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이소라’라는 놀라운 경험

  • 등록 2017-12-28 오전 7:00:00

    수정 2017-12-28 오전 7:00:00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제 공연은 별거 없어요.”

가수 이소라는 자신의 콘서트 첫머리에 이렇게 말했다. 지난 22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연 공연 ‘2017 이소라 콘서트’에서 그는 “공연이 끝날 때에는 저와 감정이 통하셨으면 합니다”라고 관객에게 당부했다. “노래방에서 부를만한 노래도 없는데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눙쳤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날 이소라는 흰색 셔츠에 발목을 가리는 검은색 긴 치마를 입었다. 테두리를 따라 색이 변하는 조명을 제외하면 별다른 장치가 없어 간소한 공연장과 어울리는 의상이다. 짧게 자른 노란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올린 후 오른다리를 왼다리 위로 올려 꼰 채 의자에 앉았다. 발 앞의 작은 가습기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소라의 콘서트는 소실점이 명확하다. 관객 모두가 한 곳을 바라봤다. 소리가 나오는 곳이다. 가까이 앉았건 멀찍이 떨어졌건 중요하지 않다. 이소라의 목소리에 관객은 숨을 죽였다. 빨려 들어가듯 공연에 집중했다. 자칫 이소라의 호흡이 흐트러질까 박수 아꼈다. 조명이 켜지고 네다섯 곡을 연달아 부른 이소라가 편안한 표정을 짓자 그제야 손뼉을 쳤다.

이소라는 몸을 웅크린 채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리며 노래했다. 목소리를 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피아노(이승환), 기타(홍준호 김동민), 드럼(이상민), 베이스(최인성) 등 세션은 가느다란 줄 위에 오른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노래하는 이소라와 균형을 맞추려 안간힘을 썼다.

이소라는 콘서트에서 ‘바람이 분다’ ‘제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기억해줘’ 등 자신의 대표곡을 불렀다. 올해 출연했던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비긴어게인’에서 선보인 곡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도 노래했다. “TV에서나 보던 자연이 나에게 이런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 “그곳에 부는 바람, 보랏빛 언덕 등이 떠오른다”고 떠올렸다. “‘비긴어게인’에서 김동률의 곡은 꼭 부르고 싶었는데 이루지 못했다”며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를 세트리스트에 더했다.

두 시간여에 이르는 시간이 차분하게 흘렀다. 콘서트는 여백으로 가득하지만 이소라는 도드라졌다. 백지에 자신의 이름과 공연 장소, 시일과 세션의 이름을 음각으로 살짝 눌러놓은 콘서트 포스터와 닮았다. ‘별거 없는 콘서트’라 말하지만 이소라는 특별하다. 공연장에서 그의 목소리를 듣는 건 놀라운 경험이다.

이소라의 연말 콘서트는 31일까지 이어진다. 지난 20일부터 시작해 총 11회 동안 진행하고 있다.

이소라는 1993년 낯선사람들의 멤버로 데뷔한 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컬리스트로 자리잡았다. 김현철과 함께 부른 ‘그대 안의 블루’를 시작으로 ‘난 행복해’ ‘기억해 줘’ ‘처음 느낌 그대로’ ‘청혼’ ‘바람이 분다’ ‘별’ ‘Track 8’ 등 히트곡을 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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