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다쳐도 갈곳이 없다"…충청권 등 지역 의료공백 심각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외과등 필수진료과목 전문의 부족
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가정의학과·병리과 전공의 '0명'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도 전문의 못구해 개원 2달 연기
정부 "의대 정원 늘리자"…의협 "낮은 보험수가 등이 문제"
  • 등록 2023-03-21 오전 7:00:00

    수정 2023-03-21 오전 7:00:00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2020년 8월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한 전문의가 의과대학 정원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을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전국적으로 전문의 부족 문제가 대두된 가운데 대전과 충남 등 충청권 내 의료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대전에서 건립 중인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개원이 늦어지는가 하면 충남에서는 응급의료센터 등 필수의료 수행을 위한 최소 인력마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부, 대전시, 충남도, 충남대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국내 활동 의사 수는 11만 2293명으로 인구 1000명당 2.18명이다. 이는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3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전 2.56명, 대구 2.55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외과 등 필수 진료과목의 전문의는 지역 의료기관에서 수억원대의 고액 연봉을 제시해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전·충남의 거점국립대병원인 충남대병원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은 연차당 3명씩 모두 12명이지만 현재 단 1명도 없다. 또 가정의학과와 병리과도 1~4년차 전공의가 ‘0명’이다.

전문의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지역의 공공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지역의료원 35곳의 결원율은 14.5%로 5년전인 2018년(7.6%)과 비교해 2배 이상 급증했다. 지역의료원 35곳 중 26곳(74.3%)이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4개 필수진료과를 모두 보유한 지방의료원은 23곳(65.7%)에 그쳤다. 충남의 4개 지역의료원의 경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심뇌혈관센터 등 필수의료 수행에 77명의 전문의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의 지역의료원 병상 가동률도 2019년 85.5%에서 2021년 59.7%로 떨어졌다. 그간 서울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의사 수급이 원활했던 대전의 상황도 녹록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이달 말로 예정했던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개원이 오는 5월로 2개월 연기됐다. 이 병원에 필요한 의사는 재활의학과 3명, 소아청소년과 1명, 치과 1명, 당직의 2명 등 모두 7명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4차례 모집 공고에도 재활의학과 의사 1명 밖에 충원하지 못했다. 모집 공고에 기재한 전문의 급여는 연간 2억 5000만원~3억원 수준으로 대학·종합병원과 비교해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파격적인 조건에도 전문의를 구하지 못한 대전시는 부족한 의료진을 채우기 위해 최근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아 공중보건의 3명을 6개월간 파견 형식으로 병원에 배치, 개원 준비에 나섰다. 대전시는 개원 후 부족한 인력에 대해 상시채용 방식으로 충원할 계획이지만 전문의 확보에 어려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이달 중 세부운영계획을 수립한 뒤 내달까지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신청하고, 사업자 등록까지 마친다는 구상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공중보건의의 파견 기간이 끝나면 위탁기관인 충남대병원의 의료진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전문의 급여 수준이 낮지는 않지만 당직을 비롯해 신규 병원 개원, 어린이재활이라는 새로운 의료영역에 대한 부담 등으로 지원이 저조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대전 서구 관저동에 들어설 예정인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조감도. (사진=대전시 제공)


필수 의료인력이 부족한 충남도는 공공임상교수 제도를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충남도는 지역책임의료기관인 도내 4개 지역의료원의 부족한 전문의 확보를 위해 지역 대학병원과 ‘충남형 공공임상교수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제도는 사립대 소속 공공임상교수가 순환근무를 통해 대학병원 근무 시에는 공공의료사업에 대해 자문을 하고, 의료원 파견 시에는 임상진료와 연구를 하는 방식이다. 또 전문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필수 진료과 복수화, 진료과별 특성에 맞는 교육수련 기회 제공, 성과관리체계의 조정, 장기재직 환경 조성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 관련 전문가들은 “각 지자체들과 지역의료원들이 전문의 부족에 대해 여러가지 해법들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의료보험 수가 조정 등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전국적인 의료 공백 현상이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복지부에 2024년도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과 관련한 협조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복지부도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추진 계획을 보고한 자리에서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계획을 밝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의사의 과잉 공급을 주장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저출산 경향이 심화하면서 의사 1인이 케어할 국민 수가 감소하고 있고, 인기과 쏠림 현상이 심한 상황에서 단순히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해서 필수 진료과목에 지원할 전공의가 늘어날 것으로 보기 힘들다”면서 “필수 진료과목 의사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해당 분야의 낮은 보험수가, 의료사고 책임 문제, 열악한 근무환경 등에 대한 지원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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