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현대사태, 중공업 분리와 가신 퇴진이 핵심 쟁점

  • 등록 2000-08-06 오후 5:14:34

    수정 2000-08-06 오후 5:14:34

정부와 현대간에 타협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6일 재차 현대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였고 현대는 정몽헌 의장의 귀국 연기 등으로 시간끌기를 계속했다. 일각에선 정의장이 귀국한 뒤인 9일께 현대가 정부와 조율한 해결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늦춰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정부와 현대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표면적으로 현대건설의 자구노력 및 자동차 지분 매각 등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심층적인데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바로 중공업의 계열분리 및 문제 경영인의 퇴진이 양측간 핵심 쟁점이라는 지적이다.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이용근 금감위원장은 6일에도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3개항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며 현대측에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3개항이란 ▲자동차 등의 계열 분리 ▲건설의 실효성있는 자구안 ▲문제 경영진 퇴진 등을 말한다. 금감위는 나아가 성의있는 자구계획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현대건설의 법정관리나 워크아웃도 검토한다며 위협, 경영권 박탈의사도 내비쳤다. 3개항중 먼저 자동차의 계열분리는 양측간에 어느 정도 의견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돼 큰 걸림돌로 작용하진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정주영 명예회장이 보유중인 자동차 지분 9.1%중 6.1%를 매각하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매각에 준하는 형태에 대해서도 검토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는 채권단에 의결권 포기각서와 함께 위임하는 방안을 계속 내세우고 있긴하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선 현대가 매각으로 방향을 잡았으며 다만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건설의 자구계획 사안의 경우 문제가 복잡하다. 정부는 자구계획에 실제 자금이 유입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부동산 보다는 당장 현금 가능한 유가 증권의 매각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만 자구노력의 의지를 의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건설은 계열사 지분으로 ▲현대상선 12.6% ▲현대중공업 7.85% ▲현대강관 6.09% ▲현대석유화학 11.63% ▲현대아산 20% ▲현대전자 0.32%를 보유중인데 이중에는 팔기 쉬운 것들과 팔아선 안되는 것들이 섞여 있다. 현대는 강관, 석유화학, 아산, 전자 등은 전부나 일부를 파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실제 석유화학은 매각 협상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상선이나 중공업은 물량이 많을 뿐 아니라 시세가 낮아 조기에 매각하는 것이 오히려 자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대신 일정기간 경과후 주식으로 교환해주는 EB(교환사채)를 발행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의 경영진 퇴진으로 대변되는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선, 정부는 가신 3인방의 분명한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3부자 퇴진 약속의 불이행은 크게 문제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신 3인방은 현대의 신인도 실추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이 확연한 만큼 현대사태의 확실한 해결을 위해선 이들의 퇴진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대는 가신 3인방 처리에 대해선 "정부가 요구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까지 물러서면 끝장이라는 위기감도 있고, 과연 누가 이들보고 퇴진하라고 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타결가능성은 없나=이들 사안중 자동차 지분 매각, 현대건설 보유의 일부 주식 매각은 큰 쟁점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타결되지 않았더라도 다른 것보다는 풀기가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갑자기 불거진 중공업의 계열분리는 현대건설의 실효성 있는 자구계획안 중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당초 2003년까지 계열분리키로 한 만큼 이를 당겨 내년중에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확답을 거부, 정부의 요구를 비껴가게 하고 있다. 계열분리는 우선 건설이 갖고 있는 중공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첫 수순이다. 이는 그러나 상선이 보유한 중공업 지분(11.9%)의 지분도 처리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 때문에 그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는 MH 계열의 중공업 포기나 다름아니다. 여기에다 건설이 보유중인 상선의 지분까지 매각하는 상황이 되면 건설은 그룹의 계열주라는 위상이 사라지고 그룹의 지배구조도 와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 관계자는 "건설이 상선과 중공업을 통해 지배하고 있는 만큼 이들 두 회사의 지분 매각은 곧 현대의 공중분해"라며 정부요구에 반발했다. 재벌들이 지주회사 성격의 특정 회사를 중심으로 상호 출자 관계를 통해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던 구조를 정부가 역이용, 특정 회사가 보유중인 계열사 지분을 매각토록 함으로써 지배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그룹내에선 현대중공업의 조기 계열분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실정이다. "문제의 경영진 퇴진"은 아직 정부와 현대가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대립하는 부분이다. 일부에서 3부자 퇴진의 이행으로 요구 내용이 오해되긴 했지만 정부는 처음부터 이 문제를 핵심사안중 하나로 삼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 3월이후 매월말마다 빚어진 현대 사태가 오너일가의 문제라기 보다는 특정 오너의 신임을 등에 업은 가신들의 전횡에 따른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이들중 일부가 특정 장관에 대한 낙마를 위해 로비하는 등 "정부 흔들기"도 서슴지 않았다고 파악, "응징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 뿐만아니라 정부는 현대중공업현대전자/증권간 고소를 계기로 가신에 대해 "기피인물"로 점찍고 있는 그룹 내부 분위기도 감지, 분명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경영진으로 거론되는 이익치 회장, 김윤규 사장, 김재수 구조위원장 등 세 사람은 MH계 내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까지 절대적이다. 이들중 어느 하나가 퇴진할 경우 이들의 3각 트리오체제는 급격히 와해될 수 밖에 없고 MH 계열 전체의 와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귀국을 미루고 있는 정 의장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장 많은 이들로부터 타깃이 되고 있는 이 회장의 경우 사실상 MH계의 브레인 역할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정 의장 입장에선 누구보다도 내치기 어려운 인물이다. 현대관계자는 "이들의 책임은 주주나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의 대주주인 정몽헌 의장이 귀국하면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처럼 중공업의 계열분리나 가신 3인방의 퇴진 등에 대한 결정은 모두 대주주인 정의장이 몫이다. 최근들어 리더쉽과 결단력을 의심받고 있는 정의장이 이를 어떻게 풀어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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