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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오모(27·여)씨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광화문광장으로 간다. 가족들과 촛불집회를 찾은 직장 상사를 만나기도 했다. 오씨는 “처음 광화문 집회현장서 마주쳤을 때는 깜짝 놀랐다. 다음 집회는 함께 가기로 했다”며 웃었다.
‘불통’(不通) 청와대 덕분에 서울 광화문 광장이 세대, 성별, 지역은 물론 계층마저 뛰어넘은 소통(疏通)의 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주말 촛불집회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주말 풍경도 달라졌다. 함께 할 시간이 적었거나 평소 데면데면하던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한목소리를 내면서 가족과 직장 동료 간 소통과 화합은 어느 때보다 활발해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가능해 보였던 대한민국 사회통합을 이끌고 있다는 우스개마저 나온다.
만남과 이해의 장 ‘촛불집회’
고교 시절 친구들과 나왔다는 문대성(35)씨는 “그동안 혼자 참여하다 친구의 제안에 여러 명이 함께 왔다”며 “서로 의견도 나누고 오랜만에 친구들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수능시험을 마친 한예린(18·여)양도 “놀이시설에도 가고 쇼핑도 하고 싶지만 이런 자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도 뜻깊은 것 같다”고 했다.
정치적 성향이 달라 그간 갈등이 컸던 부자지간이 최순길게이트를 계기로 거리를 좁히기도 했다.
모모(29)씨는 “종합편성채널 뉴스를 주로 보는 아버지(65)와 정치문제로 말다툼을 벌인 뒤로는 함께 TV를 보지 않았는데 요즘은 뉴스를 보면서 자주 대화한다”며 “최순실 게이트가 부자사이를 가깝게 해줄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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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외 온라인에서도 소통의 장이 만개했다.
실제 100만명 이상이 운집하는 초대형 집회이지만 1인 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시존치모임 전 대표인 남상섭(41)씨는 자신이 촬영한 촛불집회 현장을 유튜브를 통해 다른 고시생들과 함께 공유하며 봤다. 그룹 신화의 멤버 김동완(37)는 지난 5일 촛불집회를 페이스북 라이브 기능을 활용해 생중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촛불집회에 혼자 나오는 ‘혼참러’들은 SNS를 통해 모이기도 한다.
‘박근혜 그만 두유’ 를 나눠주는 ‘봄꽃밥차’ 등 자원봉사자들뿐 아니라 집회·시위 물품 판매 수익금을 뜻깊은 곳에 쓰는 참가자들도 있다.
지난 5일 집회 때부터 현장에서 촛불을 판매한 대학생 손모(25)씨는 수익금을 뜻깊은 곳에 기부할 예정이다. 그는 “황금같은 주말이 날아가버렸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마음은 따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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