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수출 부진이 美인플레 완화 도왔다

경기 냉각·상품 수요 둔화에 아시아 주요국 수출부진
도매 가격 하락하면서 美 5월 수입물가 6.3% 떨어져
임금·서비스 가격 상승세 여전…탈세계화로 생산비용도↑
  • 등록 2023-06-26 오후 3:37:10

    수정 2023-06-26 오후 7:38:54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세계 무역이 감소하면서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아시아 국가들은 타격을 입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인플레이션 부담은 완화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정박한 컨테이너선. (사진= AFP)


수출 수요 감소→ 수출가격 하락→ 인플레 완화

전 세계적인 수요 둔화로 가구, 전자제품과 같은 공산품 중심으로 아시아 수출품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상품 물가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CEIC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한국의 직전 12개월간 수출은 지난해 9월 기준 12개월 동안에 비해 11% 줄었다. 같은 기간 대만은 14%, 싱가포르는 6%, 일본은 4%, 중국은 3%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 9월은 중국, 일본,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수출국들의 최근 12개월 간 수출액이 정점을 찍은 달이다. 이들 국가의 작년 9월 기준 1년간 수출 총액은 총 6조1000억달러(약 7966조6000억원)로,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에 비해 40% 뛰었다.

팬데믹 기간 각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돈 풀기’에 나섰고, 주머니가 두둑해진 소비자들은 전자제품, 가정용품, 운동 장비에 돈을 썼다. 각종 봉쇄·방역 조치로 외식, 여행, 레저 등의 활동이 막힌 탓이다. 수요가 급증하자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이 높아지고,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상품 가격은 급등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주요국이 긴축 기조로 돌아서고 각국 중앙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WSJ은 “금리 상승이 지난해 말에 경제를 냉각시키면서 아시아 수출은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다”며 “서방 국가의 소비자들은 팬데믹 기간 놓친 외식과 여행, 그밖의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상품에는 돈을 덜 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수출 부진은 상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생산자 물가(도매가격)는 내림세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달(5월) 전년동월대비 4.6% 떨어졌다. 8개월 연속 하락했다. 다른 아시아 수출국도 비슷한 추세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소비자 수요 감소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상품 가격 상승기 때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 노동부의 자료를 보면 홍콩, 싱가포르, 대만, 한국으로부터의 미국 5월 수입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3% 하락했다. 중국산 수입 물가는 2%, 동남아시아산 수입 물가도 3.7% 각각 떨어졌다.

세계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될 때는 노동력을 비롯해 생산비용이 저렴한 중국산 수출품이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해 왔으나 팬데믹 이후 공급망 재편,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무역 단절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AFP)


상품가격 둔화에도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

수출 가격 하락으로 지난달 아시아에서 주로 수입하는 가구, 가전, TV, 스포츠 장비, 컴퓨터, 스마트폰 가격은 전년동기대비 하락했다.

다만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4% 상승했으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는 5.3% 올랐다. 팬데믹 기간 상품 가격 급등과 치솟는 에너지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촉진하는 요인이었다면, 현재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유발하는 것은 임금과 서비스 가격 상승이라고 WSJ은 짚었다.

아울러 지난 수십년 간은 중국산을 중심으로 한 저렴한 아시아 상품들이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을 억제했지만, 더이상 저가 수출품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 세계화의 기치 아래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상품 가격을 낮췄다면 이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안보와 경제 회복을 위해 세계화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팬데믹 기간 공급망 혼란,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무역 단절이 일어나고 있고 이는 전반적인 비용 상승을 유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화의 황금시대, 그리고 그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완화)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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