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역사 품은 신라 '천마', 다시 날아오르다

천마총 발굴 50주년
1973년 1만여점 유물 출토
특별전서 9년 만 천마도 공개
  • 등록 2023-05-08 오전 5:30:00

    수정 2023-05-08 오전 5:30:00

[경주(경북)=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973년 7월 27일.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덥고 가물었다. 4월 6일부터 시작해 3개월째 이어지던 경북 경주시 황남동 155호분 발굴 현장은 주말도 없이 무더위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은 인부들이 금관 상자를 꺼내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멀쩡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서 “우르릉 쾅!” 천둥 번개와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놀란 조사원과 인부들은 금관 상자를 그 자리에 내려놓고 줄행랑을 쳤다. 금관을 내려놓자 잠시 후 거짓말처럼 날씨가 화창해졌다. 그제야 인부들은 금관을 들고 사무실로 내려왔다.

1973년 천마총 발굴에 참여했던 윤근일 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이 기억하는 천마총 유물 발굴 당시의 에피소드다. 지난 4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만난 윤근일 전 소장은 “그때는 발굴 현장에서 금관 장식들이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천마도가 나왔는데 수습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당시 김정기 조사단장이 ‘이렇게까지 힘든 발굴 조사는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신라를 대표하는 왕릉급 무덤인 ‘천마총’이 올해 발굴 50주년을 맞았다. 1973년 4월 6일 첫 삽을 뜨기 시작해 12월까지 장장 8개월간 발굴이 이어졌다. 지금은 천마총이라고 부르지만 당시에는 경북 경주시 황남동 155호분 발굴이었다. 발굴 중 말다래인 천마도가 출토되면서 ‘천마총’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말다래’란 말을 탄 사람에게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양쪽에 달아 늘어뜨리는 부속품으로 장니(障泥)라고도 부른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1973, 천마를 깨우다’ 비전선포식에서 “천마총 발굴 50년이 가져온 변화와 파동은 앞으로 펼쳐질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천마총이 다시 한번 미래를 향한 큰 파동을 일으켜 신라류의 물결이 한류를 타고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천마도 말다래(사진=문화재청).
1만1526점 유물 쏟아져

‘천마총’은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돌무지덧널무덤’이다. 땅에 구덩이를 파고 나무 덧널을 넣은 뒤 그 위를 돌로 덮고 다시 흙을 씌어 만들었다. 천마총은 지름 약 47m, 높이 12.7m에 달하는 비교적 큰 무덤으로 5세기 말∼6세기 초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무덤의 확실한 주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왕 또는 왕에 준하는 신분을 가진 사람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마총 발굴 조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1년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찬란했던 옛 신라의 문화유산을 간직한 경주를 관광 도시로 개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직접 경주를 방문해 진행 상황을 보고받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조사단의 발굴 결과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금귀걸이를 비롯해 금제 허리띠와 금동신발 등 1만1526점에 달하는 유물이 출토됐기 때문이다. 특히 광복 이후 처음으로 신라 금관이 출토됐다. 현재까지 발견된 신라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하다.

부장품 상자에서는 뜻밖의 유물도 발견됐는데 바로 천마그림 말다래다. 말다래는 자작나무껍질을 여러 겹 덧대 제작됐고, 그 위에 순백의 천마(天馬)가 꼬리를 세우고 하늘을 달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무덤 안에서 썩지 않고 1500년을 버티다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천마총은 온전한 신라 고분을 제대로 발굴한 첫 사례다. 신라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을 뿐 아니라 문화유산의 발굴 및 보존, 활용에 눈뜨게 된 계기가 됐다. 천마그림 말다래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과학도 시작됐다.

1973년 천마도 출토 당시 모습(사진=문화재청).
‘천마도’ 4점 한 자리에

국립경주박물관은 천마총 발굴 50주년을 기념해 오는 7월 16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천마, 다시 만나다’를 개최한다. 전시는 △하늘을 나는 천마의 이름을 얻다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다 △황금으로 꾸민 주인공을 만나다 △다시 만나는 천마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155호 무덤이 천마총이 되기까지의 발굴 영상을 비롯해 사진작가 구본창의 천마총 출토 유물 촬영작품 11점, 금제대관과 관꾸미개, 황금 장신구 등을 선보인다. 정효은 학예연구사는 “천마는 신라인들이 신성시한 동물이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1만여점의 출토 유물 중 ‘명품’으로 일컬을만한 유물만을 엄선했다”고 강조했다.

사상 처음으로 천마도 4점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말다래는 빛에 약한 탓에 공개에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전시에서는 천마총 말다래 2점을 비롯해 천마총 금동판 말다래, 금령총·금관총에서 나온 천마무늬 말다래도 함께 공개한다.

천마총 말다래는 두 점이 겹쳐서 출토됐다. 그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천마도’가 바로 아래에서 확인된 천마그림 말다래(II)다. 발견당시 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에 말다래(I)은 2014년 특별전 이후 볼 수 없었다. 이번에 약 9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말다래(II)를 6월 11일까지, 말다래(I)은 6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교차로 전시한다.

천마총 금동판 말다래(사진=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천마, 다시 만나다’(사진=국립경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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