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전 최고 초상조각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보물 된다

고려 10세기 전반 제작 추정
"문헌기록 잘 남아있고 예술 가치 높아"
조선시대 의학서 '간이벽온방'도 보물 지정 예고
  • 등록 2020-09-02 오후 12:02:25

    수정 2020-09-02 오후 12:02:25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조각으로 고려시대 고승(高僧)의 실제 모습을 조각한 보물 제999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이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희랑대사좌상은 신라 말~고려 초 활동한 승려 희랑대사(希朗大師)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작품은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청된다. 유사한 시기 중국과 일본에서는 고승의 실제 모습을 조각한 조사상을 많이 제작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희랑대사좌상’이 유일한 조각품으로 전래되고 있다.

희랑대사좌상은 조선시대 문헌기록을 통해 해인사의 해행당, 진상전, 조사전, 보장전을 거치며 수백 년 동안 해인사에 봉안됐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덕무(1741~1793)의 ‘가야산기(伽倻山記)’등 조선 후기 학자들의 방문기록도 남아 있어 전래경위에 대해 신빙성을 더해준다.

건칠기법(삼배 등에 옻칠해 여러 번 둘러 형상을 만든 기법으로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유행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존예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음)이 적용된 ‘희랑대사좌상’은 육체의 굴곡과 피부 표현 등이 매우 자연스러워 조선 후기에 조성된 ‘신륵사 조사당 목조나옹화상’(1636년), ‘부석사 조사당 목조의상대사상(조선 후기)’ 다른 조각상들과 달리 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마르고 아담한 등신대 체구, 인자한 눈빛과 미소가 엷게 퍼진 입술, 노쇠한 살갗 위로 드러난 골격 등은 매우 생동감이 넘쳐 생전(生前)의 모습이 잘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문헌기록과 현존작이 모두 남아 있는 조사상은 ‘희랑대사좌상’이 유일하다”며 “제작 당시의 현상이 잘 남아 있고 실존했던 고승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면의 인품까지 표현한 점에서 예술 가치도 뛰어나다”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간이벽온방(언해)’도 보물로 지정예고 했다. 간이벽온방은 1525년(중종20년) 김순몽, 유영정, 박세거 등이 평안도 지역을 중심으로 역병(장티푸스)이 급격히 번지자 왕명을 받아 전염병 치료에 필요한 처방문을 모아 한문과 아울러 한글로 언해(諺解)해 간행한 의학서적이다.

책은 병의 증상에 이어 치료법, 일상생활에서 전염병 유행 시 유의해야 할 규칙 등을 제시해 뒀다. 책에는 ‘선사지기(宣賜之記, 왕실에서 하사했음을 증명해주는 인장)’가 찍혀 있다. 앞표지 뒷면에 쓰인 내사기(왕실에서 간행한 서책을 개인이나 문중에게 하사하면서 날짜, 담당자 등을 기록한 문구)를 통해 1578년(선조 11)년 당시 도승지였던 윤두수(1533~1601)에 의해 성균관박사 김집(1610~?)에게 반사(임금이 신하들에게 물품 등을 내려줌)된 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늦어도 1578년(선조 11년) 이전에 간행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기록 등을 토대로 ‘간이벽온방(언해)’는 현재까지 알려진 동종문화재 중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판본임을 알 수 있다”며 “그 전래가 매우 희귀해 서지학 가치 또한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2일 보물 제999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국보로 지정 예고 했다.(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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