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으로 하는 심리 치료…우울증 고치고 치매 예방도 해요

우린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깜찍한 의사! Dr.Doll이라고 해~
  • 등록 2006-12-13 오후 12:00:00

    수정 2006-12-13 오후 12:00:00


▲ 비스크 인형작가 홍미경씨.
[조선일보 제공]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선물가게 앞줄을 꿰차고 앉는 인형들. 귀 떨어진 곰 인형부터 손때 묻은 바비, 왼쪽 다리 부러진 로마병정까지 집안에도 고물 인형이 허다하건만, 쇼 윈도 너머로 또 눈길이 가는 건 왜일까. “아직 그 사람이 꿈을 꾸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인형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그래서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얻고요.”

비스크(도자기) 인형 전문가 홍미경(45)씨는 ‘인형 세라피(Doll Therapy)’에 푹 빠져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보편화된 지 오래. 홍씨 역시 인형을 통한 치유를 경험했다. “IMF 외환위기로 직장을 잃었을 때 우연히 인형극을 알게 됐어요. 처음엔 아이들 보여주려고 갔다가 단원이 돼 인형도 만들고 대본도 짜고 연기까지 하게 됐는데, 인형 뒤에 숨어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분출하고 싶은 감정을 실컷 표현했더니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듯했어요.”

◆남자아이들도 인형 갖고 놀게 하세요

심리학자인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는 “정서적 불안, 심리적 억압을 느낄 때 인형 같은 형체(피규어)를 이용해 자신의 불안 심리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치유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인형놀이 치료법이 아이들에게 많이 쓰여온 이유도 그 때문. 내성적이고 수줍음 많은 아이가 불안감을 느낄 때 인형놀이를 통해 두려운 감정을 표출한 뒤 편안한 상태에서 자신의 의사를 능동적으로 전달하게 하는 방식이다. 일상에서도 인형놀이는 아이들 정서를 풍요롭게 한다.

유미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성장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판타지를 실현해 가면서 심리적 발달을 이룬다. 악몽을 자주 꾸거나 자다가 우는 아이들은 충분히 놀지 못한 탓”이라고 설명한다. “인형 놀이의 주제, 인형에게 아이가 하는 말들을 주의해 들어보면 자녀의 요즘 심리 상태도 알 수 있다”는 것이 유 교수의 조언〈박스 기사 참조〉.

방은령 교수는 또 인형놀이는 성별 구분 없이 격려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릴 땐 양성을 구별하지 않고 다양한 놀이를 경험하게 해주어야 아이들 감성이 최고조로 발전합니다. 어차피 청소년기가 되면 자기가 선호하는 성을 강화시켜 나가니까요.”


▲ 홍미경씨가 제작한 비스크 인형들. 그는“인형의 얼굴을그리고 몸을 만들어 가마에 굽고 옷을 지어 입히는 동안 인형을 따라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고 말했다.


◆인형이랑 놀다 보면 우울증도 사라져요

최근에는 인형 치료가 성인들에게까지 적용되는 추세다. 인형을 만들며 취미 이상의 효과를 누리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북한강변에서 ‘카페 인형의 집’(031-577-1607)을 운영하고 있는 이희열씨는 카페 내부를 자신이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인형들로 전시해 놓고 요즘 행복하다.

발도르프 인형작가 김복희(33)씨 또한 “독일 발도르프 인형의 출발은 유아교육이었지만 결국엔 인형을 만드는 어른들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고정된 표정이 없이 헝겊인형에 눈과 입만 점으로 찍어 표현하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다른 인형보다 훨씬 자유로워요. 아이 위해 인형 만들다가 자기 우울증 치유하신 분 여럿 봤지요.(웃음)”

◆치매 예방에도 좋은 인형 만들기

동화작가 김향이(54)씨는 인형 모으고 만드는 작업을 통해 글 쓰기의 고통을 해소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소공녀가 다락방으로 쫓겨간 풍경을 인형으로 연출하면서 소공녀에게 힘을 북돋워주었지요. 동시에 제 마음도 밝아졌고요.” 홈페이지(www.kimhyange.com)에 ‘소공녀’ ‘초원의 집’ 등의 제목으로 테마공간도 꾸며놨다. 남편 직장 때문에 미국에서 2년간 살면서 비스크 인형을 공부하게 된 홍미경씨는 연세 많은 노인들이 정신건강을 위해 인형을 배우면 좋다고 조언한다.

“저희 공방에서 40대인 제가 가장 어렸죠. 예순 살의 딸이 치매를 앓는 팔순의 어머니를 모시고 와 인형 옷을 만들고 도자기로 얼굴을 빚으면서 이야기 꽃 피우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어요.” 직접 만들 수 없다면 아이 손 잡고 구경 가는 것도 큰 재미다. 13~19일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는 ‘테디베어·비스크 돌·돌 하우스 쇼’ 전시회가 열린다. 23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는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인형대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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