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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을 하며 시장에 팽배한 금리 인하 기대감을 꺾는데 주력했다. 1∼2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 등 경기 하강 신호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한은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했다. 2021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이어졌던 금리 인상 기조는 지난 2월 동결로 일단 멈췄다. 게다가 2월 금리 동결에 ‘인상’ 소수의견을 냈던 조윤제 금통위원마저 이번에 ‘동결’로 돌아서 ‘만장일치 동결’ 결정이 내려졌다. 사실상 금리 인상기는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 총재가 물가안정을 강조하며 ‘매파’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올해 연간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0%에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유국 추가 감산·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 총재가 시장의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적 표현을 했다는 반응이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없으며, 연내 금리 인하 전망도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경제 하방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IMF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5%로 제시해 석 달 전(1.7%)보다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한은도 올해 성장률이 2월 전망치(1.6%)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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