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생명윤리와 PD수첩의 취재윤리

  • 등록 2005-12-05 오후 12:52:18

    수정 2005-12-05 오후 12:52:18

[이데일리 이의철기자]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생명윤리를 제기한 쪽에서 취재윤리 문제가 불거지다니. 다름아닌 MBC `PD수첩` 얘기다.

MBC는 대국민사과성명을 냈다. 뉴스데스크를 통해 PD수첩의 취재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뉴스데스크를 통한 사과방송은 올해에만 일곱번째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사과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은 윤리문제다. 그것이 생명윤리든, 취재윤리든. 취재윤리와 생명윤리는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는 식의 경중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교환할 수 있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PD수첩이 지적했듯, 생명윤리 문제는 중요하다. 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세계적인 성과인만큼, 그 연구과정도 투명하고 윤리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 성과가 더욱 빛난다. 이것이 바로 PD수첩의 논리였다. 옳은 얘기다.

PD수첩은 황우석 박사팀을 겨냥해 윤리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바 있다. 불법 매매된 난자를 사용했는가? 연구원의 난자를 사용했는가? 여기서 한발 나아가 연구 결과가 가짜는 아니었나?

하지만 PD수첩은 윤리문제를 제기한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네티즌으로부터 맹공을 받았다. 왜일까? 네티즌들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PD수첩 논리의 함정을. 그 함정이란 무엇인가?

하나는 잣대의 공정함이다. 남을 비판하려면, 남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로 자신을 뒤돌아봐야 한다. 남의 눈의 티끌을 보면서 제눈의 들보를 보지 못해선 안된다. 그러나 PD수첩은 취재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위반함으로써 스스로를 부정한 꼴이 됐다.

또 한가지는 윤리란 상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PD수첩이 황교수팀에 제기한 윤리문제 역시 상식에 바탕을 둬야 한다. 윤리의 글로벌 스탠다드 운운하지만 윤리란 고유한 역사와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21세기를 사는 이가 조선시대의 윤리를 따를 수 없고,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의 사람에게 현대의 윤리를 강요할 수도 없다.

PD수첩의 오류는 국민적 영웅인 황교수에게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 것에 있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같은 비판은 언론 본연의 사명에 가깝다. 사회적 강자에 대한 문제제기는 정당하다. 그것이 정치권력이 됐건, 경제권력이 됐건, 문화권력이 됐건, 황우석교수처럼 과학권력(?)이 됐건간에.. 정당한 문제제기는 사회를 보다 빛나게 하는 소금이다. 그래서 언론은 소금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PD수첩은 소금이 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권력이 되려했다. 취재원에게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거나 회유했다. 결론을 내려놓고 그 의도대로 취재원의 인터뷰를 해석했다. 편집을 통해 프로그램을 짜맞춘 흔적도 엿보인다. 흔히 권력화된 언론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방식이다.

PD수첩이 실망스러운 이유는 이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고발 프로그램으로서의 PD수첩의 빛나는 보도들을 알고 있다. 사회지도층 자녀들의 병역기피 사례나 조작된 간첩사건의 피해자들 등은 대표적이다. 사회적 강자에 대한 문제제기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프로그램이다. 사회의 소금이 되고자 한 보도였다. 그러나 이번 황우석 박사팀에 대한 보도에선 소금이 아닌 언론권력이 되고자 했을 뿐이다.

PD수첩은 황박사팀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진정한 국익`을 얘기했다. 황박사팀의 연구에 대한 윤리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장기적인 국익에 보탬이 된다는 논리였다. 맞다. 하지만 PD수첩은 국익을 얘기하기 앞서 보다 엄격한 잣대를 자신에게 적용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국익을 말했다면 그것은 `공명심`의 교묘한 포장에 지나지 않는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취재윤리에 대한 언론들의 철저한 자기반성이다. 비단 MBC만의 문제는 아니다. PD수첩을 통해 불거진 취재윤리 문제에서 자유로운 대한민국 언론은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는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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