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업! STX)④"神話주역 조선·해운, 살아있다"

STX그룹, 조선·해운 바탕으로 한 사업전환 모색
STX조선해양, 성공신화의 주인공..기술력으로 시황 타개
STX팬오션, 불황에도 '선방'..해운업계 절대강자로 '부상'
  • 등록 2009-12-28 오전 9:30:20

    수정 2009-12-28 오전 8:27:54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저 멀리 거대한 배의 앞부분이 하얀 빙산을 깨고 밀려들어오고 있다.

한가로이 노닐고 있던 펭귄들은 놀라 종종 걸음을 치며 피한다. 잠시후 얼음을 가르고 드러난 뱃머리에는 선명한 글씨로 'STX'라고 적혀있다.

지난 2007년 STX그룹이 내놓은 이 한 편의 광고가 세간에 화제가 됐다. 업계나 투자자들에게 STX는 당시에도 이미 잘 알려진 이름. 그러나 일반 국민들에게 다소 낯설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STX는 재계 12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STX는 누구에게도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다. 세계 4위의 조선업체로, 국내에서 수위를 다투는 해운전문 기업으로 STX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처럼 단기간 내에 급성장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STX 성공신화의 주인공, STX조선해양

요즘 STX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여념이 없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시작된 불황의 여파로 조선시황이 아직도 터널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덕수 회장의 지시에 따라 조선·해운에 편중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에너지 등 신성장동력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것은 그동안 수직계열화의 덕을 본 STX그룹이 이번 기회를 계기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시황을 타지 않는 사업을 함께 영위하겠다는 의미다.

▲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전경.
하지만 STX그룹의 이번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는 중요한 키워드가 숨어있다. 그것은 바로 조선업과 해운업의 강화를 바탕으로 한 전환이라는 점이다.

STX그룹의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조선·기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46%, 해운·무역이 47%다. 그만큼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그룹의 특성상 조선과 해운의 뒷받침이 없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있을 수 없다. 

STX조선해양은 그동안 조선경기 호황을 타고 탁월한 실적을 거둬왔다. 비록 조선 빅3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들에 비해 후발주자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단기간 내에 세계 4위에 등극한 STX조선해양의 성장은 실로 눈부시다.

실제로 STX조선해양(067250)은 지난 3월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기존 2500TEU~3500TEU급의 중형컨테이너선 위주의 생산체제에서 벗어나 1만3000TEU 초대형 컨테이너 1호선 착공식을 가졌다. STX조선해양의 기술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STX조선해양이 자체 개발한 'ROSE'공법으로 건조한 선박의 모습.

이 뿐만이 아니다. 자체 개발한 해상건조공법인 로즈(ROSE)공법을 이용, 세계 최초로 해상에서 초대형 선박블록을 플로팅 도크에 탑재하는데 성공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또 NK(일본해사협회)와 세계 최대크기의 40만톤급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공동 연구 개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일본에서도 STX조선해양의 생산력과 기술력을 인정한 셈이다.

해양플랜트 사업 강화에도 나섰다. 지난 8월에는 중국 다롄 생산기지에서 STX그룹이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업체인 프랑스의 테크닙(Technip)社로부터 처음 수주한 '해저파이프 설치 플랜트(OPL)'의 용골거치식이 진행됐다.

한편, STX조선해양은 특수선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해저 준설 및 매립 전문 기업인 JDN그룹(Jan De Nul Group) 2개 계열사로부터 수주한 준설선과 매립선은 의미가 크다.

이 두 선종의 수주로 STX조선해양은 이제 일반 상선에서부터 여객선, 해양플랜트·특수선 및 방산용 군함까지 조선 4대 분야 전 선종을 건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STX팬오션, 해운업계의 절대강자로 '우뚝'

"브라질 발레(Vale)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은 지난 9월 2주간 일정으로 유럽출장중이었다. STX조선해양 임원과 STX팬오션 임원을 대동하고 소위 '드림팀'을 꾸려 신규 선박 수주와 우수 화주 관리에 나선 참이었다.

하지만 출장 중 날아든 소식은 비관적이었다. 브라질 철광석회사인 발레와의 사상 최대 규모 운송 계약을 눈 앞에 두고있는 터라, 협상난항 소식에 그의 마음은 더욱 복잡했다. "앞으로의 일정은 모두 취소하세요. 그리고 브라질행 비행기편을 알아보세요". 그의 결정은 신속하고 단호했다. 놓칠 수 없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 이종철 STX팬오션 부회장과 발레사 에두아르도 바톨로메오 사장이 7조원 규모의 운송계약을 맺고 악수하고 있다
10시간 이상의 비행끝에 도착한 브라질. 이종철 부회장은 짐도 풀지 않은 채 협상장으로 향했다. 물론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발레측에서도 놀라는 눈치였다. 그룹의 부회장이 직접 나머지 출장 일정을 포기하고 협상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상황은 그만큼 긴박했다.
 
며칠에 걸쳐 협상이 진행됐다. 이 부회장의 마음은 점점 타들어 갔다. 하지만 손해볼 수는 없는 일. 최대한의 절충점을 찾기 위해 피곤한 줄도 모르고 연일 계속되는 협상에 임했다.

이런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마침내 STX팬오션은 세계적인 철광석 업체인 브라질의 발레社와 25년간 총 7조원에 달하는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계약규모로 사상 최대다. STX팬오션의 저력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STX팬오션(028670)이 이처럼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적극적이고 유연한 선대 운영과 장기화물운송계약 확보에 힘을 쏟은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올 한해동안 경쟁사들이 줄줄이 실적 악화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을때 STX팬오션만은 유일하게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STX팬오션은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매출액 1조2504억원, 영업손실 265억원, 당기순익 9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3분기에는 영업손실이 대폭 축소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여타 해운업체들이 일제히 손실확대에 허덕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실적이다. 
                                                                                                                  
▲ STX팬오션 LNG선이 예맨에서 LNG를 싣고 항해중인 모습.

STX팬오션의 이 같은 영업 실적호전의 비결은 바로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따른 물동량 확보에 있다. STX팬오션은 3분기 취급 물동량 약 2500만톤으로 화물 운송수입이 전체 매출액 대비 85%에 달한다.

또 약 150여 건의 장기 수송계약 등을 바탕으로 이번 4분기 및 내년 실적은 더욱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있다.

이밖에도 STX팬오션은 현재 국내외 글로벌 선사중 가장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9월 30일 현재 현금성 자산 1조2000억원으로 충분한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 이런 체력은 최근 STX팬오션이 자체 신용도만으로 2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발행에 성공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도 "지난 9월에 계약한 7조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수주와 국내∙외 주요 선사대비 양호한 실적 때문에 유수의 해외투자자들이 상당히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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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6000만弗 규모 벌크선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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