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내년 대선을 앞둔 정국이 순식간에 격랑 속으로 빨려드는 형국이 됐다.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 방향에 따라 대선 풍향계가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헌작업과 대선을 차례로 치러야 한다는 절차적인 문제도 그렇게 간단한 과제는 아니다. 여야 정당과 예비 주자들의 진영별로 개헌 쟁점 사항을 정리하면서 득표 계산에 들어간 것이 그런 까닭이다
박 대통령이 개헌 방침을 공식화하고 나선 것은 임기 말을 앞두고 여소야대 구도에서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청와대 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국 주도권을 떠나 개헌의 당위성이 진작부터 거론돼 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군사정권을 종식시키며 민주적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그동안 3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변화된 대한민국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른바 ‘87년 체제’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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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연한 오해와 논란을 피하려면 모든 논의가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 현재 집중되고 있는 최순실씨 의혹과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 압력을 개헌 논의로 덮으려 해서도 곤란하다. 무엇보다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우리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헌법을 도출해 낸디는 ‘시대 정신’이 요구된다. 이제 시간적으로 촉박한 것이 사실이지만 개헌 작업을 차질없이 이뤄내는 것이 박 대통령 정부에 남겨진 최대의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