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희랑대사좌상은 신라 말~고려 초 활동한 승려 희랑대사(希朗大師)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작품은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청된다. 유사한 시기 중국과 일본에서는 고승의 실제 모습을 조각한 조사상을 많이 제작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희랑대사좌상’이 유일한 조각품으로 전래되고 있다.
희랑대사좌상은 조선시대 문헌기록을 통해 해인사의 해행당, 진상전, 조사전, 보장전을 거치며 수백 년 동안 해인사에 봉안됐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덕무(1741~1793)의 ‘가야산기(伽倻山記)’등 조선 후기 학자들의 방문기록도 남아 있어 전래경위에 대해 신빙성을 더해준다.
건칠기법(삼배 등에 옻칠해 여러 번 둘러 형상을 만든 기법으로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유행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존예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음)이 적용된 ‘희랑대사좌상’은 육체의 굴곡과 피부 표현 등이 매우 자연스러워 조선 후기에 조성된 ‘신륵사 조사당 목조나옹화상’(1636년), ‘부석사 조사당 목조의상대사상(조선 후기)’ 다른 조각상들과 달리 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마르고 아담한 등신대 체구, 인자한 눈빛과 미소가 엷게 퍼진 입술, 노쇠한 살갗 위로 드러난 골격 등은 매우 생동감이 넘쳐 생전(生前)의 모습이 잘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재청은 이날 ‘간이벽온방(언해)’도 보물로 지정예고 했다. 간이벽온방은 1525년(중종20년) 김순몽, 유영정, 박세거 등이 평안도 지역을 중심으로 역병(장티푸스)이 급격히 번지자 왕명을 받아 전염병 치료에 필요한 처방문을 모아 한문과 아울러 한글로 언해(諺解)해 간행한 의학서적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기록 등을 토대로 ‘간이벽온방(언해)’는 현재까지 알려진 동종문화재 중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판본임을 알 수 있다”며 “그 전래가 매우 희귀해 서지학 가치 또한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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