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명과암]②'금리절벽' 메우려다 '부실대출 폭탄' 밟을라

중금리 대출 춘추전국시대…은행·저축銀 잇따라 상품 출시
문제는 연체율…'가계신용대출의 5배' 떼일 우려 커
  • 등록 2016-08-19 오전 6:00:00

    수정 2016-08-19 오전 6:00:00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난해 6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6개 시중은행장을 만나 은행이 중금리 대출 시장에 진출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국내 금융권의 ‘금리 절벽’이 심각해 신용 1~3등급의 고신용자는 은행권에서 연 5% 미만의 대출금리를 적용받았지만 4~7등급의 중신용자는 은행 대출이 어려워 2금융권에서 연 20% 안팎의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1년여가 지난 현재 중금리대출시장은 춘추전국시대가 됐다. 그 동안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개인 대 개인(P2P) 대출도 활성화됐다. SGI서울보증과 손을 잡은 시중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인 ‘사잇돌 대출’을 선보였고 다음 달에는 지방은행과 저축은행까지 가세한다. 연말에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까지 가세한다면 시장은 더욱 빠른 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평가는 갈린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금리 절벽 해소로 대출 문턱이 한층 낮아졌고 금융권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게 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반면 높아지는 연체율 등 리스크관리와 수익성 확보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다. 신용등급에 대한 정확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시장이 자리 잡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 격화되는 중금리대출 시장

중금리대출은 은행권의 평균 4%대의 대출금리와 저축은행 등 20%대 이상 금리 사이의 대출공급이 없어 돈을 빌리기 어려운 회색구간인 금리단층(금리절벽)을 없앨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전통적인 중금리대출 시장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선도한다. 2금융권은 P2P 업체의 등장과 은행들의 모바일용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로 기존 중신용자 고객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신용등급 1~6등급 고객에게 연 6.9~13.5%의 이율로 돈을 빌려주는 SBI저축은행의 ‘사이다’(평균 금리 연 9.8%)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출시 8개월여 만에 대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핀테크 업체들도 중금리대출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P2P 대출업체 선두주자인 8퍼센트는 금융권 최초로 ‘최저금리 보상제’를 시행중이다. 8퍼센트에서 대출 받은 신용등급 1~7등급인 고객이 다른 금융기관에서 연 0.01%라도 낮은 금리로 대출받으면 보상금 1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 곳 대출자들의 평균 신용등급은 5.2등급, 평균 대출 금리는 연 10.06%다.

8퍼센트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중금리 대출시장의 경쟁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고객 반응이 좋으면 계속 이어 나가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며 “대출 심사 등에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최저금리 보상제를 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내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은 중금리 대출 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변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이 없어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고 기존에 활용하지 않던 빅데이터를 자세히 분석해신용평가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신용자 대상 대출 금리를 기존 금융권보다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다.

K뱅크 관계자는 “신용등급 4~7등급인 중신용자는 전체 금융소비자의 절반에 가까운 700만명에 달하지만 전체 가계 신용대출 중 금리 연 10~15% 비중은 5.1%밖에 안 된다”며 “인터넷은행의 장점을 극대화하면 여전히 공백 상태인 중금리 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 서민금융기관의 사업영역으로 여겨졌던 중금리 대출 시장에 최근 은행과 P2P대출 중개업체들이 진입하면서 시장이 확대하고 있다”며 “중금리대출시장의 경쟁구도 변화는 중신용자에 대한 비은행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이 미흡한 상황에서 형성된 틈새시장을 은행과 P2P대출 회사가 적극적으로 공략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연체율·수익성 관리는 고민

문제는 리스크관리다. 다양한 중금리대출상품이 신용도가 낮은 서민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한다는 이면에는 해당 대출의 부실가능성이 자리잡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지만 정확한 신용평가시스템의 부재와 검증되지 않은 수익성은 중금리대출이 ‘롱런’하기 위한 필수 해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 사잇돌대출의 모태격인 우리은행의 위비모바일대출의 연체율은 지난 6월말 현재 3.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 가계신용대출 연체율 평균 0.67%와 비교해 다섯배에 이른다. 중신용자에 맞춘 신용평가모델(CSS)도 없다. 특히 전체 대출 중 55.9%(취급건수 기준)를 차지하는 신용등급 5등급(KCB등급 기준) 이상 고객의 연체율이 심상치 않다. 4등급 이하 고객의 연체율이 2% 이하의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5등급의 연체율은 4.12%, 6등급은 7.19%, 7등급은 6.88%의 높은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다. 상품 출시 6개월도 안 돼 서울보증보험이 제시한 손실분담 기준 손해율인 1.5%를 넘어선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이다 보니 연체 우려가 상존한다”며 “서울보증에서도 실제 접수된 대출의 50% 정도만 승인을 내주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10년부터 공급하기 시작한 미소금융은 과거 은행에서 거래하지 않았던 서민고객들을 상대로 간단한 정량분석과 사업자의 태도 등 정성적 정보를 이용해 4%대의 부실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4%대의 부실률에 예금 등 자금조달비용 3%와 판관비, 자본비용 4%를 합하면 10%대 전반부의 서민 사업자금에 대해 소액신용대출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성도 문제다. 중ㆍ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판매경험이 일천, 빅데이터확보와 분석기술이 아직 부족하다.

박강희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핀테크와 빅데이터로 무장한 미국과 영국의 대표 P2P업체들도 중금리 시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수익을 내기 위한 핵심 조건은 최대 연체율 2.5% 이내로 방어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사 간 연계영업이나 제휴를 통해 업권 간 노하우를 공유하고 시너지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보증보험사의 합리적 보증료율과 손실분담률 설정도 중금리대출시장 안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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