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만’이란 경구 속 착시에 빠지면 안 된다. 물길을 만났다고 머물러 선 안 된다. 안주하면 썩는다. 또 다른 우물을 찾아야 한다. 이미 물을 만나 성공했는데, 굳이 그곳에 머무를 필요는 없다. 다른 우물을 찾아 또 다른 논과 밭을 풍요롭게 만들 일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수직계열화(垂直系列化·Vertical Integration)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미 미국 월트디즈니가 ABC 방송을 인수하는 등 수직계열화로 성과를 얻은 게 자극제가 됐다. SMC&C는 인피니트ㆍ넬 등이 소속된 울림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합병해 크고 작은 여러 다양한 성격의 음반사를 소유하는 레이블 사업에 나선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앞서 콘텐츠 제작업체 레드로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번 제휴를 통해 영화 배급 및 라이선싱 사업 등에 진출, 자사의 해외 시장 네트워크와의 시너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것을 넘어서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통로를 만들고 있다.
최근 몇몇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수직계열화가 무르익기도 전 발빠른 행보를 벌이는 게 눈에 띈다. 파던 우물에서 한류, K팝이라는 물길을 발견하자 아예 또 다른 우물을 파기에 나섰다. 그 중 YG엔터테인먼트의 행보가 이색적이다. 지난해 제일모직과 함께 ‘내추럴 나인’이라는 합작사를 설립한 데 이어 조만간 신규 브랜드를 내놓는다. 화장품 업체 코스온과도 협력해 내년쯤 브랜드를 만들 예정이다.
어떤 이들은 “누에가 뽕잎을 먹어야지, 달콤해 보인다고 꽃잎을 먹으면 되겠느냐”고 불안해할지 모른다.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와인을 팔고, 옷을 팔고, 화장품을 팔고, 심지어 떡볶이를 팔 수 있겠느냐고 궁금해 한다. 더욱이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수직계열화의 완성 등 성숙 단계에 접어들지 않아 상태라 다른 분야의 도전에 섣부르지 않느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기업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하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도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엔터테인먼트라는 우물을 성공적으로 파낸 노하우를 살려 다른 사업에도 눈을 돌려야할 때다. 방직 기계로 시작한 SK가 현재 세계를 선도하는 에너지·통신기업이 된 것도 한 걸음 앞선 도전의 결과가 일터이다.
20세기의 성자 슈바이처가 한 말은 원래 이거였다. “한 우물을 파라, 샘물이 날 때까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한류는 대중문화로 시작해 K-패션, K-뷰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혹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대중문화를 넘어서 패션, 뷰티를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삼성이 애플에 맞서는 기업으로 떠오른 것처럼 월트디즈니에 견줄만한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성장도 기대해볼 일이다.
물 찾기에 성공한 엔터업체여, 이제 다른 우물 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