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물감 풀어 놓은 ''S라인'' 갯벌천국에 가보니...

갯벌 22㎢·갈대밭 2.3㎢ ''국내 최대 연안습지''
한국의 람사르 등록습지 ③ 순천만
짱뚱어·농게 등 갯벌동물 ''천국'' 천연기념물 등 새 220종 살아
주말 하루 2만5000명 몰려 작년에만 180만명 다녀가
  • 등록 2008-10-29 오전 11:50:00

    수정 2008-10-29 오전 11:50:00

[조선일보 제공] 26일 세계 5대 연안습지 전남 '순천만'. 여름철 짙은 녹색 물결을 쳤던 갈대밭은 어느덧 씨앗 뭉치부터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순천만은 우리나라 최대 갈대 군락지로, 순천 시내를 관통하는 동천과 순천 상사면에서 흘러 온 이사천의 합류지점부터 하구에 이르는 4㎞ 물길 양쪽이 모두 갈대밭이다.

갈대밭은 새들의 긴요한 은신처이자 사냥터. 흰뺨검둥오리·백로·고니·도요새·맷새·황조롱이 등 야생 조류가 갈대밭 갯벌에서 먹이를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농게·방게·칠게·짱뚱어 녀석들은 들킬까 봐 재빨리 몸을 숨기기에 바빴다. 하지만 매년 10월 20일쯤 도래하는 천연 기념물 흑두루미는 기후 변화로 아직 찾아오지 않고 있다.

하구 갈대탐방로에서 30분 떨어진 순천시 해룡면 선학리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순천만이 한 눈에 들어온다. 탐방객 40여 명은 눈 앞에 펼쳐진 비경에 "가슴이 탁 트인다"며 감탄했다. 남해를 향해 굽이쳐 흐르는 순천만의 'S'자 곡선 수로, 붉은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칠면초 군락지, 크고 작은 동그란 모양의 갈대밭은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다.

▲ 순천만을 찾은 관광객들이 탐방로를 통해 갯벌과 갈대숲을 둘러보고 있다. 순천만에는 매년 겨울이면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검은머리갈매기·민물도요·큰고니·혹부리오리 등 물새들이 월동한다. 봄과 가을에는 저어새·노랑부리백로·도요·물떼새 등이 중간 기착하고 있다.

김주현(여·57·경기도 성남시)씨는 "대학 졸업 동기생들과 처음 순천만을 찾았는데 광활한 갯벌을 보니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온 하재웅(41·부산 사하구)씨는 "부산 해운대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색다른 자연의 신비로움에 숙연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승옥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기도 한 순천만은 국내 최대 연안습지.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드넓은 갯벌, 갈대밭, 염습지는 동·식물의 보고다. 40㎞ 해안선에 둘러싸인 갯벌 면적은 22.2㎢(670만평)에 달한다. 이 가운데 순천 교량동·대대동, 해룡면 중흥리·해창리·선학리에 걸친 갈대밭만 2.3㎢(70만평). 갯벌에는 불그스레한 칠면초·퉁퉁마디·갯길경 등 염색식물 200여 종과 방게·칠게·농게·참꼬막·맛조개·짱뚱어·갯지렁이 등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살고 있다.

은신처와 먹이가 풍부해 순천만에는 천연기념물 19종을 포함, 220여 종의 새들이 월동·서식하고 있다. 매년 겨울이면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검은머리갈매기·민물도요·큰고니·혹부리오리 등 물새들이 월동한다. 봄과 가을에는 저어새·노랑부리백로·도요·물떼새 등이 중간 기착하고 있다. 대표적 희귀 조류로 겨울 철새의 진객인 흑두루미는 전세계 1만 마리 중 작년 270여 마리가 순천만을 다녀갔다.

▲ 석양이 지고 있는 순천만의‘S’자 곡선 수로(왼쪽)와 순천만의 흑두루미. /순천시 제공

순천만은 2003년 12월 국내 연안습지로는 무안·진도 갯벌에 이어 세 번째로 '연안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2006년 1월에는 국내 연안습지 중 처음 람사르 협약에 등록돼 국제적으로 보존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 채희영 센터장은 "순천만은 국내 연안습지 중 최남단에 위치한 데다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지리생태학적으로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 덕에 순천만에는 관광객과 사진작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순천시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보전 정책을 펴면서 불과 4년 전 10만 명에 그쳤던 탐방객이 작년 180만 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요즘엔 주말 하루에만 2만5000여 명이 몰릴 정도. 올해 누적 탐방객은 지난 23일 현재 121만 명. 10~12월에 관광객이 집중되므로 올해 총 누적 탐방객은 200만 명으로 예상된다.


28일부터는 8일 일정으로 순천만 일대에서 순천시 주최의 갈대 축제가 열리고 있다. 자연생태관, 천문대, 갈대숲 탐방로(1.2㎞), 용산 전망대, 야생화 정원, 갯벌 관찰대를 둘러볼 수 있다. 탐조선(40분 소요)을 타면 3.7㎞ 'S'자 물길을 따라 가까이서 갈대군락과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호남·남해고속도로 순천IC→2번 국도→팔마체육관 사거리→청암대를 거치면 된다. 서울에서 약 4시간20분 소요. 내비게이션에는 '전남 순천시 대대동 162-2' 주소를 입력하면 된다.

순천시 관광정책과 최덕림 과장은 "람사르 총회 공식 방문지인 순천만을 탐방할 신청자를 2000여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모집한 결과,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 전남 순천 해룡면 순천만에 가을이 왔다.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8일 개막한
갈대축제에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관련기사 ◀
☞500여 종 생명이 가쁜 숨을 쉬고 있습니다
☞''꽃대궐''로 탈바꿈한 청남대
☞수북이 쌓인 낙엽… 붉게 노랗게 물든 가로수…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곰신' 김연아, 표정 3단계
  • 스트레칭 필수
  • 칸의 여신
  • 김호중 고개 푹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