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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민간 경제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2.8%로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 지난해 3.1% 성장은 ‘깜짝 반등’이며,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여차하면 2.7%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지난 2012년(2.3%) 이후 6년 만의 최저치다. 특히 내년에는 2% 중반대로 둔화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硏, 올해 성장률 2.8% 수렴
30일 각 민간 연구기관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9월 초 기준 올해 성장률 컨센서스는 2.8%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당시 예상된 올해 성장률은 3.0%였으며, 올해 4월과 6월은 각각 2.9%였다. 갈수록 컨센서스가 하향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올해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성장률 수치는 6월 전망 때와 같았다. 하지만 내수를 이루는 민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를 보는 시각은 더 어두워졌다. 이번 전망치는 각각 2.7%, -0.6%, 1.4%. 민간소비는 기존 예상치를 유지했지만,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경우 각각 1.2%포인트, 2.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그나마 수출 증가율 전망(6.2%→7.2%)만 상향했다. 수출을 제외하면 성장을 이끌 모멘텀이 없다는 판단이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경기는 지난해 2분기를 고점으로 시작된 전형적인 ‘경기 수축’ 국면에 위치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조만간 성장률 전망치를 공개한다. 한경연은 지난해 말부터 2.8%를 제시해 왔고, 이번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경기는 이미 추세적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기관들이 특히 강조하는 건 내수(소비+투자) 침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내수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1.7%에 그쳤다. 2014년 4분기(1.3%) 이후 3년반 만에 가장 낮다. 문재인정부의 재정 확대 ‘약발’이 잘 먹히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고정투자(설비투자+건설투자+지식재산생산물투자) 증가율 컨센서스는 현재 1.35%에 불과하다. 4월과 6월 당시 전망치는 각각 2.4%, 2.1%였다.
세계경기 꺾이면 수출 장담 못해
더 우려되는 건 내년이다. 내년 이후 세계 경제의 둔화 가능성이 있어 수출마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근거다.
이날 현경연은 내년 성장률을 2.6%로 내놓았다. 올해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2012년(2.3%) 이후 최저다. 민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증가율은 각각 2.5%, -2.7%, 0.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와중에 수출 증가율마저 4.8%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지역경제보고서를 보면, 전국의 수출업체 10개 중 8개꼴로 △글로벌 경쟁 심화(79.5%) △세계 경제 불확실성(75.8%) 등 대외 리스크를 부정적 요인으로 거론했다.
앞서 LG연은 이보다 낮은 2.5%를 제시했다. “통상 마찰로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둔화되고 주변국으로 부정적 충격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다.
주원 실장은 “소비 심리를 개선시키기 위한 전방위적 소비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기업 투자 활성화 기반도 지속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