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 스토리로 고객들의 대화를 싹 틔워라

(창업기획) 스토리텔링
  • 등록 2009-07-24 오후 8:33:00

    수정 2009-07-24 오후 3:46:36

[이데일리 EFN 송우영 객원기자]  서양식 상차림에서 센터피스라는 것이 있다. 꽃이나 작은 크리스털 인형, 초 등을 활용하여 테이블 중앙을 장식하는 것이다. 작은 티 테이블 위에도 올릴 정도로 서양 상차림에서 중요하다.

테이블을 아름답게 꾸며준다는 것 외에 센터피스의 중요한 역할은 한 테이블에 앉아있는 상대방과의 이야깃거리를 틔워 준다는 점에 있다.

낯선 사람이나 어려운 사람과 마주 앉아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망설일 때 센터피스는 어색한 분위기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이야깃거리를 던져준다.

말 한마디는 커녕 소리도 나지 않는 작은 센터피스가 거기 놓여있는 것만으로 고객들의 대화는 시작된다.

◇ 식탁 위에 펼쳐지는 동해안 바다이야기 <고래불>

비즈니스 식당으로 잘 알려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고래불>은 유난히 일이 잘 풀리는 식당으로 소문이 나 있다.

고객들은 <고래불>에서 음식이 식탁에 차려지는 순간 서로서로 음식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곳 문을 나선 고객들은 지인들에게 <고래불>을 상대방과의 대화가 잘 풀리는 곳, 일이 잘 되는 곳이라 소개한다.

<고래불>은 동해안 지역의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문상순 대표의 고향인 경북 영덕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백사장의 이름에서 따왔다.

문상순 대표는 <고래불>을 열기 전 1여 년간 속초부터 포항까지 동해안을 돌면서 바닷가 음식점, 그 지역 맛집의 음식들을 맛보았다.

저마다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식재, 그리고 그것들에 맞추어 전래되어 오고 있는 조리법 등을 눈여겨보았다.

문 대표는 음식점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는 서점과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찾다가 원하는 책의 대부분을 문화·예술 코너에서 발견했다.

“이 때 내가 하려 하는 외식업은 결국 문화산업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고객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보여주고 싶은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문 대표는 우리나라 바다, 그것도 고향이 있는 영덕을 중심으로 한 동해바다 이야기, 동해안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그곳 음식 등을 메인 콘셉트로 잡았다. “<고래불>은 밥집이다. 그래서 밥이 최고여야 한다”는 문 대표는 매장 내 도정기를 설치했다.

갓 찧어낸 쌀로 밥을 짓는다. 1주일에 한 번 문 대표가 직접 태백산맥에서 흐르는 물을 길어온다. 물의 양이 한정 되어 있어 식사가 강조되는 점심에만 약수로 돌솥밥을 짓고 있다.

오대산 방아다리 약수, 청송 달개약수터 등에서 길어온 물로 지은 돌솥밥은 약수 속 미네랄을 그대로 품어 파르라니 찰지다. 고객들은 <고래불>앞에 ‘동해바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토종의 맛이 있는 밥집’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고래불>에서는 1년에 360일 꽃새우를 먹을 수 있다. 동해안에서 올라온 10년 이상 된 바위굴은 크기만도 보통 굴의 10배가 훌쩍 넘는다. 동해안의 모든 식자재를 활용하여 그 지역 어민들이 먹었던 음식을 개량해서 올린다.

고래고기, 동해북방모시조개찜, 제철 회, 해산물, 멍게된장찌개 등과 함께 향토반찬으로 가자미식해, 꽁치젓갈로 무쳐낸 해초나물, 방풍나물, 돌문어, 울릉도부지깽이, 명이나물 등 다양한 종류의 식재료를 생소해하는 고객들에게 직원들이 짧은 코멘트를 곁들인다.


또한 이곳에서는 회가 남자어른 주먹만한 돌 위에 얹혀 있다. 횟감이 나는 바닷가와 강가의 돌이다. 지역 생산물을 그 지역에서 주워온 돌 위에 얹는다는 발상은 고객들에게 신선함을 준다.

그 돌들을 받치고 있는 널찍한 판은 구들장으로 만들었다. 영하 50도에서 얼려두었다가 돌을 얹고 그 위에 회를 올려 내면 신선함이 오래 유지된다. 그 외에 그릇들도 진흙으로 투박하게 빚어낸 듯 자연을 닮아있다.

도예작가가 만든 것으로 비싸게는 10만원을 훌쩍 넘는 것도 있을 정도. 파손율이 높아 쓰기를 망설이다가도 고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음식과 이야기, 이미지 등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해칠 수 없다는 고집과 욕심으로 선택했다.

문상순 대표는 그릇과 음식의 궁합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룸들의 이름도 영덕, 강진, 울진, 울릉 등 동해안에 있는 항구의 이름이다. 동해안에서 나는 식재로 만든 우리나라 토종음식 전문점 콘셉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고래불>의 주 고객층은 40~60대 남자가 80~90%를 차지한다. 주로 삼성전자 임원부터 고위공무원들이다. 질은 좋고 가격은 일식집보다 저렴하며 편안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하나같이 “테이블 위에서는 바다이야기가 펼쳐진다”며 놀라워한다. 이야기가 있는 집이라 이야기가 잘 되는 집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소문이 뒤를 잇는다.

30%가 충성고객, 20~30%가 단골고객, 나머지도 입소문으로 이곳을 찾는다. 2002년 10월, 지금의 1층에 문을 열었던 <고래불>은 2년 만에 2층을 추가로, 4년 만에 지하까지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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