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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기관(외국인 포함)은 공매도 전제조건인 ‘주식 차입구조와 통로’ 자체가 다르다. 기관·외국인이 빌릴 수 있는 종목 수는 상장기업 전체(코스피·코스닥 합산 2186개)로 월 평균 2100개가 넘는 종목이 대차된다. 반면 개인은 차입 가능 종목 수가 10분의 1 수준인 200~250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이달 들어서야 1.5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심지어 기관·외국인이 주식을 빌리는 것은 ‘대차’라 하고, 개인은 ‘대주’라고 불러 용어에서도 차별화된다. 단순히 신용도가 낮아 개인이 주식을 빌리기 어렵단 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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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외국인 포함)은 주로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주식대차시스템’이란 별도의 시장에서 주식을 빌려주고 빌려온다. 이 시장은 기관간 대차만 가능하다. 개인이 참여할 수 없다.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도 이 시장을 통해 주식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긴다. 기관은 주식대차시장에 참여하겠단 신청서만 예탁원에 내면 주식을 언제든지 빌릴 수 있다. 이렇게 참여하는 계좌수(기관수와는 차이)는 총 2522개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를 하기 위해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빌린다. 개인한테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SK증권, 대신증권, 교보증권, 유안타증권 등 총 7곳에 불과하다. 이중 유안타증권(자체시스템 활용)을 제외한 6개 증권사는 한국증권금융의 대주서비스를 이용한다. 증권금융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개인의 동의를 받아 해당 주식을 증권사를 통해 또 다른 개인에게 빌려준다. 기관은 기관간에 주식 대여·대차가 이뤄지지만, 개인은 개인이 돈을 빌리면서 맡긴 주식이 대주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때 한 종목당 최소 70개 계좌에서 동의를 받아야 해당 종목이 대주 가능 종목으로 분류된다. 그로 인해 대주 가능 종목 수는 200~250개(대여가능 주식수 584만주)에 불과하다. 그나마 증권금융 규정이 개정돼 이달부터 최소 동의 계좌 수를 100개에서 70개로 낮추면서 종목 수가 증가한 것이다. 9월말까지만 해도 대주 가능 종목은 130개에 불과했다.
기관과 개인 모두 담보금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준이 다르다. 기관은 차입증권금액의 105%에 해당하는 금액을 예탁원에 담보로 내야 한다. 담보금이 모자라면 추가로 담보금을 넣어야 하지만, 그럴 능력이 안 된다면 채무불이행으로 분류된다. 개인은 유지담보비율로 차입 기간 동안 신용융자처럼 주식평가액 140%의 금액을 계좌에 넣어둬야 한다. 만약 담보율이 140%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반대매매(강제 매수 후 회수)에 나설 수 있다.
만기도 다르다. 기관은 차입한 주식에 대해 만기가 별도로 없다(수수료율 경쟁입찰에 의한 거래는 1년 만기). 그 대신 주식 대여자가 빌려준 주식을 돌려달라고 하면 이를 T+2~3일내에 상환해야 한다. 개인은 만기가 최초 30일, 한 번 연장해 최장 60일까지 가능하다. 그 이상은 연장되지 않는다. 유안타증권만 조건 충족을 전제로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다.
대차시장 66조원 규모..이 중 82%가 기관간 대차
주식 차입 시장에서 개인이 기관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공매도에 대한 문턱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예탁원, 증권금융, 증권사를 통한 전체 주식 차입 시장 규모(대차·대주잔액)은 66조원(16일 현재, 28억8200만주)인데 이중 예탁원을 통해 거래되는 기관간 대차 시장의 비중만 82%(54조5700억원, 18억7147만주)가 넘는다.
공매도 시장이 개인에게 불공평하게 운영됨에 따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 위원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고 개인투자자가 더 쉽게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형평성을 맞추라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개인투자자도 원활하게 공매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개인에 대주하는 주식의 재원 자체를 기관이 제공할 수 있게끔하는 등 개인-기관간 주식 대여·차입 시장을 조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