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한일전쟁]中사드에 치이고 NO재팬에 유탄 '애잔한 롯데'

사드 부지 제공해 中에 미운털, 현지 백화점 마트 접었는데
반일감정 격화하자 日기업 몰려…'유니클로' 불매 타깃
"13만 한국직원 둔 한국기업인데…" 기업 이미지 악화에 전전긍긍
  • 등록 2019-08-06 오전 6:00:00

    수정 2019-08-06 오전 6:00:00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앞 신호등 뒤로 롯데그룹 본사 건물이 보이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함지현 김유성 기자]‘애잔하다’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얘기다. 요새 롯데 계열사 직원들은 한숨을 입에 달고 산다. 유통·식음료 부문 경쟁사 직원들마저 롯데 영업사원을 보며 ‘안 됐다’라고 한다.

2016년 이후 지금까지 롯데그룹은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영향을 직접 받았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대표적인 한국기업으로 찍혀 몰매를 맞았다. 롯데그룹은 ‘눈물의 매장 정리’를 해야 했다. 1994년 이후 20년 넘게 이어온 중국 사업이 ‘도로 아미타불’이 됐다.

지난 7월 느닷없이 시작된 일본 아베 정권의 대(對) 한국 제재는 롯데를 다시 절망의 늪으로 빠트렸다. 이번엔 일본기업 혹은 친일기업이란 이유로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한국인들은 분노했고 불매운동의 불길은 롯데 제품으로까지 번져갔다. 중국 사드에 치이고 반일에 발이 묶인 형국이 됐다.

2018년 롯데그룹이 정부에 낸 법인세만 1조5800억원이다. 한국 내 직원 수는 13만명. 국내 상장사인 롯데지주에 편입된 회사 중 호텔 부문을 제외한 유통·화학·식품 분야 66개 회사는 온전히 한국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억울할 노릇이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우리나라를 위해 사드라는 안보시설을 제공하다 피해를 입었는데 이제는 일본기업이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다”며 “롯데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대중 입장에서 봤을 때 롯데를 친일 혹은 일본 기업으로 볼 여지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 불매 운동의 타깃이 된 브랜드의 국내 상륙에 롯데가 일부 기여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유니클로’다. 한국에 상륙한 유니클로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각각 51%, 49% 지분을 투자해 만들었다. 롯데와 손잡은 유니클로는 한국 의류 시장을 장악하며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유니클로 불매 운동이 걷잡을 수 없게 된 계기 중 하나로는 일본 본사 직원의 실언이 거론된다. 오카자키 다케시 패스트리테일링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라고 발언했다. 한국인들의 분노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유니클로는 두 번이나 사과문을 냈지만 분위기는 차갑기만 하다.

덤으로 롯데쇼핑까지 반일 여론의 눈치를 봐야했다. 백화점 성장률 둔화와 대형마트 매출 부진 속에 반일감정 리스크까지 안게 된 것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또 다른 타깃은 주류다. 롯데가 생산하는 주류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진 상태다. 대표 브랜드 소주였던 ‘처음처럼’의 매출이 급격히 기울었다. 일부 주점에서는 롯데주류의 대표 맥주 ‘클라우드’를 매대에서 빼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롯데그룹은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아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우선은 세간의 이목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직접적인 피해와 실적 하락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되레 제과 등 다른 사업 부문의 추가적인 피해를 우려할 정도다.

대구 달서구 대천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경제 보복의 부당함과 일본 제품 불매 동참을 호소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쯤 되니 사드 악몽을 다시금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일어난 한국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100여개가 넘는 현지 점포를 폐점했다. 화동·화북 법인을 현지 기업에 매각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잘 넘겼던 사업이었지만 중국인들의 불매운동만큼은 피하지 못했다.

중국내 백화점 사업도 마찬가지다. 총 5개 매장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2개 매장만 남아 있다. 선양에 추진 중이던 롯데월드 공사도 중단됐다. 롯데는 지난 2008년 ‘롯데타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 총 사업비 3조원 규모의 복합단지 조성에 나섰다. 16만㎡에 달하는 부지에 백화점, 쇼핑몰, 호텔, 테마파크, 주거단지 등을 꾸릴 계획이었다. 선양시가 지난 4월 롯데월드와 호텔 등에 대한 시공 인허가를 내주면서 공사 재개를 준비 중이지만 한번 제재를 받은 경험이 있는 터라 프로젝트 완성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롯데제과는 초콜릿, 과자 등 제과류 생산 공장인 ‘롯데식품유한공사’와 음료수 생산 공장인 ‘롯데오더리음료’ 등을 정리 중이다. 사드 사태 이후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정상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중국인 단체·개별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줄어들면서 호텔의 매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의 실적이 하락, 호텔롯데의 상장이 미뤄지고 있는 것 역시 사드의 후폭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국민 감정이 격화된 상황에서는 롯데가 어떤 대응을 하더라도 난관을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도 외부 환경에 의해 안 좋은 영향을 받아왔는데 이제는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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