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경영분쟁`, 국내 최대 HK저축銀 왜?

소액대출 부실로 충당금 눈덩이
100억 유상증자 성사여부가 관건
  • 등록 2005-10-17 오후 4:18:58

    수정 2005-10-17 오후 4:18:58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국내 최대 저축은행인 HK상호저축은행이 경영권 다툼과 재무구조 악화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금감원은 HK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도기준인 5% 밑으로 떨어지자 8개월만에 다시 검사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점검 결과에 따라 HK가 감독당국으로부터 종전보다 더 강도높은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HK저축銀, BIS비율 왜자꾸 떨어지나?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부터 HK저축은행에 대해 일주일 일정으로 검사를 벌이고 있다. HK의 BIS비율이 6월말 4.71%에 머물러 금감원 지도기준인 5%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 2월 금감원 검사에서도 지도비율을 맞추지 못해 증자명령을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 HK는 85억원의 증자를 실시, 감독원의 지도비율을 맞췄지만 한차례 증자조치가 무색하게 4개월여만에 또 다시 BIS비율이 5%를 밑돌게 됐다.

지난 8월 HK는 "80억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추가로 실시했다"고 밝혔지만, 금감원의 점검이 끝나봐야 지금의 자본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HK는 현재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HK저축은행 관계자는 "BIS 비율이 또 다시 5%를 밑돈 것은 대손충당금의 적립규모가 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액대출의 채권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6개월이상 장기 부실채권의 비율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적립해야할 대손충당금의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다른 관계자도 "HK는 소액대출 비중이 매우 큰 편"이라면서 "소액대출 부문의 부실때문에 자본잠식상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HK의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은 지난 6월말 기준 1963억600만원. 3월말 2018억6600만원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대손상각처리 규모를 감안하면 이 기간동안 신규로 적립된 충당금은 4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6월말 충당금 잔액이 1275억8100만원이었던 사실을 보면 충당금 규모가 올들어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HK 관계자는 다만, "아웃소싱 등을 통해 채권 회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충당금으로 인해 자본이 잠식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도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분류 체계상 `요주의` 여신은 충당금을 7%만 쌓으면 되지만, `요주의`에서 `회수의문`으로 건전성이 더 나빠지면 대손충당금을 75%나 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HK저축은행의 경우 부실채권이 `요주의`에서 `회수의문`으로 넘어가면서 추가로 68%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아야 했던게 문제였다"면서 "앞으로는 설령 `회수의문` 여신이 `추정손실(100% 적립)`로 넘어가더라도 25%만 더 쌓으면 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자본금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00억원 유상증자 성사여부 장담못해

HK 관계자는 "지난 8월 80여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기 때문에 현재 BIS비율은 정상수준을 회복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번 이사회에서 추가로 1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방식의 증자를 결의했고 오는 18일부터 공모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계획하고 있는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의 경우 1대주주인 퍼시픽캡 퍼시픽 림 에프아이 펀드(PPRF)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법에 내놓은 상태라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 HK관계자는 "경영권 문제로 난항을 빚고는 있지만 증자는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현재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증자가 제3자 배정이나 주주배정 증자방식 등으로 변경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는 바람에 화를 자초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내부에서 나온다. HK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경영권 분쟁 등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채권회수 등 영업측면이 미진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추가 점검과 관련, HK의 BIS 비율이 또다시 지도비율을 밑돈 것으로 확인 될 경우 더욱 강력한 강제 조치가 발동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발단은 경영권 분쟁..어디까지 왔나?

HK가 난국에 처하게 된 발단은 경영권 분쟁이다. 경영권 다툼은 최대주주인 PPRF와 2대 주주인 선진씨엠씨측 사이에서 벌어졌다. 현재 대표이사는 2대주주인 선진씨엠씨측 인사인 박정삼 대표.

PPRF는 박정삼 HK 대표이사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놓고 있는 상태. PPRF는 "채무자에 대한 이사해임청구 사건의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채무자는 HK저축은행의 이사 및 대표이사로서의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HK저축은행은 지난 2003년 한솔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했던 당시 한솔저축은행 지분을 미국 펀드인 PPRF에 넘긴 이후 경영권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번 소송 논란은 지난 9월26일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기점으로 한다.

당시 주총에서는 13명의 이사 가운데 8명이 2대주주인 선진씨엠시측 인물로 선임됐고, 박정삼 현 대표이사가 유임됐다. 사실상 2대주주의 승리로 끝났다. 일부 소액주주들과 당초 PPRF의 우호주주였던 몇몇 대주주들이 선진씨엠씨 쪽으로 돌아섰던 결과다.

그러나 권덕만씨가 대리인을 맡고 있는 PPRF측은 현재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PPRF는 HK에 대해 대표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소송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소송 신청을 서울지법에 제출했다.

특히 PPRF측은 현재 자기측 우호지분이 과반을 넘을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따라 소송이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경영권을 탈환하기 위한 다른 방법의 시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HK관계자는 "PPRF의 호언대로 우호세력을 포함해 50%가 넘는 지분을 확보했다면 PPRF 측에서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임시주총 등의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HK의 경영권 분쟁은 여기서 그치는게 아니다. 1대주주와 2대주주간 경영권 다툼에 전임 대표까지 가세했다. 초기 경영권 분쟁의 핵심이었던 오영석(전 대표)씨가 이달초 HK 지분 10.08%를 확보한 권덕만씨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HK의 내부사정은 워낙 복잡한 터라 경영권 분쟁의 방향이 어떻게 결론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국내 최대 저축은행인 HK가 경영권 분쟁 등의 이유로 정상화 되지 못한다면 국내 저축은행 업계가 또 다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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