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치혀' 풍자 "커밍아웃하자 식칼 꺼낸 父, 10년 만에 '우리 딸'이라고"

  • 등록 2022-12-19 오전 6:33:14

    수정 2022-12-19 오전 6:33:14

(사진=MBC)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트랜스젠더 방송인 풍자가 커밍아웃으로 가족들과 의절 후 10년 만에 아버지에게 성 정체성을 인정받은 가족사를 털어놨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새 예능 ‘혓바닥 종합 격투기 세치혀’(이하 ‘세치혀’)에서는 풍자가 출전해 아버지에게 커밍아웃한 과거 경험담을 공개했다.

풍자는 자신이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3번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풍자는 “중학교 때 아버지에게 ‘나는 여자로 살고 싶다’고 얘기를 드렸을 때 아버지는 웃으셨다. ‘너 이제 이렇게 반항하니? 어디서 이런 소재를 가져온 거야’라고 말씀하셨다”고 떠올리며 “고등학교 때 또 커밍아웃을 했을 땐 제 손을 꼭 잡고 ‘너 약간 아프구나. 정신적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너 꼭 고쳐줄게. 사람처럼 살게 해줄게. 미안해. 조금만 버텨보자’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마지막 커밍아웃은 스무 살 때였다고 했다. 풍자는 “‘나 사실 정말 진심이었고 어디가 아픈 사람도 아니고 남들과 조금 다르지만 열심히 살 자신이 있다. 나는 여자가 되겠다’고 고백했다”며 “당시 저희 아빠가 어느 수준이었냐면 호랑이가 사람으로 태어난 모습이었다. 아무 말씀 안 하시고 주방에서 식칼을 가져오시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아버지는 ‘나는 너가 절대 여자로 사는 걸 용납 못하니까 정말 그렇게 살고 싶다면 나를 죽여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결국 풍자는 자신답게 살기 위해 가출했고, 10년간 가족들과 단 한 번도 연락하지 못하며 지냈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풍자는 “정말 힘든 순간이 많았다. 몰래 집 근처를 배회한 적도 있다. 몰래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저희 아빠도 보고 싶고, 동생들도 너무 보고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가족들이 ) 집도 이사를 가버리면서 아예 행방조차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다 남동생이 길에서 갑자기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10년 만에 연락이 닿았다고.

그는 “새벽에 울면서 저희 아버지의 전화가 왔다. 저희 막내 남동생이 쓰러지고 일어나자마자 한 말이 ‘나 큰형이 너무 보고 싶어. 얼굴 잊어 버릴 것 같아. 큰형 한 번만 보게해줘’라는 말이었단다. 그래서 아버지가 전화해 ‘네가 고집 한 번 꺾으면 될 것 가지고, 네가 어떻게 이 험난한 세상을 그꼴로 산다고. 부모님 말을 어기면서까지 사느냐’고 말씀 하시더라”며 “그때 진짜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을까. 내가 이기적인 걸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우선은 인정해줄 테니 집에 와라, 만나자’는 아버지의 한마디로 10년 만에 가족과의 만남이 성사됐다고 했다. 풍자는 “택시에서 딱 내렸는데 정말 서로를 못 알아봤다. 저희 아빠는 상의 110 이상을 입으시던 건장한 분이셨는데 90, 95 입으시는 정말 많이 쇠약한 할아버지가 돼 있으셨다. 남동생은 초등학교 때 헤어졌는데 180㎝이 넘는 청년이 되어 있더라. 복잡미묘했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구나. 내가 힘든 만큼 이들도 힘들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더듬었다.

이어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꽤 오래됐다. 그렇게 15년이 흘렀을 때 아버지가 저에게 다가와 ‘우리 딸 지 엄마랑 똑같이 생겼네’라고 그 한마디를 하시더라. 그 한마디를 듣는데 자리에서 그냥 굳어버렸다”고 떠올렸다.

풍자는 “‘네가 여자든 남자든 내 자식이고 내 새끼니까 지켜줄게. 너에게 날아오는 모든 비난을 아빠가 받아줄게. 아빠가 있으니까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여자로 살아 봐. 서포트 해줄게’라고도 말씀하셨다. 어떤 얘기보다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아버지와 남동생, 여동생 모두와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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