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돌아온 우릴 보러와요…원년멤버 총출동

연극 '날 보러와요' 연습실 가보니…
초연 20주년 기념 공연 신구배우 컴백
연출 김광림
"미제 화성연쇄살인…책임 어디에 있나 물어"
조형사 역 김뢰하
"20년 롱런…시대 관통하는 희곡의 힘"
용의자 역 류태호
"50대에 20대 연기하려니 부담&quo...
  • 등록 2016-01-21 오전 6:18:00

    수정 2016-01-21 오전 6:18:00

연극 ‘날 보러와요’의 초연 20주년 기념공연을 앞두고 원년멤버인 연출 김광림(가운데)과 배우 김뢰하(왼쪽), 류태호가 얼굴을 맞댔다. 이들은 “10년만에 호흡을 맞추니 20년 세월을 실감한다”면서도 “하길 잘했다. 뭔 할말이 그리 많은지 매일 술자리다. 작업의 또 다른 재미”라고 말하며 웃었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상황 없이 한번 움직여봐. 상황 앞에 왔다. 그렇게 하지 말고. (포대기를) 수직으로 확 올려서….” 김광림(64) 연출의 요구에 배우 류태호가 즉각 응수했다. “이렇게? 수직으로?” 동작이 마음에 들었는지 김 연출이 그제야 큐사인을 준다. “오케이. 그런 식으로. 음악 틀어줄 테니까 한번 가봅시다.”

연극 ‘날 보러와요’의 연습 현장(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연습실 연극 ‘날 보러와요’의 연습 현장. 원작자인 김광림이 10년 만에 연출을 맡고 배우 류태호(53·용의자), 김뢰하(51·조형사), 유연수(50·박형사) 등 20년 전 초연멤버가 다시 뭉쳤다. 1996년 앙코르공연부터 합류한 권해효(51·김형사)는 동선을 꼼꼼히 체크했고, 차순배(44·친구·우철 역)는 이마를 드러낼지 앞머리를 내릴지 머리 모양을 놓고 김 연출과 한참 동안 의견을 나눴다.

‘날 보러와요’가 초연 20주년을 맞아 원년멤버들과 돌아온다. 22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다. 1996년 초연부터 줄곧 함께하다 2006년 10주년 공연을 끝으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준 뒤 10년 만이다. 초연배우들이 주축을 이룬 OB팀에 맞서 신인배우들이 출연하는 YB팀은 변정주가 연출을 맡아 두 가지 버전의 공연을 선보인다.

김 연출은 “10년쯤 하니 지루해지기도 했고, 배우나 나나 새로운 게 없어 그만하기로 했었는데 다시 10년 만에 준비해 보니 무척 신선하다. 연기력이 엄청 는 배우들이 돌아와 정말 기분이 좋다”며 방긋 웃었다.

1996년 이후 스무 해…회자되는 ‘힘’

작·연출 김광림
1년의 취재, 6개월의 집필기간. 1986년부터 1991년까지 10명이 숨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이다. 백상예술대상 희곡상(김광림)과 신인상(이대연), ‘용의자’로 단 10분 출연한 류태호가 서울연극제에서 연기상·인기상을 거머쥐는 등 주요 연극상을 휩쓸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배우 류태호와 김뢰하에게 비결을 묻자 단박에 “희곡의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뢰하는 “셰익스피어 희곡이나 그리스 고전처럼 이 작품에도 시대를 관통하는 힘이 있다”면서 “20년 전 사건을 다루지만 그와 별개로 희곡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 연출은 희곡을 쓰기 전 자료조사뿐 아니라 오랜 기간 현장조사를 했다고 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들을 만나보고 화성경찰서 근처를 둘러보기도 하며 많은 요소를 구상했다. 배우·스태프·감독과도 같이 다녔는데 그런 게 무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희곡을 쓴 뒤에는 같이 토론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조형사 역을 맡은 배우 김뢰하
류태호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데다 아직도 미제인 사건이다.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작품인데 사실 배우들은 힘들다. 희곡의 사실적 장치가 무섭고, 강렬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연극영화과 입시 때 남학생이 독백으로 많이 활용할 정도”라는 귀띔도 했다.

김 연출은 이번 무대에 변화를 줄 생각이다. “연습하면서 배우들과 토론하며 대본을 고치기도 했다. 지금까지 시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그걸 집어넣을 생각이다.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희생자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궁극적으로는 국가에 책임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다.”

이젠 다들 식구…“30년 공연 벌써 걱정”

초연 당시 작품에 대한 확신만 있던 건 아니다. 우려도 있었다고 했다. “첫 공연을 올리기 직전까지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불안했다. 마지막 사건이 벌어진 지 5년밖에 되지 않던 때라 끔찍한 기억이 여전했다. 용의자가 중요한 역할이란 것도 그땐 미처 몰랐다. 개인택시 운전할 거라고 (류)태호가 인사를 왔는데 이거 한번 해보고 생각해보라고 던져줬던 역할이었다”(김광림).

용의자에 류태호
류태호는 김 연출이 ‘공연을 다시 하자’는 제안에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맡은 역이 20대 청년이고, 시대에 따른 유행어도 있고, 순발력도 필요한데 이런 게 먹힐까 싶었다. 이미 내 몸이 관객 반응을 기억한다는 점도 문제였다. 그때 김 연출이 해준 말이 러시아에 가서 연극 ‘갈매기’를 보는데 20대 리나 역을 60대 할머니가 연기하더라. 전혀 추하지 않고 관객 반응도 좋았다고 했다. 우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하하”(류태호).

10년 만에 다시 맞춘 호흡은 어떨까. 술자리가 잦아 몸이 힘들다는 김뢰하는 “연습이 끝나면 어느새 술집에 가 있다. 오늘부터 자중하려고 한다”며 크게 웃었다. “배우 초년병 시절에는 연출이 무섭다. 몸짓 하나, 대사의 토씨 하나를 하루종일 지적하는 연출도 많다. 김 연출은 좀 다르다. 배우가 편안한 연기를 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연기가 막힐 땐 맥주나 한잔 하러 가자는 스타일이다. 내가 만나본 연출 중 독보적이다.”

류태호도 거들었다. “배우가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 이상한 해석을 내놔도 말만 되면 수용해준다”고 극찬했다. “다들 너무 열심히 한다. 배우 황석정(남씨부인)도 출연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잘하는 연극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벌써부터 30주년에는 어떻게 하지 걱정들이다. 하하”(류태호).

연극 ‘날 보러와요’의 연습 현장(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연극 ‘날 보러와요’의 연습 현장(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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