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주 WGS코리아 사장 "소비자 마음에 위스키 심어라"

침체기 겪는 위스키 시장..다양한 술 속에서 설 자리 잃어
소비자 욕구에 귀 기울여야..젊은층 확보도 필수
  • 등록 2014-12-18 오전 6:00:00

    수정 2014-12-18 오전 8:18:58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위스키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기 위해 업계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함께하는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위스키가 생활속으로 들어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위스키가 떠나면 안 되겠죠”

최근 침체기를 겪고 있는 위스키 시장에 대한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의 충고다. 33년 주류업계 한우물을 판 김 사장의 위스키 시장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묻어나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김 사장의 첫마디는 위스키 시장 부흥이다. 그동안 공급자 위주로 일색이던 주류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그의 1차 목표다.

사무실 한쪽에 즐비한 위스키병은 30년 이상 주류업계에 몸담아 온 그의 인생을 엿볼 수 있었다. 김 사장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동안 자식처럼 키워온 발렌타인, 골든블루 등의 성공을 뒤로한 체 또 하나의 도전을 준비 중이다. 내년 상반기 최고의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찾아 갈 예정이다.

김일주 사장 한대욱 기자
△잊힌 위스키..외환위기보다 ‘심각’


임페리얼과 윈저 등이 출시되며 고급 위스키를 대중이 보다 쉽게 접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전성기를 누렸던 위스키 시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기에 웰빙 바람마저 불며 위스키가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김 사장은 “주류업계에서 일한 지가 33년이지만 시장이 이 정도로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 사태보다 더 심각하다고 봤다.

무엇보다 김 시장은 위스키가 소비자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주류 시장이 성숙하고 소비자들의 경험이 풍부해지면 다양한 술에 대한 욕구가 생겨났다”며 “이는 곧 위스키 소외 현상과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까지 주류 문화는 직장에서의 상사 또는 사회 선배의 취향을 따라가는 구조였다. ‘내가 좋아하는 술’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술’이 중요했다.

신입사원들은 상사와 함께하는 술자리에서 취향과 상관없이 상사가 좋아하는 위스키를 마셨다. 그렇게 위스키와 친숙해진 것.

지금은 다르다. 신입사원도 술자리에서 맥주나 소주, 또는 칵테일 등 자신이 원하는 술을 고르기도 한다. 술자리에서 내 취향을 반영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술의 종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위스키 침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한때는 소주나 맥주 역시 종류가 많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좁았다. 그만큼 위스키를 마실 기회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람들이 마시는 술의 종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김 사장은 “진, 럼, 보드카 등 다양한 술이 소비되고 있다”며 “마트에만 가도 내가 모르는 맥주를 팔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10년 전 전체의 2~3%에 불과했던 수입맥주 비중은 현재 16%를 넘어섰다.

김 사장은 “한때는 ‘어제 몇 병 마셨어?’라고 묻는 것이 인사였다면 지금은 ‘뭘 마셨어?’라고 묻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변화된 모습을 묘사하기도 했다.

김일주 사장 한대욱 기자
△소비자 중심 마케팅 펼쳐야


김 사장은 위스키 시장에서 멀어진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려면 업체들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위스키 업체들은 공급자 입장에서 마케팅을 해왔다”며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활동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그동안 위스키 업체들은 영업, 유통망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한국 위스키 시장 규모의 80%를 유흥업소가 차지하고 있어 유통망을 확대하기 위해 유흥업소에 인센티브를 주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는 소외됐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위스키라는 술이 지속적으로 노출돼야 합니다. 또 위스키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도 개발해야 하고요. 위스키를 가까이 접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소비자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겁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방법으로 김 시장은 주류 시장이 좀 더 빠르게 움직이며 소비자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메이저 업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봤다.

김 사장은 “위스키는 중장기적인 사업으로 멀리 내다봐야 한다”며 “경쟁이 심화하며 눈앞의 이익을 따르느라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사장은 젊은 층을 위스키 소비자로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일본에서는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어 만든 ‘하이볼’이라는 칵테일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며 “젊은 층이 보다 쉽고 저렴하게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방식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 소비자 조사를 보니 2030 세대가 가장 마시고 싶은 주류가 위스키였다”며 “싫어서가 아니라 비용이 문제였던 것”이라며 저렴하게 위스키를 마실 기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사장은 “조만간 지금의 프리미엄 위스키뿐만 아니라 저렴한 제품이 일본처럼 유행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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