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제플린 재결합에 대한 루머는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가 “2018년은 50주년이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서프라이즈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로버트 플랜트는 올해 1월 미국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재결합 가능성을 묻는 디스크자키(DJ)의 질문에 “그럴 생각 없다”며 “그런 상상조차 내 안중에 없다. 정말이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1968년 영국에서 결성된 레드제플린은 블랙사바스, 딥퍼플과 함께 헤비메탈 음악의 창시자로 꼽힌다. 로버트 플랜트(보컬), 지미 페이지(기타), 존 폴 존스(베이스), 존 본햄(드럼)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Stairway to Heaven”, “Immigrant Song”, “Whole Lotta Love” 등 히트곡을 내며 1970년대 최고 인기 밴드로 군림했다. 그러나 1980년 존 본햄이 사망한 직후 짧은 역사를 뒤로하고 해체했다. 이후 존 본햄의 아들 제이슨 본햄을 영입해 네 차례에 걸쳐 일시적으로 재결성했지만, 2007년 12월 런던에서 열린 역사적인 라이브 콘서트 이후 무대에 서지 않고 있다.
로버트 플랜트가 레드제플린 재결합을 원치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존 본햄이 없는 레드제플린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3월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38년 전 존 본햄이 죽었고, 그것이 내가 아는 전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드제플린은 한 시절 동안 재미를 주는 공장이었지만, 레드제플린은 그 시절을 살던 3명의 놀라운 뮤지션과 1명의 가수였다”며 본햄이 없는 밴드를 재결성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2012년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레드제플린 재결합 공연을 요청했지만, 외교 수완이 좋은 것으로 유명한 클린턴마저도 플랜트를 설득할 수 없었다.
한때는 로버트 플랜트가 8억달러(약 8500억원)짜리 레드제플린 재결합 공연 계약서를 찢어버렸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2014년 지미 페이지와 존 폴 존스, 제이슨 본햄이 3개 도시에서 35번의 공연을 하는 조건에 동의했는데, 막판에 플랜트가 뒤집었다는 얘기가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미러의 보도로 전해졌다. 이 보도는 오보로 확인됐지만, 8억달러라는 금액은 레드제플린 재결합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됐다.
사실 레드제플린 멤버들에게 8억달러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되는 돈이다. 실제로 다른 록 밴드들과 달리 레드제플린이 재결합에 유독 관심이 없는 것은 그동안 축적해둔 막대한 부(富)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레드제플린의 음반 판매량은 미국에서만 1억1200만장에 달한다. 이는 미국 역사상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 가스 브룩스에 이어 4번째로 많은 규모다. 특히 플랜트는 솔로 활동을 통해 추가로 수백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돈이 떨어지면 재결성 이벤트를 만드는 일부 밴드들과는 사정이 다른 셈이다.
레드제플린의 주머니 사정은 여전히 좋다. 2017년에는 마블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에 “Immigrant Song”을 사용하도록 허락해주면서 월트디즈니 컴퍼니로부터 역대급 사용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음원 수입도 덩달아 치솟았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이 곡의 스트리밍 수는 영화 개봉 직후 200% 증가했다.
올해 레드제플린 재결합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멤버들은 밴드 결성 50주년을 맞아 일러스트북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 미발표곡이 수록된 음반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또다시 엄청난 수입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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