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먹는 B형간염약, 새 약물 등장으로 입지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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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픽스를 5년 동안 복용할 때 내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80%에 달할 정도로 내성 발현율이 높아 사실상 1차치료제로의 사용을 금지한 셈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도 높은 내성발현율을 이유로 제픽스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 1999년 국내 허가를 받은 제픽스는 치료가 힘든 만성질환인 B형간염을 치료하는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제픽스는 연간 400억원대의 매출로 국내에서 판매중인 의약품중 꾸준히 10위권을 유지해온 대형 제품이다.
5년간 제픽스를 복용한 환자중 80%에서 내성이 나타날 정도로 높은 내성발현율이 제픽스의 단점으로 지목됐지만, 2004년 GSK가 출시한 또 다른 B형간염치료제인 `헵세라`가 제픽스의 단점을 보완해주며 GSK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제픽스와 헵세라가 독점하던 B형간염치료제 시장에 지난 2007년 새로운 약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미국계 제약사인 BMS가 내놓은 `바라크루드`가 있었다.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기존 치료제의 최대 단점인 내성 문제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바라크루드는 출시 4년째인 지난해 8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전체 의약품중 3위에 올라섰다.
같은 시기에 부광약품(003000)도 새로운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를 출시하고 연간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노바티스의 `세비보`는 2007년에 허가받았지만 보험급여 등재시기가 늦춰져 지난해부터 판매중이다.
새로운 치료 약물이 속속 등장하자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점차적으로 제픽스를 1차치료제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국내에서도 내성발현율이 높은 제픽스를 더 이상 초기환자에 사용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출시 이후 11년간 B형간염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제픽스가 새로운 약물의 등장으로 쓸쓸히 퇴장하게 된 셈이다.
우선 현재 제픽스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내성이 생기지 않는 한 제픽스를 계속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픽스 복용 환자중 내성이 나타났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에만 다른 약물로 바꿀 수 있다. 의료진이 임의로 제픽스를 다른 약물로 바꾸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높은 내성을 문제로 신규 환자에게 처방하지 않는 약물을 기존에 복용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생길 때까지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허점이 발생하는 셈이다.
또 경구용 B형간염치료제중 제픽스만이 16세 미만 소아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돼 신규 환자의 경우 성인에게 사용하지 않는 치료제를 소아 환자에게는 처방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간학회는 "제픽스의 1차 치료제 지위를 유지하자"는 의견을 식약청에 제출한 바 있다.
B형간염 환자들의 모임인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총무는 "B형간염치료제중 가장 가격이 저렴한 제픽스 대신 비싼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환자 부담이 높아질 수 있으며 건강보험재정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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