B 투자를 완료해 누적 2800억원을 투자받았다. 투자사로는 KT(030200)와 카카오(035720) 외에도 싱가포르 파빌리온 캐피탈, 프랑스 코렐리아 캐피탈, 일본계 벤처캐피탈인 DGDV 등이 있다.SK그룹의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은 지난해 6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 이후 최대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시리즈B)을 진행 중이다. SK그룹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포함하면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397억원에 달한다.CES 2024에서 AI 성능 최적화를 위한 AI 반도체로 구성된 ‘올인포 AI 토탈 솔루션’으로 3관왕에 오른 딥엑스는 이달 초 11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딥엑스 2대 주주가 된 스카이레이크 에쿼티파트너스는 ‘미스터 반도체’라 불리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설립한 회사다.한국 스타트업만 잘나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 CEO가 이끄는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는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카탈리스트펀드(SCF)가 주도한 펀드를 통해 1억달러(한화 1356억원)를 유치했다. 이 중 절반인 5000만 달러를 투자한 현대차그룹은 텐스토렌트와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CPU 및 AI 보조 프로세서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엔비디아에 도전…생태계 전쟁세계 2위의 파운드리와 1위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이 AI 반도체 설계 능력을 더한다면 급증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에 기반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한다”며 “소버린 AI 추세에 따라 사우디, 동남아, 유럽 등을 대상으로 수출이 가능하도록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최근 인텔 ‘가우디2’ 기반의 AI 연구센터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과 함께 국내에 만들기로 한 것도 엔비디아 칩을 구동하는 핵심 소프트웨어(SW)인 ‘쿠다(CUDA)’의 지배력을 해소해 AI 반도체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 최경주 우승 이끈 행운의 섬 "KJ CHOI 아일랜드라고 불러주세요"
- 최경주(왼쪽)가 캐디 엔젤 몽고지와 1차 연장에서 공이 떨어졌던 페널티구역에 있는 작은 섬으로 다시 올라가 샷을 했던 지점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서귀포(제주)=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KJ CHOI 아일랜드로 불러주세요. 오늘이 (인생의) 하이라이트입니다.”72홀 경기에 2차 연장전까지 치른 끝에 SK텔레콤 오픈 우승을 차지한 ‘탱크’ 최경주(54)가 다시 18번홀 그린 앞에 있는 개울로 걸어가더니 공이 떨어졌던 작은 섬으로 이동해 캐디와 함께 기념촬영했다. 최경주는 이 섬에 ‘KJ CHOI 아일랜드’라는 이름을 붙였다.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 마지막 날 4라운드. 최경주가 정규 라운드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 박상현과 연장에 돌입했다. 5타 차 선두로 출발한 최경주는 이날 3타를 잃었고, 7타 뒤진 공동 6위로 경기에 나선 박상현은 4타를 줄이면서 나란히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를 쳐 승부를 내지 못했다.18번홀에서 이어진 1차 연장에서 최경주에게 천운이 따랐다. 약 237야드를 남기고 3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빗맞으면서 그린 앞쪽 페널티구역에 떨어졌다. 물에 빠졌더라면 벌타를 받고 4번째 샷으로 온그린을 노려야 했지만, 다행히 공은 개운 안에 있는 조그만 섬 모양의 러프에 멈췄다. 벌타를 면한 최경주는 59도 웨지로 세 번째 샷을 하고 공은 홀 1m에 멈췄다. 파 퍼트를 놓치지 않은 최경주는 박상현과 비겨 2차 연장으로 승부를 끌고 갔다.큰 위기를 넘긴 최경주는 이어진 2차 연장에서 박상현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티샷이 잘 맞아 1차 연장 때보다 더 멀리 날아갔고, 홀까지 남은 거리는 198야드여서 5번 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했다. 박상현의 티샷은 페어웨이 왼쪽 러프에 떨어졌고,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박상현이 먼저 세 번째 샷을 시도했으나 홀을 지나쳐 약 3m 지점에 멈췄고, 최경주의 버디 퍼트는 홀 앞쪽 1m에 멈췄다. 박상현의 파 퍼트가 홀을 빗나갔고, 최경주는 파 퍼트를 넣어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최경주가 주최 측이 마련한 생일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1970년 5월 19일생으로 이날 만 54세가 된 최경주는 우승으로 역대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신기록을 작성했고, SK텔레콤 오픈 4회 우승과 프로 통산 30승 그리고 2012년 CJ 인비테이셔널 이후 11년 7개월 만에 KPGA 투어 우승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경기 뒤 최경주는 “꼭 우승하고 싶었고 간절했다. 이번 우승이 앞으로의 삶을 변화시킬 우승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지금까지 많은 우승이 있었고 운도 따른 적이 있었지만, 오늘이 하이라이트인 것 같다”라고 18번홀에 나온 기적 같은 상황을 돌아보며 다시 한번 크게 웃었다.23세의 나이로 프로가 돼 올해 31년째 활동 중인 최경주는 아들뻘 후배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며 또 다른 기록에 도전한다. 이날도 KPGA 투어 통산 100번째 대회에 출전한 최경주는 PGA 투어에서도 통산 500경기 출전에 단 2경기만 남기고 있다.그는 “한국 선수 최초로 PGA 투어에 갔고, 500경기 출전을 채우는 것도 처음이라 의미가 있을 것 같다”라며 “올해 어떤 대회에 나가게 될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역대 우승자 자격으로 나갈 대회가 있으니 꼭 500경기를 채워보겠다”라고 말했다.50대 중반의 나이지만, 투어 활동을 멈출 계획이 없는 최경주는 꾸준한 운동과 관리를 주문했다. 그는 “아무래도 먹는 게 중요하다”라며 “음주하면 안 되고 잠을 잘 자야 하고 몸에 해가 되는 걸 피하면서 꾸준하게 운동해야 한다”라고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에서 기분 좋은 우승을 차지한 최경주는 곧바로 미국으로 떠나 오는 23일부터 미국 미시건주 벤턴 하버의 하버타운 쇼어 리조트에서 열리는 PGA 챔피언스 투어 메이저 대회 시니어 PGA 챔피언십에 출전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최경주는 “사실 챔피언스 투어도 쉽지 않은 무대”라며 “PGA 투어에서 한 해 2승을 한 적도 있지만, 상금랭킹 10위에 든 적이 없다. 올해는 상금랭킹 톱10에 드는 게 최종 목표다”라고 다짐했다.인터뷰에 앞서 기자회견장에서는 최경주의 54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미니 축하파티가 열렸다. 최경주는 깜짝 생일파티에 활짝 웃으며 촛불을 껐다.최경주가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 지난해 준우승 설욕…박현경, 이예원과 피말리는 접전 끝 ‘매치 퀸’ 등극
- 박현경이 19일 강원 춘천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결승전에서 버디를 잡고 이동하고 있다.(사진=KLPGA 제공)[춘천(강원)=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지난해 ‘매치 퀸’ 타이틀을 아쉽게 놓쳤던 박현경(24)이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총상금 9억원)에서 끝내기 버디를 잡으며 정상에 올랐다.박현경은 19일 강원 춘천시 라데나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18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예원(21)을 1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생애 첫 ‘매치 퀸’에 등극한 박현경은 1년 전 이 대회 결승에서 성유진(24)에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던 아쉬움도 말끔히 씻어냈다.지난해 10월 SK네트웍스·서울경제 클래식 우승 이후 7개월 만에 KLPGA 투어 통산 5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박현경은 우승 상금으로 2억2500만원을 받았다. 올 시즌 누적 상금은 4억8523만1799원으로 늘어나면서 8위였던 상금순위도 1위로 뛰어 올랐다. 대상 포인트 역시 5위에서 1위(204점)로 올라섰다.이번 대회에 출전한 64명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73.33%(11승 1무 3패) 승률을 보유한 박현경은 대회 전부터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혔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둔 그는 16강과 8강, 4강, 결승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7연승’을 내달렸다.4강에서 이소영(27)을 2홀 차로 따돌리고 결승에 오른 박현경은 경기 초반 3홀 차로 앞서며 손쉽게 우승을 차지하는 듯했다. 박현경은 1번홀(파4)부터 버디를 잡았고, 4번홀(파4)에서는 이예원의 티샷이 깊은 러프로 들어가 찾을 수 없게 되면서 홀 컨시드까지 받았다. 5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추가한 박현경은 3홀 차로 격차를 벌렸다.하지만 이후 이예원의 거센 반격이 시작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예원은 7번홀(파3)에서 티샷을 핀 1m 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아낸 이후, 12번홀(파5)에선 박현경의 어프로치 샷 실수가 나온 사이 2.7m 버디에 성공, 1홀 차로 따라붙었다. 13번홀(파3)에서도 박현경이 보기를 범한 사이 파를 기록하며 ‘타이드 매치’를 이끌어냈다. 이예원은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1홀 차로 리드로 경기를 뒤집는 듯했으나, 박현경도 다시 힘을 냈다. 박현경은 17번홀(파4)에서 3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승부처는 마지막 18번홀(파5) 세 번째 샷. 박현경이 먼저 웨지 샷을 핀 1.7m 앞에 붙였다. 뒤이어 세 번째 샷을 한 이예원의 공은 박현경보다 먼 곳에 떨어졌다. 이예원의 3m 버디 퍼트가 왼쪽으로 살짝 벗어났고, 뒤이어 퍼트한 박현경은 버디에 성공했다. 박현경은 오른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우승 기쁨을 만끽했다.박현경은 경기 후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마지막 공이 홀에 들어가는 순간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이예원이) 어려운 상대여서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초반에 3홀 차로 앞서고 있었어도 ‘언제 따라 잡힐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를 재촉하면서 플레이했다. 그런데 우승이라니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고 소감을 밝혔다.그는 “마지막 우승 퍼트를 할 때는 수전증이 온 것처럼 손이 너무나 떨렸다. 버디 퍼트가 어떻게 들어갔는지도 모를 정도”라며 “전지훈련을 열심히 하고 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상반기에 첫 우승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이예원은 2년 전 이 대회에서 홍정민(22)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러 설욕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박현경에게 막혀 또 준우승을 기록했다. 3, 4위전에서는 이소영(27)이 윤이나(21)를 5홀 차로 크게 이겼다.
- '전설의 귀환' 54세 최경주, 생일날 최고령 우승 '축포'
- 최경주가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4라운드 1번홀에서 파 퍼트를 넣은 뒤 주먹을 쥐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서귀포(제주)=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생일날 최고령 우승.’최경주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에서 54세 생일날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최경주는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3오버파 74타를 쳐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로 박상현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18번홀(파4)에서 이어진 1차 연장에서 큰 위기를 넘긴 게 우승의 발판이 됐다. 두 번째 샷이 빗맞아 그린 앞쪽 페널티 구역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개울 가운데 있는 러프 지역에 공이 멈춰 벌타를 면했다. 3번째 샷을 홀 1m 붙였고 파 퍼트를 넣어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박상현은 2온에 성공했으나 2퍼트로 파를 기록했다.같은 홀에서 이어진 2차 연장에선 최경주가 기회를 잡았다. 2온에 성공했고, 박상현이 친 두 번째 샷은 그린에 올라가지 못했다. 박상현은 세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렸으나 약 3m 거리의 파 퍼트가 빗나갔고, 최경주는 파를 넣어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1994년 KPGA 투어로 데뷔한 최경주는 이번이 통산 100번째 출전이다. 이날 우승으로 KPGA 투어 역사를 새로 쓰는 기록을 대거 추가했다.1970년 5월 19일생인 최경주는 이날 만 54세가 돼 2005년 최상호가 KT&G 매경오픈에서 기록한 최고령(50세 4개월 25일)을 넘어 신기록을 작성했다. 또 KPGA 투어에선 2012년 CJ인비테이셔널 호스티드 바이 최경주 대회 이후 11년 7개월 15일 만에 우승을 추가해 통산 17승을 달성했고, 이 대회 4회 우승으로 최다 그리고 최고령 우승 기록도 추가했다. 이날 우승으로 프로 통산 30승의 대기록도 달성했다. 최경주는 한국에서 17승, 미국 PGA 투어 8승, 챔피언스 투어 1승, 일본 2승, 유럽과 아시안투어 1승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이전 가장 최근 우승은 2021년 9월 챔피언스 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오픈이 마지막이다.새로운 역사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5타 차 선두로 출발할 때만 해도 여유 있는 우승을 예고했으나 경기 시작 후 7번홀까지 버디 없이 보기만 2개 기록하면서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 사이 박상현과 김백준, 권성열 등이 타수를 줄이며 추격해와 어느새 2타 차까지 격차가 좁혀졌다.분위기 반전을 노린 최경주는 9번홀(파5)에서 이날 첫 버디를 낚은 뒤 1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 한숨을 돌리는 듯했다. 이때까지 4타 차 선두였다. 그러나 12번과 13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보기를 하며 흔들렸다. 앞에서 경기한 박상현은 15번홀까지 버디만 4개 골라내 어느새 최경주를 1타 차로 추격했다. 남은 3개 홀에서는 모두 파로 막아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적어내며 1타 차 2위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박상현은 KPGA 통산 12승에 역대 최다 상금 1위, 지난해 상금왕을 차지한 베테랑이다. 최경주와 나이 차는 있지만, 투어에선 고참급의 국내 최강자다.1타 차 박빙의 선두를 지켜야 하는 최경주는 마지막 남은 파5 홀(16번)마저 버디 사냥에 실패하면서 끝까지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렸다. 17번홀(파3)에선 티샷을 벙커로 보내 위기를 맞았으나 절묘한 벙커샷으로 파세이브로 선두를 지켰다.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결정됐다. 1타 차 선두를 지킨 최경주가 파 퍼트를 넣으면서 최고령 우승이라는 새역사의 주인공이 됐다.박상현이 1타 차 2위, 장종민과 이태훈, 김백준, 이승택이 나란히 1언더파 283타를 쳐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최경주가 3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 1분기 실적 발표 마무리…메리츠금융·SK 등 발행 시장 활기
-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이번 주 회사채 시장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138040)와 SK(034730)가 올해 두 번째 공모채 발행을 이어간다. 또 1분기 실적 보고서 시즌이 마무리되자 삼양홀딩스(000070), 한화에너지, 키움에프앤아이가 회사채 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등 발행이 점차 활발해지는 모습이다.SK그룹 서린사옥.(사진=SK.)◇ 대어급 SK 2500억원, 메리츠금융 1000억원 공모채 찍는다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20일~24일)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에 나서는 기업은 삼양홀딩스(AA-), 메리츠금융지주(AA), 한화에너지(A+), SK(AA+), 키움에프앤아이(A-) 등이다. 푸본현대생명보험은 후순위채(A+·A 스플릿) 발행을 이어간다.이중 대어급 SK는 3·5·7년물로 총 2500억원의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500억원까지 증액 발행 한도도 열어뒀다.주관사로는 NH투자증권을 단독 선임했으며, 오는 22일 수요예측, 30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SK는 지난 2월 3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수요예측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모든 트랜치에서 언더 금리로 증액 발행을 확정 지었다.SK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 상환 자금으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다. 회사채 발행 금리가 CP 이자율보다 낮아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이어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2월 신종자본증권(2000억원), 3월 회사채(2500억원) 발행에 이어 두 달만에 채권시장을 찾았다.메리츠금융지주는 2.5년물 단일물로 총 1000억원 규모로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는 계획이다.수요예측은 오는 21일, 발행일은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며, 공모 희망 금리 수준은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5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1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메리츠금융지주는 전체 차입 부채 규모 중 약 65%가 올해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어 꾸준히 발행시장 찾고 있다. 오는 6월에도 전자단기사채 및 CP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다만, 보유 유동성 자산과 회사채 차환 발행을 통해 상환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자회사 배당금을 바탕으로 이자 비용 및 판관비 등의 경상경비와 배당금 지급 수요를 충당해 왔다.윤재성 NICE(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이자 비용이 최근 늘어났지만 완전 자회사 편입으로 자회사 배당금 유입액이 증가했다”며 “회사가 금융그룹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지위와 회사채 발행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유동성위험은 낮은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푸본현대생명, 여전한 미매각 우려푸본현대생명은 지난 3월 500억원 규모에 이어 두 번째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등 자본적정성 수준 개선을 위해서다.푸본현대생명은 10년 만기, 5년 조기상환권(콜옵션) 조건으로 총 7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오는 23일 수요예측, 오는 31일 발행이 예정돼 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400억원까지 증액 발행 한도를 열어뒀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공모 희망 금리 밴드는 6.8~7.0% 수준으로 절대금리 메리트를 앞세웠다. 지난 3월 발행 당시 희망 금리 밴드보다 20~40bp가량 높아진 금리 수준이다. 미매각을 우려해 월 이표채 조건도 추가했다.지난해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24%로 집계됐다. 생보업계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넘기지 못했다. K-ICS 비율이 100%에 못 미치는 것은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거나 막대한 규모의 적자 문제가 터졌을 때 감당할 수 없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후순위채 흥행 여부도 미지수다. 지난 3월 수요예측 과정에서도 7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10억원의 주문만 들어와 590억원이 미매각을 맞았다. 또 NICE신평은 푸본현대생명의 장기신용등급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전반적인 보험이익창출력 개선이 더디게 진행될 것이란 이유에서다.이 외에도 △삼양홀딩스(3년물 1100억원) △한화에너지(2년물 800억원, 3년물 400억원) △키움에프앤아이(1.5년물·2년물 500억원) 등이 수요예측을 이어간다.
- 라인 사태와 딜리버리히어로, 그리고 키옥시아 [김현아의 IT세상읽기]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라인 사태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관점은 무엇일까요? 일본 정부의 우리 기업에 대한 부당한 경영 개입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에서 자국민의 개인정보 보호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도 지분을 팔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을뿐더러 국제통상법 위반 가능성도 큽니다.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글-페이스북, 텐센트-알리바바 등 미·중 거대 빅테크 공룡 기업에 맞서기 위해 뭉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어떤 이유로 A홀딩스 출범 초기부터 삐걱댔는지, 어떤 점이 허술했는지를 짚어야 앞으로 비슷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에 진행되고 있는 A홀딩 지분 매각 관련 협의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두 사람.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투자 전문가에 당한 기술 전문가?한일 합작사이자 라인 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의 ‘A’는 ‘트리플 A’를 의미합니다. ‘A부터 Z까지 전 그룹사의 시너지를 내겠다’, ‘산하의 전 기업이 인공지능(AI)을 쓰겠다’, ‘아시아(Asia) 전역을 누비고 글로벌로 가겠다’는 의미로, 아시아 최고의 인터넷 기업으로 자리하겠다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의지가 담겼습니다.그러나, A홀딩스는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지분 비율은 50대 50이지만, A홀딩스 이사회 이사 수는 소프트뱅크 측이 3명, 네이버 측이 2명으로, 소프트뱅크 측이 우위를 점했습니다. 이사회 의장은 소프트뱅크 측 미야우치 겐이 맡았고, 라인의 한국법인 라인플러스의 최상위 지배기업도 네이버에서 소프트뱅크그룹으로 바뀌었습니다.이를 두고 IT 전문가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 57세)가 투자 전문가인 손 마사요시(한국 이름 손정의, 67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에게 ‘당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경영 통합을 먼저 제안한 것은 ‘모바일과 포털을 아우르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손정의 회장이었고, 당시 라인(모바일 메신저)의 가치는 야후재팬(포털)보다 컸음에도 지분을 50%씩 나눴기 때문입니다.잃어버린 ‘소년의 꿈’이라고 할까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일본 진출, 네이버페이와 라인페이 연동, 야후재팬에 네이버 검색 이식은 중단되거나 시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소프트뱅크코리아에서 근무한 인사에 따르면, “양측이 싸우느라 되는 일이 없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결국,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라인야후 결산 설명회에서 “손 마사요시 회장도 ‘이번 건은 중대한 사태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언급해, 손 마사요시 회장이 라인 사태를 진두지휘하고 있음을 재확인하기도 했습니다.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경영 통합의 이면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습니다. 2019년 상반기에 벌어진 라인페이와 페이페이 간의 마케팅 전쟁입니다. 현금이 최고 결제 수단인 일본에서 페이앱 1위를 차지하기 위해 페이페이가 100억 엔(한화 871억 원)을 쏟아붓자, 네이버도 라인페이의 일본 이용자를 대상으로 300억 엔(한화 2612억 원)을 쓰기로 공시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사는 힘을 합쳐 아시아의 IT 맹주가 되기로 합의한 겁니다.[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노하우 인정받았지만 글로벌 진출 한계생각나는 게 없나요?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사례가 떠오르네요. 배달의민족(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가 운영하던 ‘요기요’, ‘배달통’ 역시 국내 음식 배달 시장을 두고 현금 마케팅 전쟁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을 인수했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협력처럼 우아DH아시아라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노렸습니다. 우아DH아시아는 DH와 김봉진 대표가 50%씩 출자했는데, 김 대표에게 글로벌 리더십 회의의 아시아 책임자를 맡겨 그의 실력을 배우려 한 점이 다릅니다. 그러나, 이 역시 DH 아시아 법인들의 경영 관리일 뿐, 배달의민족의 글로벌 진출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즉, 일본의 A홀딩스가 한일 기업의 온전한 합작사라면, 우아DH아시아는 김봉진 대표의 기술 경영 노하우를 배우려는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딜리버리히어로는 중남미와 유럽에서는 적자가 지속됐지만, 아시아 실적은 일부 개선됐습니다. 특히 배달의민족이 압도적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외국 정부 압박에도 기업가치 위해 버틴 SK이런 상황에서 눈에 띄는 한 일본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입니다. 키옥시아는 일본의 낸드플래시 생산업체로, SK하이닉스는 2018년 한·미·일 연합체인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참여해 4조 원을 투자해 키옥시아 지분 19%를 간접 보유하고 있습니다.미국과 일본은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90억 달러(11조 원)를 들여 인수한 인텔의 중국 다롄 공장 등 낸드플래시 사업부(솔리다임)의 가치 훼손을 우려해 양사 합병을 반대하며 버텼습니다.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SK그룹(SK하이닉스+솔리다임)의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21.6%로, 1위인 삼성전자(36.6%)에 이어 2위입니다. WD(14.5%)와 키옥시아(12.6%)가 합병하면 합병 회사의 점유율은 27.1%로 상승해, SK하이닉스는 순위에서 밀려납니다.최근 낸드플래시 경기까지 좋아지면서 SK가 미·일 정부의 압박을 견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저전력·대용량 저장장치인 기업용 SSD 주문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SK가 낸드플래시로 만드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 실력을 갖춘 솔리다임을 인수한 덕분입니다.AI에서 韓기업과 제휴하려는 손 마사요시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압박이 아니라 오로지 네이버의 경영 판단으로 글로벌 전략에서 라인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것이 나은지를 판단해야 한다. 키옥시아 사례처럼 버티려 한다면 버틸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프트뱅크그룹이 인공지능(AI) 혁명에 대응할 사업 준비를 구상 중이며, 10조 엔(약 88조 원)을 투자할 전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손 마사요시 회장이 또 다른 한국 기업들과 제휴를 모색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라인 사태와 딜리버리히어로, 키옥시아의 사례를 교훈 삼아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할 때입니다.
- “GPT-4o로 스타트업 1천개 사라질 것”…오픈AI 직접 서비스 파장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로고 이미지영화 ‘Her’의 여주인공이나 ‘아이언맨’의 AI 비서 자비스처럼 말로 지시하면 척척 해내는 오픈AI의 ‘GPT-4o’가 실체를 드러내면서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4o’의 ‘o’는 ‘omni’를 의미하며, 이는 AI가 인간의 지시에 대해 오디오, 비전, 텍스트 등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추론해 서비스해준다는 뜻이다.이로 인해 실시간 번역, 교육 등 거대언어모델(LLM)을 파인튜닝(미세조정)하여 특정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스타트업들은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평가다.‘무료 사용자’에도 같은 기능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된 ‘GPT-4o’는 이미지, 텍스트, 음성을 동시에 분석하면서도 응답 속도가 평균 320ms(최소 232ms)로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이 모델은 사람의 감정과 얼굴 표정까지 인식할 수 있다. 1ms는 1000분의 1초로, LTE에서 데이터가 서버에 도달하는 시간이 약 30ms 정도이니 이보다는 느리지만, 사람들 사이의 대화 속도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AI가 빠른 속도로 추론하고 그 결과를 거의 실시간으로 보여준다는 의미다.이전 모델인 GPT-4 터보보다 처리 속도는 2배 빠르고, 비용은 50%이며, 글자 제한도 5배 더 많다. 가장 충격적인 일은 챗GPT 3.5 등 무료 사용자들에게도 ‘GPT-4o’의 기능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다만, 18일 기준으로 GPT-3.5를 사용하는 기자에게는 아직 제공되지 않았다. 오픈AI는 향후 몇 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배포할 예정이어서, 6월 중에는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또한, 비영어권 언어에 대한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한글의 경우 토큰 사용량이 1.7배 줄었다고 한다. 토큰이란 개발자들이 초거대 AI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와 연동할 때 과금 기준이 되는 최소 단어 수를 의미한다.샘 올트먼 오픈AI CEO.(사진=AFP)AI스타트업 비상…‘차별화’로 승부해야IT 업계에서는 ‘GPT-4o’가 지나치게 빠르게 멀티모달 AI(Multi Modal AI)를 고도화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모델은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동시에 통합하고 해석할 수 있어, 이른바 인간의 능력을 가진 ‘일반인공지능(AGI)’에 더 가까워졌다. 이는 의료 진단, 가상 비서, 자율주행 차량 등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빅테크의 빠른 AI 기술 진보와 무료 제공 속에서 한국의 IT 산업, 특히 AI 스타트업들이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AI 기업에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었다고 평가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운영체제(OS)처럼 기반 기술로 보고, 그 안에서 명확한 전략을 세워 생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헬스케어 플랫폼 업체 세나클소프트의 위의석 대표는 “GPT-4o로 인해 AI 스타트업 1천 개가 망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GPT-4o의 등장으로 우리가 개발하는 애플리케이션과 빅테크들이 만드는 애플리케이션의 차별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인터넷 이후 검색, 채팅, 상거래가 나왔듯이 생성형 AI에서도 전문성을 어떻게 나눌지가 중요해졌다. 그런데 시간이 1~2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평가했다.소버린 AI로 중동·유럽 가자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는 “GPT-4o를 보면 우리나라가 지금 AI 알고리즘을 만들거나 AI 서비스를 만들어 빅테크들과 정면 승부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게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네이버, 카카오, 한글과컴퓨터 등이 잘 해왔듯이 한국 시장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것 같고, 소버린 AI 관점에서 미국 빅테크를 경계하는 중동, 동남아 등을 대상으로 니치 마켓을 공략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소버린 AI(Sovereign AI)란 국가나 기업이 자체적인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인 AI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네이버는 유럽 인공지능(AI) 전략을 짜는 민관 싱크탱크인 ‘유럽 AI 연합(European AI Alliance)’에 가입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발표한 직후 이뤄진 일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국가들을 공략해왔으며, 대표적인 사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들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사우디가 발주한 1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고, 유럽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아울러 SK텔레콤도 유럽, 중동, 동남아 통신사들과 함께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를 결성하여 통신 특화 다국어 LLM을 개발 중이다. SKT를 주축으로 도이치텔레콤, 이앤그룹, 싱텔그룹, 소프트뱅크 등이 참여하고 있다.한편, 오픈AI의 ‘GPT-4o’는 애플 시리에 접목될 것으로 전해졌다. WWDC 2024에서 아이폰에 ‘GPT-4o’ 버전이 탑재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있다.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GPT-4o를 GPT스토어 생태계와 엮어 성공적인 비즈니스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애플 시리와 연계되는 부분은 아마도 클라우드 기반이 될 텐데, 음성 프라이버시가 숙제로 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