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근의 국제금융단상)고유가에도 태연자약

  • 등록 2004-09-22 오전 9:14:15

    수정 2004-09-22 오전 9:14:15

[edaily] 태연자약. 좋은 뜻으로도 쓰이겠지만 짐짓 속으로는 뜨끔해도 남의 이목도 있고하니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단어로도 쓰일 겁니다. 국제 유가가 한때 46불을 넘어 거래됐음에도 불구하고 분석가들의 태도는 태연자약합니다. 별 것 아닌 지지부진한 정보로도 일희일비하고 쓸개빠진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해 시세에 민감하다고 트레이더들을 얕잡아보는 시각을 은연중에 갖고 있는 그들로서는 태연자약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까짓 이미 시장에서는 다 아는 내용들인데…" 중남미를 강타한 연속적인 허리케인으로 말미암아 중남미 제국의 일시적인 생산 중단과 수출에 지장이 있을 것이고, 러시아의 유코스가 파이프업계에 대한 석유 수출 수수료문제로 중국에 대한 수출물량을 줄이겠다는 발표로 인해 46불 이상으로 올랐지만 50불을 넘은 것도 아니고, 어차피 45불 선에서 움직이지 않겠느냐 하는 심리적 기대범위 안에 있으니 별 신경쓸만한 사안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곧바로 수수료 문제가 해결됐다는 소식과 함께 45불 선으로 되밀리고 다시 밀치기를 반복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시장의 속내는 그렇게 태연하게 편하질 않습니다. 석유가격의 부침으로 거의 속은 꺼멓게 피멍이 다 들 정도이지요. 요즘처럼 주식, 외환, 금리 모두 쥐죽은 듯 조용한 판에 석유가격의 움직임은 누구에게나 크나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점점 금년 하반기의 경제성장이나 내년 경제성장을 예상하거나 계획을 세울 시점이 다가오면서 석유가격의 변화는 전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내년도 평균 석유가격이 45불 수준이라면 아마도 모든 나라의 경제지표가 다 뒤집어질 정도로 큰 내용이고 감히 누구도 그렇게까진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저 대개 35불 수준 정도로 예상하고 경제계획을 잡거나 예상하겠지요. 석유가격이 주는 당장의 비용부담과 물가와 경제회복에 주는 악영향은 무역수지에 영향을 주고,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주고, 환율과 고용, 재정에 까지 골고루 골치아픈 영향을 줄 것입니다. 과연 지금과 같은 석유시장의 분위기에서 내년 아니 올 나머지 기간동안 미국경제는 회복을 지속할 것인가. 이 문제가 바로 FOMC회의를 갖는 미국의 고민일 것입니다. 당장이야 0.25% 금리를 올려 최근까지의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듯 보일 수는 있겠지만 당장 한달 앞의 미래가 불투명하니 보다 장기적인 전략이 곤란한 것이지요. "이러다 다시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린다면…" "인플레가 그렇게 심하지 않을 것 같다던데…" "경상적자와 재정적자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면…" "살아날 듯하던 소비수요가 제풀에 꺽여 버린다면…" 사실 그간 감세에 저금리에 온갖 처방을 마다하며 소비를 살리고, 기업투자를 일깨워 경제회복과 소득증가를 꾀해온 모든 정책들이 이제 무릎을 꿇는다면 이젠 뭐 해볼만한 수단들이 막막한 그런 상황이란 것이지요. 그러면 무역적자는 여전히 시원챦고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고. 다시 일본처럼 10년의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내심 숨겨져 있습니다. 태연자약한 표정 밑으로 흐르는 차가운 정맥류처럼. 최근까지 대부분의 나라들은 경기회복을 대세로 알고 나름대로 대응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그렇고, BRICs의 가파른 경제성장률이 이를 대변하고 있으며, 와중에 슬금슬금 미국금리 향방을 쫓아 단기금리를 인상해 온 나라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브라질도 근 20개월만에 16%의 금리를 0.25% 상징적으로 인상했었지요. 또한 적당히 환율도 경제회복을 표면에 걸고 석유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물가부담을 줄이고자 슬그머니 자국통화를 강세로 유지하려는 유혹들이 들면서 상대적인 미국경제의 약세를 들먹이며 약달러 전망이 짙어지기도 했었지만 세계경제에 주는 근본적인 부담과 일부 회의적인 시각들은 연말 또는 내년까지 다시 강달러 전망 자료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결국 경제란 펀더멘털을 근간으로 모든 정책들이 운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펀더멘털을 찾고 확인하는 작업이 힘들지만 그것만 제대로 찾아지면 사실 다른 문제들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아마 그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금리와 환율정책도 해석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시장에 맡길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방향으로 과감히 이끌어 갈 것인지. 하지만 바람직하기는 시장에서 정말 가치있는 정보와 허접쓰레기 같은 모든 정보들이 교환, 분석되고 예측돼 궁극적으로 가격이 결정되고 변화하도록 놔두되 정책당국은 그중 정말 가치있는 정보들을 추스려 정책에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런 정보없이 눈감고 거래하는 깜깜이 시장이 아니라. 하긴 그런 정보조차 없으니 요즘처럼 태연자약하는 시장이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암튼 내년 환율을 117엔, 1.13달러/유로까지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고 경제전망도 올해보다 좋아진다는 기관들 찾기가 참 어려운 상황입니다. 당분간은 돈벌기가 점점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내년 포트폴리오 짜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산업은행 런던지점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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