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헌 작업의 기본은 ‘시대정신’이다

  • 등록 2016-10-25 오전 6:00:00

    수정 2016-10-25 오전 6:00:00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어제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4월에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때만 해도 “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던 입장에서 완전 선회한 모습이다.

이로써 내년 대선을 앞둔 정국이 순식간에 격랑 속으로 빨려드는 형국이 됐다.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 방향에 따라 대선 풍향계가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헌작업과 대선을 차례로 치러야 한다는 절차적인 문제도 그렇게 간단한 과제는 아니다. 여야 정당과 예비 주자들의 진영별로 개헌 쟁점 사항을 정리하면서 득표 계산에 들어간 것이 그런 까닭이다

박 대통령이 개헌 방침을 공식화하고 나선 것은 임기 말을 앞두고 여소야대 구도에서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청와대 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국 주도권을 떠나 개헌의 당위성이 진작부터 거론돼 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군사정권을 종식시키며 민주적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그동안 3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변화된 대한민국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른바 ‘87년 체제’의 한계다.

(사진=연합뉴스)
이제 개헌 논의가 시작된 만큼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현행 대통령중심제가 어떻게 바뀔 것이냐 하는 점이다. 대통령제가 지닌 제도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치르자마자 다시 다음 대선 준비에 돌입하는 분위기로 인해 여야 정치권이 극단적인 대결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질적인 폐단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 걸쳐 독단적인 전횡을 휘두름으로써 초래되는 폐해도 만만치 않다. 설사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경우라 해도 현행 ‘5년 단임제’는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남북관계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롭게 정리돼야만 한다.

하지만 공연한 오해와 논란을 피하려면 모든 논의가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 현재 집중되고 있는 최순실씨 의혹과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 압력을 개헌 논의로 덮으려 해서도 곤란하다. 무엇보다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우리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헌법을 도출해 낸디는 ‘시대 정신’이 요구된다. 이제 시간적으로 촉박한 것이 사실이지만 개헌 작업을 차질없이 이뤄내는 것이 박 대통령 정부에 남겨진 최대의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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