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기로의 전환…정책 초점 '물가'서 금융불안으로 옮겨가나(상보)

금통위 본회의서 기준금리 3.5%로 동결
이창용, 안갯길서 멈춘 것이라고 했는데
근원물가·비은행PF 등 금융불안, 여전히 '안갯속'
시장에선 '언제 금리 인하 신호' 나오나 촉각
물가안정 '승리 선언'하기엔 갈길 멀어
  • 등록 2023-04-11 오전 9:50:08

    수정 2023-04-11 오전 9:50:08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출처: 한국은행)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2월에 이어 두 번 연속 금리 동결이다. 한은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반 동안 금리를 3%포인트 올린 만큼 기준금리 인상기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개가 가득하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처럼 아직 어느쪽으로든 방향등을 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여전히 안개 가득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원이 금리 동결을 예상한 것과 일치한다.

금통위가 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 효과’를 점검해보겠다는 문구를 삽입했고 2월엔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달 금리 동결은 이미 예상됐던 수순이기도 하다. 이 총재는 3월초 방송기자클럽 간담회에서 2월 금리 동결과 관련 “물가를 우선으로 두뒤 금융안정을 좀 더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달 금리 동결 역시 유사한 흐름으로 풀이된다.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
2월 금통위에서 총재가 밝힌 대로 ‘안갯길’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 총재는 2월 금리 동결과 관련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해요. 어느 방향인지 몰라요. 그럴 때 어떻게 하겠냐.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본 다음에 갈지 말지 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긴축’ 수준까지 올렸던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물가상승세를 잡기 위한 것이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1월 5.2%에서 2월 4.8%, 3월 4.2%로 각각 0.4%포인트, 0.6%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것일 뿐 한은이 주로 챙겨보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1월 4.1%, 2월 4.0%, 3월 4.0%로 더디게 하락하고 있다.

금융불안과 관련된 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작년 주요국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린 영향들이 은행 시스템 불안으로 가시화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CS) 구제금융 등 은행들이 흔들리면서 달러유동성 위축 위험이 커지는 등 금융불안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 비은행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보증 등 익스포저는 작년말 154조원(증권사 채무보증은 9월말 현황)으로 집계됐다. 특히 증권사 PF 연체율은 10.38%로 은행(0.01%), 저축은행(2.05%), 여신전문금융회사(2.2%) 등보다 훨씬 높았다. 증권사 PF는 대부분 채무보증이라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자칫 증권사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감이 커진다. 증권사 자기자본(74조원) 대비 연체액(5000억원)이 0.7%에 불과해 크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최근 국고채 금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봇(Pivot·정책 전환) 기대감 등에 기준금리보다 낮은 3.2%안팎에 형성돼 있지만 세수 부족에 따른 국채 발행, 전기요금 동결 등으로 인한 한국전력채 발행 등 우량채 발행이 급증할 경우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발작’이 나타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작년 9월말 레고랜드 부도 사태로 단기금융시장에 자금이 부족해지자 한은은 환매조건부채권(RP)를 매입, 증권사에 12조13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도 했다.

출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 물가안정, 승리 선언 일러


시장에선 금융불안에 기대, 금통위가 언제쯤 기준금리 인하에 시그널을 줄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데일리 설문조사 결과 15명 중 8명이 연내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이르면 3분기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한은이 금리를 인상한 목적인 ‘물가안정’에서의 성과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수요측 영향을 받는 근원물가인데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가 확산세도 여전하다. 458개 물가 품목 중 전년동월비 물가상승률이 10% 이상인 품목이 1월 111개, 2월 103개, 3월 106개로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것보다 마스크 전면 해제 등에 여행, 먹거리에 대한 수요 자극이 물가를 더 좌우하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선 ‘물가안정’에서 승리했다는 어느 정도의 확신이 필요하지만 이를 데이터로 언제 확인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연내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최소한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대로 진입한 이후에야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8월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김진욱 씨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께 물가상승률이 2%대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요국 통화정책은 차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준은 5월께 한 번 더 금리를 올린 후 멈출 조짐이고 유럽중앙은행(ECB) 등도 금리 인상 마침표에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호주, 캐나다 등은 이미 금리 동결기로 진입한 모습이다. 반면 뉴질랜드는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등 금리 인상 효과가 덜 나타나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깜짝 빅스텝을 단행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가 환율, 자본유출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리 엄마 맞아?
  • 토마토에 파묻혀
  • 개더워..고마워요, 주인님!
  • 공중부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